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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스 클로티드 크림 쇼트브레드 본문
과자통이 예뻐서 통 수집하려고 산 과자입니다. 비싸지만 몹시 예쁘므로 용서가 됩니다. ㅋ 재료가 좋아 이것도 맛은 훌륭하나 빨간 체크 무늬 포장의 <워커스> 쇼트브레드만은 못합니다. <워커스> 것만큼 진한 맛이 안 나요. 너무 진한 버터 풍미가 부담스러운 분들께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고요. 영국의 식품 업계들은 좌우간 클로티드 크림만 넣었다 하면 값을 왕창 올려 받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비싼 크림이거든요. ㅋ
클로티드 크림 이야기 꺼낸 김에,
얼마 전에 어느 음식평론가가 일간지에 쓴 크림에 관한 글을 읽다가 클로티드 크림 대목을 발견하고는 반가워서 정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클로티드 크림은 우유를 찜기나 중탕으로 데운 뒤 넓은 팬에 부어 표면에 생기는 크림의 막을 걷어내 만드는데 크림 프레슈보다는 살짝 거칠면서 꾸덕한 질감이 특징이다.", "꾸덕한 질감의 클로티드 크림은 과일이나 스콘 등과 곁들여 먹기 좋다."라고 써 있는 겁니다.
그걸 보고 고개를 갸우뚱.
막을 걷어내다니요? 이 분, 어디서 이런 옛날 정보를 찾아 보고 글 쓰신 걸까요? 그리고, 크렘 프레쉬보다 살짝 거칠다니요? 또, 클로티드 크림이 과일에 곁들여 먹기 좋다니요? 영국인들도 이 글 보면 저처럼 고개를 갸웃할 겁니다.
요즘은 원유를 공급 받으면 원심분리기로 지방을 바로 분리해버리죠. 집에서 재미 삼아 만드는 '푸디'들은 아예 처음부터 크림을 사다가 만들고요. 바쁜 세상, 언제 유지방이 위로 뜨기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영국인들이 주로 먹는 클로티드 크림은 유지방 63.5% 가량의 <로다스> 사 제품인데(수퍼마켓들이 대개 콘월쪽 제품만 취급합니다. 맛이 더 낫거든요.) 온갖 종류의 시판 크림들 중 이것처럼 매끄럽고 광나는 게 또 없어요. 글쓴이는 아마 <코스트코>나 백화점, <이마트>에서 파는 유리병에 담긴 <데본 크림 컴퍼니> 사의 유지방 55% 수출용 장기 보관 클로티드 크림을 맛보고 쓴 것 같은데,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음식 이야기를 할 때는 좀 더 폭넓은 경험에 의거해 해야 합니다. "한국에 들어 와 있는 제품은 수출용 장기 보관 제품이라서 영국인들이 일상에서 먹는 클로티드 크림과는 맛이 많이 다르며 좀 더 거친 질감이 난다." 이렇게 쓰면 몰라도요.
요즘은 음식글 쓰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는데, 정보를 활자로만 습득해 실제 상황과는 맞지 않는 글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머리로만 음식글을 쓰는 거죠. 단 한 번, 혹은 단 한 가지 경험한 걸로 전체를 안다는 듯 글 쓰는 사람도 너무 많고요. 제 글을 참 오랫동안 시치미 뚝 떼고 꾸준히 베끼면서 전문가 행세하는 음식평론가가 있는데, 언젠가 망신을 줄 생각입니다. 가만히 있었더니 가마니인 줄 알고 점점 더 노골적으로 베끼더군요.
클로티드 크림이 얼마나 실크처럼 부드럽고 고소한지는 아래 연결 문서들의 글과 사진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콘월 지방의 풀에 베타카로틴이 많아 콘월산 클로티드 크림들이 다른 지방 클로티드 크림들에 비해 먹음직스러운 노란색이 더 많이 납니다.
☞ 클로티드 크림
☞ 완벽한 크림 티를 위한 수학자의 조언
☞ 오랜만에 크림 티
☞ 클로티드 크림 활용법
☞ 클로티드 크림을 넣은 라이스 푸딩
<로다스> 사 제품보다 유지방 함량이 낮아 맛과 질감이 다소 떨어지는 <데본 크림 컴퍼니> 사의 클로티드 크림은 먹기 한참 전에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놓으면 질감이 살짝 부드러워지고 맛도 좀 더 고소해져 먹기 조금 나아집니다.
클로티드 크림은 지방 함량이 높아 수분 많은 생과일에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과일과 어우러지지를 못하고 미끌미끌 겉돌아요. 마치 버터와 생과일을 같이 먹는 느낌이랄까요. 영국인들은 그래서 생과일에는 묽고 산뜻한 'pouring cream'을 부어 먹습니다. 유제품이 펑펑 쏟아지는 저눔의 나라, 용도별로 크림도 어찌나 다양한지. ■
☞ 영국의 '스트로베리 앤 크림' 전통
☞ 워커스 쇼트브레드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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