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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음식] 영국 자두 끝내준다

단 단 2015. 9. 11. 00:00

 

 

 

 영국 유학생 여러분,

당장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에 달려가

이렇게 생긴 자두를 사십시오.
품종이 금방금방 바뀌니 지체말고

지금 나오고 있는 저 길죽한 흑자색의 자두를 사 드세요.

 

 

 



플럼트리氏의 플럼 사랑
제가 성이 '자두나무'입니다. '오얏나무 이'씨예요. 영어로는 '플럼트리Plumtree'씨가 되겠습니다. 영국에도 실제로 있는 성입니다. 자두나무씨라서 제가 자두를 좋아합니다. 내 새끼 같달까요. 쿨럭;; (자두의 'laxative effect'는 유명하죠. 효과 끝내줍니다.)


조선 왕조 오백년 동안은 벚꽃을 닮은 저 예쁜 ☞ 오얏꽃
이 국화 노릇을 했었고, 고종의 결정으로 한때 황실 문장으로 쓰이기까지 했었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현대에 와서는 멋대가리 없어 아무도 찾지 않고 진딧물이나 바글바글 꼬이는 무궁화로 국화가 바뀌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어여 되돌려야 합니다.

 

신맛 많은 과일을 좋아해 수박, 참외, 멜론, 배 같은 달기만 한 과일은 잘 안 먹고 파인애플, 망고, 천도복숭아, 포도, 자두, 사과, 감귤류 등을 즐겨 먹습니다. 딸기도 신맛 많은 걸 좋아합니다. 신과일의 '끝판왕'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자두죠. 원래는 오얏 중에 자색이 나는 것들을 자두라고 따로 불렀다는데, 요즘은 빨간 것, 노란 것도 그냥 다 자두라고 부르지요. ☞ 자두와 오얏


영국산 자두 중에 동그랗지가 않고 길죽하면서 흑자색이 나는, 할로윈 삘의 카리스마 넘치는 자두가 있어요. 마녀 입술 색깔을 하고 있죠. 작년에 맛이 아주 잘 든 것을 끝물에 우연히 먹어보고 '폭풍 감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품종 이름을 안 적어 뒀어요. 바보 같으니.) 플럼트리씨가 내 인생 최고의 플럼이라고 극찬을 하며 먹었는데 끝물이라 겨우 두 번 사 먹고 나니 자취를 감춰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더 맛있어진 올해 자두
영국산 자두가 현재 제철입니다. 7월 하순부터 9월 하순까지가 제철인데 9월에 나오는 흑자색 길죽한 것들이 특히 맛있습니다. 품종별로 수확 시기가 다르며, 한 품종당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3주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귀 쫑긋, 눈 부릅 뜨고 있다가 올해는 흑자색 길죽한 자두가 나오자마자 사 왔습니다. 작년 9월 자두도 맛있었는데 올해의 9월 자두는 조건이 더 좋았는지 더 맛있어졌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자두와 달리 속살에까지 윤기가 잘잘 흐르면서 과육이 단단하고 매끄럽고 쫄깃해 관능적인 느낌이 납니다. 식감이 한국 자두와 많이 달라요. 속살 빛깔도 샛노랗습니다. 당도와 산도 모두 엄청나게 높아 한입 깨물 때마다 신음을 내뱉으며 먹고 있습니다. 품종 자체도 특별히 맛있는 것이었겠지만 가지에서 충분히 익힌 다음 딴 거라서 풋내와 신맛만 있는 미리 딴 자두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 벌써 자두 색깔이 다르잖아요.

