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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베트남 쌀국수에 대해서도 좀 알아봤습니다 본문
▲ <에머이> 양지 쌀국수. 8,000원.
단단면과 우육면을 찾아 먹고 나니 이제는 베트남 쌀국수가 궁금합니다. ㅋ 집에서 걸어서 갈 만한 가까운 거리에 <에머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글쎄 이 동네 정착한 뒤 1년 반이 지나서야 알았지 뭡니까. 나도 참.
차림표에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에머이 쌀국수 맛있게 먹는 법 -
기호에 따라 고추, 마늘, 그리고 고수, 라임을 넣어 드세요."
단무지와 고추는 쌀국수와 함께 내고, 마늘절임은 식탁 위에 별도로 놓아 두었습니다. 고수는 따로 요청을 해야 주고, 라임은 500원 내고 4분의 1쪽을 사야 합니다. (동남아 식당이 라임에 비용을 청구한다니?) 저 베트남 고추는 소량만 넣어도 어찌나 맵던지 이제는 주문할 때 아예 "고추 안 주셔도 됩니다." 합니다. 마늘절임도 넣어 먹어 봤는데, 마늘 잔향이 구강에 한 나절은 남아 괴롭히길래 이것도 이제는 넣지 않습니다. 면은 자가제조 생면이랍니다. 쌀국수이지만 마냥 흐물거리지 않고 제법 강단이 느껴져서 좋네요.
<에머이> 쌀국수에는 숙주가 들어가지 않고 국물에도 향신료 맛이 거의 안 납니다. 하노이식이라서 그렇다는데, 베트남 북부에서는 원래 쇠고기 육수의 맛을 온전히 음미하기 위해 숙주를 넣지 않고 향신료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맛도 내지 않고요. 연결문서를 한번 읽어 보세요.
▲ 여의도 <하노이의 아침> 쌀국수. 8,000원.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쌀국수 먹을 때 숙주를 하도 찾으니 하노이식 쌀국수 집들도 이렇게 숙주를 넣어 낼 때가 많답니다. 손님이 계속해서 찾으면 줘야지 어쩌겠습니까. 이 집처럼 고기 찍어 먹으라고 쉬이라차Sriracha 소스와 해선장을 같이 내는 집들도 있는데, 베트남 사람들 중 꼬장꼬장한 이들은 또 "훌륭한 고기에는 이런 자극적인 장들이 필요없다고." 한다네요. 음식 만들어 파는 분들 참 힘들겠습니다. '내가 본고장에서 먹어 본 사람인데, 에헴' 파(派)와 '한국에서 장사하려면 한국인들 입맛에 맞춰야지' 하는 '현지화' 파 사이에서 말이죠.
▲ <샤오바오 우육면>의 란저우식 우육면. 8,000원.
이건 ☞ 란저우식 우육면입니다. 첫 사진의 베트남 쌀국수와 많이 닮았죠. 둘 다 쇠고기 육수에 파, 고수, 고기 등을 올려 헷갈리기 딱 좋아요. 쌀면과 밀면, 무의 유무 외에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래에 베트남 쌀국수 만드는 법 동영상을 걸어 드릴 테니 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보십시오.
쌀국수 육수를 낼 때는 소 정강이뼈 등과 채소들을 구워서 쓴다는 게 특이합니다. 그래서 간장을 넣지 않았는데도 육수에 갈색이 돌죠. 베트남 멸치액젓인 '느억 맘'도 소량 넣고요. 고기도 육수 우리고 난 맛 다 빠진 고기를 썰어 올리는 게 아니라 생고기를 올린 뒤 뜨거운 국물을 부어 샤브샤브처럼 살짝만 익힙니다. 꾸미의 식감과 맛은 베트남 쌀국수 쪽이 더 낫겠습니다. 아래의 미국 요리학교 영상도 함께 보세요. 방법은 비슷합니다.
☞ [조금 늘어지는 영상. 인내심 필요] How to make Vietnamese Pho Bo
간편식으로도 맛봅니다.
편의점 <GS 25>에 가면 구할 수 있는 용기면 형태의 베트남 쌀국수입니다. 베트남 현지 판매 1위 제품이라는 <비폰> 사의 '퍼팃보'입니다. 동네 어디서든 쉽게, 그리고 싼 값에 쌀국수를 사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이런 인스탄트 제품을 찾는 베트남인들이 있나 보죠?
와아...
