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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싱가포르 + 마카오 2008 - 싱가포르의 일상 음식들 ① 로띠 쁘라따 Roti Prata 본문
▲ 싱가포르-마카오 2008년 공동발행 우표.
위쪽의 우표들은 마카오, 아래쪽은 싱가포르.
☞ 우표 발행 공고
싱가포르와 마카오가 2008년에 공동발행joint issue한 우표들입니다. 우표의 세계에서는 친선 도모 차원에서 두 나라가 손잡고 함께 우표를 내는 일이 많아요. 저는 이런 공동발행 우표들을 참 좋아합니다. 비교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대개는 양국의 대표할 만한 문화나 음식을 담는데, 제가 본 공동발행 우표들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아래의 것이었습니다.
▲ 한국-싱가포르 2007년 공동 발행 우표.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양국의 전통 혼례 복장입니다. 막 결혼식을 마친 부부의 모습을 담다니, 아, 정겹네요.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다문화 국가라서 우표를 잘 보면 중국계, 인도계, 말레이계, 유라시아계 혼례복이 다 다릅니다. 우리 전통 혼례복도 참 예쁘죠? 저도 뺨에 저 빨간 스티커 붙이고 찍은 사진 있어요. 얼굴에 스티커는 처음 붙여본다며 폐백 자리에서 어찌나 신나했던지.
▲ 전체 80×60mm, 우표 한 장 40×30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양국 우표 중 오늘은 싱가포르 것만 다루겠습니다. 마카오 것은 마카오 음식 소개할 때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우표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 로띠 쁘라따 Roti Prata [인도계]
• 하이나니즈 치킨 라이스 Hainanese Chicken Rice [중국계] (해남)
• 사테이 Satay [말레이계]
• 락사 Laksa [말레이+중국계]
할 말이 많으니 네 개의 우표들 중에서도 오늘은 인도계 음식인 로띠 쁘라따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 인도계 음식인 로띠 쁘라따.
① 로띠 쁘라따
지역에 따라 이름과 발음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남부: 로띠 쁘라따 Roti Prata
• 말레이시아 북부: 로띠 차나이 Roti Canai
• 태국: 로띠 Rotee
• 인도 케랄라 지역: 파로따 Parotta, Porotta, Barotta...
• 영국: 퍼라타 Paratha
인도도 땅덩이가 크니 한 가지 음식을 놓고도 이름이 다르거나 발음이 여러 개가 나옵니다. 인도 밖으로 나가면 또 달라지고요. 얇고 바삭한 빠빠돔도 빠빠덤, 빠빠담, 빠빠드, 뽀빠돔 등 다양하게 불립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밖에 나가 언제든 쉽게 쁘라따를 사 먹을 수가 있지만, 길거리 음식이 발달돼 있지 않은 영국에서는 수퍼마켓에서 냉장이나 냉동 생지 제품을 사다가 집에서 직접 지져 먹어야 합니다. 영국에도 인도 음식점은 많으나 인도 사람들이 특별히 많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면 대개는 흰 식탁보 깔린 격식 갖춘 레스토랑이라서 값싸고 생기 넘치는 길거리 인도음식들은 접하기가 좀 힘들어요.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으면 좋은 점이 딱 하나 있긴 합니다. 무엇이 들었는지 포장에서 성분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는 거지요. 저 같은 '성분표 감상' 취미가 있는 사람들한테는 이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져서 뜨거울 때 바로 먹을 수도 있고요.
쁘라따 만드는 영상을 두 개 걸어 봅니다. 길거리 음식을 먹는 즐거움 중 하나 - 바로 숙달된 장인의 저 기계와도 같은 빈틈없는 손놀림을 코 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거죠. 첫 번째 영상은 부재료를 첨가하지 않은 플레인 쁘라따Roti Prata Kosong를 다루고 있고, 두 번째 영상은 달걀 쁘라따Roti Prata Telur와 이런저런 부재료를 넣은 무르타박Murtabak 만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뿌까님의 설명에 따르면, 부재료를 이것저것 복잡하게 넣어 크게 부친 것은 쁘라따라 하지 않고 무르타박이라고 따로 부른다는군요. 만드는 방식은 달걀 쁘라따와 거의 같습니다.
두 번째 영상은 아주 넋을 놓고 보았네요. 반죽 돌리는 장인도 대단하지만 굽는 사람도 만만찮게 노련합니다. 액상 버터인 노오란 기ghee를 중간중간 뿌려 줍니다.
영어로 된 이 글도 한번 보십시오.
