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음식우표] 말레이시아 2010 -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들 본문

음식우표

[음식우표] 말레이시아 2010 -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들

단 단 2014. 11. 1. 01:30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말레이시아.

동쪽 보르네오 섬의 사라왁과 사바를 눈여겨보세요.

 

 

 

 

 

 

 

전체 200×153mm, 우표 한 장 35×35mm.

 



우표 수집가들의 특징 - 세계 지리를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압니다. 소장한 우표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 지도를 펼치는 일부터 해야 하거든요. 말레이시아는 음식 우표를 그간 많이 냈습니다. 아직도 소개가 안 끝났는데, 어휴, 우표에 음식 이름을 써 놓질 않아서 글 쓰는 데 보통 애먹고 있는 게 아녜요. 오늘 소개해 드릴 우표에도 음식 이름이 없어 자료 찾느라 시간 많이 걸렸습니다. 그런데도 못 알아낸 음식이 많아요. 혹 말레이시아나 그 근방에 거주하는 분들 계시면 도움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우표 맨 왼쪽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① 말레이계 전통 음식

우표 그림에서 녹색 잎으로 감싸진 찹쌀밥은 르망lemang입니다. 바나나잎을 댄 대나무 속에 찹쌀을 넣고 코코넛 밀크를 부어 숯불에 굽습니다. 아, 향이 참 좋을 것 같죠. 찹쌀이 익으면서 바나나잎향이 밸 텐데요, 대나무향과 코코넛 밀크 향은 잘 알아도 바나나잎은 향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아래에 만드는 법 영상을 걸어 봅니다.

 

 

 

 

 

 

 

 

 

저 옛날 밀림에서나 존재했을 것 같은 조리법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신문지에 싸서 들고 가는 손님 모습이 꼭 바게뜨 옆구리에 끼고 가는 파리 사람들 모습 비슷해 재미있습니다. 이게 이 사람들 바게뜨인 거죠.


우표에서 르망 주변에 있는 것들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근처럼 보이는 것, 꽃무늬를 찍은 흰 떡 같은 것, 마른멸치볶음처럼 보이는 것이 있네요.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우리처럼 마른 멸치를 먹습니다. 볶아서 삼발 소스에도 넣어 먹고 밥 반찬으로도 먹습니다. 멸치를 이들 말로는 '이칸 빌리스ikan bilis'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는 대략 '작은 생선'쯤으로 번역이 되고, 서양인들은 'dried anchovy'로 번역을 합니다.

 

뿌까 님 도움 말씀

 연근처럼 보이는 것 → 땅콩 박힌 쌀가루 튀김 과자 ☞ 렘페옉

꽃무늬 흰 떡 같은 것 → 쌀가루, 코코넛 등으로 맛낸 ☞ 쿠이 푸투 버라스

 

 

 

 

 

 

 

 


② 중국계 전통 음식

 

유솅 Yu Sheng

이 음식을 말레이시아에서는 어떻게 표기하고 발음하는지 모르겠네요. 영어로는 'yu sheng', 'yee sang', 'yuu sahng', 'lou sang', 'lo hei' 등 매우 다양하게 표기가 되니 어떤 게 맞는지 헷갈립니다. 음력 설인 춘절에 먹는 샐러드입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 Yu Sheng

 

최대한 알록달록한 색을 낼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채소들을 가늘게 채썰어 날생선(대개는 연어)과 함께 내는데, 날생선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그 발음이 '번영', '번창'이라는 뜻의 단어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국인들은 음식 먹을 때 이런 걸 많이 따집니다. 땅콩 부순 것도 뿌린다는데, 땅콩은 또 금과 은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깨도 뿌리는데, 깨는 사업이나 일이 번창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하고요. 중식당이나 딤섬집에서 후식으로 많이 내는 찹쌀 참깨볼 '지엔 뚜이'도 튀길 때 참깨 묻힌 덩어리가 부푸는 형상이 재화가 늘어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해서 많이들 즐긴다고 하지요. 결혼식을 막 마친 신랑 신부에게도 하객들이 깨를 뿌려 댑니다. 재미있는 사람들입니다. 채 썬 채소에 이렇게 날생선, 땅콩, 깨말고도 튀긴 크래커와 각종 소스들도 같이 냅니다.

 

먹을 때는 어떻게 먹느냐?
먼저, 식탁에 모인 사람이 각자 자기 젓가락을 들고 덤벼들어 접시에 담긴 재료들을 최대한 높이 들었다 놓으면서 왁자지껄 떠들며 샐러드를 섞습니다. 이렇게 하면 올 한 해 복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그 난장판을 만드는 거라고 하네요. 여러 사람의 젓가락이 닿으니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할 만하지만 이게 전채로 나오는 음식이라 아직 젓가락을 쓰기 전이라서 깨끗합니다. 염려 마세요.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호텔 연회에서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코스 요리에 끼어 먹거나, 이것만 단독으로 주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호텔들마다 경쟁이 치열해 갈수록 채소 가짓수도 늘고 담음새도 정교해진다고 하죠. 크루통, 파마산 가루, 시저 샐러드용 소스 등을 곁들이는 등, 서양 재료들로 내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필수 재료들만 들어가면 나머지는 얼마든지 변주를 줄 수 있는 모양입니다. 내용보다는 먹기 전에 치르는 저 난장판 의식이 더 중요한 음식인 것 같습니다. 우표 전지에도 젓가락 여러 개가 모인 샐러드 접시 사진이 보입니다.


