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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끝판왕 캐논 EF 50mm f/1.8 단렌즈가 집에 있는 줄도 모르고 카메라 바꿔야 한다며 푸념하고 있었던 어느 한심천만한 블로거 본문

사연 있는 사물

가성비 끝판왕 캐논 EF 50mm f/1.8 단렌즈가 집에 있는 줄도 모르고 카메라 바꿔야 한다며 푸념하고 있었던 어느 한심천만한 블로거

단 단 2022. 11. 12. 23:33

 

 

사진기와 촬영 기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블로그를 하겠다 하니 유학 시절 돈 없었던 다쓰베이더가 옛다 하고 보급형 크롭 보디 Canon EOS 700D와 가성비 렌즈라는 Sigma DC 17-50mm 2.8 EX HSM OS를 사서 안겨 주었습니다. 모델명도 몰라 블로그에 글 쓸 때마다 들여다보고 옮겨 적어야 할 정도로 자기가 쓰고 있는 기기에 대해 관심도 없고 무지합니다. 

 

위 시그마 렌즈에 대해서는 애증이 교차합니다. 초점 맞추는 데 속도가 너무 느리고 시끄러워 식당 같은 저조도 환경에서는 음식 나오는 찰나를 당최 담을 수가 없어요. 색감도 푸르죽죽, 초점거리 가변 범위가 넓어 편할 때가 많긴 하지만 분위기 있는 사진이 나와 주지는 않고요. (그래도 그간 고마웠어.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해~)

 

그런데 오늘 사진 용품 보관함을 보니 웬 아담한 렌즈가 떠억. 

 

아!

 

우렁각시 다쓰베이더가 마누라 밖에 나가 스냅 사진 찍을 때 쓰라고 사 주었던 단초점 렌즈였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아마 조도 낮은 집안에서 음식이나 정물 사진 몇 번 찍어 보고는 원하는 화각도 안 나오고 'image stabiliser'도 없어 흔들리니 처박아 두었던 모양입니다.  

 

뒤늦게 발견한 단렌즈를 장착해 낙엽 다 지기 전에 양재천 산책로에 다녀왔습니다. 다음은 그 결과물입니다. 사진 실력은 여전히 없어 단순 'point and shoot'질에, 밝기와 심도 맞추느라 조리개나 아주 가끔 만져 주고 ISO나 바꿔 주는 정도이니 그러려니 하고 보세요. 전부 'raw' 파일로 찍어 보정한 뒤 jpg로 바꿔 줍니다.

 

 

 

 

 

 

 

 

 

첫 사진으로는 산책로 바닥의 낙엽.

 

앗?

집에 와서 사진 확인하고는 깜놀!

색감과 분위기가 왜 이렇게 달라요? (눈 땡글)

 

마치 다른 사람 사진기 빌려서 찍은 것처럼 사진이 달라져 있어서 몹시 놀랐습니다.

본체는 그대로인데 렌즈 하나 바뀌었다고 사진이 이렇게 달라진다고요? 

정말요?

저 좀 계몽시켜 주십시오.

 

시그마 전천후 줌 렌즈로 그간 찍었던 사진들에 비하면 밝으면서도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에 색감이 굉장히 따뜻해졌어요. 

 

 

 

 

 

 

 

 

 

두 번째 사진.

 

헉;; 이것도 마찬가지.;;

같은 사진기인데 전례 없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에 놀라는 중입니다.

 

그런데,

초점 맞은 곳은 선명하지만 조리개를 많이 열었더니 시,심도가 굉장히 얕아요.

 

 

 

 

 

 

 

 

 

2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손 꼭 잡고 산책하는 어린 부부가 보기 좋아 뒤에서 몰래 한 장 찰칵.

 

이것도 헉;;

스냅용 렌즈라더니 과연 움직이는 인물을 빠른 속도로 선명하게 담아 줍니다.

볕 좋은 야외라서 그렇기는 하지만 초점 잡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전에 비해 사진이 깨끗하면서 선명합니다.

 

(해상력과 선예도 구분이 어렵습니다.;; 입자가 고와 보이고, 번져 보이지 않고 또렷해 보이면서 노이즈가 적어 보인다는 뜻으로 말하고 싶은데 어떤 용어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렌즈의 해상력이 이전 시그마 렌즈보다 높아진 건지 선예도가 높아진 건지를 모르겠습니다. 해상력과 선예도 각각의 사전적 정의는 알고 있습니다.) 

 

 

 

 

 

 

 

 

 

아, 이건 좀 아쉽습니다.

풍경을 담기에는 좁고 답답한 화각.

위로도 옆으로도 정보를 좀 더 많이 담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풍경용 렌즈가 아니라는 말, 이해했습니다.

 

낙엽이 져 바람에 흩날리는 중입니다.

