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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음식 단상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명절음식 단상

단 단 2023. 1. 23. 13:14

 

(반말 주의)

 

 

 

SF 잡채. 데워 먹으려고 냉장고에서 꺼냈더니...

 

 

명절음식 중에서는 잡채가 가장 'festive' 한 것 같아. 가만 보니 이 잡채는 들어가는 재료 가짓수에 비례해 맛있어지는 음식이 아니더라고. 당면 밑간을 얼마나 맛있게 했느냐에 따라 맛있고 없고가 좌우. 실력 있는 한정식집 갔다가 반찬으로 나온 단순하면서도 기차게 맛있는 잡채를 맛본 적 있는데, 동물성 재료 일절 없이 양파, 시금치, 목이버섯, 딱 이 세 가지만 넣었는데도 끝내줬다. 나는 고기 안 쓴 잡채를 선호한다. 잡채에 들어간 고기는 식감도 튀고 잡내도 두드러져 맛있게 먹은 적이 거의 없어. 어차피 명절상에 고기 따로 올라오잖아. 고기 안 넣은 잡채가 오히려 더 센스 있어 보이고 '맛잘알' 같지 않냐.

 

 

 

 

 

 

 

 

지하철 역사의 지자체 특산물 광고.

 

 

갈비찜도 맛있는 명절음식으로 꼽고 싶다. 서양에도 쇠고기 스튜들이 있지만 우리 건 간장 우마미와 약간의 단맛이 들어가 늠 맛있잖아. 괴기 뜯고 나서 밤 씹는 것도 행복. 근데 한국은 고깃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 그래서 다들 고기에 집착하나?

 

나는 냉장고에 생고기 사서 넣어 놓으면 밤에 악몽 꾼다. 그래서 내 손으로는 생고기를 사지 않는다. 다쓰베이더는 나보다 고기를 더 싫어하니 천생연분이지 모야. 얼마 전 명절 선물로 '명품 한우'가 들어왔는데, 냉장고 문 열 때마다 뻘건 남의 생살이 보이니 보통 금즉한 게 아냐. 빨리 먹어치워야지. (고기를 잘 안 먹기 때문에 먹을 때는 좋은 고기, 맛있게 조리한 고기로 먹어야 한다.)

 

이상한 게, 외국 (식당) 광고들은 완성된 고기 요리를 보여 주며 '고기 맛있겠지?' 하는데 한국 (식당) 광고들은 왜 식탁에 뻘건 생살을 올려 놓고 '고기 맛있겠지?' 하냐?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의 반찬집 전/부침개 모듬. 2021년.

 

 

손수 부쳐서 선물해 주신 분께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오늘 아침 명절 전 모듬을 먹으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명절 전 참 맛없다는 거. 육전도, 생선전도, 동그랑땡[돈저냐]도, 먹을 때마다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그러니 명절에만 먹는 거겠지. 맛있는 명절음식은 일상으로 파고든 지 오래잖아. 맛내기 재료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쓰던지, 서양처럼 맛있는 딥dip을 같이 놓든지, 하여간 뭔가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육전과 생선전은 나중에 재가열할 생각 말고 첫 조리 후 그 자리에서 바로 다 먹게 하는 법률을, 동그랑땡에는 두부 넣는 것을 금하는 법률을 속히 제정해야 한다. 가죽혁대 육전, 고무 생선전, 두부로 희석된 동그랑땡 먹을 때마다 이 좋은 재료들을 왜,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제발 간 좀 충분히 하고. 

 

내가 우리 음식에서 불만인 것 중 하나가, 동그랑땡과 만두에 두부를 대체 왜 넣냐? 고기와 비계 제대로 넣으면 될 것을 핵심 재료 아끼려고 그딴 걸로 양 뿔리는 거지. 중국 딤섬에 두부 넣는 거 봤냐? 일본 지짐교자에 두부 넣는 거 봤냐? (김치만두는 너무 매울 수 있으니 소화기fire extinguisher 차원에서 넣는다 이해해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두부가 맛있기를 하냐? 맛있는 두부 찾겠다고 마트에 있는 두부 종류별로 죄 맛보는 중인데 개탄한탄수류탄이다.

 

영업집 중 완자나 동그랑땡에 맛대가리 없는 두부 대신 통조림 참치를 깡통에 든 양념 채즙과 식용유까지 전부 섞어 부치는 집이 있지.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 맛본 적 있는데 촉촉하고 기름지고 우마미가 강화돼 맛있었다. 맛없는 동그랑땡 씹고 있으면 향초herb와 향신료spice 넣고 맛있게 빚어 치즈 소스나 토마토 소스에 버무린 서양식 미트볼 생각이 간절해진다.

 

전의 마지막 문제 - 금방 식으니 부쳐서 접시에 담아 상에 놓으면 벌써 다 식어 있다. 내는 방식도 바꿔야 마땅하다.

오븐에 뜨겁게 달군 두툼한 흑색 주철 타원형 그라탕 용기에 담아 내는 거 추천. 검은색이라 전 때깔을 돋보이게 하면서 오래도록 온기를 유지시켜 준다.

 

하여간 구태를 답습하며 만든 달걀물 입힌 명절 전은 맛있기가 쉽지 않다는 거.

근데 또 부침개류는 애호한다. 명절 전말고 일상 전 중에서는 배추전이 의외로 맛있었고.

 

광장시장 <순이네> 녹두빈대떡 노하우를 정리해 봤습니다

[동영상] 미슐랑 스타 <한식공간> 조희숙 선생의 배추전 따라해 보세요

 

 

그나저나,

이 글은 <투덜이 스머프> 폴더로 보내야 하나, <한식과 세계음식> 폴더로 보내야 하나.

투덜글이 <투덜이 스머프>에만 있는 게 아니니 다른 폴더 글들도 다들 열심히 보도록 해요. (→ 영업)

오늘 드디어 덧글들 다 옮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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