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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브라운 쉬림프, 포티드 쉬림프 Potted Shrimps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브라운 쉬림프, 포티드 쉬림프 Potted Shrimps

단 단 2015. 11. 7. 00:00

 

 

 

 

 

오늘은 영국 새우와 영국의 옛 시절 식품 저장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사진에 있는 녀석들이 영국에서 잡히는 새우인데, 작은 몸집에 걸맞게 학명도 귀엽습니다. '크랭곤 크랭곤crangon crangon'. 영국에서는 '브라운 쉬림프brown shrimps'로 불릴 때가 더 많지만요.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 새우가 옆에 놓여 있으니 크기와 생김새를 한번 비교해 보세요. 왜 브라운 쉬림프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실 겁니다. 몸 길이는 약 3cm 정도로 작은데 맛은 얼마나 진한지 모릅니다. 인건비 비싼 영국에서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까야 하니 값이 비쌉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 이 브라운 쉬림프를 즐기는데, 영국에서는 이 맛난 새우가 영국 서쪽 바다, 동쪽 바다, 양쪽 모두에서 납니다. 복 받았죠. 어느 지역에서 잡든 기본적으로 다 맛있지만 서쪽 바다에 면해 있는 랭카셔Lancashire 주 모어컴 만에서 난 것을 좀 더 쳐주고 가장 유명합니다. 'Morecambe Bay brown shrimps'. 영국에 계신 분들은 기억하셨다가 꼭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나라마다 즐기는 방식이 다 다른데, 영국인들은 이 맛난 새우를 어떻게 먹냐면요,

 

 

 

 

 

 

 

'포팅potting'을 해서 먹습니다. 사진에 있는 것처럼 수퍼마켓들이 아예 1인분씩 포팅한 것을 팔기도 합니다. 전문 회사들이 따로 있어요. 7대째 저것만 만들어 파는 가문도 있습니다. ☞ Baxters Original Potted Shrimps 영국에서는 1799년에 벌써 포티드 쉬림프를 파는 숍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 이전부터 만들어 먹고 있었다는 소리지요. 뚜껑을 열어 볼까요?

 

 

 

 

 

 

 



옛 사람들의 식품 저장 방식
떨이로 나와 있길래 쾌재를 부르며 몽땅 쓸어담아 왔습니다. 위에 버터가 덮여 굳어 있죠? 이게 바로 옛날식 저장 방식인 '포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금을 뿌려 염장을 하거나 바싹 말려 저장을 했죠. 올리브 오일이 나는 나라들은 올리브 오일에 식재료를 담가 공기를 차단해 저장을 했습니다. 올리브 오일이 나지 않는 대신 동물의 젖을 풍성하게 얻을 수 있었던 영국에서는 조리를 마친 음식에 버터를 녹여 부어 내용물이 잠기게 한 뒤 굳혀서 보관을 했고요. 오일 담금과 마찬가지로 공기를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영국의 전통 저장 방식 - 파이 케이싱, 포팅, 스모킹, 드라잉, 피클링, 잼
버터를 써서 포팅하기 전에는 고기나 생선을 파이처럼 밀가루 반죽으로 꽁꽁 감싸 구워 보관을 했습니다. 단단하게 구워진 파이 껍질이 공기를 차단해 그 안에 든 소를 보호하는 거죠. 먹을 때는 밀가루 껍질은 깨서 버리고 안의 내용물만 쏙 빼먹습니다. 그래서 영국음식에 파이가 많습니다. 요즘은 파이 껍질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껍질에도 맛을 내고 유지를 넣어 덜 단단하게 굽죠. 아래에 버터 써서 포팅하는 과정 사진들을 올려 봅니다. 제가 사 온 포티드 쉬림프 생산자 누리집에서 가져왔습니다. 새우뿐 아니라 다른 해산물이나 고기도 이같은 방식으로 저장했습니다.

 

 

 

 

 

 

 



먼저, 껍질을 깐 생 브라운 쉬림프를 이런저런 향신료와 소금 넣고 끓인 맛버터에 알맞게 익힙니다.

 

 

 

 

 

 

 



그런 뒤 용기에 무게를 재서 담습니다.

 

 

 

 

 

 

 



그런 다음 새로 끓여 녹인 버터를 부어 공기를 차단시킨 뒤 찬 데 두거나 냉장해 굳힙니다. 집에서 만들 때도 같은 방법을 써서 하면 됩니다. 저도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어요.

 

 

 

 

 

 

 



먹는 법을 소개하자면요, 냉장고에서 포티드 쉬림프를 미리 꺼내 버터가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질 정도로 살짝 녹인 뒤 접시 위에 얌전히 엎어 빼냅니다. 그런 다음 갓 구운 사워도우 브레드나 잉글리쉬 머핀 토스트 위에 얹어 먹으면 됩니다. 맛버터 바른 새우 토스트를 먹는 셈이죠.

