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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한국 흑차] 오설록 삼다연 [발효 70%]

단 단 2020. 10. 10. 22:54

 

 

 

 

 

 

 

 

오설록에서 글쎄 후발효차인 흑차도 다 냅니다. "한국 전통 장류에서 유래한 고초균으로 발효"시켜 "깊고 진한 원숙미"를 냈고 여기에 제주 삼나무향까지 입혔다 하니 기대가 됩니다. 

 

 

 

 

 

 

 

 6대 차류의 제다법



위의 6대 차류 제다법 그림에서 맨 윗부분을 보십시오. 완성된 녹찻잎을 쌓아 습기를 공급해 발효시키거나 자연 상태로 발효시킨 뒤 후숙 단계를 한 번 더 거치면 흑차가 됩니다. 보이차pu'er tea가 이 범주에 듭니다. 보이차는 애호가가 많은 차죠. 보이차 드시는 분들은 차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저는 보이차 고르는 안목이 없어 내 돈 내고 일부러 보이차를 사 마시지는 않습니다. 제차 과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잘못될 여지가 상당히 많은 차입니다. 6대 차류 중 잘못 마시면 가장 위험한 차가 보이차라는 것까지는 알고 있어 면역력 약하고 오감 예민한 저는 확신이 서지 않는 식품에는 입을 대지 않고 있습니다. 후발효차 특유의 발효취도 썩 마음에 들지 않고요. 공부를 많이 하고 접근해야 하는 차인데 공부할 시간도 안 나는데다 향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많은 수고를 해 가면서까지 접하고픈 생각이 안 듭니다. 제 고백을 듣고 장탄식하며 안타까워하실 보이차 애호가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이진호의 茶 이야기] 발효차의 매력 - 후발효차

 

 

 

 

 

 

 

 

 

처음 접하는 차니 또 생산자가 권하는 대로 우려 봅니다.

 

1탕: 1.8g 티백 하나, 우리 집 정수기 물 150ml, 90˚C, 2분

2탕: 1탕과 같은 조건

3탕: 상온의 물로 냉침

 

 

 

 

 

 

 



사진상으로는 표현이 잘 안 됐는데, 찻물색은 황금색 바탕에 분홍빛이 살짝 섞여 들어가 관능적입니다. 그나저나, 유리 저그 좀 보세요. 가끔 찻자리에서 저렇게 온화하게 웃고 있는 녀석들과 조우할 때가 있어 반갑습니다. 안녕?

스콘이 웃고 있다


첫 탕.
이야, 이거 흑차 맞아요? 맛과 향이 아주 좋습니다. 꽃향과 과일향이 나고 찻물은 과즙을 섞은 듯 달면서 심지어 새콤한 맛도 살짝 납니다. 기술이 달려 후발효를 잘못하면 찻물에서 신맛이 난다는데 꽃향과 과일향이 나면서 신맛이 나니 이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변태) 보이차 맛도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식을수록 멜론맛과 신맛이 두드러집니다. 탕이 두텁고 부드러워 목넘김도 좋습니다.

 

2탕.
과일맛은 줄어 들고 보이차 맛이 강해집니다. 과일즙의 단향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맛이 급격히 쇠해서 싱거워지고 목넘김이 거칠어집니다. 아이고, 안타까워, 맛있는데 왜 이렇게 뒷심이 약하나.

 

이 차는 제가 지금까지 마셔 본 오설록 차 중에 가장 맛있습니다. 차에서 어떻게 멜론향이 날 수 있습니까? (하긴, 다질링에서는 머스캇Muscat 청포도향이 나죠.) 오설록 측에서는 제주 삼나무 통에 넣어 후숙시켰기 때문에 차에서 제주 삼나무향이 난다고 광고를 하는데요, 제가 삼나무향을 모릅니다. 꽈당 그래서 이 독특한 향미가 삼나무 덕인 건지, 제차 과정에서 생겨난 차 고유의 맛있지는 자신 있게 말 못 하겠습니다. 제가 어딜 가면 삼나무 실물을 구경하고 향을 맡아 볼 수 있을까요? 제주 삼나무 향은 내륙의 삼나무 향과 다를까요?

 

삼다연은 이렇게 만든다고 합니다.

 

"한국 전통 장류에서 유래한 고초균으로 찻잎 발효 후, 장기간 제주 삼나무통 숙성을 통해 천연착향된 그윽한 삼나무 향미"

 

• 보이차와 구분되는 한국만의 독특한 맛을 내기 위해 청국장에서 추출한 '고초균(枯草菌)' 투입. 된장에 들어 있는 고초균을 넣으면 완성된 차에서도 된장 냄새가, 고추장 고초균을 넣으면 고추장 냄새가 나는데, 청국장 고초균이 차와 가장 어울려 선택. (그렇다고 찻물에서 막 청국장 냄새가 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 완성된 녹차를 삼나무로 만든 통에 담아 섭씨 10~12도 서늘한 온도에서 100일 동안 숙성.

 

• 숙성 용기는 오크통, 해송, 오동 등 여러 목재를 사용해 보았으나 삼나무통에 숙성시켰을 때 가장 시음 반응이 좋아 선택.

 

저의 오랜 차동무 경이로움 님은 오설록 차 중에 이 차가 가장 맛있다고 하셨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한테 오설록 가향차 선물해 주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코를 찌르는 독한 인공향 씌운, 포장만 예쁜 가향차들말고 제발 이런 차를 주세요. 흑흑. (선물 받는 주제에 까다롭기는.)


이로써 단단도 흑차의 세계에 발 한 쪽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찝찔한 맛, 지푸라기향, 오래된 가구향 나서 보이차 꺼리는 분들께 흑차 입문용으로 오설록 삼다연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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