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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한국 녹차를 찾지 않는 이유 ② 본문
▲ 낭만소녀 님이 보내주신
쌍계명차 '김동곤 명인' 무농약 우전.
트리 모양 작은 접시는 불량소녀 님 하사품.
한국 녹차 글에 달아 주신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에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 녹차에 대해 모르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래서 블로그를 합니다. ☞ 한국인이 한국 녹차를 찾지 않는 이유 ①
한국 녹차에 관한 것은 언론에서 이미 여러 차례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아래 글을 한번 읽어 보세요. 쓰리긴 하지만 전부 맞는 말입니다. ☞ 한국 차문화는 왜 향을 잃었나
오늘은 여러분의 의견들을 종합하고 제 의견을 좀 더 덧붙여 보겠습니다.
'우리 녹차' 하면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 -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면요,
1. 한복 입은 중년 이상 여성분들과 이름 앞에 호 달고 있는 '차선생' 중장년 남성분들. Boring.
2. 녹색 충만한 청정 배경에 아래 위로 하얀 옷 입고 요가 하기 직전에 있는 젊고 날씬한 여자. 이것도 boring. (안 먹고 살아도 그만인 녹차, '효능 드립'을 할 게 아니라 즐길 만한 맛있는 음료로 '맛 드립'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3. 투박한 형태와 칙칙한 색감, 과한 유약으로 촌스럽게 번쩍이는 다구들. 특히, 차맛이라곤 도통 느낄 수 없게 하는 두꺼운 입전의 찻잔들. (입전이 두꺼우면 차 맛을 온전히 느끼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차 종류에 상관없이 날렵한 선의 서양식 본차이나 찻잔에 차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맛이 여린 녹차야말로 얇은 입전의 찻잔을 써야 합니다.)
4. 블로그에 차 시음기 올릴 때 절대 사진기에 담고 싶지 않은, 눈에 띄지 않게 어디 꽁꽁 숨겨 두고 싶은 디자인의 차 포장들.
5. 들쭉날쭉 차맛. (비슷한 맛의 차를 다음해에 다시 사기가 힘듭니다. 제품 자체가 사라지거나 이름이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 위의 기사에서 한국 녹차는 차 표준이 없다는 대목 보고 끄덕끄덕.)
6. 단조로운 티푸드. (설상가상, 녹차를 자꾸 다이어트에 좋은 차로 광고들을 해대니 녹차 마실 때 티푸드 집어먹다간 천벌 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 아마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누리터에서 홍차 동호회 같은 곳 가 보신 적 혹시 있나요? 거기 가 보면 큰맘 먹고 장만한 유럽 다구 자랑하는 분들 아주 많습니다. 와아, 예쁘네, 티타임 할 때마다 행복하겠구나, 제가 다 흐뭇해요.
예쁜 홍차 깡통 자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 나도 내가 모은 것들 조만간 사진 찍어 자랑해야겠다, 마음이 들뜨고 다른 차를 또 사게 만드는 동인이 됩니다. ☞ 홍차 깡통, 중요한가?
홈베이킹 해서 맛난 티푸드 만들어 먹은 거 자랑하는 분도 많아요. 솜씨 좋구나, 맛있겠다, 차맛이 곱절로 좋았겠네, 저도 베이킹 책 뒤적이면서 차에 어울리는 케이크나 과자 만들 궁리하게 됩니다.
홍차 시음기만으로 블로그 하나를 꾸려 가는 것도 홍차의 세계에선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양한 가향 홍차의 세계가 있고, 같은 차라도 브랜드별, 다원별로 이것저것 비교 시음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홍차 브랜드가 좀 많냔 말이죠.
안타깝게도 우리 녹차를 즐길 때는 이런 즐거움을 누리는 데 한계가 있지요. 차 맛이 물론 가장 중요하겠지만 젊은 층을 끌어들이려면 이런 부대 요소들을 통해 얻는 심미적 만족도 중요한데, 현재 우리 차문화로는 이게 좀 힘든 것 같아요.
다구
일단, 다구부터 어떻게 좀 했으면 좋겠어요. 어쩌다 마음에 쏙 드는 다구를 장만해 다구 쓰는 맛에 차 습관 들인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차맛 때문이 아니라 다구 때문에, 그리고, 찻자리 분위기 때문에 차 즐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저처럼 맛난 티푸드 때문에 차 즐기는 사람도 많고요.
차 포장
차 포장은 영국이나 외국 차 회사들처럼 (1) 아주 실용적으로 만들거나 (2) 수집품이 될 수 있도록 아주 예쁘게 디자인해서 내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합니다. 아래는 제가 즐겨 찾는 브랜드의 차 포장입니다. 더이상 실용적일 수가 없어요.
