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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레몬 티타임

단 단 2021. 2. 16. 00:02

 

 

 

 

영국에 살 때 즐겨 먹던 티타임 케이크 중 '레몬 드리즐 케이크'란 게 있습니다. 파운드 케이크를 구운 뒤 꼬챙이로 여기저기를 푹푹 찔러 설탕과 레몬 즙 섞어 만든 시럽을 부어 주면 시럽이 구멍 속으로 쏙쏙 스며들어 촉촉하고 새콤달콤한 스폰지가 되죠. 위에 살얼음 같은 반투명한 레몬 아이싱도 씌워 주고요. 레몬 껍질을 갈아 반죽 속에 넣거나 아이싱 위에 흩뿌려 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레몬맛이 물씬, 홍차와 함께 먹고 나면 나른했던 오후가 활기차집니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티타임 클래식 케이크 상위권에 항상 드는 케이크입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영국의 티타임 케이크들은 누구나 집에서 뚝딱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료도 몇 가지 안 들고 조리법도 매우 간단합니다. 영국에 있을 때는 자주 구워 먹거나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었었는데, 귀국한 이후로는 너무 바빠서 베이킹 할 시간이 도무지 나질 않네요. 그래서 집 근처 <세드라Cedrat>에서 전문가가 세련되게 다듬은 걸로 사다 먹곤 했는데, 수지가 맞지 않았는지 이제는 이렇게 내질 않고 한 조각씩 잘라 비닐 포장해 팝니다. 비닐 포장지 냄새가 레몬 성분과 합쳐져 잡맛이 나면서 맛이 못해졌어요. 이 집에서는 이게 가장 맛있었는데 안타깝습니다. 값을 올리더라도 이 형태로 계속 내줬으면 좋겠는데요.

 

 

 

 

 

 

 

 

 

허니레몬 마들렌도 티타임에 자주 만들어 올리곤 했었습니다. 우리 집 영감이 제가 구워 주는 허니레몬 마들렌을 아주 좋아해 이걸 구운 날에는 꼭 저렇게 하나를 손에 들고 사진 찍으라며 포즈를 취해 줍니다. 이것도 레몬 즙과 껍질을 같이 씁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구운 마들렌보다 맛있는 시판 마들렌을 보지 못 했습니다. (으쓱으쓱 자화자찬) 한국에서는 껍질째 쓸 수 있는 'unwaxed' 레몬 구하기가 힘들고 값도 지나치게 비싸 좋아하는 음식 해먹는 데 애먹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저렴한 값에 낱개로 쉽게 살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염원합니다.

한국만 오면 몸값 상승? 수입 과일, 세계서 가장 비싸

 

 

 

 

 

 

 

 

 

그런데 마들렌 역시 구울 시간이 안 나 사 먹고 있습니다. 마들렌과 피낭시에도 이제는 마카롱처럼 변주가 많아졌죠. 저는 <세드라>의 올리브 오일 레몬 아이싱 씌운 마들렌을 좋아해 갈 때마다 사 옵니다.

 

 

 

 

 

 

 

 

 

최근에는 <마켓 컬리>에서 레몬 아이싱 씌운 레몬 케이크를 발견해 주문해 먹고 있습니다.  

 

 

 

 

 

 

 

 

 

이것도 맛이 괜찮습니다. 모양 좀 보세요. 깜찍하게도 레몬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좋죠. 제가 레몬 끝 볼록 솟은 부분, 병아리콩 톡 튀어나온 부분, 올리브 끝 뾰족한 부분, 병아리 궁둥이 끝자락, 돌고래 주둥이를 보면 몹시 흥분, 이렇게 귀여운 '돌출부'가 세상에 또 있냐며 몸을 부르르 떨곤 합니다. >_< 

 

<세드라>의 올리브 오일 레몬 마들렌에 비하면 레몬맛이 좀 덜 생생하지만 속의 스폰지는 좀 더 촉촉하고 크기도 큰데다 모양이 귀여워 이건 이것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레몬맛 나는 차음식들은 실론(스리랑카) 홍차에 곁들이면 잘 어울립니다.

 

<리치몬드 과자점> 레몬 케이크 성분:

백설탕 31%, 계란(국산) 26%, 중력분(미국, 캐나다) 17%, 생크림(프랑스) 12%, 버터(프랑스) 9%, 레몬쥬스(이탈리아) 3%, 사워크림 1%, 레몬(미국) 1% 등.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레몬 티타임을 힘 안 들이고 쉽게 즐기는 방법이 또 있는데요,

백화점이나 <마켓 컬리>, <코스트코>에서 버터 함량 높은(30% 내외) 플레인 쇼트브레드를 사고,

 

 

 

 

 

 

 

 

 

 

 

 

 

 

 

 

 

 

레몬 커드를 사서 쇼트브레드에 발라 먹는 겁니다. 바삭한 쇼트크러스트 케이스에 레몬 커드 채운 레몬 타트tart와 구성이 같고 맛도 같죠. 제가 오븐 안 쓰고 손쉽게 레몬맛 차음식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레몬 커드는 '영국음식' 폴더에서 따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국에서는 티타임 필수품인데 이걸 아직 소개를 안 했더라고요. 이제는 한국에서도 집에서 레몬 커드 만들어 드시는 분들이 많아졌죠. 레몬 커드는 차음식뿐 아니라 후식 만들 때도 많이 쓰입니다. 

 

 

 

 

 

 

 

 

 

레몬 티타임을 가질 때면 노오란 수선화 만발한 영국의 부활절이 떠오릅니다. 부활절 즈음 동네 산책하며 집집마다 정원에 심긴 수선화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죠. 수선화도 품종이 다양한지 생김새와 색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참, 오늘 눈 온다는데 수선화 이야기라니, 성급한 글이 되어 버렸네요. 한국에서는 수선화가 언제 피나요? 정원 있는 분들, 저 대리만족하게 수선화 심고 사진 좀 찍어 올려 주세요. 복 받으시라고 빌어 드릴게요.  

 

레몬 쓴 제과들은 확실히 커피보다는 홍차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커피 음식과 차음식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거, 다들 느끼시죠? 차음식의 범위가 훨씬 넓죠. 타인의 찻상을 구경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니 저도 열심히 찻자리 갖고 사진을 올려 보겠습니다. ■ 

 

 

 

수선화를 드리겠어요

버터 비스킷의 진실

레몬 피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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