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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음식, 김치 본문
김치가 얼마나 어려운 음식이냐면,
무려 미슐랑 3-스타를 받은 한식집에 가서도 잘 익은 맛있는 김치를 맛볼 수 없었습니다.
이 집 김치를 맛있게 잘 먹었다는 분들도 계시니 제가 운이 나빴던 거죠. 마치 소금 절이기를 갓 마친 상태의 배추를 먹는 듯했는데, '파인fine'하게 다듬어 낸다고 소금도 적게 써 그야말로 무미한 김치를 먹게 되었습니다. 일행 모두 한 조각 맛보고는 맛이 없어 남겼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머리 속에 최상의 김치맛이 각인돼 있을 테니까요. 진짓상 반찬 중 김치만 따로 가져와 분배해 주는 퍼포먼스까지 했으니 김치맛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외국인 손님 모시고 온 이들은 자칫 민망한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코리아의 킴치라고?
살아 숨쉬는 음식이니 영업집이 365일 늘 최상의 김치맛을 선보이기는 힘들겠다 생각은 합니다. 집에서 내 입맛에 꼭 맞게 담가도 몸서리칠 만큼 맛있는 기간은 며칠 안 되잖아요. 그러니 볶아 먹고, 구워 먹고, 부쳐 먹고, 끓여 먹고들 하는 거겠죠.
제가 만두를 좋아해 어디 가서 만둣집을 보면 모둠으로 포장해 오는 습관이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김치만두만 늘 맛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안 사실인데, 김치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어 만둣집들이 아예 진짜 김치를 쓰지 않고 뻘겋게 양념만 한 배추나 채소를 쓰기 때문이라는군요.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만두 소 맛이 어째 제가 아는 그 김치맛이 아니라 텁텁하고 맵기만 하더라니. 이런 건 '김치만두'라 하지 말고 '매운 만두'라고 써 붙여야 마땅합니다.
잘 익기만 하면 어떤 김치든 맛있긴 하지만 저는 갓김치, 부추김치, 순무김치 같은, 성깔 있는 채소로 담근 김치를 특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김치를 매번 밥상에 올려야 할 만큼 좋아하지는 않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부추김치만 직접 담그고 나머지 김치들은 사다 먹습니다. 최적기에 이르지 않은 생김치, 최적기를 지난 생김치 먹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또 없어 소량을 자주 구매하는 쪽으로 전술을 바꿔 김치를 먹고 있는데, 겨우 400g짜리 소포장 갓김치도 끝까지 맛있기가 힘들더군요. 공기 덜 닿게 최대한 신경 써서 보관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도 겨우 될까말까 합니다. 어휴, 이토록 까다로운 음식이라니.
서양의 치즈를 한식의 장이나 김치에 비교할 때가 많죠. 장기 숙성 경성 치즈들은 장이나 묵은지에 비유하면 되겠고, 프랑스식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이야말로 우리 생김치에 비유하면 딱 맞는데, 장기 숙성 경성 치즈들은 언제 사 먹어도 맛이 좋고 안정돼 있는 반면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은 김치처럼 최적기의 것을 만나기가 몹시 힘듭니다. 한국의 마트나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은 그냥 덜 익은 김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
☞ 김장과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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