다시 봉할 수 있는 불투명 은박 봉투라서 찻잎을 최대한 신선하게 보관하기 좋고, 차 광고 문구와 차 우리는 지시사항이 포장 앞 뒤로 잘 보이게 적혀 있어 우릴 때 참고하기에도 편합니다. 세워 놓기 좋게 설계돼 있고요. 지통에 담겨 나오는 한국 녹차들은 뻑뻑해서 우선 지통 뚜껑을 여는 것 자체가 힘들고, 은박 봉투를 개봉하고 나면 그 다음엔 밀봉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밀폐용기로 옮기든지, 전열 실링기로 매번 봉하든지, 입구를 돌돌 접어 말아 강력 집게로 집든지 해야 합니다. 오래된 홍차 깡통은 훗날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이 될 수 있지만 오래된 한국 녹차 지통은 쓸 데가 별로 없어요. 저도 집에 한국 녹차 지통 많은데 버리자니 아깝고 물건을 담아 보관하자니 애매합니다.
60g에 십만원이나 하는 한국 녹차 포장입니다. 일단 개봉하고 나면 지통은 정말이지 쓸모가 없어요. 지통에 욱여 넣었던 거라 한국 녹차는 항상 은박 봉투가 잔뜩 구겨져 있고 후줄근합니다. 지통에 도로 구겨 넣을 때 행여 안에 든 찻잎 부러질까 노심초사하게 되고요.
포장 좀 보세요. 바탕색과 글자색이 비슷해 내용을 읽을 수가 없어 창가에 갖고 가 이리저리 뒤척여 겨우 읽었습니다. 주술 관계도 안 맞는 광고 문구에, 같은 내용을 앞뒤로 두 번이나 반복하고, 짧은 시를 한 수 적어 놨는데 표현이 애매한데다 영어도 문제. '우리는 법'은 'how to drink'보다는 'how to brew'나 'brewing instructions'로, 재탕 삼탕을 말할 때도 'use'보다는 'brew'나 '(re)infuse'로 쓰는 게 더 자연스러운데... 차 맛을 논할 때도 'You can enjoy ~'보다는 차를 주어로 'It has'로 쓰는 게 더 낫고요.
그리고, '식약청'이 아니라 '식약처'일 텐데?
게다가, 위쪽에는 "전통적인 덖음차 제다법으로 만들"었다면서 아래쪽에는 "녹차(증제차) 특급"이라고 써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 뭐예요? 이거 덖음차예요, 증제차예요? 무슨 차 포장이 이렇습니까?
건강식품, 깍쟁이 이미지의 녹차
녹차와 홍차는 같은 카멜리아 시넨시스 잎으로 만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음료로 인식이 되지요. 홍차는 오히려 그 느낌이 커피에 더 가깝습니다. 영국에서도 홍차는 커피와 함께 휴식과 위로를 주는 음료로 인식되는 반면, 녹차는 "나 이제부터 살 좀 빼고 좋은 음식 챙겨 먹으면서 건강하게 살 테야." 결심한 사람들이 마시는 건강 음료로 인식됩니다. 녹차 = 건강 음료, 녹차 = 약. 이렇게 생각하는 건 우리 한국도 마찬가지죠? 그러니 녹차는 기호식품이 되기에는 그 자체에 이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거지요. 생산자들이 자기네 녹차 내놓고 건강 미인 운운하거나 '효능 드립' 하는 거, 이제 그만 두어야 합니다. 역효과 나요. 끼니 때는 건강한 밥상 차려 먹고 싶어도 간식이나 휴식 시간에는 몸에는 좀 나쁠지언정 좋아하는 '쑤딩soothing'한 음료 마시고 위로를 얻고 싶어요. 다들 그렇게 느끼시죠? 홍차는 우유를 붓거나 설탕을 넣을 수 있고 거대한 티푸드 세계를 거느리고 있으니 사정이 녹차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대용차 천국 -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
한국에서 녹차가 인기 없는 이유로 다들 커피를 지목하지요. 만일 커피 못 마시게 국가가 강제하면 녹차가 인기를 끌 수 있을까요? 아니오. 커피 외에도 한국에는 대용차가 많습니다. 보리차, 메밀차, 둥글레차, 율무차, 유자차, 모과차, 대추차, 감잎차, 국화차... 구수하거나 달착지근한 맛 나는 맛있는 대용차들이 참 많죠. 심지어 식후에 마시는 숭늉도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습니까. 제가 예전에 영국인 지도교수께 둥굴레차를 우려 드린 적 있는데요, "별걸 다 우려 마시는 걸 보니 한국인들은 창의력이 뛰어나군!" 하시면서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곡물 의존도가 높아서 그런지 우리 한국인들은 구수한 음료 찾는 게 아예 DNA에 떠억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커피도 콩 볶은 거라 구수한 음료 축에 들어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습니다. 그러니 녹차가 이런 진하고 구수한 맛 내는 음료들을 당해 낼 수가 없지요. 