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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나이 들어 간다는 것

단 단 2017. 1. 5. 19:35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영감님을 떠나 보낸 뒤로는 "심장 멎는 줄 알았네!", "심쿵했어!"라는 표현은 쓰지 않게 되었다. 배에 복수가 계속 차 올라 사투를 벌이다 하늘나라로 간 어린 조카 생각에 "배 터지게 먹었어."라는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어렵사리 임신했다가 유산한 친구가 있어 "깜짝이야, 애 떨어지겠네!"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나이 들어 가면서 애사가 쌓이니 말을 조심해서 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죽음을 목도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내 청춘 시절을 풍미했던 유명인들의 궂긴 소식은 이제 거의 달마다 접한다. 조부모 네 분 모두 떠나셨고, 친척 어른들 중에도, 대학 은사들 중에도, 심지어 선배들 중에도 세상을 떠난 분이 있다. 해가 갈수록 그리운 얼굴들을 꼽아 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나이 들어 갈수록 우리 곁을 머물다 떠나는 반려동물의 수도 늘어난다. 그리운 쭈리, 맘보, 탱고, 꼭지, 방울이, 아지... 말을 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저 우리 멋대로 그들의 필요를 짐작하고 '보살핀다' 생각한다. 실은 그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떠난 것이니 우리가 빚이 많은데.

반려동물 떠나 보내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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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떠나 보내기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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