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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음식, 김치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참 어려운 음식, 김치

단 단 2021. 3. 1. 22:32

 

 

 

 

 

 

김치가 얼마나 어려운 음식이냐면,

무려 미슐랑 3-스타를 받은 한식집에 가서도 잘 익은 맛있는 김치를 맛볼 수 없었습니다. 

 

이 집 김치를 맛있게 잘 먹었다는 분들도 계시니 제가 운이 나빴던 거죠. 마치 소금 절이기를 갓 마친 상태의 배추를 먹는 듯했는데, '파인fine'하게 다듬어 낸다고 소금도 적게 써 그야말로 무미한 김치를 먹게 되었습니다. 일행 모두 한 조각 맛보고는 맛이 없어 남겼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머리 속에 최상의 김치맛이 각인돼 있을 테니까요. 진짓상 반찬 중 김치만 따로 가져와 분배해 주는 퍼포먼스까지 했으니 김치맛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외국인 손님 모시고 온 이들은 자칫 민망한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코리아의 킴치라고?

 

살아 숨쉬는 음식이니 영업집이 365일 늘 최상의 김치맛을 선보이기는 힘들겠다 생각은 합니다. 집에서 내 입맛에 꼭 맞게 담가도 몸서리칠 만큼 맛있는 기간은 며칠 안 되잖아요. 그러니 볶아 먹고, 구워 먹고, 부쳐 먹고, 끓여 먹고들 하는 거겠죠.

 

제가 만두를 좋아해 어디 가서 만둣집을 보면 모둠으로 포장해 오는 습관이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김치만두만 늘 맛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안 사실인데, 김치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어 만둣집들이 아예 진짜 김치를 쓰지 않고 뻘겋게 양념만 한 배추나 채소를 쓰기 때문이라는군요.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만두 소 맛이 어째 제가 아는 그 김치맛이 아니라 텁텁하고 맵기만 하더라니. 이런 건 '김치만두'라 하지 말고 '매운 만두'라고 써 붙여야 마땅합니다.

 

잘 익기만 하면 어떤 김치든 맛있긴 하지만 저는 갓김치, 부추김치, 순무김치 같은, 성깔 있는 채소로 담근 김치를 특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김치를 매번 밥상에 올려야 할 만큼 좋아하지는 않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부추김치만 직접 담그고 나머지 김치들은 사다 먹습니다. 최적기에 이르지 않은 생김치, 최적기를 지난 생김치 먹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또 없어 소량을 자주 구매하는 쪽으로 전술을 바꿔 김치를 먹고 있는데, 겨우 400g짜리 소포장 갓김치도 끝까지 맛있기가 힘들더군요. 공기 덜 닿게 최대한 신경 써서 보관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도 겨우 될까말까 합니다. 어휴, 이토록 까다로운 음식이라니. 

 

서양의 치즈를 한식의 장이나 김치에 비교할 때가 많죠. 장기 숙성 경성 치즈들은 장이나 묵은지에 비유하면 되겠고, 프랑스식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이야말로 우리 생김치에 비유하면 딱 맞는데, 장기 숙성 경성 치즈들은 언제 사 먹어도 맛이 좋고 안정돼 있는 반면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은 김치처럼 최적기의 것을 만나기가 몹시 힘듭니다. 한국의 마트나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은 그냥 덜 익은 김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장과 김치

 

 

 

댓글 12
  • 프로필사진 pukka 2022.07.29 14:25 2021.03.03 09:52

    우리집 김치만두는 진짜 김치만두인데 인기가 높습니다. 그래봤자 3식구 사이에 높은 인기 ㅋㅋㅋㅋ 감히 김치만두 한판 쪄서 보내드리고 싶어집니다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8.13 04:37 신고 2021.03.03 13:11

    뿌까 님은 김치도 맛있게 잘 담그시잖아요. 그러니 김치만두가 얼마나 맛있겠어요. b-_-

    김치만두는 영업집 맛이 가정집 맛을 못 따라가는 대표적인 음식 같아요. 저도 설날의 본가 만둣국 맛이 생생합니다. 설날쯤 되면 김치가 묵은지 돼 있으니, 캬, 김치만두 소의 그 청량한 김치 산미.
  • 프로필사진 2022.08.13 04:30 2021.03.07 08:14