뚜껑 열어 은백색으로 빛나고 있는 인스탄트 쌀면 보고는 넋을 잃었습니다. 한참을 감상했죠. 정말 아름답죠. 바다 속 하늘하늘 흔들리는 해초 같기도 하고, 바람에 나부끼는 얇디얇은 선녀옷 같기도 하고, <로트링Rotring> 사의 아트펜Art Pen 써서 멋지게 휘갈긴 알파벳 컬리그라피 같기도 하고. (→ 식재료 보고 또 황홀경에 빠진 단단)
▲ 베트남 <비폰> 사의 용기면 쌀국수 '퍼팃보'.
플라스틱 용기에 차마 100˚C로 팔팔 끓은 물을 부을 수는 없어 도자기 그릇에 옮겼습니다. (환경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플라스틱 향 때문.) 고기는 수프에 포함돼 있던 겁니다. 소스에서 향신료와 동남아 향채 향이 강하게 올라 오길래 아하, 이건 북부식이 아니라 남부식이구나, 대번 감이 왔죠. 익숙한 계피, 정향clove, 아니씨드anise 외에 향채도 들어간 것 같은데 우리말 성분표에는 어떤 향채를 썼는지 명확하게 밝히질 않고 있습니다.
시식 소감은요,
으음...
한 번쯤은 먹어 볼 만합니다.
"어쭈? 2,000원도 안 하는 게 제법인걸?"
소리가 절로 나죠.
문제는 먹고 나서인데,
먹을 때는 맛있으나 먹고 난 뒤에는 인위적인 쇠고기맛 조미료artificial beef flavour가 구강에 너무 오래 남아 괴롭힙니다. 그리고 매우 짭니다. 물을 400ml 붓게 돼 있는데 100ml 더 넣어야겠습니다. 인스탄트 쌀면이라서 면에 힘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불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할 것 같아요. 힘 없는 면을 국물하고만 먹자니 금세 물립니다. 그래서 두 번째 시식 때는 파, 양파, 고수, 숙주 등을 준비해서 올렸는데, 이렇게 하면 또 비용도 한참 더 들고 품도 제법 들어 간편식을 먹는 의의가 사라지죠.
▲ <이마트 피코크> 봉지면 쌀국수 '포 하노이'.
인스탄트 봉지면도 맛보았습니다. 다쓰 부처 입맛에는 이 제품이 향도 더 좋고 면발도 더 낫네요. 제품 이름에는 수도이자 북부 도시인 '하노이'가 들어있지만 베트남 남부식 쌀국수에 넣는 ☞ 쿨란트로culantro가 잔뜩 들어 있어 향이 정말 좋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아니씨드anise 향도 물씬 나고요. 쿨란트로는 베트남어로 'ngò gai'라 쓰고, 영어권에서는 '긴잎 고수long coriander'라고도 부릅니다. 쿨란트로가 이미 충분히 들었기 때문에 고수(실란트로cilantro. 쿨란트로와 헷갈리지 마시길.)는 따로 넣지 않아도 되고, 채칼로 양파나 얇게 저며 넣으시면 되겠습니다. 고수도 비쌉니다. 이것도 물 400ml를 써서 건조 쌀면을 불리게 돼 있는데 많이 짜니 물을 100ml 더 부어 좀 희석시키고 국물을 다 마시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쌀국수는 봉지면과 용기면 조리법이 같기 때문에 봉지면도 그냥 그릇에 담고 탕수에 불리기만 하면 됩니다. 네 개들이 한 묶음에 2,980원, 개당 745원. 값은 용기면보다 훨씬 싸죠? 용기면으로 사도 어차피 도자기 그릇에 옮겨서 불리기 때문에 저한테는 봉지면 형태의 쌀국수가 더 낫습니다.
봉지면 시식 소감 -
간편식이 잘 나와 있어도 쌀국수는 역시 나가서 사 먹는 게 낫겠습니다. 인스탄트 제품들은 값싸고 편하고 좋은데 수프의 조미료 맛이 너무 노골적이거든요. 먹을 때는 맛있는데 뒷맛이 좋지 않아요. 아니면 위에 걸어 드린 동영상 보고 집에서 수 시간씩 뼈 굽고 육수 우려 만들어 드시던가요.
<에머이>에 갈 때마다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 -
주말 낮에는 아가씨들이 '혼밥' 하러 꽤 많이 온다는 거.
누리터를 보니 으슬으슬 감기·몸살 기운 있을 때, 또는, 전날 클럽에서 밤새 술 마시고 놀았을 때 해장으로 베트남 쌀국수 사 먹는다는 처자들이 수두룩합니다. 다른 면요리들과 달리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한 느낌이 있기는 하죠.
참,
쌀국수를 뜻하는 'Pho' 발음 말입니다,
'f포'가 아니고 길게 끌면서 내는 'f퍼어'라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글 쓰면서 자료 조사하다가 처음 알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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