녹차도 어떤 것들은 인절미 콩가루 같은 고소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만, 그 강도가 매우 약합니다. 점심 식사로 이제 막 김치찌개나 시뻘건 낙지볶음, 제육볶음 먹은 사람이 마비된 혀로 식후 섬세한 녹차 맛을 잘 느끼기는 좀 힘들 거라는 생각,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죠. 매운 음식 먹고 나면 구수한 맛 음료나 유제품 든 음료로 불 꺼야지, 녹차로는 어림도 없어요. 더 진한 맛으로 '어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찻집들이나 차 회사들이 다관에 담는 녹차 양과 티백에 담는 녹차 양을 점점 줄이고 있다니, 판단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탕반 문화
게다가, 뿌까 님이 언급하셨듯 한식은 늘 국이나 찌개, 전골 등 국물을 동반하는 식문화라 중국인들처럼 물기 적은 음식 먹으면서 차를 함께 즐기는 것도 할 수가 없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권 음식 우표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중화권에서는 밥집이 곧 찻집이더군요.
녹차는 홍차만큼 다양하지가 않고 변주가 적다는 생각은 한국에서만 통한다
영국은 홍차와 커피의 나라이긴 하지만 가향 녹차 분야 역시 한국보다 훨씬 발달해 있습니다. 수퍼마켓 선반에 부재료 넣어 맛낸 맛있는 가향 녹차들이 즐비합니다. 부재료 안 든 기본 녹차들도 일본 녹차 여러 종류, 중국 녹차 여러 종류가 놓여 있어요. 저도 집에 블렌딩 잘 된 가향 녹차 몇 종류를 사다 놓고 마십니다. 한국의 오설록이 기왕 가향 녹차를 내기로 했으면 좀 덜 인공스럽게, 맛있게 잘 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난꽃 성분은 하나도 들지 않은 오설록 '제주난꽃향 그린티'와 '웨딩 그린티' 마시고 나서 한탄을 한 적 있어요. 경이로움 님도 지적해 주셨습니다만, 인공향이 얼마나 독하던지, 개봉한 찻잎에서 심지어 볼펜 심 잉크 냄새가 다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가뜩이나 맛이 여린 녹차인데, 티백에 찻잎은 또 왜 그렇게 적게 담고, 값은 또 왜 그렇게 비싸게 받는 걸까요? 티백 하나당 겨우 1g을 담고 (그것도 꽃잎 무게를 포함해서) 티백 세 개 3g에 4,500원이라니, 이거 믿을 수 있나요? 인공향 씌운 녹차가 어째 가향 녹차의 최고봉이라는 중국의 자스민 구슬 녹차茉莉珍珠茶 최고 등급보다도 비쌉니다. 마실 만한 차가 비싼 건 '어휴' 심호흡 한 번 하고 마실 수 있지만, 마실 만하지 않은 차가 비싸면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옵니다. 이렇다할 차 브랜드가 드문 한국 상황에서는 오설록이라도 분발해 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나, 지금으로선 하여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녜요. 젊은이들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가향 녹차 쪽도 신경을 써야 하긴 할 텐데, 어설프게 외국 흉내 내 겉멋부터 부릴 생각 말고 좀 합리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에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대중적인 녹차들을 올려 봅니다. 목록이 좀 깁니다.
수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이런 대중적인 녹차들 말고, 보다 진지한 차 애호가들을 겨냥한 고급 녹차 온라인 차상들도 영국에는 수두룩합니다. 제가 애용하는 온라인 차상 몇 군데 중 한 곳의 녹차들을 올려 봅니다.
다들 한국 녹차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만, 잘 만든 맛있는 한국 녹차들이 있다는 걸 이곳 바이어들도 분명 알고 있을 텐데 취급하지 않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의 셋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 일정 양을 일정 품질로 꾸준히 공급 받는 게 어렵다고 판단 (2) 차 맛은 좋으나 값이 너무 비싸 중국·일본 고급 녹차들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판단 (3) 위의 기사대로, 한국 녹차는 표준이 없어 영국에 소개하기가 애매하다고 판단.
