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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은 그럴 듯하나 맛은 싱거운 일본 양과자들 본문

차나 한 잔

모양은 그럴 듯하나 맛은 싱거운 일본 양과자들

단 단 2019. 3. 30. 20:06

 

 

 

일본 <코롬방Colombin>의 모둠 양과자.



휴...
모양은 야무지게 잘 냈는데
맛의 강도는 집에서 구워 먹는 과자들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종로구 서촌 어느 일본식 양과자집의 녹차 마블 파운드와 피낭시에.



이것도 버터와 아몬드 풍미가 충분하질 않아 싱거웠습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키세키KISEKI>의 녹차맛 나가사키 카스테라.



"저희 카스테라는 버터나 오일류, 화학적 팽창제를 사용하지 않고 만듭니다."


그러니 달기만 하고 증편 씹는 것 같죠. 떡인 줄 알았습니다.

 

나가사키 카스테라 애호가가 많죠.  
그런데 제 입맛엔 단맛 한 쪽으로만 맛이 치우친 것 같아 썩 맛있지가 않더라고요. 따끈하게 데운 고소한 우유full fat milk와 함께 먹으면 부족한 맛이 다소 보완되기는 합니다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몽슈슈Mon chou chou>의 '도지마롤'.



"와아, 이렇게 많은 생크림이!"
감탄이 무색하게 생크림 중 유크림은 고작 64%.

내가 왜 비싼 돈 주고 식용유를 사 먹고 있나. 
스폰지도 싱거운데 크림까지 맹탕이니 맛의 강도가 약해도 너무 약합니다. 크림이 하도 싱겁길래 먹으면서 고개를 갸우뚱, 검색해 보고 저게 요란한 광고와 달리 유크림이 64%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죠. 너무 싱거워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라플RAPL>의 커스타드 애플 파이.

 

 

맛 약한 사과 퓨레와 커스타드crème pâtissière를 같이 넣으니 사과 맛이 커스타드에 압도돼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파이가 되었습니다. 퓨레 맛을 좀 더 달고 시게 강화해야 커스타드 맛에 밀리지 않겠습니다. 식감은, 살면서 먹어 본 퍼프 페이스트리 중 가장 가벼웠습니다. 기술 좋아요. (자태가 19금일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몽상클레르Mont St. Clair>의 치즈케이크.



이건 다행히 일본식 순둥이 치즈케이크가 아니라 <스타벅스>에서 예전에 팔던 미국식 뻑뻑한 치즈케이크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모양이 예뻐서 특별한 맛이 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속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표리 일체 치즈케이크입니다. 맛은 평범했고 씨트러스향이 비누향처럼 납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몽상클레르Mont St. Clair>의 '사쿠라 쇼트케이크'.



위의 치즈케이크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모찌 크기의 작은 갸또를 8,500원이나 받으려면 저렇게 먹지도 못 하는 이물질 종이띠를 올릴 게 아니라 쵸콜렛을 써서 장식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사진 찍고 보니 "Do not eat"이라고 선명하게 써 있어 크읔) 벚나무 열매인 버찌나 체리의 '분홍분홍'한 맛을 기대했다가 거피도 안 한 팥소를 씹고 깜놀. 기껏 공들여 만든 벚꽃 무스의 분홍 무드를 산산이 깨 버립니다. 흔해빠진 팥 때문에 상상력과 흥이 깨지고 평범한 맛이 되어 버렸습니다. 팥소의 강한 맛을 다른 요소들이 뚫고 나오질 못합니다. 먹고 나면 구강에는 팥 껍질 맛만 남아 맴돌고, 혀 위에는 찝찔하고 질긴 벚꽃'나물' 한 가닥이 남습니다. 모양은 예쁩니다. 


*  *  *

 

 

일본은 서양 제과 잘하기로 소문난 나라죠. 한국에서 일본으로 제과 유학도 많이 가고요. 귀국 후 여기저기 다니며 관찰해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 웬 일본(풍) 양과자 매대가 그리 많아졌답니까? 그런데 그간 다양한 일본 양과자들을 맛보고 나서 다쓰 부처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일본은 쌀과자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데 양과자는 어째 좀 신통찮다. 
 일본은 쌀과자를 정말 잘 만든다

만듦새는 끝내주죠. 식감도 가볍고요. 그런데 대개는 맛이 너무 약해요. 서양인들이 만든 자기들 제과에 비하면 맛이 맹탕입니다. 모양은 '인스타그래머블'하고 식감은 '샬랄라'한데 맛 실속은 좀 없달까요. 맛이 하도 싱거우니 먹어도 먹어도 영혼이 좀처럼 위로 받지를 못합니다. 크레이프 케이크 사 먹고 허탈해 허허 웃은 적도 있습니다. 일본식 치즈케이크는 치즈맛도 거의 안 납니다. 이게 일본에서도 이런 건지, 한국에 오면서 싱거워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직접 과자나 케이크 구워 먹는 분들은 자기가 만들어 자기가 먹기 때문에 재료비 아끼느라 싼 대체재를 쓸 이유도 없고, 오래 진열해 놓았다가 먹을 일 없으니 첨가물을 쓸 필요도 없죠. 모양 무너질 것을 염려해 단단하게 고정되는 식물성 크림 쓸 필요 없이 크림은 항상 100%짜리 유크림 사다 휘핑해 얹고, 유지도 퓨어 버터를 쓰고, 쵸콜렛도 질 좋은 걸 정량대로 팍팍 넣으니 핵심 재료 덜 넣고 인공향으로 빈 자리 채운 것들에 비해 그 맛이 얼마나 깊고 진하겠습니까. 그래서 평소 집에서 베이킹 하던 분들은 모양만 그럴 듯하게 낸 시답잖은 시판 제품들을 금방 구분해 냅니다. 성분표 보고 재료를 따지기 전에 혀가 먼저 그 싱거움과 텅 빔을 알아차리죠. 서양에는 홈베이킹 하는 인구가 워낙 많으니 시판 제품들도 홈메이드 제과들에 너무 뒤처지지 않게끔 맛을 진하게 잘 내서 내놓습니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수입 공장제 서양 과자들 한번 사 보세요. 맛이 얼마나 진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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