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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사물

영국 식문화를 담은 영국 동전들

단 단 2018. 4. 7. 17:31

 



리크leek를 담은 영국 1파운드(£) 동전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가 한숨 돌리고 나면 문득 영국에서 먹던 음식들이 그리워집니다. 해먹으면 되지, 하겠지만 재료가 달라 그 맛이 안 나요. 훈제 생선이나 블랙 트리클, 특정 조미료 같은 건 아예 구할 수도 없고요. 채소 중에서는 리크leek가 가장 절실한데 찾아볼 수 없고 유제품은 너무 비쌉니다. 토마토는, 맛은 둘째치고 열만 닿았다 하면 무너져 내리니 수프나 소스가 아닌 요리는 불가능하죠. 더 큰 문제는, 좋은 재료를 구했다 쳐도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집에서 요리도 마음껏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날로 1인 가구는 늘고 허구한 날 미세먼지 경보가 울려 대니 한국은 앞으로 외식 인구가 지금보다 더 늘겠습니다. 


☞ 미세먼지 제대로 알기 - 요리 마친 집 안이 더 위험해

☞ 리크 활용 영국음식 (1) 리크 크럼블

☞ 리크 활용 영국음식 (2) 리크 훈제연어 베이크

☞ 리크 활용 영국음식 (3) 크림 리크를 곁들인 피쉬케이크

 

 

 

 

 

 


영국음식을 담은 영국 10펜스(p) 동전 네 개.

 

 

영국음식이 그리울 때면 동전지갑에서 영국 동전 네 개를 꺼내 봅니다. 위 동전에 담긴 음식들을 알아보시겠습니까? 알파벳 'E', 'F', 'I', 'T'로 시작하는 음식들입니다. 영국 조폐국The Royal Mint이 제공한 좀 더 선명한 사진들을 올려 볼게요. 

 

 

 

 

 

 



으흐흐흐흐흐,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토스트를 빼면 '저탄고지'족들의 이상적인 아침 식사가 되죠. 아침에 이거 먹으면 배 든든, 마음 든든해 오전 내내 의젓하게 행동할 수 있어요. 베이크트 빈baked beans 한 알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 보고 급 기분 좋아졌습니다.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에 베이크트 빈 없으면 무효! 그런데, 블랙 푸딩이 빠졌네그려. 단단 섭섭하게스리. 이건 정통파들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중범죄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설상가상, 베이컨도 영국식 백back 베이컨이 아니라 미국식 스트리키streaky 베이컨이고요.

☞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구성 요소 해설

☞ 블랙 푸딩

☞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 영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기는 음식들 (1)

☞ 영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기는 음식들 (2)

 

 

 

 

 

 

 


피쉬 앤드 칩스가 빠지면 안 되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밑에 깐 종이, 저거 신문지 아닙니까.

꽈당

저 작은 동전에 깨알 같은 고증이라니.

게다가 영국 노인들이 환장하게 좋아하는 십자말 풀이까지 인쇄돼 있어요. 

 

지금은 건강 문제로 신문지로 포장해 주는 관습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옛 시절의 신문지 포장을 그리워하는 노인들이 많아요. 젊은이들은 재미있어 하고요. 그래서 다음과 같이 아예 신문지 문양으로 인쇄된 식품용 유산지를 팔기도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참, 

튀긴 음식인 피쉬 앤드 칩스를 시도때도 없이 먹어 대 영국인들 건강이 형편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 많던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피쉬 앤드 칩스는 먹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어요. 영국에서 피쉬 앤드 칩스는 금요일에 먹는 음식으로 통합니다. (바닷가 휴양지 놀러갔을 때도.) 이는 금요일에 육식을 금하던 유럽 기독교(가톨릭)의 오랜 전통에 기인합니다. 영국뿐 아니라 기독교를 믿는 전유럽에 통용되던 관습이었죠. 그래서 영국에는 아직도 "금요일에는 생선을 먹어 줘야지."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수퍼마켓들도 실제로 금요일에 맞춰 생선을 많이 들여놓고 할인도 하고요.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훈제 생선 진열대.
왼쪽부터

훈제 청어, 훈제 해덕(haddock, 노란색 흰색 두 가지),

훈제 대구cod, 훈제 연어.

