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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 <토라도라> 츠케멘과 마부라소바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양재동 <토라도라> 츠케멘과 마부라소바

단 단 2022. 11. 6. 02:41

 

 

코로나를 조심하느라 수 개월째 외식을 하지 않았더니 정신 건강이 악화하는 듯하여 오랜만에 새 라멘집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라멘집은 대개 오타쿠스러운 젊은 남성들이 긴 식탁에 혼자 앉아 말없이 후루룩거리다 금방 자리를 뜨는 곳이니 그나마 안심이 된달까요.

 

그런데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맛집 블로거'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진정한 맛집 블로거라면 독자들께 세심하게 정보를 드리기 위해 들어가면서 간판부터 찍고 글 끝에는 약도도 넣어야 하거늘, 식당 전면을 찍으려고 보니 주변이 어수선하고 사진이 예쁘게 나올 것 같지 않아 제 손이 또 본능적으로 촬영을 기피해 버린 모양입니다. 집에 와서 보니 가게 전면 사진이 없어요. ㅠㅠ  

 

 

 

 

 

 

 

 

 

올해 초에 츠케멘만 내는 집으로 개업했다가 지금은 비빔면 두 가지를 추가했습니다. 잘 생각했습니다. 저는 츠케멘과 비빔라멘 둘 다 좋아하지만 다쓰베이더는 농후하고 걸죽한 해산물 수프의 츠케멘은 즐기질 않거든요. 맛이 과하다고 느끼더라고요. 식성이 같지 않은 이들이 같이 올 수 있으려면 최소 두 종류는 있어야 하죠.   

 

 

 

 

 

 

 

 

 

아부라(=기름) 소바에 혀 얼얼해지는 향신료인 화쟈오와 고춧가루를 넣었다고 해서 '마'부라 소바.

맵지 않은 교카이(=해산물) 츠케멘.

하나씩 주문해 보았습니다. 

 

 

 

 

 

 

 

 

 

벽 수도용 긴 식탁만 놓인 집입니다. 완만한 곡선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때에 매우 적절한 구조요, 잘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창이 저렇게 위에 뚫려 있고 벽이 높으면 햇빛 덕을 볼 수 없어 촬영자 등 뒤의 불빛에 의존해 찍어야만 하니 입체감 없는 밋밋한 음식 사진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흘깃 광원 위치를 파악하고는 한숨을 쉬었죠. 명부와 암부 수치까지 바꿔 가며 보정을 얼마나 많이 해대야 할지. 먹는데 직광이 눈에 내리꽂혀 눈 부셔서 혼났고요.

 

 

 

 

 

 

 

 

 

이 집의 상호이기도 한 <토라도라!> 원작 소설과 망가입니다.

토라 = 호랑이, 도라 = 드래곤.

각각 여 주인공을 가리킵니다.  

저는 넷플릭스에 있길래 애니로 보았습니다.

 

 

 

 

 

 

 

 

 

큽;; 

내 얘긴 줄... ㅠㅠ

 

7화는 심지어 작은 가슴 고민하는 여주에게 남주가 정성껏 바느질해 패드 만들어 수영복에 덧대 준다는

훈훈하면서도 짠한, 그러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당퉁탕 하는 내용;;

<토라도라!> 7화 '수영장 개장' [23분 소요]

 

 

 

 

 

 

 

 

 

라멘에 진심인 일본.

이렇게 라멘 잡지도 다 발간하고 말예요. 

 

 

 

 

 

 

 

 

 

화보 좋고.

 

 

 

 

 

 

 

 

 

츠케멘 먹는 방법.

 

 

 

 

 

 

 

 

 

 

제가 주문한 츠케멘입니다.

처음 방문할 때는 사진발을 위해 추가 항목을 모두 선택해 주문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면: 기본 300g → 양 많이 430g, 무료

 차슈: 2,000원 (3종 - 닭가슴살, 돼지목살, 돼지삼겹살)

 아지타마고: 1,000원 (1개)

멘마: 1,000원 (10개 정도)

 김: 500원 (5장)

 

왜 이렇게 저렴하나요.

추가 재료들로는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달걀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줄 모르고 선택해 두 개가 되었습니다.;;

식감 좋고 질 좋은 멘마도 츠케지루에 두 개가 이미 들어 있으니 다음부터는 배를 부르게 하지 않는 김만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김도 질이 좋고 맛있었습니다. 한국식 바삭한 조미김도 좋아하지만 조미 안 된 두꺼운 일본식 김도 좋아합니다.

 

고기붙이는 닭가슴살, 돼지목살, 돼지삼겹살, 이렇게 세 종류를 내주고 겨우 2천원만 받습니다. 인심 좋은 집이에요. 그러나 고기를 썩 즐기질 않는 데다, 라멘집의 과격하게 토치torch질한 돼지삼겹살 차슈와 남유럽의 얇지만 강렬한 맛의 조제고기들을 선호하는 저한테는 저런 싱거운 (수비드) 편육들은 항상 'underwhelmed' 합니다. 

