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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 크리스마스 음식 ◆ 로스트 포테이토 Roast Potatoes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영국 크리스마스 음식 ◆ 로스트 포테이토 Roast Potatoes

단 단 2015. 12. 22. 00:00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이 고객들한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물어서 나온 1위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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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포테이토.


크리스마스 터키도 아니요, 크리스마스 구스도 아니요, 크리스마스 햄도 아니요, 로스트 포테이토.


평소에는

삶은 감자,

버터와 우유 넣고 으깬 감자mashed potatoes,

납작하게 썰어 버터에 지진 감자,

피쉬 앤드 칩스에 올라오는 것 같은 튀긴 감자chips,

껍질째 구운 감자jacket potatoes를 먹다가,

선데이 로스트와 크리스마스 만찬 때는 꼭 로스트 포테이토로 먹어야 한다네요.

 


감자

이게 말이죠, 단순한 감자구이가 아닙니다. 겉은 바삭하다 못해 마치 겉에 유리막이 한 겹 씌워진 것은 투명한 전분막이 덮여 있어야 하고, 깨드득 소리를 내며 부서져 드러난 속살은 김이 펄펄 나면서 크림처럼 부드러워야 하죠. 몇 가지 노하우가 있습니다. 점질waxy 감자보다는 분질floury 감자를 쓰시는 게 좋은데, 영국에서는 로스트 포테이토에 마리스 파이퍼maris piper 품종을 많이 씁니다. 조리법에 따라 감자 품종이 달라집니다.

 

기름
감자를 골랐으면 이제 감자에 고소한 기름 맛을 입혀야 합니다. 전통식은 거위 기름을 씁니다. 수퍼마켓들이 지금도 병에 담아 팝니다. 'Goose Fat'이라고 써 있는 병제품을 찾으시면 됩니다. 고급 기름이에요. 값이 비쌉니다. 거위 기름 대신 오리 기름을 쓰기도 하고, 헤스톤 블루멘쏠 같은 요리사는 소기름beef dripping을 올리브 오일과 반씩 섞어서 쓰기도 합니다. 버터를 쓰셔도 됩니다.  채식주의자들은 물론 식물성 기름만 쓰고요. 요리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동물성 기름이 좀 들어가 줘야 맛이 제대로 난다고들 합니다. 우리 어릴 때 먹던 짜장면도 라드에 볶아 참 고소하고 맛있었죠. 이해 관계가 없는 최근의 연구들에서는 놀랍게도 동물성 기름이 조리용 기름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발연점 '낮은' 올리브 오일. 그동안 알려져 있던 상식과는 정반대죠? 아래 영상에서 헤스톤과 제이미도 올리브 오일을 씁니다. 고든 램지도 평소에 올리브 오일을 씁니다. 저희 집도 조리에는 주로 버터나 올리브 오일을 씁니다. (조리용 기름에 관해서는 제가 날 잡아 글을 하나 따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조리법을 써도 기름에 따라 바삭한 겉옷의 두께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거위 기름 같은 동물성 기름을 썼을 때 가장 두껍게 형성되고, 그 다음은 버터, 그 다음이 식물성 기름입니다. 독특한 풍미 외에 이 두껍고 바삭한 겉옷 때문에라도 요리사들이 전통식인 거위 기름을 선호할 것 같네요. 위의 <웨이트로즈 푸드> 월간지 표지에 있는 것이 거위 기름에 구운 것이니 눈여겨보세요.


향초
기름을 무얼 쓸 것인가 결정한 다음에는 향초herb를 선택해야 합니다. 감자에 향을 씌워 줘야 하는데, 향초는 그야말로 취향껏 선택해 넣으시면 됩니다. 아래 영상에서 헤스톤은 레몬타임lemon thyme을 쓰고, 제이미는 로즈메리를 씁니다. 일반 타임과 월계수 잎을 쓰셔도 좋고, 세이지sage와 오렌지 껍질을 쓰셔도 됩니다. 취향껏 하세요. 단, 말린 향초는 권하지 않습니다.