오른쪽 아래에 "Fish Friday"라는 문구가 보인다.

 

생선 관련해서 그간 쓴 글들을 걸어 봅니다. 저는 영국에서 먹던 음식들 중에 훈제 생선들이 가장 그립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다채로운 품종의 감자들과 사과들과 치즈. 특히 블루 치즈들이요. 

☞ 피쉬 앤드 칩스 잘 먹는 법

☞ 영국 훈제 연어

☞ 영국 훈제 고등어

☞ 영국 훈제 청어

☞ 영국 훈제 대구 - 컬런 스킹크

☞ 영국 훈제 대구 - 아놀드 베넷 오믈렛

☞ 영국 훈제 대구 - 피쉬 파이

☞ 영국인들은 어떤 생선을 먹을까? 영국 온라인 생선가게

 

 

 

 

 





아이(I) - 아이스크림.
'나인티 나인ninety nine'을 꽂은 바닐라 소트프 아이스크림 콘이 담겼습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영어로는 'soft serve'라고 부릅니다. 영국 <캐드버리> 사가 고안해 선보인 저 여러 겹으로 주름진 쵸콜렛 플레이크 막대 '나인티 나인'을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에 푸욱 꽂아 휴가철 해변가에서 낼름낼름 핥아 먹는 것을 영국인들은 지극히 영국스러운 관습으로 여깁니다. 저걸 보면 영국인들은 십중팔구 추억에 잠길 겁니다. 영국에서 저도 딱 한 번 경험해 본 적 있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감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겼죠.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의 <맥도날즈>에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소프트 아이스크림 먹는 것과는 달라요. 저 밀크 쵸콜렛 막대 하나가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저걸로 아이스크림을 떠먹을 수도 있는데, 아이스크림 핥다가 나인티 나인 끝을 '둑' 베어먹는 재미가 있죠. 아, 하물며 탁 트인 해변에서 볕 좋은 날 먹는 거라면.

 

 

 

 


홍차.
모락모락 김 나는 모습을 생생하게도 표현했습니다. 저 이 글 쓰는 지금도 머그 한가득 홍차를 우려 마시고 있습니다. 홍차에 관해서는 할 말이 아직도 많아요. 분량으로 치면 책 한 권 내도 될 지경입니다. 이 블로그도 영국인들의 재미있는 홍차 습관들을 관찰하다가 시작했죠.

영국인들이 특별히 잘하는 것들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자기네 문화를 담은 기념품을 기차게 잘 만들어 판다는 겁니다. 영국의 디자이너들과 그림쟁이들은 일거리 많아 좋겠어요. 식품 회사들과 수퍼마켓들도 자기네 식품 포장을 전문 미술인들 써서 공들여 만듭니다. 아동문학을 중시해 그림책 일러스트 시장도 큽니다. 동전뿐 아니라 우표 수집가들도 많아 우표 발행도 전국민적 관심사입니다. 우표를 처음 고안해 세상에 내놓은 나라이기도 하고요. 특별한 날을 위한 모자 디자인도 볼 만합니다. 기업이나 단체 누리집도 디자인 끝내주는 곳이 많습니다. (심지어 국기Union Jack도 예쁩니다.)

아래 영상은 최근 선보인 10p짜리 기념 동전 26개 홍보 영상입니다. 알파벳 A부터 Z까지 영국을 상징하는 것들과 영국인들의 생활 편린을 담았습니다. 영국 동전 이야기는 그간 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소개해 드렸습니다. 




 

 

 

 

 

 

 

☞ 주기적으로 디자인을 바꾸는 영국 동전 
☞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위한 기념 영국 동전 (1) 
☞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위한 기념 영국 동전 (2) 

☞ 영국 수퍼마켓에서 미술품 사기 (2) 
☞ 나도 모자로 멋부리고 싶다 - 영국인들의 모자 쓰는 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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