    김치 안먹은지 오래 됐네요. 코로나때문에 식당들도 to-go로만 주문을 하고 처치곤란인 반찬들은 아예 빼고 받습니다. 여기 한식당에서 주는 김치는 그냥 정말 '매운 양념을 버무린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서 없어도 전혀 아쉽지가 않아요 ㅠㅠ
    제 고향 부산 스타일하고는 완전히 다르게 새우젓 넣고 시원하게 담가 주시던 저희 할머니 김치가 제게는 기준이예요. 어릴때 할머니랑 같이 살았거든요. 그런데 저희 가족이랑 따로 사시고부턴 할머니도 김치를 주문해서 드셨다는게 함정입니다 ㅋㅋㅋ
    이젠 하늘나라에 계셔서 한국에 가도 할머니 김치는 못 먹네요.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8.13 04:37 신고 2021.03.11 05:35

    한국에서도 영업집에서 맛있는 김치 만나기 참 힘들어요. 설렁탕, 곰탕 집의 섞박지는 또 얼마나 달아졌게요.

    할머니 음식과 김치를 추억하시는 쥬 님이 부럽습니다.

    요즘 김치가 '핫'하잖아요? 서양인들이 비건 김치 만들어 퍼뜨리는 것에 의문이 듭니다. '어어? 젓갈 조금이라도 넣어 주지 않으면 맛이 제대로 안 날 텐데?'
  • 프로필사진 제시카 2022.08.13 04:38 2021.04.17 03:15

    언젠가 여기 한인식품점들이 한꺼번에 앳젓이 동이 나는 바람에 배추 버리는 셈치고 간장을 액젓 대신 소량 넣고 김치해봤는데 예상외로 먹을만은 하더라구요.
  • 프로필사진 율리율 2022.08.13 04:31 2021.03.08 16:32

    대부분의 식당에서 빠짐없이 꼭 내어주는 반찬이 김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손이 안 가는 반찬이기도 해요. 아마 급식이나 식당에서 먹은 맛없는 김치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닐까요. 진짜 솜씨 있는 집은 밑반찬 중 김치의 맛이 일정한 집이 아닐까 해요. 자주 가는 단골 맛집의 김치 맛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게 되더라고요.

    저도 만두 귀신이라 불릴 정도로 만두를 좋아하는데 고기 만두 맛있는 집은 자주 있는데 어쩐지 김치 만두가 맛있는 집은 거의 없더라고요. 김치를 안 써서 그렇다니...!!

    저희 어머니랑 할머니도 김장하시는데 유난히 맛있는 해가 있고 아닌 해가 있어요. 맛있었던 해의 맛을 재현해보려 해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재료의 비율뿐만 아니라 발효 숙성되는 조건 또한 따져야하니...... 김치는 정말 어렵고 까다로운 음식인 것 같아요.
    한국인이라 그런지 맛있는 김치를 먹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ㅎㅎ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8.13 04:38 신고 2021.03.11 05:43

    어제 뉴스에서 중국인 남성이 옷 홀랑 벗고 배추통에 들어가 절임배추 뒤적이는 영상 보셨어요? 으악, 우웩, 영업집들, 웬만하면 중국산 김치 사다 내잖아요? 심지어 손님상에 올랐던 김치나 깍두기를 모아 재활용까지 합니다. 맛있고 없고는 둘째 문제, 남의 침 묻었나 걱정부터 해야 합니다. 이 코로나 시국에.

    맞아요, 내 집 김치도 매년 비슷하게 맛을 유지하기가 어렵죠. 맛 잘 든 김치 먹을 때의 행복감이 워낙 강렬하니 고생스러워도 맛있게 익기를 염원하며 직접 담가 드시나 봅니다. 사다 먹는 김치가 맛있을 때도 행복한데 내 손으로 담근 김치가 기똥찬 맛을 낼 때는 얼마나 뿌듯할까요.
  • 프로필사진 더가까이 2022.08.13 04:31 2022.03.30 01:54

    <라연> 에서 김치 관리를 못했다니, 하아~~ 참....
    와인 마시지 않지만 <신의 물방울> 보니 까다롭기로 김치와 맞짱 뜰만한게 와인인것 같더군요. 토질, 그해 날씨, 양조자의 실력, 충분한 발효가 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인내. 그래도 와인은 일단 잘 숙성되면 마실 수 있는 기간이 엄청 기니까 김치가 더 까다롭다고 말해도 될 것 같아요.

