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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루바브 ③ 루바브 크럼블 Yorkshire Forced Rhubarb PDO Crumble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루바브 ③ 루바브 크럼블 Yorkshire Forced Rhubarb PDO Crumble

단 단 2015. 3. 6. 00:00

 

 

 

 

루바브 활용 음식 - 마지막으로 오늘은 루바브 크럼블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시판 제품을 하나 사 먹어 감을 잡고 기준점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헤스톤 블루멘쏠의 루바브 크럼블을 사 왔습니다. 재료를 보니 루바브만 쓰지 않고 식감을 보강하기 위해 아삭한 브램리 애플을, 색을 보강하기 위해 딸기를 더 넣었습니다. 유심히 관찰해 보니, 미슐랑 스타 셰프들은 단일 재료로 음식 만드는 걸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과일도 식감, 맛, 색을 모두 고려해 꼭 두어 가지를 섞거나, 치즈도 기본 두 가지 이상은 쓰는 것 같습니다.

 

 

 

 

 

 

 



크럼블 안에 파릇파릇한 잎이 듬성듬성 보이죠? 로즈마리를 넣었네요. 시식평을 보니 이 로즈마리 때문에 소비자 간에 호불호가 극명히 갈립니다.

 

"로즈마리 맛밖에 안 나!"

"짭짤한 고기 요리도 아니고, 디저트에 웬 로즈마리야?"

"난 엄청 맛있구만, 왜들 난리지?"


하도 사람마다 평이 극과 극이라 궁금해서 먹어 보았는데, 저는 로즈마리 든 것도 나쁘지 않은걸요? 크럼블에서 로즈마리향이 확 풍기니 첫술에는 약간 낯설었으나 다 먹어 갈 즈음에는 로즈마리 맛보다는 새콤달콤한 과일 맛이 혀에 축적돼 아주 맛있었습니다. 이 양반이 원래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합니다. 시식자로 하여금 갑론을박하게 만드는 악동 같은 구석이 좀 있죠. 저는 그 실험정신이 마음에 듭니다. 이 양반 제품은 그간 이것저것 꽤 많이 맛보았는데, 제 입맛에는 대체로 잘 맞았습니다. 전혀 엉뚱한 재료들이 가끔씩 들어가 있어 먹는 재미가 있어요.

 

 

 

 

 

 

 



크럼블에 건조 코코넛 채와 포리지용 납작 누른 귀리가 더 들어가 색다르면서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귀리와 코코넛 채를 넣기로 했습니다. 딸기가 별도로 들어 색이 더 빨갛고 예쁘죠? 아쉽게도 사과는 제철이 이미 지났고 딸기는 아직 제철이 아니니 저는 그냥 루바브만 써서 만들어야겠습니다.

 

 

 

 

 

 

 



흐음...
맛을 보니, 확실히 서양 요리사들은 음식에 있어 식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단단한 브램리 애플을 추가해 자칫 물컹거리기만 할 수도 있을 루바브 콤포트에 아삭함을 더했습니다. 바삭한 크럼블 안에는 또 귀리가 꼬득꼬득 씹혀서 좋고요. 역시 헤스톤.

 

 

 

 

 

 

 



이건 제가 구워 본 루바브 크럼블입니다. 어제 만들어 둔 ☞ 루바브 콤포트를 썼습니다. 사과와 딸기 없이 저는 루바브만으로 만들었는데, 2인분을 위한 크럼블 토핑 재료와 양은 아래와 같이 정했습니다. 로즈마리는 넣지 않겠습니다. 저 혼자 먹을 거라면 흔쾌히 넣겠는데, 만들어서 남을 대접할 거라면 아무래도 로즈마리는 무리일 듯합니다. 한국인들은 향초를 특히 더 낯설어 하는 경향이 있으니 조심해야겠죠.

 

 포리지용 귀리oat 100g
밀가루 50g
설탕 50g
건조 코코넛 채 1큰술 수북이 [1큰술=15ml]
버터 100g

 

위의 재료를 한데 섞어 손으로 버물버물 뭉쳐 준 뒤 콤포트 위에 빼곡히 뿌려 200˚C 오븐에서 35분 정도 구웠습니다. 팬 달린 오븐은 180˚C로 맞추면 됩니다. 집집마다 오븐 특성과 성능이 다 다르니 시간은 각자 알아서 정하셔야 합니다. 크럼에 노릇노릇 구운 색이 나고 용기 가장자리에 루바브 콤포트 시럽이 보글보글 끓으면 다 된 겁니다. 용기 가장자리에 끓은 흔적이 보이죠? 지저분해 보여도 저 자국이 남아 있어야만 제대로 구웠다는 증표가 됩니다.

 

 

 

 

 

 

 

 



내가 만들었지만 거참 맛있네.
어우, 뿌듯해.


헤스톤 덕 좀 봤습니다. 코코넛과 귀리를 추가한 헤스톤의 판단은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커스타드를 끼얹어 먹으니 훨씬 맛있네요. 영국인들은 뜨거운 디저트를 먹을 때는 따끈한 커스타드를 끼얹어 먹곤 합니다.

 


이로써 올해의 요크셔 포스트 루바브를 활용한 영국음식 도전기를 모두 마칩니다. 루바브 파운드 케이크, 루바브 팬케이크, 루바브 그라놀라, 루바브 풀, 루바브 트라이플, 루바브 크럼블을 만들었습니다.


참, 한국의 블로거들 중에는 크럼블을 만들어 소개하면서 프랑스 음식이라고 쓰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군요. 크럼블은 영국음식입니다. 집에서 맛있는 서양 음식 해먹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나, 멀쩡한 남의 나라 음식의 국적을 바꾸는 건 아니 될 일이지요. '크럼블'이라는 단어가 영어 단어입니다. 파이의 나라 영국이 식료품과 물자가 귀했던 저 2차대전 때 음식의 위 아래에 모두 파이지를 두를 만큼 충분한 밀가루를 얻을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크럼을 만들어 위에만 보슬보슬 뿌려 준 데서 유래한 음식입니다. 온갖 과일을 재료로 써서 만들 수 있는데, 애플 크럼블과 이 루바브 크럼블이 프룻 크럼블 중에서는 가장 유명합니다. 제철 채소를 넣고 치즈 소스를 부어 짭짤한 크럼블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리크 크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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