☞ Best Prata in Singapore
싱가포르의 어느 푸드 블로거가 무려 72개의 쁘라따를 사 먹어 보고는 꼼꼼히 점수를 매겨 놓았습니다. 싱가포르 여행 가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쁘라따 집이 많긴 많은 모양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나 사 먹을 수는 있으나 뿌까 님 말씀으로는 현지인들은 이를 주로 아침 식사로 여긴다고 하네요. 아침부터 나가 사 먹는다니 신기하죠. 원래는 식사용 짭짤한 음식이지만 요즘은 과일이나 이런저런 단 부재료를 곁들여 간식처럼 먹기도 하나 봅니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답니다.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 식사용으로는 기본인 플레인 쁘라따와 달걀을 풀어 같이 지진 달걀 쁘라따, 이렇게 두 가지를 가장 많이 먹습니다.
싱가포르 푸드 블로거의 쁘라따 평을 모두 읽고 제가 종합·도출해 낸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식사용 플레인 쁘라따란 자고로,
겉은 바삭crispy 하면서 동시에 속은 폭신폭신fluffy, 결이 살아 있어야flaky 하는데, 기름을 잔뜩 써서 마치 잘못 튀긴 튀김처럼 기름지면서oily 지나치게 바삭해서는 또 안 되며, 무겁거나doughy 질겨서도tough 안 된다. 바로 만든 뜨거운 것을 제공 받으면 가장 이상적이긴 하나, 완성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리므로 미리미리 만들어 두기 때문에 뜨겁게 내는 집은 의외로 많지 않다. (평가자가 쁘라따가 차다고 자주 투덜거립니다.) 대개는 미지근한 쁘라따를 받게 되거나, 운 없으면 온기가 거의 없는 쁘라따를 받기도 하는데, 잘 만들었더라도 식게 되면 쁘라따가 무겁고 질겨진다. 물론, 잘못 만들어서 무겁고 질긴 경우도 있다.
한편, 에그 쁘라따의 경우, 달걀이 최대한 고르게 펼쳐져서evenly spread 구워져야 제대로 맛이 나는데, 대충 펼쳐 달걀이 한데 왕창 뭉쳐서 씹히면 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곁들여 먹는 커리는 달dhal, 각종 채소, 생선, 닭고기, 양고기·염소고기mutton 등으로 맛낸 다양한 것들이 있어 취향껏 선택을 할 수가 있는데, 커리가 지나치게 묽어서는thin 안 되며, 양고기·염소고기를 쓸 경우 기분 좋은 고기 느낌gamey이 나야지 잡내나 군내, 누린내가 나면 안 된다. 끝.
참고로,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는 '머튼mutton' 하면 무조건 성장한 양의 고기만을 뜻하지만 (어린 양 고기는 '램lamb') 카리브 쪽이나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머튼이 염소고기를 뜻할 수도 있다고 하니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영상 하나를 더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만든 쁘라따입니다. 인도 케랄라 방식입니다. 영상 제목에는 '파로따'로 되어 있죠. 제가 영국에서 사 먹은 것들은 이 방식의 것이 많았습니다. 쁘라따에 소용돌이로 결이 나 있었거든요. 싱가포르의 쁘라따 영상을 보기 전에는 저는 쁘라따는 다 이렇게 만드는 줄로 알았습니다. 손가락을 이용해 돌돌 만 뒤 휴지시켰다가 다시 밀대로 미는 과정이 추가되므로 이 방식이 좀 더 번거롭긴 합니다.
이번에는 직접 만들어 드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재료 소개가 들어간 영상을 걸어봅니다. 평소 집에서 서양 빵 많이 만들던 분들은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영국에는 말레이시아나 인도 기업들이 만든 '본고장' 냉동 쁘라따 생지들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맛은 괜찮게 잘 냈으나 거의 대부분 팜유로 만든 마가린을 쓰고 있더군요. 팜유 주 생산지라 그렇겠지요. 쁘라따 영업집이나 튀김 집들도 아마 많이들 쓰고 있을 겁니다.
참고로, 제가 팜유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포화지방이 많아 몸에 나빠서가 아니라 맛이 없고 '괘씸'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쓰이던 맛있는 유지들이 점점 값싼 팜유로 바뀌어 가는 것이 저는 아쉽습니다. 쁘라따를 원래 하던 대로 액상 버터인 기ghee만 뿌려 가며 지지면 훨씬 맛있을 텐데요. 통념과 달리 버터나 동물성 지방은 몸에 해롭지 않습니다. 이해 관계가 얽히지 않은 최근 연구들에 의해 동물성 지방과 포화지방이 나쁘다는 옛 발표들은 이제 대체돼 가는 중입니다. 조리용 기름에 관해서는 날 잡아 글을 따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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