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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뭐 하러 해 본문
▲ 옥스포드 관광기념품점에서 산 엽서. 묘하게 설득력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 소풍을 관악산으로 간 적이 있다. 그때 서울대 '샤' 정문을 처음 보았다. 그때 본 정문과 그 뒤로 뻗은 도로 및 산의 모습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친구들과 겨울에 캠퍼스 구경을 따로 갔는데 (아이고 다리야, 지하철역이 '서울대입구'라길래 정말 서울대 입구인 줄 알았어.) 거기 아스팔트 바닥에 입시를 앞두고 다음과 같은 글이 붙은 것을 보게 되었다.
서울대 합격하는 법
1. 정답을 고른다.
2. 오답은 피한다.
3. 합격자 명단에 오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언니 오빠들 웃기는구나.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에 유학을 갔더니 옥스포드의 관광기념품점에서는 또 이런 문구가 인쇄된 엽서를 팔고 있었다.
"공부할수록 아는 게 많아지지.
·
아는 게 많아질수록 까먹는 게 많아지지.
·
까먹는 게 많아질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지.
·
공부 왜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언니 오빠들도 웃기는구나.
혹, 어느 괴짜 노교수가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한테 한 말일수도. 영국엔 늙어서도 장난기 가득한 엉뚱한 교수들이 많으니.
-
그런데,
정보 홍수 속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 말에서 뼈가 느껴진다. 현대인은 하루에 너무 많은 정보를 머리 속에 욱여 넣고는 또 너무 많은 정보를 후루룩 휘발시켜 버리잖나.
정보는 도처에 널려 있어 옛날만큼 얻기 어렵지 않다. 교수나 강사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데 모아 제시해 주는 사람에 불과할지 모른다. 대학 1년을 마친 오늘날의 학생은 옛 시절의 대학 4년생만큼 지식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의대 입학식에서는 학장이 으레 "여러분이 의대 다니면서 배우게 되는 지식들은 졸업할 때쯤이면 폐기처분해야 할 낡은 것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평생 쉬지 말고 공부하십시오." 한다면서? 저 엽서 바바바, 공부할 필요 없대니깐?
-
다 까먹고 금세 낡은 지식이 되더라도 공부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문제는, 공부하면서도 우리 모두는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야 하는 가련하기 짝이 없는 존재라는 거.
누가 책 한 권 읽을 때마다
악보 하나 들여다볼 때마다
음악 한 곡 분석하며 들을 때마다 돈 줬으면 좋겠네. ㅋ
바쁜 시간 쪼개 블로그에 글 쓸 때마다
통장에 돈 쌓였으면 좋겠네. ㅋ ■
옥스포드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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