이게 '중국계 음식'으로 분류가 되는데, 중국 본토에서보다는 중국계 이민자들이 있는 나라들 중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두 나라가 우리가 먼저 시작한 음식이라며 원조를 놓고 투닥거리기도 하나 봅니다. 위키WIKI에는 1920년대에 말레이시아 광동인Cantonese 공동체의 한 요리사Tham Mui Kai가 창조한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위키는 누구나 손 댈 수 있는 백과사전이라 이런 음식 원조 논쟁은 정보가 수시로 바뀌므로 중요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위키를 참고해서는 안 됩니다. 대학생들도 위키만 보고 과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출판된 책에서도 오류는 있게 마련이지만, 이때는 책임을 나눠 질 저자가 있으니 좀 낫습니다. 어쨌거나, 만인이 보는 위키에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음식이라고 공표를 해 놓은데다 이렇게 자국 우표에 사진과 그림을 떠억 박아 놓았으니 말레이시아 음식으로 각인이 되게 생겼습니다.


뿌까 님 도움 말씀

이 음식을 놓고 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드나 했더니, 각 재료들을 추가할 때마다 그 재료가 가진 복의 의미를 외치느라 그렇다네요. 섞을 때는 또 너도나도 "번창하세! 아!"라는 뜻의 "Huat ah!"를 외친다 하고요. 재료 하나하나의 의미가 더 중요한 음식이기 때문에 다 합쳤을 때의 맛은 보장할 수가 없답니다. 아니, 복은 다른 걸로도 빌 수 있겠구만, 돈 들이고 시간 들이고 귀중한 식재료들여 왜 그런 아까운 짓을;; 제철도 아닌 맛없는 음식들만 잔뜩 올린 우리 제삿상도 그렇고.

 

쿠이 방킷 Kuih Bangkit

우표 안에는 안 담겼지만 전지 위쪽에 빨간 점을 찍은 흰 과자 쿠이 방킷이 보입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중국계 사람들이 새해에 먹는 과자라고 합니다. 우리 다식판과 비슷한 것을 쓰는데, 타피오카 전분과 달걀을 쓴다는 점, 틀에서 빼낸 뒤 한 번 더 구워 준다는 점이 다릅니다. ☞ 쿠이 방킷 만드는 법

 

 

 

 

 

 

 



③ 인도계 전통 음식

하도 곤죽이라 그림상으로는 어떤 음식들인지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쌀밥과 바삭한 빠빠돔papadom에, 여러 가지 인도식 커리가 곁들여지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냥 속 편히 '인도 바나나잎 정식'이라고 해 두렵니다.

 

 

 

 

 

 

 



④ 보르네오 섬 사바 지역 전통 음식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의 오른쪽 맨끝에 위치한 사바Sabah 지역의 음식들입니다만, 저는 무슨 음식들인지 못 알아보겠습니다. 잎으로 감싸 익힌 흰쌀밥이 또 보입니다. 명절에 먹는다는 케투팟Ketupat과 비슷한 음식인가 봅니다. 나머지는 뭔지 모르겠네요. 벌건색 음식들이 없어 다들 순해 보입니다. 사바의 음식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사바 사람 입에 침 고이게 하는 전통 음식들

 

뿌까 님 도움 말씀

붉은 고추 섞인 흰 것 → 라임즙, 양파, 생강, 홍고추에 버무린 회 ☞ 히나바

바나나잎 위의 노란 것 → 망고 비슷한 ☞ 밤반간 눈솜 (noonsom = pickle)

연두색 잎에 싸인 것 → ☞ 람밤이나 푼중

 

 

 

 

 

 

 



⑤ 사라왁 전통 음식

보르네오 섬 왼쪽 끝에서 오른쪽으로 펼쳐진 사라왁 지역의 음식들입니다. 편수 그릇에 담긴 맛있어 보이는 국수는 사라왁 락사Sarawak Laksa입니다. 우표 전지의 오른쪽 위에도 실물 사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락사는 크게 세 가지 계열로 분류를 하는데, 그 중 하나인 이 사라왁 락사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코코넛 밀크를 쓴다.

커리 재료들은 들지 않았으나 붉은색 커리 색을 띤다.

국수는 가는 면발의 라이스 버미첼리vermicelli만 쓴다.

달걀 지단, 결대로 찢은 닭고기, 통새우를 올린다.

채소는 숙주와 고수coriander만 올린다.

튀긴 두부bean curd puff는 넣지 않는다.

 

두 락사 그릇 사이에 놓인 하얗고 빨간 음식은 아마도 생해산물 샐러드인 우마이Umai 같은데, 사라왁 지역이 아무래도 바다에 넓게 면해 있다 보니 생긴 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우나 날생선 저민 것에 라임 즙, 양파, 고추, 소금을 넣어 먹는 간단한 회ceviche입니다. 우마이는 그래도 소금과 라임 즙이 들어가니 약하게나마 살균작용을 해서 좀 낫긴 합니다만, 아래 뿌까 님의 보충 설명에 의하면, 동남아 지역에서는 기생충 문제 때문에 생선은 가급적 회로 먹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하네요.

 

대나무에 닭고기를 꼭꼭 채워 장작불에 구운 아얌 판소Ayam Pansuh도 보입니다. 대나무 자체에 있는 수분 때문에 대나무와 내용물이 타지 않고 촉촉하게 익을 수가 있답니다. 완성된 요리를 그릇에 쏟는데 대나무 즙이 제법 많이 나옵니다. 아얌 판소를 먹을 때는 대개 부안 잎daun buan에 싼 맨밥과 함께 먹는데, 이때는 코코넛 밀크를 넣지 않고 밥을 짓습니다. 아래에 아얌 판소 만드는 영상을 걸어 드리겠습니다. 가만 보니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조리하는 데 식물의 잎과 대나무를 참 많이 활용합니다. 이것들이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릴 수 있을 만큼 지천으로 난다는 소리이지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