 

 

 

 

 

 

 

 

 

무려 430g의 면.;;

여기서 3분의 1을 덜어 다쓰베이더의 마부라 소바에 넣어 주었습니다. (미안)

멘마도, 차슈도, 달걀도 반씩 나누어 주고요. (미안)

 

면에 레몬 즙을 뿌렸더니 수프(츠케지루) 찍어 먹을 때 레몬 즙 닿은 부분들에서 색다른 맛이 나 아주 맛있었습니다. 레몬 즙을 수프에 섞어 균일한 맛을 내도록 하지 않고 면에 듬성듬성 뿌려 먹는 게 더 맛있어요. 소화 문제로 또 고생할까 봐 충분히 익혀 달라고 주방에 부탁했는데도 먹은 지 14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화가 다 안 돼 힘들어하는 중입니다. 한 30시간쯤 지나야 다음 끼를 먹을 수 있을 듯합니다. 라멘이 이삼십대 남성을 위한 음식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좋아하지만 극태 중화면 쓴 라멘은 소화 문제로 자주는 못 사 먹습니다. 이 날 면 질감과 맛은 좋았습니다.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잘 안 되니 가급적 먹지 말라는 말

 

 

 

 

 

 

 

 

 

교카이 지루(해산물 수프)의 염도는 3단계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선택했는데도 간이 충분히 셉니다. 라멘의 세계에서는 (1) 싱거운 맛 (2) 보통 (3) 짠맛이 아니라 (1) 짠맛 (2) 더 짠맛 (3) 매우 짠맛이 디폴트이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마트에서 흔히 보는 중저가 판어묵을 지짐판frying pan에 식용유 없이 구워 먹는 것 같은 익숙하고 정겨운 맛이 납니다. 날카로운 맛을 예상했는데 모나지 않은 둥근 맛이 나네요.  

 

제가 맛집 블로거 자질이 없는 게 틀림없는 것이,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츠케지루에 담갔다 건져 올린 면 사진을 삽입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입 안에 침을 한껏 돌게 만들지요. 일단 수저를 들고 먹기 시작하면 다시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들질 않아 큰일입니다.;; 드시면서 음식 구성 요소들 하나하나 젓가락으로 들어올려 사진 찍으시는 맛집 블로거 분들을 존경합니다. 홍인인간 이념을 실천하는 고마운 분들이에요.

 

맑은 해산물 육수인 '청탕'이나 뽀얗게 우린 돼지육수인 '백탕' 중 하나를 청하면 흔쾌히 내주니 남은 츠케지루에 부어 새로운 맛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백탕을 청했는데, 츠케지루에 섞기 전 조금 마셔 보니 잡맛 없이 고소하게 맛을 아주 잘 냈습니다. 육수 안에 맛 잘 입힌 장조림 조각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건 다쓰베이더가 주문한 온천 달걀 올린 아부라 소바인데, 화쟈오를 넣어 알싸한 맛을 더했다고 이름을 '마부라' 소바로 바꿨습니다. 매운 고추 넣은 것처럼 맵지는 않고 기분 좋을 정도의 자극만 줍니다. 맛을 보니 큐민cumin도 같이 넣었네요. 이국 향을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하게 표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어 맛있었습니다. 향이 참 좋았습니다. 파와 부추는 생으로 넣었지만 양파는 볶은 것으로 넣어 식후 입 속이 비교적 평화로울 수 있었고 커피를 즐기는 데도 방해 받지 않았습니다. 

음식에 곁들이는 생파, 생양파의 썰기와 맥락에 대하여

 

 

 

 

 

 

 

 

 

섞는 중.

맛있는 꾸미들이 자꾸 밑으로 가라앉으니 잘 뒤적여 가며 먹어야 합니다.

 

츠케멘과 아부라 소바 둘 다 잘하는 감각 있는 집이라서 두어 달에 한 번쯤은 재방문 하고 싶습니다. 

강남쪽에도 라멘 맛집들이 속속 늘고 있어 신납니다.

 

 

 

 

 

 

- 2차 방문 추기 -

 

 

 

 

 

 

 

 

 

 

 

 

 

2차 방문 때는 저도 마부라 소바를 주문해 보았습니다.

으음...

일곱 젓가락까지만 맛있고 이후부터는 좀 물리네요.

기름진 음식 매우 잘 먹는 사람인데도 많이 느끼합니다. 

저한테는 츠케멘이 더 나았는데,

이 날 온 손님 거개는 아부라 소바와 마부라 소바를 주문해 드시고 있었습니다.

다쓰베이더도 여전히 마부라 소바가 맛있다 하고요.

아무튼 둘 다 잘하는 집입니다.

 

 

[음식우표] 일본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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