 


'Home Ripening' 과일 사지 말고
'Tree Matured'나 'Perfectly Ripe'으로 사라

영국 수퍼마켓들은 과일을 미리 딴 것들과 가지에서 충분히 맛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 딴 것,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해 냅니다. 저는 늘 돈을 좀 더 주고 가지에서 완전히 익힌 것을 사 먹습니다. 유통기한이 그만큼 짧아지니 소비자가 돈을 더 지불해야 하죠. 돈 아낀다고 덜 익은 과일을 사다 집에서 익혀 먹어 본 적도 있는데, 집에서는 과육만 물러지고 제대로 맛이 들질 않습니다. 가지에서 충분히 익은 과일과는 맛이 천지 차이예요. 소비자가 집에서 익혀 먹어야 하는 싼 가격의 미리 딴 과일들을 ' Home-ripening' 과일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런 덜 익은 맛없는 과일을 먹고 나면 인생에 회의를, 세상에 염증을 느끼며 우울해 하다가 종국에는 난동을 부리며 매우 포악해집니다. 남편 경력 15년차 베테랑 다쓰베이더는 이걸 잘 알아서 잘 익은 과일을 골라 사 들고 옵니다. 제대로 익힌 다음 수확한 자두들은 수퍼마켓 선반에서 이틀도 잘 못 갑니다. 수퍼마켓들로선 소비자한테 맛있는 자두 먹이겠다고 큰 모험을 하는 거죠. 사 와서 하루만 냉장고에 두어도 쭈글쭈글 늙습니다. 사 온 날 탱탱할 때 바로 먹는 게 좋아요. 맛있는 과일 먹으려면 수퍼마켓도 소비자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플럼 잔뜩 올린 엄청나게 맛있는 웨이트로즈 고급 타트.

잡솨봐. 오돌오돌 육질이 끝내줘.

 


플럼 타트 만들기 귀찮으면 웨이트로즈의 <Seriously Fruity> 사 먹으면 된다

원래는 영국인들이 이맘때 잘 해먹는 플럼 타트나 플럼 푸딩을 만들어 소개하려고 했는데 지금 나오고 있는 저 생플럼이 지나치게 맛있어서 사 오는 족족 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베이킹 할 기회가 좀처럼 오질 않고 있습니다. 제철에는 그냥 생으로 먹다가 철 지나면 수퍼마켓에서 고급 플럼 타트나 사다 먹어야겠습니다. 고급이래봤자 저 크고 무거운 타트가 우리돈으로 만원도 안 합니다[£4.99]. 한참 먹어요. 재료도 집에서 만든 것만큼 좋으면서 맛도 좋아 시간 없는 분들은 사 먹는 게 더 낫습니다.

 


동그랗고 빨간 자두보다는 흑자색의 길죽한 영국 자두가 맛있다
좌우간, 제 경험상 영국에서는 동그란 빨간색 자두들이나 수입 자두들보다 늦여름에 나오는 흑자색의 길죽한 영국산 자두들이 훨씬 맛있었으니 이런 것들을 보시면 사서 맛을 보시고 특별히 맛있는 것들은 내년을 위해 구입 날짜와 품종을 기록해 두세요. 흑자색 길죽한 자두에도 품종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자두 제철일 동안에는 매대에 올라오는 품종이 계속해서 바뀌니 어제 본 자두와 오늘 본 자두가 모양과 색은 똑같아 보여도 다른 자두일 때가 많습니다. 변비 있으시다고요? 자두 드세요. 말린 자두로 만든 프룬 주스는 효과가 너무 세서 낭패 봅니다. 외출을 할 수가 없어요. 생자두로 드세요.

 

Valor ★★★★★ 위에서 극찬한 자두. 2015년 9월 8일 구매.
Hagenta ★☆☆☆☆ 흑자색 자두라도 맛없는 게 있음. 2015년 9월 20일.
Hagenta ★★★★☆ 덜 익어서 맛이 없던 거였음. 2015년 9월 30일.

 


☞ 독일 사시는 블로그 이웃께서 비슷한 자두로 플럼 푸딩 만드신 이야기
독일 자두도 아주 맛있다고 합니다. 제가 요즘 사 먹고 있는 자두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독일 풍광 사진들을 가만 보면 기후나 자연 환경이 영국과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농산물 제철도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고요. 이 분이 정원 사진 찍으신 걸 보면 꼭 우리 동네 이웃들의 정원을 보는 것 같아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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