아래에 헤스톤과 제이미 영상을 차례로 걸어 드립니다.
저는 제이미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헤스톤 블루멘쏠의 로스트 포테이토


재료
[6-8인분]


분질floury 감자 1.5kg, 껍질 벗기고 비슷한 크기가 되도록 큼직큼직 자를 것 [영국에 계신 분들은 마리스 파이퍼maris piper 품종을 쓰시면 됩니다.]
레몬타임lemon thyme 20g [총 40g 정도가 필요]
레몬 1개 분량의 껍질 [노란 껍질 밑의 흰 섬유질 부분은 쓴맛이 나니 껍질 도려낼 때 많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소기름beef dripping 500g [수퍼마켓들이 병에 담은 것들을 팝니다.]
올리브 오일 500g
마늘 8톨, 껍질 벗기고 손바닥이나 칼등으로 눌러 살짝 으깨기
레몬타임 15g
레몬타임 3가닥 [레몬타임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필요한 겁니다.]
 소금

 


만들기

 

1. 오븐을 18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60˚C. [많은 기름을 써서 낮은 온도에 콩피confit 식으로 익히는 겁니다.]

 

2. 감자를 흐르는 수돗물에 5분간 두어 전분기를 최대한 많이 씻어 낸다.


3. 물기를 잘 빼고 큰 냄비에 담아 찬물을 새로 붓고 레몬타임 20g과 레몬 껍질 저민 것을 넣는다. 뚜껑 덮어 20~25분간 끓인다.


4. 잘 익었으면 부서지지 않도록 체에 조심조심 받쳐 물을 버리고 김을 완전히 날려 그대로 식힌다. 수분이 가능하면 많이 날아가야 한다.


5. 감자가 한 겹으로 고르게 깔릴 크기의 로스팅 팬에 소기름, 올리브 오일, 마늘을 넣고 오븐에서 15분간 기름 온도를 높인다.


6. 기름이 데워졌으면 로스팅 팬을 꺼내 감자를 한 겹으로 고르게 깔고 기름을 골고루 끼얹어 준 뒤 오븐에 넣는다. 20분마다 한 번씩 뒤집어 주어 골고루 익도록 한다.


7. 한 시간에서 한 시간 15분쯤 되면 감자가 거의 완성될 것이다. 오븐 문을 열어 감자 위에 레몬타임 15g을 새로 얹고 15분간 더 익힌다.


8. 오븐에서 감자를 꺼내 기름기를 쪽 뺀다. 뜨거울 때 곧바로 소금과 레몬타임 세 가닥을 골고루 뿌려 그릇에 담아 낸다. 감자에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레몬타임 향을 입히는 것이다. 끝.

 


헤스톤 방식은 다 좋은데 한국에서는 재료 구하기가 좀 어려울 듯합니다. 레몬타임과 깨끗하고 질 좋은 소기름 구하기가 힘들 것 같네요. (헤스톤이 쓰고 있는 소기름은 맛 좋고 질 좋은 스코티쉬 아버딘 앵거스Aberdeen Angus 품종의 기름입니다.) 감자의 전분기를 없애기 위해 수돗물을 계속해서 5분이나 틀어 놓는 것도 맨정신에 하기에는 좀 어렵죠. 저렇게 많은 기름을 한 번 쓴 뒤 그냥 버려야 하니 기름 뒤처리도 만만찮고요. 게다가, 고기는 기름 잔뜩 낀 마블링 소고기와 삼겹살로 먹으면서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동물성 기름이라면 제과에 든 버터도 꺼릴 만큼 질색을 하는 경향들이 있으니 헤스톤 방식은 여러모로 한국인들에게 권하기가 어렵겠습니다. 그냥 참고만 하세요. 겉에 유리처럼 투명한 전분막이 형성된 저런 극도로 바삭한 감자구이나 세 번 익힌 감자튀김triple-cooked chips은 음식에 신경 많이 쏟는 갸스트로펍gastropub이나 중급 이상의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겁니다. 가정집에서는 너무 번거로워 실천하기가 좀 어렵죠. 저는 아래의 제이미 방식을 추천하겠습니다. 식감은 헤스톤 것만 못하겠지만 이것도 매우 훌륭한데다 좀 더 현실적입니다.

