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액자] 여인과 떡볶이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액자] 여인과 떡볶이

단 단 2023. 1. 10. 07:40

 

 

단단은 어렵사리 마련한 집을 팔아치우고는 

얼마 안 되는 돈을 갖고 영국에 건너가 11년 생활하는 데 탕진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결정과 도전을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여깁니다.)

 

귀국해서는 코딱지만 한 집에 삽니다.

 

문제는,

제가 짐이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책, 그릇, 음반, 액자, 수집품이 보통 많은 게 아닌데 작은 집에 사니 수납을 여간 잘하고 살지 않으면 안 되죠.

귀차니스트와 수납

액자들을 걸 빈 벽을 확보하기 위해 책장 배치도 희한하게 하고 삽니다. 결핍은 창의력을 키운다는 말 맞아요.   

 

이번 해부터는 그렇게 힘겹게 마련한 공간에 걸린 제 소중한 액자들도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작은 집에 살아도 (저렴한) (복제) 미술품은 꼭 즐기고 살아야 쓰것습니다. '미니멀리즘'은 제 사전에 없어요.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떡볶이와 만두 좋아하는 마누라를 위해 다쓰베이더가 작년 제 생일에 선물해 준 액자.

 

 

 

 

 

 

 

 

 

두둥.

좋아하는 음식 사진이나 그림을 집에 액자로 건 분 계세요?

저랑 친구 합시다!

 

 

 

 

 

 

 

 

 

아티스트 쿤 폴(Coen Pohl, 1988년 암스테르담 출생)이 서울에 체류한 적이 있었나 봅니다. 떡볶이, 김밥, 만두, 붕어빵, 파전과 막걸리, 삼겹살구이, 컵라면 등 한국의 인기 야식거리들을 연작으로 남겨 화제가 됐었죠. 반가워서 그중 떡볶이와 만두 프린트를 샀습니다.

 

 

 

 

 

 

 

 

 

근사하죠?

이것말고도 더 있고 다른 나라 음식들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작가 누리집에 들어가 보세요.

쿤 폴 작품 보기

 

 

 

 

 

 

 

 

 

프린트는 돌돌 말아 단단한 원통형 포장 용기에 담겨 배송되었는데, 구겨지거나 손때 묻지 않도록 손 씻고 조심조심 꺼내 저렴한 이케아 액자에 끼웠습니다. 큰 돈 안 들이고 아티스트 작품 소장!

 

 

 

 

 

 

 

 

 

만두와 떡볶이 중 오늘은 떡볶이 이야기를 좀 해보죠.

 

2018년에 출간돼 독특한 제목으로 이목을 끌었던 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기억하십니까? 우울증에 관한 내용인 것 같은데 읽어 보지는 못 했습니다만, 며칠 전 ☞ 음식과 심리에 관한 BBC 기사를 보니 'comfort food'를 남성들은 기분 좋을 때 찾고 여성들은 기분이 가라앉을 때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더군요. 단단도 하루종일 수업을 해 힘든 날에는 저녁식사로 떡볶이를 먹습니다. 츤데레 영감이 대답 한 번 않고 묵묵히 떡볶이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죠. 사다 놓을 때도 있고, 밀 키트를 조리해 줄 때도 있고, 직접 만들어 줄 때도 있는데, 국물떡볶이와 멸칫가루+고추장+기름떡볶이를 할 줄 압니다. 둘 다 제 입맛에는 아주 맛있습니다. 기특합니다. 

 

 

 

 

 

 

 

 

 

이건 사다 놓은 떡볶이.

(접사로 독자 괴롭히기)

집에서 맨정신으로는 결코 따라할 수 없는 염분 설탕 조미료 팍팍, 과감한 맛의 시판 떡볶이도 불량식품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먹어 줍니다. 맛있잖아요. 

 

여자들은 왜 떡볶이를 좋아할까요? 

궁금해하신 적 한 번쯤은 있지요?

 

제가 오빠가 셋이나 있는데 저만큼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는 없습니다. 가만히 관찰해 보니 남자들은 떡볶이보다는 인스탄트 라면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단단과 권여사님은 일부러 먼 거리를 운전해 원하는 맛의 떡볶이를 사 오기도 하는데 말이죠. (권여사님 최애 떡볶이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방과 후 함께 먹었던 통인시장 기름떡볶이라고.) 이 글 쓰면서 다쓰베이더한테도 물어 보았습니다. 

 

단단: 잘 만든 떡볶이랑 잘 끓인 오뎅이랑, 둘 중 어느 것?

다쓰: 오뎅.

 

단단: 잘 만든 떡볶이랑 잘 끓인 라면이랑, 둘 중 어느 것?

다쓰: 라면.

 

떡볶이는 눈 앞에 놓여 있으면 잘 먹기는 하는데 일부러 찾아 먹을 정도는 아니고 마누라가 좋아하니 같이 맛있게 먹어 줄 뿐, 국물 있는 음식들과 있을 때는 항상 국물음식을 선택하더군요. 떡볶이, 여자 음식 맞는 것 같아요.

 

왜 여자들은 떡볶이를 좋아할까

 

여자에 대해 잘 모르는 남정의 아무말 대잔치. 

여성들은 가임기에 접어들기 한참 전인 쬐맹이 때부터 떡볶이를 좋아하게 되죠.

가임기를 벗어난 지 한참 지나 이제 팔십에 가까워지는 우리 권여사님도 여전히 가래떡 사다 손수 옛날식 기름떡볶이를 만들어 드십니다.

 

단단이 생각하는 여자들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앞니로 끊고 어금니로 씹을 때의 그 이와 혀와 구강에 전달되는 자극이 너무나 센슈얼 하거든요. 아흥 >_<

소리도 그렇고, 

떡 표면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천천히 흐르는 소스를 보는 것도요.

 

그런 의미에서, 묽은 국물떡볶이는 맛있고 푸근하기는 해도 섹시함은 떨어진다능.

 

남자 음식, 여자 음식, 아저씨 음식, 아가씨 음식

음식과 관능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