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결혼기념일 ④ 오이냉국 Chilled English Cucumber Soup 본문
미슐랑 스타 셰프 집밥 네 번째.
오늘은 오이냉국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뭣? 오이냉국?!
네, 오이냉국이요.
영국인들도 오이냉국을 먹습니다. 그런데 오이가 좀 달라요. 나라마다 기후 풍토가 다르니 오이도 각 나라 사정에 맞춰 재배를 하지요. 그래서 한국 오이는 영국에서 못 보고, 영국 오이는 한국에서 못 봅니다. 영국에서는 귀족들 사이에 여흥으로 온실재배가 유행을 해 17세기부터 온실재배법이 큰 발전을 하게 되었는데, 오이도 그 덕을 좀 보았습니다. 오늘날 학계에서 오이를 분류할 때 이 영국식 오이를 꼭 언급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말로는 영국온실큰오이라 부르고 영어로는 'English cucumber', 'European cucumber', 'burpless cucumber', 'hot house cucumber'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이 영국식 재배법을 채택해 영국 밖에서도 많이들 재배를 합니다. 보통 오이에 비해 비싸긴 하나 돈을 더 지불하고 사 먹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장점이 많아요.
일단, 길이가 30cm 이상으로 길면서 곧은데다 오이 전체가 짙은 녹색을 고르게 띠고 있어 매우 잘생겼습니다. 보통 오이는 지름 대비 길이가 약 1:4 정도 되는데 영국온실큰오이는 1:6 정도 됩니다. 비닐에 감싸 출하를 하기 때문에 수분 손실을 염려해 왁스를 칠 필요가 없어 안심하고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껍질이 얇은데다 가시 없이 매끈한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가장 큰 장점은, 씨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씨 없이 씨 자리만 있죠. 씨가 많으면 쓴맛이 많이 나고 장에 가스가 찬다고 하지요. 그래서 'burpless cucumber'라고도 불리는 모양입니다. 길고 곧고 껍질이 얇으면서 색이 고르게 진하고 씨가 없어 요리사들이 이 영국식 오이를 좋아합니다. 영국인들이 아프터눈 티에 오이 샌드위치를 올려 왔던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죠. '샌드위치에 고기도 없이 덜렁 오이만 넣다니!' 하는 한국인들 많은데, 그 오이가 보통 오이가 아닌 겁니다. 길이로 얇게 저며 써야 하니 씨 있는 보통 오이로는 깔끔하게 잘 만들기가 어려워요. 빅토리안 시대(1837-1901)와 에드워디안 시대(1901-1910)에 오이 샌드위치가 특히 유행을 했었고, 지금도 여름철 크리켓 시즌에 오이 샌드위치를 많이 찾습니다. 오이 제철이 막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고요.
갈수록 복잡한 조리법이 등장할 거라는 여러분의 기대와 달리 오늘 음식은 간단합니다. 복잡한 마커스 웨어링Marcus Wareing 것과 간단한 톰 케리지 것 중 어느 걸로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오이 철을 맞아 집에서 쉽게 만들어 드실수 있도록 쉬운 레서피 쪽으로 택했습니다. 민트가 깻잎 비슷한 맛을 내고, 아몬드를 함께 갈아 한국의 냉콩국 비슷한 맛도 좀 납니다. 고소해요. 설탕을 넣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오이냉국처럼 달지는 않습니다. 야외 바베큐 즐길 때 전채처럼 내보세요. 걸죽해 보이지만 오이 입자가 가운데에 모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고, 얼음이 녹으면 좀 더 희석이 됩니다. 4인분을 만들기 위한 레서피입니다.
"와와" (→ 요리 솜씨 좋은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
네? 복잡한 마커스 웨어링 것도 소개하라고욤? ㅋ
오,오늘은 일단 간단한 톰 케리지 것으로;;
재료
• 토닉 워터tonic water 150~200ml, 천연 퀴닌quinine이 든 것으로
• 민트, 작은 크기 잎으로 한 움큼, 장식용 몇 개 남기고 채썰 것
• 아몬드 20g, 껍질 있어도 상관 없음
• 오이English cucumber 3개. 길이가 약 30cm쯤 되는 오이이니 한국 오이로 할 때는 개수를 늘려야 함
• 마늘, 알 작은 것으로 딱 한 알, 잘게 다지기
•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 3큰술 [1큰술=15ml]
• 그린 칠리 반 개, 씨 털고 2~3mm 크기로 작게 네모 썰기
• 사워 크림soured cream 3큰술
• 소금·후추
• 질 좋은 올리브 오일이나 냉압착 유채유cold pressed rapeseed oil
1. 얼음틀 각 칸에 토닉 워터를 붓고 민트 잎을 하나씩 넣어 하룻밤 얼린다. 민트 잎을 품은 토닉 워터 얼음을 만들려는 것이다.
※ 집에 있는 냉장고가 싸구려 초소형이라 냉동칸이 없어 냉장고 한쪽 성에 많이 끼는 곳에 의지해 얼음 두 조각 겨우겨우 얼렸습니다. 그래서 사진 속 얼음이 저 모양입니다. 아이스크림도 못 사다 놓는다니까요. 어휴.
2. 아몬드도 물에 담가 하룻밤 불린다.
3. 오이를 길이로 반 갈라 씨가 있으면 제거하고 깍둑 썰어 소금을 뿌린다. 잘게 다진 마늘, 채썬 민트 잎과 함께 버무려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하룻밤 둔다.
※ 오이 품종별로 껍질의 쓴 정도가 다 다르니 사용할 오이의 껍질을 조금 벗겨 미리 맛을 한번 보세요. 쓴맛이 나면 벗기고 쓰셔도 됩니다. 특히 미뢰 예민한 아이들과 함께 먹을 예정이라면 섬유질과 영양소가 좀 아깝긴 해도 껍질을 과감히 벗기고 쓰는 게 좋습니다. 왁스 처리한 오이는 소금으로 문지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무조건 벗겨서 쓰시고요.
4. 맛낸 오이, 불린 아몬드, 요거트를 블렌더에 넣고 곱게 간다. 간이 알맞은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소금을 더 넣는다. 다시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힌다.
5. 차게 식었으면 냉장고에서 꺼내 사워 크림과 고추 다진 것을 넣고 잘 섞는다. 너무 되면 물을 약간 더해 희석해도 된다. 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6. 차게 식힌 그릇에 오이냉국을 옮겨 담아 가운데에 민트 얼음을 띄우고 후추와 오일을 뿌려 낸다. 취향에 따라 민트 잎, 사워 크림, 요거트 등을 위에 더 얹어도 좋다. 끝.
'영국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음식] 영국 자두 끝내준다 (19) | 2015.09.11 |
---|---|
에그 쿠커, 달걀 찜기 장만기 (12) | 2015.09.10 |
결혼기념일 ⑥ 리크 위에 연어 위에 브라운 쉬림프 위에 연어 껍질, 그리고 호스래디쉬 거품 (13) | 2015.08.03 |
결혼기념일 ⑤ 큐민 거품과 완두콩 퓨레를 곁들인 관자 (15) | 2015.07.27 |
결혼기념일 ③ 햄 호크 버터를 바른 토스트 Ham Hock Butter with Hot Toast (21) | 2015.07.19 |
결혼기념일 ② 가지 퓨레를 곁들인 가지 튀김 (14) | 2015.07.18 |
결혼기념일 ① 토마토 칠리 잼을 곁들인 참깨 체다 볼 (10) | 2015.07.18 |
[영국음식] 구즈베리 풀 Gooseberry Fool (16) | 2015.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