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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버블 앤드 스퀵 Bubble & Squeak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버블 앤드 스퀵 Bubble & Squeak

단 단 2014. 9. 20. 00:00

 

 

 

 

우리 한국인들은 식은 밥이 생기면 냉장고 속 이런저런 자투리 채소들을 넣고 볶음밥을 해먹죠. 감자가 주식인 영국에서도 남은 매쉬트 포테이토나 로스트 포테이토로 무언가를 만들어 먹습니다. 어느 나라든 남은 음식 가지고 뚝딱 만들어 내는 맛있는 음식들이 있기 마련인데, 예전에 소개해드린 ☞ 이태리의 판자넬라도 남은 빵을 처치하기 위한 음식이었죠. ☞ 영국의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도 그렇고요. 남은 음식을 영어로 '레프트오버leftover'라고 하는데, 오늘은 레프트오버 포테이토를 이용한 간단하고 맛있는 영국음식을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버블 앤드 스퀵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음식입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잠시 후에 알려드립니다.) 1806년 요리책에 이미 그 조리법이 실려 있는 오래된 음식입니다.

 

 

 

 

 

 

 


쓰고 남은 매쉬트 포테이토.

 

 

 

 

 

 

 


또는, 먹다 남긴 로스트 포테이토.

 

 

 

 

 

 

 

 

그리고, 쓰고 남은 양배추와 리크leek.

 


한국의 볶음밥처럼 버블 앤드 스퀵도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 아무거나 이용해 만듭니다. 물이 많이 생기는 채소만 아니면 어떤 것이든 가능한데, 영국인들이 이 버블 앤드 스퀵 만들 때 특별히 선호하는 채소가 있기는 합니다. 양배추입니다. 양배추를 볶으면 단맛이 많이 나고 고소해지거든요. 흔히 보는 일반 양배추나 사보이 캐비지savoy cabbage, 크리스마스 만찬에 내고 남은 방울다다기양배추brussels spouts 등이 단골로 쓰이고, 한국의 대파 비슷한 리크를 같이 넣기도 합니다. 알록달록 예쁜 색 내고 싶은 분들은 자투리 당근도 채 썰어 넣어보세요. 아래에 레서피 나갑니다. 재료의 양은 유동적입니다. 취향과 감각대로 만드는 음식입니다.

 

 

 

 

 

 

 



먼저 양파를 채 썰어 기름에 볶아주세요. 붉은 양파든 흰 양파든 관계 없고, 심지어 샬롯도 괜찮습니다.

 

 

 

 

 

 

 



양파의 숨이 적당히 죽으면 잘게 다진 마늘을 넣어 향을 내주세요. 아, 양파와 마늘이 볶일 때 나는 그 환상적인 향.


양파와 마늘이 잘 볶였으면 이제 양배추와 리크를 넣고 볶습니다. 양배추는 일반 양배추와 사보이 캐비지, 이렇게 두 종류를 넣었습니다. 볶으면 특유의 단 향과 고소한 향이 납니다.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버블 앤드 스퀵이나 양배추 수프를 해먹을 수 있도록 아예 저 위의 사진과 같이 구성한 모듬 채소를 비닐 봉지에 넣어 팝니다. 씻어서 채까지 썰어 놨어요. 봉지 뜯어 바로 쓸 수 있으니 편하죠.

 

 

 

 

 

 

 



채소들이 다 볶였으면 맛과 향과 색을 위해 영국식 커리 파우더를 뿌려 잠깐 볶아줍니다. 그런 다음 매쉬트 포테이토나 로스트 포테이토 남은 것을 넣습니다. 뜨거운 지짐판에 찬 재료를 갑자기 넣으면 온도가 뚝 떨어져 다시 회복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채소를 볶을 동안 전자 레인지에 살짝 데워 놓으세요. 채소 볶은 데 넣고 나서 소금 간을 합니다. 당연한 소리가 되겠지만, 간을 잘 맞춰야 재료의 풍미도, 기껏 넣은 향신료의 풍미도 삽니다. 지지면서 간간히 간을 보세요. 식으면 간이 좀 더 세게 느껴지는 것 감안하시고요.

 

매쉬트 포테이토나 로스트 포테이토를 넣고 나서는 볶는 것에서 지지는 걸로 조리법이 바뀝니다. 감자에 전분이 많기 때문에 부침개 부치듯 깔끔하게 앞뒷면이 나오질 않고 바닥에 계속해서 들러붙어 갈색 막을 만들 겁니다. 이게 맛의 핵심입니다. 바닥에 눌은 걸 타기 전에 긁어서 계속해서 위로 올려 보내세요. 부침개 뒤집듯 한 번에 전체를 뒤집지 않고 이런 식으로 부분부분을 바닥에 눌은 것과 함께 뒤집어 섞어주는 겁니다. 그렇게 몇 번 하고 나면 눌어붙은 감자가 버블 앤드 스퀵 전체에 골고루 퍼지게 되죠.

 

 

 

 

 

 

 



완성되었습니다. 똑 떨어지는 깔끔한 부침개 형상의 요리가 아닙니다. 노릇노릇 색이 잘 나왔네요. 커리 파우더의 힘입니다. 눌어붙은 감자의 갈색빛도 군데군데 보이고요.

 

참, 왜 음식 이름이 버블 앤드 스퀵이냐면요, 지질 때 처음에는 기름이 '자글자글bubble bubble' 끓다가 기름이 흡수되고 난 뒤에는 '빼액squeak' 하는 가느다란 비명 소리를 낸다고 해서 버블 앤드 스퀵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즉, 조리할 때 나는 소리를 따서 요리 이름을 붙인 거죠.

 

 

 

 

 

 

 

 


접시에 옮긴 뒤 피짜 모양으로 다독다독 다듬어주었습니다. 햄버거 패티처럼 동그랗고 납작한 원반 형상으로 뭉치셔도 됩니다.

 

부침개와는 좀 다르죠? 못생겼어도 어우, 눈물 나게 맛있습니다. 다쓰 부처의 가을·겨울철 '컴포트 푸드'인데, 양배추를 가장 맛있는 먹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유럽의 양배추 요리 두 가지 - 알자스 지방풍 돼지고기와 양배추, 그리고 영국의 버블 앤드 스퀵.

 

 

 

 

 

 

 

 


"나는 좀 많이 담아 주시구려."
다쓰베이더의 요청에 따라 듬뿍 담았습니다.

 

양배추, 리크, 양파의 단맛, 눌어붙은 감자의 고소한 맛, 커리 파우더의 오묘한 향신료 맛이 어우러져 아주 맛있는 레프트오버 처치 음식이 되었습니다. 영국인들은 이 버블 앤드 스퀵을 단독으로 먹기도 하지만, 고기나 소세지, 훈제 생선 등을 먹을 때 곁들이기도 하고, 영국식 아침 식사full English breakfast에 올리기도 하고, 햄버거 패티처럼 작게 부쳐 위에 수란poached egg을 얹어 먹기도 하고, 고기를 따로 곁들이지 않고 아예 조리할 때 베이컨 채썬 것을 넣어 같이 볶기도 합니다. 창의력을 발휘해 마음껏 응용해보세요. 백인백색의 음식입니다. 감자와 양배추는 필수, 취향에 따라 그밖의 재료들을 얼마든지 더 추가하시면 됩니다.

 



☞ 버블 앤드 스퀵의 다양한 모습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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