 

 

 

 

 

 

 

 

 

나무 그늘 밑에서 올려다 보며 근접 촬영.

오오, 이건 또 분위기 있고 좋네요.

(이렇게저렇게 찍어 보며 렌즈 특성 파악중.)

 

 

 

 

 

 

 

 

 

튀어나온 부분 초점 잘 맞았고.

 

 

 

 

 

 

 

 

 

전경, 후경은 흐려지고 중경만 또렷.

그나저나, 색이 원하는 대로 충실하게 잘 나와 색 보정할 일이 대폭 줄어 좋네요.

 

 

 

 

 

 

 

 

 

나뭇가지에 초점이 맞아 나머지는 전부 흐려지고.

그래도 이것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네요.

 

 

 

 

 

 

 

 

 

이파리가 맛있는지 벌레한테 죄 뜯어 먹혀 성한 잎이 없는 나무.

뜯긴 자리 세부 표현 좋아요.

 

 

 

 

 

 

 

 

 

저 정도 거리의 사람도 초점을 못 맞추는구나.

가까이에 있는 인물 스냅용이라더니.

오른쪽에 있는 나무 기둥은 선명하게 잘 나왔습니다.

잘 나오는 거리를 대충 파악했습니다.

 

 

 

 

 

 

 

 

 

걷다가 주운 지나치게 잘생긴 낙엽.

'올해의 낙엽'으로 꼽기로 했습니다. 

잎 형태와 잎맥 퍼진 양상과 색상 그라데이션이 끝내줍니다.

역시 조물주는 최고의 예술가.

저걸 사람이 흉내 내 만들려면 얼마나 애써야 하나요.

길에서 매일 보는 플라타너스 잎이 이렇게 잘생긴 줄은 이 나이가 돼 처음 깨닫습니다.

 

 

 

 

 

 

 

 

 

이번에는 뒤의 오각형 빛망울bokeh을 보십시오.

이거, 조리개 날개가 다섯 개라는 뜻이죠?

 

 

 

 

 

 

 

 

 

밝은 곳에서도 한 장.

뒤에 배경 뭉개진 것 좀 보세요.

제 사진기로 이런 사진이 찍혔다니 다만 신기할 뿐입니다.

집중도가 높아진다며 이 '아웃 포커싱' 효과를 좋아하는 분 많은데,

저는 배경이 이렇게까지 뭉개진 사진은 '맥락'이 사라져 버려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여간 대략 어느 정도 거리일 때 이런 효과가 나는지는 파악했습니다.

 

 

 

 

 

 

 

 

 

그냥 두고 가기 너무 아쉬워 제 발 앞에 놓고도 한 장.

30cm 정도 높이의 낮은 담에 올려 놓고 찍으려는데 키가 작아 낙엽이 사진기에 다 안 담겨 저도 담장 위에 같이 올라섰습니다. ㅠㅠ

 

 

 

 

 

 

 

 

 

마,마지막으로, 

중후한 나무 기둥에 대고도 한 장.

(원하는 사진 찍을 수 있게 오랫동안 낙엽 들고 있어 준 영감, 고마우이.)

 

 

 

 

 

 

 

 

 

"안녕?"

 

와아, 빅버드Big Bird다!

(숱 많은 실한 은행나무를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확대해서 보았는데 세부 뭉개짐 없이 한잎 한잎 선명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전체를 다 담고 싶었으나 더이상 뒤로 물러날 데가 없어 이게 최선.

아, 이것이 단렌즈의 한계로군요.

 

잊고 있었던 단렌즈를 처음으로 외출시켜 일을 시켜 본 날이었습니다.

야외 주간용으로는 대만족입니다.

이걸로 음식 사진을 찍는 건 무리이겠지요?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화면에 풍경을 많이 담을 수 없는 게 아쉬웠는데

풍경용 렌즈 중 이것처럼 가성비 좋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보 부탁 드립니다.

렌즈 이름을 뭐라고 써서 검색해야 하는지조차도 모르겠어요. ㅠㅠ

광각 렌즈? 이것도 단렌즈 형태로 있나요? 줌으로 사야 하나요?

 

참, 어떤 사진 고수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며 글을 올렸더군요.

렌즈에 따른 색감 차이가 과연 존재하는가요?

 

이 분은 부정적인 입장이시던데,

사진에 대한 지식은 없어도 예민한 색 감각을 지닌 저로서는

'당연히 존재합니다.'라고 단호히 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쓰던 시그마 줌렌즈는 푸르죽죽한 결과물을,

오늘 써 본 캐논 단렌즈는 굉장히 따뜻한 색을 내주어 깜짝 놀랐죠.

그래서 포토숍으로 사진 보정할 때 푸른 기운을 빼 내는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진 많이 찍으신 분이 이걸 모른다고욤? (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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