구색 갖춰 늘어 놓고 즐기기 좋아하는 영국인들이라 조건만 잘 맞으면 한국 녹차도 열심히 들여 놓을 텐데요. 국내 소비가 부진하면 수출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하여간 업계가 합심해 표준도 마련하고 수출할 궁리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프랑스 브랜드인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ères에서 한국 녹차라고 파는 거, 너무 왜색 짙다는 생각 안 드세요? 기분 막 좋아지려다가 김이 좀 샜습니다.)
영국은 녹차 시장도 큽니다. 녹차 마시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는 통계를 요즘 영국 신문에서 심심찮게 봅니다. 영국은 차 생산국이 아니라서 차 관세가 없고 VAT도 일절 안 붙습니다. (영국에서 차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감자와 같은 생필품으로 분류됩니다.) 차 소비가 많고 브랜드도 많으니 경쟁이 치열해 녹차도 좋은 값에 즐길 수가 있어요. '비산지의 역설'이라고나 할까요. 산지 사람들은 자기들이 생산한 것만 먹게 될 확률이 높지만, 비산지 사람들은 낮은 관세 덕에 여러 나라에서 들여온 것들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가성비 좋은 것들을 골라 사 올 수 있다는 역설. 이건 제가 쌀 이야기 할 때도 언급한 적 있지요. ☞ 한국인보다 더 다양한 쌀을 먹는 영국인
한국 차 농가들이 얼마나 힘들게 녹차를 생산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인건비 비싸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경이로움 님 말씀대로, 그럼 인건비 더 비싼 일본은 뭔가요?) 513.6%나 되는 어마어마한 관세로 철통 같은 보호를 받고 특혜를 누리고 있으면 죽는소리 그만 하고 이제는 그에 걸맞은 가격과 품질의 녹차를 국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저는 한국이 발효차 산업에까지 뛰어들어 청차나 홍차 관세마저 녹차 수준으로 올려 놓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러면 영국에 망명 신청해야죠. 한 용감한 시민이 관세청에 따져 묻습니다. ☞ 차 관세가 왜 이리 높습니까?
'자국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매긴다'는 개념이 저는 종종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식량 자급률도 낮은 나라가 "신토불이" 외치고 있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우리보다 식량 자급률이 높은 영국도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유지가 필요하다 싶으면 자국에서 멀쩡히 잘 생산하고 있어도 외국에서 같은 농산물을 부지런히 수입해 들여 놓습니다. 영국산 파가 놓여 있다가 어느 날은 독일산 파가 놓여 있기도 합니다. 국내산 농산물 공급이 달린다고 마냥 가격이 치솟도록 방치하지 않습니다. 생산량이 달리는 농산물뿐 아니라 생산량이 넘치는 농산물도 수입을 합니다. 사과 생산이 활발한 나라인데도 제철에 타국 사과들을 또 수입해다 들여 놓습니다. 자기네 치즈만 먹고 살아도 될 만큼 치즈 가짓수도 많고 생산량도 넘치는 나라인데 외국 치즈들을 또 잔뜩 들여 놓습니다.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존중해서입니다. 많은 농축산물들이 그렇습니다. 봐주는 거 없어요. 외국의 값싼 농산물이나 질 좋은 농산물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농부들이 보통 노력하지 않으면 안 돼 그 덕에 영국 농축산물은 값도 적당하면서 품질도 아주 좋습니다. 제가 농업 쪽은 잘 모릅니다만, 마냥 꽁꽁 보호해야 할 게 아니라 영국처럼 경쟁을 시켜 튼튼한 체질이 되도록 하는 게 궁극적으로는 맞는 농업 정책 아닌가요? 한국은 농업 정책이 어째 국민이 아니라 생산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가성비 떨어지는 우리 녹차 소비하게 하려고 국민들이 외국 녹차 사는 걸 이토록 힘들게 만들다니, 생산자보다 그 수가 훨씬 많은 소비자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지요.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까지 나서서 오랫동안 보호를 잘 해줬으면 이제 그만 골골대고 일어나 소비 진작을 위해 가성비 좋은 제품 만들고, 손님 끌어모으고 상품 내다 팔 궁리를 해야지, 남의 것 배척할 궁리만 하고 있으면 안 되죠. (쌀도 마찬가지.)
여기서 즐겨 먹던 인도 쌀, 태국 쌀, 일본 쌀, 이태리 쌀, 스페인 쌀, 한국 가면 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한없이 슬퍼집니다. 저도 한국에서 외국산 사과와 쌀 맛보고 싶고, 영국인들처럼 일본 녹차, 중국 녹차, 자유롭게 수퍼마켓에서 사서 맛보고 싶어요. 하여간 지금으로선 한국 녹차 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하고 마음이 복잡해지고 그렇습니다. 저 기사에 있는 것 같은 전문가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한번 진단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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