 

 

 

 

 

 

 

 

 

영상에서 제이미는 세 가지 맛의 로스트 포테이토를 동시에 만듭니다. 소금물에 감자를 삶은 뒤 김과 수분을 잘 날리고 구우셔야 합니다. 중간에 감자를 꺼내서 매셔masher로 꾹꾹 눌러 주는 이유는 기름에 닿는 표면적을 넓혀 더욱 바삭한 식감을 내기 위해서입니다.



제이미 올리버의 로스트 포테이토

 

재료
[6~8인분]

 

 분질floury 감자 1.5kg, 껍질 벗기기 [영국에 계신 분들은 마리스 파이퍼maris piper로 쓰시면 됩니다.]
바다소금 [영국에서는 잡맛 없이 깔끔한 자염을 씁니다.]
후추
올리브 오일
마늘 한 통bulb, 낱낱이 떼어 놓을 것. 껍질은 벗기지 말 것.
적포도주 식초red wine vinegar


※ 맛은 아래 세 가지 중 취향껏 하나를 선택하세요.


맛내기 1
올리브 오일 넉넉히 [요리 후 키친 타월에 받쳐 기름기를 어느 정도 제거할 것이니 걱정 마시고 넉넉히 쓰세요.]
로즈메리 한 다발, 잎만 떼서 쓸 것

 

맛내기 2
버터 50g, 잘게 깍둑 썰 것
세이지sage 한 다발, 잎을 대충 찢어 놓을 것
clementine 1개 분량의 껍질. [손으로 껍질을 까서 쓰는 게 아니라 필러로 주황색 겉껍질 부분만 얇게 저며서 씁니다. 쓴맛이 나니 흰 섬유질 부분은 많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맛내기 3
거위 기름goose fat 2큰술 [1큰술=15ml]
생 타임 한 다발, 잎만 떼서 쓸 것
생 월계수 잎 2장

 


만들기

 

1. 오븐을 20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80˚C.


2. 감자를 껍질 벗겨 최대한 고른 크기가 되도록 자른다. 탁구공보다 조금 큰 크기면 좋다.

 

3. 흐르는 찬물에 씻어 전분기를 제거하고 큰 냄비에 넣어 찬물 붓고 소금 넣어 6~7분간 데친다. 물이 끓기 시작한 시점부터 6~7분이다. 소금을 넉넉히 넣는 게 좋다.


4. 데친 감자는 체에 받쳐 물을 버리고 3분간 충분히 김을 날려 준다. 이때 체를 앞뒤로 켜서 감자 표면이 살짝 너덜너덜해지도록 일으켜 준다. 표면적이 넓어져 기름에 구우면 더욱 바삭해진다.

 

5. 널찍한 직사각 로스팅 팬을 준비한다. 위의 세 가지 맛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 기름을 먼저 넣고, 데친 감자를 넣은 뒤, 소금·후추를 넉넉히 뿌려 간한다. 기름이 골고루 묻도록 잘 버무린 뒤 감자가 겹쳐지지 않도록 한 겹으로 고르게 깐다. 그래야 바삭하게 잘 구워진다.


※ 이 단계까지 준비해 랩을 씌워 냉장고에 대기시켜도 된다. 필요할 때 꺼내 오븐에 구우면 된다. 하루 전에 준비해 놓아도 된다.


6. 예열을 마친 오븐에 살짝 구운 색이 날 정도로 약 45분간 구워 준다. 3/4 정도 익을 것이다.


7. 오븐에서 꺼내 하나하나 뒤집어 준 뒤 포테이토 매셔로 꾹꾹 눌러 로스팅 팬에 닿는 감자 표면을 늘려 준다. 더욱 바삭해진다.


