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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홍차] 오설록 제주숲홍차 [발효 8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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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홍차가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일단 기본 점수를 후히 주고 시작하렵니다.
오설록 차들의 발효 정도와 향미 특성입니다.
▲ 6대 차류의 제다 과정
홍차의 제다법은 맨 아래 빨간색 과정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오설록 차들은 다들 어린 찻잎으로 만드는 비싼 제품들이니 채엽한 생엽을 시들려 수분 함량을 줄여 준 뒤(wilting), '발효를 위한 찻잎 세포 구조 부수기'(bruising) 과정에서 '가볍게 짓이겨 주고'(light crushing), '산화'(oxidation) 과정에서 '산화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full oxidation) 방식으로 홍차 맛을 이끌어 낼 겁니다. 전통orthodox 방식의 홍차 제다법입니다. 'CTC'(crush, tear, curl)는 1930년대에 인도에서 브렉퍼스트 티 또는 밀크티용으로 개발한, 빠른 시간 내에 진하게 우러나는 (저가의) 홍차를 생산하기 위한 방식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공모양으로 찻잎이 완성돼 있죠. 그런데,
저 위의 찻잎 사진 좀 보세요.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면 뭐 합니까. 기껏 공들여 완성한 찻잎, 포장하는 과정에서 부서져 티끌이 잔뜩 생기니 'dust'급의 차를 섞어 놓은 형국이 돼 버렸는걸요. 사진 찍으려고 티백에서 꺼내 쏟아 놓은 건데, 피라미드 실크 티백에 정전기로 들러붙은 티끌을 제외하고도 저렇게 티끌이 많습니다. 또 살 일이 생기면 그때는 티백 제품말고 산차loose-leaf tea로 사야겠습니다.
처음 접하는 차니 첫 탕은 생산자가 권하는 대로 우려 봅니다.
1탕: 1.8g 티백 하나, 우리 집 정수기 물 150ml, 90˚C, 2분
2탕: 1탕과 같은 조건
3탕: 상온의 물로 냉침
생산자의 설명대로 과연 "쓰고 떫은 맛 없이 부드러운" 군고구마 향미가 납니다. 신맛도 살짝 느껴지고요. 홍차 초심자 혹은 홍차는 떫어서 못 마시겠다는 분들께 추천할 만합니다. 차음식 없이도, 우유를 타지 않고도 훌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순합니다. 3탕까지도 맛이 좋고, 찻물이 식어도 맛있습니다. 식으면 군고구마향이 은은한 청포도향으로 바뀝니다. (다질링맛을 지향하는 듯합니다.) 아쌈, 다질링, 실론 등의 클래식 홍차들 같은 강한 개성은 없으나 온화한 홍차라는 장점이 있네요.
그런데 여기서도 오설록 차들에서 항상 나는 '민트향' 같은 특이한 향이 감지됩니다. 아마 흑차인 삼다연 광고에 언급했던 '삼나무향'이 아닌가 싶은데, 오설록이 내는 발효차들(청차, 흑차, 홍차) 모두에서 이 향이 나니 의문입니다. 삼다연을 마실 때는 나름 오설록 흑차의 '시그너처' 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청차인 청우롱에서는 이 향이 부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제가 오설록 청우롱 시음기에서 이 향을 '냉동실에서 오래 묵은 크린백향'이라고 묘사했었죠. 찻잎들을 어떻게 생산하고 보관하길래 차종에 상관없이 똑같은 잡향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색을 비교해 놓았습니다. 홍차가 왜 '홍'차인지 알 수 있습니다.
체로 티끌을 제거한 뒤 우려서 찻잔 바닥이 멀끔해 보이는 거니 속지 마세요. 그간 홍차 선물했다가 쓰다고, 떫다고, 불평들을 해서 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오설록 홍차는 차음식도 필요 없는 순한 단맛의 부드러운 차라서 선물하기 좋겠습니다. 오설록이 <아모레 퍼시픽>의 자회사잖아요? 요즘 마스크 쓰고 다니느라 여인들이 화장을 덜 하고 관광객 급감으로 매출이 줄어 화장품 회사들이 어렵다죠? 명절에 이상한 식용유 선물하지 말고 차문화 진작을 위해 차 선물이나 주고받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땅에서 나는 (값은 드럽게 비싸지만) 마실 만한 차가 있다는 것은 어쨌거나 감사한 일입니다. 이건 홍차의 나라 영국인들도 누릴 수 없는 호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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