    김치 만두의 미스테리를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전 백만년만에 숙주나물/두부에 김치 조금 넣어서 만두 빚어 먹었어요. (재료 물기 짜내는 것은 손아귀힘 센 시다 담당) 이렇게 맛있는 것을... 하아~~ ㅠㅠ

    쓰다 보니 갑자기 김치 왕창 넣은 녹두전 생각이.... 츄릅!!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8.13 04:39 신고 2022.04.02 06:24

    아휴, 술도 안 드시는 분이 <신의 물방울>은 또 왜 보셨어요. ㅋㅋ 가만 보니 일어도 잘하셔서 일본 콘텐츠 자주 보시는 것 같던데, 음식 망가에, 애니에, 드라마에, 영화에, 도큐멘터리에, 음식 지식이 상당하실 것 같아요.

    사모님이 음식 하실 때 기웃기웃하신 이야기, 시다 노릇 하셨다는 이야기, 것두 웃겨 죽것어요. 막 상상이 돼요. 들락날락하시면서 하나씩 둘씩 낼름낼름. ㅋㅋ

    가정집 김치만두가 최고. 암요.
    생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다 보니 김치는 어째 식재료로 썼을 때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저 김치 넣은 녹두빈대떡, 공부 열심히 하고 쓴 글 있어요!
    '[음식우표] 빈대떡' 글 보세요.
    꺄, 나두 먹고 싶다!
  • 프로필사진 더가까이 2022.08.13 04:39 2022.04.02 07:16

    마눌님께서 일본에서 석사+직장생활로 5년간 있었전 적이 있어 일본문화를 쬐끔 접했습니다. 아이들도 일본 가보더니 음식과 온천을 너무 좋아하고 저는 홋카이도 풍경에 매료되어서 여러번 갔었어요. (무려 미국에서 ㅎ) 큰 아이는 국제학 전공인데, 학부때 2년 교환학생으로 일본 가 있다 돌아와서 학부 마친후 작년 가을부터 온라인으로 석사과정 시작했네요. 그동안 입국이 안되다가 풀려서 다음주 수요일에 드디어 들어갑니다. 그런데 제가 할 줄 아는 일본어는 "니혼고가 데끼마셍 (일본어 할줄 몰라요)" 정도 ㅋㅋㅋㅋ

    주방장께서 시다가 얼쩡거리며 동선 방해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셔서 부를때만 네~ 하고 달려갑니다. 설거지도 요리하실때는 절대 하면 안되고요. (제 등짝은 무척 소중합니다 ㅋㅋ)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8.13 04:40 신고 2022.04.02 14:17

    아, 맞벌이 가정이 아니신가 보죠? 부부께서 함께 요리를 하지 않으신다는 것 보니. 저희 X세대부터는 맞벌이하면 요리도 같이 해야 가정이 유지돼요. ㅋㅋㅋㅋㅋㅋ

    제가 실은 더가까이님이 일어 잘하시는 것 보고 (잘하시는 거 다 알아요. 일본 여행기 보니 일본어 병기 엄청 잘하시더만요.) 샘나서 일어공부 시작했어요. 여행 갔을 때 간판과 메뉴판, 식품 포장은 읽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이제 히라가나 겨우 다 외웠어요.;; (더가까이님 하시는 거 다 따라합니다. 풍경 사진도 찍으러 다닐 거예요.)
  • 프로필사진 더가까이 2022.08.13 04:40 2022.04.02 14:56

    예 외벌이입니다. 전 설거지, 빨래, 청소 정도만 ㅎㅎ

    저 정말 일어 모릅니다. 일어 병기하는 것은 고객 만족 차원 + 그렇게라도 하면 조금이나마 일어 공부를 할까 싶어 하나 하나 검색해서 붙여넣기 하는거에요.

    단단님은 미술적 감각이 뛰어나시니 풍경사진 크게 기대해 봅니다. 공돌이들은 사용법 매뉴얼이나 달달 외지 여~~엉 예술적 안목이 없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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