8. 이제 선택한 향초를 넣어 맛을 낼 차례. [향초를 처음부터 감자와 함께 넣으면 새까맣게 타서 안 됩니다. 그래서 중간쯤에 넣는 겁니다.] 별도의 그릇에 향초, 마늘, 올리브 오일, 식초를 넣어 잘 버무린다. 감자 위에 골고루 흩뿌린 뒤 다시 오븐에 넣고 40~45분간, 또는, 눈으로 판단해 알맞은 구운 색이 날 때까지 구워 준다.

 

9. 키친 타월에 받쳐 여분의 기름을 뺀 뒤 그릇에 담아 낸다. 끝.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다시 데워 먹는 것보다는 구워서 바로 먹는 게 더 맛있었습니다.]

 

 

 

 

 

 

 



이 사진에 보이는 것에서 한 10분쯤 더 구워 주어야 알맞은 색과 질감이 됩니다. 저는 올리브 오일과 로즈메리로 맛을 냈습니다. 영국에서 로스트 포테이토에 가장 많이 쓰이는 향초가 로즈메리라서 이걸로 선택했는데, 과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맛은요,
휴...
끝내줍니다.
거위 기름, 오리 기름, 소기름, 버터 등 동물성 기름 안 넣어도 맛만 좋아요. 이렇게 하면 일반 채식주의자와 엄격 채식주의자vegan도 먹을 수 있지요.

 

감자튀김은 깨물면 전방위적으로 "콰직" 소리가 나는데

이 로스트 포테이토는 "깨드득+찐득" 소리가 납니다.
식감이 훨씬 복잡하고 흥미로워요.
얼마나 맛있냐면요,
지금까지 경험해 본 수많은 감자 조리법 중 다쓰 부처는 이 로스트 포테이토가 가장 훌륭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먹는데 신음이 절로 났죠. 영국인들이 왜 이 로스트 포테이토를 만찬상에 빠져서는 안 될 요소로 여기는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감자, 한참 유행중인 '아코디온 포테이토hasselback potato', 아, 이런 건 명함도 못 내밉니다. 레스토랑들이 내는 로스트 포테이토와도 비교가 안 돼요. 수퍼마켓에서 냉동 제품이나 냉장 레디 밀ready meal 제품 사다 구워 먹는 것과도 차원이 다릅니다. 제이미 것은 식감은 물론 로즈메리와 마늘향, 은은한 식초 맛이 일품인데, 마늘을 저렇게 껍질째 쓰니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향을 내서 참 좋네요. 로즈메리는 감자와 함께 씹어 드시면 됩니다. 구워져서 바삭해요. 은은히 풍기는 식초 맛이 기름의 느끼함을 잘 끊어 줍니다. 어느 요소 하나 뺄 게 없으니 로즈메리 드실 수 있는 분들은 레서피 대로 충실히 따라해 보세요. 바닥 쪽은 눌어서 구운 색이 더 나고 더 바삭합니다.

 

이 영국식 로스트 포테이토는 한국에서도 이제 많이 볼 수 있죠. 집에서 해드시는 분들도 꽤 보이고, 레스토랑들도 많이들 내고 있고, 요리 잡지들도 가끔씩 소개를 합니다. 얼마 전 다음Daum 대문에서도 크리스마스 레서피로 올라온 걸 봤는데, 구워 놓은 모습이 영 신통찮아요. 예쁘게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맛과 식감이 좋아야 합니다. 그냥 바삭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한입 깨물면 표면이 깨드득+찐득 소리를 내며 깨지면서 크림처럼 부드러운 감자 속살이 비어져 나와야 합니다.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으니 위의 영상을 참고하셔서 직접 맛있게 구워 보세요. 데쳐서 감자 표면을 너덜너덜 일으켜 주는 것과, 굽는 중간에 오븐에서 꺼내 매셔로 살짝 눌러 주는 것, 향초와 식초로 향 내는 것 잊지 마시고요.

 

 

 

 

 

 

 

 다음날 아침. 이거 또 먹고 싶어서 눈이 저절로 떠졌어.

 



남은 로스트 포테이토로는 이걸 만들어 보자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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