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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에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본문
▲ 30년간 한 자리에서 장사해 왔다는
동네 중식당의 짬뽕. 9천원.
그러고 보니, 중식을 좋아해 중식당 음식들은 대체로 잘 먹는 편인데 짬뽕만큼은 내 돈 내고 사 먹어 본 적이 없네요. 편견이 있거든요. 가족이나 친구가 먹는 걸 찔끔 얻어먹어 본 적 있는데 단 한 번도 맛있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편견이 생겼죠. 가장 큰 문제는 해산물. 고소한 맛과 단맛과 감칠맛이 나야 할 해산물이 역한 비린내가 나면서 설상가상 고무 질감을 하고 있거나, 맛 다 빠져 아무 맛 안 나면서 고무 질감을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이고, 돼지고기를 볶아 넣기도 하고 돼지뼈 육수나 닭육수를 쓰는 집도 있다는데 하필 제가 맛봤던 것들만 죄 맹물을 썼는지 깊은 맛이라곤 전혀 없는 맹탕 국물에, 면 강화제를 지나치게 많이 넣어 면에서 좋지 않은 약품 냄새가 훅 올라올 때도 많았죠. 이런 면은 소화도 잘 안 됩니다. 게다가, 맛과 향 다 빠진, 단단하면서 미끌거리기나 하는 통조림 양송이는 대체 왜 쓰는지도 궁금합니다. 통조림 죽순은 그래도 특유의 '소 외양간 맛'이라도 있는데요.
짬뽕이라는 음식에서 단단이 기대하는 것
• 적당히 얼큰하면서 '바디감' 있는 국물
• 불맛
• 우마미, 고소한 맛, 단맛 넘치는,
• 야들야들 부들부들한 해산물
• 돼지고기든 쇠고기든, 하여간 고기
• 익어서 달착지근해진 채소들
• 씹으면 이에 기분 좋게 살짝 들러붙었다 끊기는 온화한 면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단이 제 돈 내고 짬뽕 한 그릇을 사서 끝까지 다 먹어 본 날입니다. 요즘 '국수투어'를 하고 있어 짬뽕 이야기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휴...
역시나.
위에 열거한 실망 요인들을 이 짬뽕도 정확하게 다 가지고 있습니다. 색만 화려했지 맹탕 국물에 아무 맛 안 나는 고무 해산물과 부실한 채소. 그리고, 장장 열 두 시간 동안 속을 힘들게 했던 면. (한의원에는 가지 않지만 이래서 한의사들이 밀가루 음식을 만병의 근원으로 여기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 마지판의 교훈을 되새기며 잘하는 집을 수소문해 찾아가든지, 이름 있는 호텔 중식당을 가든지 해야겠습니다. 제 편견을 싹 날려 버릴 맛있는 짬뽕이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있고 말고요.
못 찾으면?
좋은 재료 사다가 좋은 레서피로 직접 해먹어야죠. 맛 안 나면 조미료도 적당히 넣어 보고요. ㅋ 레서피들을 구해서 찬찬히 읽어 보니 이게 맛없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음식인데 맛없게들 내고 있으니 참으로 희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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