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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는 맛있는 생선이었습니다 본문
재작년에 제가 솜씨 없는 식당의 흉악한 삼치구이 먹고 투덜거린 적 있잖아요.
음식에 대한 제 철학이랄까요 원칙이랄까요, 맛없는 음식을 먹고 나면 이게 (1) 원래 맛이 없는 음식인지 (2) 실력 없는 사람이 조리해서 그런지를 가리기 위해 끈기 있게 몇 번은 더 먹어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 마지판의 교훈
그래서 제대로 잘 구운 제철 대삼치를 맛볼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썼었죠. 그 후 삼치구이를 이런저런 경로로 몇 번 더 찾아서 먹어 보고, 심지어 <비비고> 삼치구이를 사다가 데워 먹어 보기도 했는데, 다 시답잖았습니다. 아, 나 돈 없는 사람인데 무리해서 비싼 데를 다녀와야 하나, 푸념하고 있던 찰나, 비싼 데서 삼치구이를 먹을 기회가 드디어 생겼습니다. 덩실덩실.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죠.
"도시에서 먹는 삼치구이는 어째서 그리 심심할까. 그건 제 모습의 삼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은 삼치가 원래 살이 좀 단단하고 담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름진 맛을 싫어하는 이들은 그래서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삼치는 게살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기름지다."
비싼 집에서 얼마 전에 맛본 삼치가 바로 그 게살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기름진 "진짜 삼치"였습니다. 신음이 절로 났죠. 지금까지 먹었던 삼치는 대체 뭐였나, 같은 생선 맞나, 맛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충분히 자란 것들로 소비하면 지금처럼 많은 개체를 잡지 않아도 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련만 왜 그리 성급하게들. 삼치는 원래 담백한 생선이고 그게 삼치맛의 묘미라고 훈수 두는 사람도 봤는데, 그 사람도 진짜 삼치맛을 못 보고 하는 소리죠.
그리고, 보십시오, 한식 생선요리도 이렇게 양식처럼 반찬 늘어놓지 않고 밥 없이 단독으로 먹을 수 있도록 얼마든지 잘 디자인 해서 낼 수 있습니다. 지짐판에 지져서pan-fried 마무리한 삼치구이는 간장소스를 따로 붓기 전 미리 약하게 간장소스에 절인marinated 것 같고, 곁들이로는 우엉, 방울다다기양배추, 은행, 대파를 썼습니다. 파뿌리처럼 생긴 저 근사한 고명은 가늘게 채를 낸 우엉을 튀긴 건데 재미있게도 건어물 맛이 납니다.
그런데,
맛있었다는 것과는 별개로, 저와 일행은 이 생선요리가 한식이 아닌 일식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장소스에 청주와 맛술을 썼는지 한식 간장양념보다는 일식 간장소스 풍미가 강하게 났고, 곁들이 채소들에서도 일식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각 요소가 잘 조리되었고 간이 세지 않아 맨입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하여 단단에게 삼치는 기름지고 보드랍고 맛있는 생선으로 평생 기억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피 엔딩.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싱싱한 대삼치 사다가 집에서 직접 '잘' 조리해 볼 일만 남았습니다. 제철이 끝났으니 다시 찬바람 불 때를 기다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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