 

 

 

 

 

 

 



아이고...
사진 볼 때마다 먹고 싶어 괴로워요.
괴로우면 사다 먹으면 되지, 왜?
비싸거든요.
맛있는데 비싸니 괴롭습니다.
약아빠진 영국인들이, 이런 건 관광객한텐 주지도 않고 자기들끼리만 몰래 먹어요. 저는 버터가 부드럽게 될 때까지도 못 기다리고 그냥 저렇게 포트째 놓고 껄떡대며 퍼먹습니다. 갓 구운 뜨거운 토스트 위에 얹으면 향신료와 새우 맛 나는 버터 일부가 사르르 녹아 빵에 스며들면서... 아오...

 

 

 

 

 

 

 



이건 브라운 쉬림프 대신 일반 콕테일 새우로 만든 포티드 쉬림프입니다. 브라운 쉬림프가 비싸 돈 없는 유학생 단단은 저렴한 일반 콕테일 새우로 만들어 먹을 때가 많은데, 어차피 한국 가면 브라운 쉬림프를 구할 수 없을 테니 크기가 비슷한 콕테일 새우로 쓸 수밖에요.


아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대 같은 맛이 안 납니다. 이것도 맛은 아주 좋아요. 향신료 넣은 맛버터에 살짝 익힌 새우가 맛없을 리 없죠. 익혀서 소금만 뿌려 먹어도 맛있는 게 새우인데요. 이것도 맛은 아주 좋은데, 다만 브라운 쉬림프를 쓴 오리지날 포티드 쉬림프의 그 진한 맛은 안 난다는 거지요.


짭짤한 간식이나 가벼운 식사, 술 안주, 디너 파티의 전채로 추천합니다. 콕테일 새우 사다가 한번 만들어 보세요. 새우를 싸게 구할 수 있으면 많이 사다가 만들어 냉장고에 저장해 놓고 하나씩 꺼내 드셔도 됩니다. 영국인들은 게가 제철일 땐 게살로 하기도 합니다. 생선살로도 할 수 있어요. 고기로도 가능합니다. 레서피 나갑니다. 4인분입니다. 라메킨ramekin 네 개가 필요합니다.



포티드 쉬림프
[4인분]

 

재료


무염버터 200g

레몬 1/4개 분량의 즙
메이스 간 것ground mace 1/4 작은술 [1작은술=5ml]
넛멕 간 것ground nutmeg 양은 취향껏. 메이스가 있으므로 집에 넛멕이 없으면 생략 가능. 메이스는 필수이나 넛멕은 선택 가능한 재료임.
카이옌 페퍼cayenne pepper 양은 취향껏
흰 후춧가루 1/4 작은술
소금 한 꼬집pinch
안초비 페이스트anchovy paste 혹은 젠틀맨스 렐리쉬Gentleman's Relish 1/2 작은술. 구하기 힘들면 생략 가능. 안 넣어도 충분히 맛있음.
살짝 익히고 껍질을 깐 브라운 쉬림프 200g, 구하기 힘들면 콕테일 새우로도 가능하고 게살로도 가능함.

 


만들기


1. 약불에 버터를 녹인다. 자글자글 끓이다가 탄 검은 점이 처음 보이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고운 천에 걸러 저그에 담아 둔다. 버터를 태우지 않도록 잘 들여다보고 있어야 한다. 고운 천이 없으면 키친 타월 두 장을 겹쳐서 걸러도 된다.

 

2. 냄비를 잘 닦은 뒤 방금 걸러 둔 버터 2/3를 도로 붓는다.

 

3. 레몬 즙, 메이스 간 것, 넛멕 간 것, 카이옌 페퍼, 흰 후춧가루, 소금, 안초비 페이스트 혹은 젠틀맨스 렐리쉬를 넣고 5분간 자글자글 얌전히 끓인다.

 

4. 5분이 지나면 불을 끄고 좀 식게 둔다. 버터가 굳을 정도로 두면 안 되고 적당히 식기만 하면 된다.

 

5. 새우를 라메킨 네 개에 나눠 담은 뒤 위가 최대한 평평해지도록 다독인다. 익히지 않은 생 새우로 쓸 경우엔 4번 과정에서 마지막 1~2분 정도를 남겨 두고 새우를 투입해 익혀 주면 된다. 너무 익히면 고무처럼 질겨지니 주의한다.

 

6. 양념 버터를 골고루 나눠 담은 뒤 냉장고에 넣어 굳힌다.

