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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⑥ 리크 위에 연어 위에 브라운 쉬림프 위에 연어 껍질, 그리고 호스래디쉬 거품 본문

영국음식

결혼기념일 ⑥ 리크 위에 연어 위에 브라운 쉬림프 위에 연어 껍질, 그리고 호스래디쉬 거품

단 단 2015. 8. 3. 00:00

 

 


나아 참, 제목 좀 보세요. 서양 음식 이름 붙이기 힘듭니다;;
코쟁이들은 메뉴에 음식 이름을 길게 적고 음식 설명을 자세히 써 놓는 습관들이 있지요. 손님이 음식 고르는 데 도움을 주고, 또, 특정 재료를 못 먹거나 먹으면 큰일 나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그런 거지요. 

입이 짧은 저는 한국에서 백반집 갈 때마다 난처한 적이 많았는데, 반찬으로 뭐가 나올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내 돈 내고 음식을 사 먹으면서도 안 먹어 그대로 남기거나 돌려 보내는 반찬이 꼭 한두 가지씩은 있어 여간 돈 아까운 게 아니었습니다. 백반집들도 차림표에 반찬을 일일이 명기하고 손님이 골라 주문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돈 내고 음식 사 먹으면서 쌀밥을 빼고는 무슨 음식이 나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니,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일 듯합니다.

서양은 음식점 메뉴판이 자세하다는 것, 어떤 식당을 가도 채식 요리가 반드시 있다는 것, 그리고 손님 상에 너무 뜨거운 음식은 내지 않는다는 것 - 저는 이런 점들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여럿이 나눠 먹어야 하는 자리에 김 펄펄 나는 음식 나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녜요. 

도전정신, 가상하도다
오늘 요리는 다쓰베이더가 만들었습니다. 고든 램지 레스토랑들 중에 <Maze>라는 데가 있는데 그곳에서 냈던 음식입니다. 연어를 좋아해 음식 사진만 보고는 눈이 '번쩍' 해서 레서피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는데 메뉴에 적힌 음식 제목과 설명만 보고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레서피가 없어요. 사실 재료들이 하나같이 다 맛있는 것들이라 누가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을 겁.. 아, 이렇게 말하면 영감이 섭섭해 하려나요?

생선 껍질이 특이하오
서양인들은 음식 먹을 때 다채로운 식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고급 식당일수록 꼭 바삭한 식감 내는 것들을 접시 위에 같이 올리곤 하는데, 오늘 요리에서는 따로 구운 저 연어 껍질이 그 역할을 합니다. 생선 껍질을 저렇게들 많이 활용을 합니다. 생선맛 과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맛있어요.

새우가 왜 저리 찌질하오
저게 북해산 브라운 쉬림프crangon crangon라는 겁니다. 북해를 끼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다들 먹고 있을 텐데, 영국에서는 저 맛난 새우가 영국 서쪽과 동쪽 바다 양쪽 모두에서 납니다. 복 받았죠. 모어콤 만Morecambe Bay에서 잡힌 것들을 최상품으로 치는데, 값이 비싸 저희는 큰맘 먹고 아주 가끔씩만 사 먹어요. 크기는 작은데 맛의 강도는 일반 새우 열 배는 농축시켜 놓은 듯한 진한 맛이 납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음식에 짜릿한 악센트를 줄 수 있어 여러 요리에 곁들이며, 해산물 요리뿐 아니라 고기 요리 위에도 올리곤 합니다. 영국에서는 버터와 함께 토스트에 올려 먹기도 합니다[potted shrimps].

음식에 거품 끼었소
파도가 해변에 부딪혀 만드는 포말을 연상케한다고 요즘은 해산물 요리에 저런 맛낸 거품들을 곁들이는 게 유행입니다. 관자 요리할 때 제가 큐민으로 맛낸 거품을 올렸었죠? 다쓰베이더가 이번에는 연어에 잘 어울리는 알싸한 호스래디쉬
horseradish로 거품 맛을 냈습니다. 참, 찌개나 국 끓일 때 보통은 지저분하다고 위에 뜨는 거품을 죄 걷어서 버리잖아요? 그런데 그 거품에 온갖 향기 성분과 맛이 농축돼 들어 있다면서요? 손님 상에 낼 게 아니라면 걷지 말고 국물에 잘 섞어서 먹어도 괜찮다고 합니다. 

파가 깔려 죽기 일보직전이오
우리나라 대파와는 맛과 질감이 다른 리크leek라는 서양 파입니다. 제가 양파 다음으로 좋아하는 파입니다. 크림과 소량의 체다를 써서 고소한 맛을 냈다고 합니다.

재료가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음식
각각의 재료가 맛있는 것들이니 조합해서 나온 결과물도 과연 훌륭합니다. 맛이 아주 좋았는데, 몇 번 더 해먹어 보고 재료 양이 확정되면 그때 레서피를 자세히 써 드리겠습니다. 생선 껍질 '과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생선 껍질 버리지 마시고 바삭하게 구워 꼭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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