 

7. 냉장고에서 꺼내 이번에는 저그에 남은 양념 안 된 말간 버터를 붓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 2차로 굳힌다. 양념된 버터와 양념 안 된 버터가 마구 섞이지 않도록 두 차례에 걸쳐 층을 내 굳히는 것이다. 양념 버터가 바깥 쪽에서 공기에 닿고 있으면 보관을 오래 할 수 없다. 만들어서 하루 이틀 안에 다 먹을 거면 별상관없다.

 

8. 먹는 법 -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버터를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운 상태가 되도록 한다. 버터가 물처럼 녹지 않도록 주의한다. 접시에 대고 라메킨을 엎어 내용물을 얌전히 빼낸다. 잘 빼낼 자신이 없으면 이 블로그 주인장처럼 그냥 라메킨째 내도 된다. 갓 구운 토스트, 샐러드와 함께 낸다. 맥주나 좋아하는 술을 곁들여도 좋다. 끝.


☞ 포티드 쉬림프의 다양한 모습

 

 

 

 

 

 

 



일반 콕테일 새우보다 색이 더 어둡고 표면도 너덜너덜 까칠해 겉모습은 '꾀죄죄'하나, 어여쁜 분홍색의 매끈하고 탱글탱글한 콕테일 새우에 비하면 맛은 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훌륭합니다. 몇 배나 더 진하고 감칠맛이 나죠.


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벨기에 여행기를 본 적 있는데요, 레스토랑에서 음식 옆에 브라운 쉬림프를 곁들여 냈는데, 아, 이 분이 브라운 쉬림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음식을 받고서는 '으악, 이 흉한 새우는 뭐야?!' 하고 기분이 상해 안 드시더라고요. 겉모습만 보고는 맛이 간 콕테일 새우쯤으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휴... 일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기회였을 텐데 기회를 그냥 발로 차버리다니, 안타까워서 탄식이 절로...


또 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영국 여행기를 본 적 있는데, 아, 이 분은 또 샌드위치를 사서는 샌드위치 속에 든 미색의 진짜 체다를 보고는 "뭐야, 녹지도 않고 부서지는 이 형편없는 치즈는?! 역시 영국이군." 하더군요. 그걸 자랑스럽게 블로그에 떠억 써 놨어요. 휴... 가짜만 먹고 살아 진짜를 줘도 못 알아봅니다.

 

 

 

 

 

 

 



영국의 국민음식인 이 포티드 쉬림프는 수퍼마켓뿐 아니라 포트넘 앤 메이슨, 해로즈 같은 고급 백화점들도 취급을 하고 델리 숍들도 취급을 합니다. 백화점들은 '격'을 생각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대신 묵직한 도자기 포트에 담아 팝니다. 5월과 6월이 영국의 소위 '사교 시즌'이고 피크닉 철인데, 이때 근사한 햄퍼hamper에 담아서 갖고 나가 즐기기도 합니다. 풀밭에 담요 깔고 앉아 토스트 위에 얹어 먹습니다.

 

 

 

 

 

 

 



기웃이: 브라운 쉬림프는 꼭 포팅해서 먹어야만 하나요?
단   단: 아니오.

 

포팅하지 않은 브라운 쉬림프도 수퍼마켓에서 팝니다.

 

 

 

 

 

 

 

 


양념한 버터에 익힌 뒤 포팅하지 않고 바로 요리에 쓸 수도 있습니다. 해산물 요리, 고기 요리, 채소 요리, 어떤 것에든 활용할 수 있어요. 아래에 몇 가지 예들을 올려 볼게요. 안초비나 바싹 익힌 베이컨처럼 음식에 액센트를 줄 수 있어 요리사들이 많이 활용합니다. 안초비나 베이컨보다 비싼 게 흠이긴 하지만요. 만일 영국이나 유럽 여행 오셨다가 레스토랑 음식에서 '꼬질꼬질'한 작은 새우를 보시면 '으악, 이 흉한 새우는 뭐야?!' 놀라지 마시고 꼭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일반 새우 몇 마리를 농축시킨 것 같은 진하고 짜릿한 맛이 납니다.

 

 

 

 

 

 

 


 같은 해산물이라서 그런지

생선 요리에 특히 자주 올라옴.

고기 요리에도 올릴 수 있음.

 

 

 

 

 

 

 

 

채소 요리에도 올림.

Leek, Dill & Brown Shrimp Salad.

휴, 저게 도대체 얼마 어치야.

 

 

 

 

 

 

 


버터나 크림에 조리한 감자 위에 얹어 먹어도 기가 막힘.

파스타에 올려 먹는 사람도 많음.

 

 

 

 

 

 

 


쟈킷 포테이토 위에 수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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