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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스캥 데 프레 - 샹송 '천번의 후회' (Josquin des Prez, chanson 'Mille regretz') 본문

음악

조스캥 데 프레 - 샹송 '천번의 후회' (Josquin des Prez, chanson 'Mille regretz')

단 단 2023. 3. 13. 21:55

 

조스캥 데 프레의 미사곡 악보. 바티칸 도서관.

 

 

대개의 사람들한테는 비발디(1678-1741)나 바흐(1685-1750)로 대표되는 바로크 시대(c.1600-c.1750)까지가 클래식 음악 감상의 최전선이 되지요. 그러나 바로크 이전에도 뛰어난 작곡가는 많았고, 오늘 소개해드릴 르네상스 시대(c.1400-c.1600)의 프랑코-플레미쉬Franco-Flemish 작곡가 조스캥 데 프레(c.1450-1521)도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얼마 전 ☞ 독일 찬송가 글에 영화 《신과 함께 가라Vaya con Dios》 속 음악들을 삽입하면서 시작 부분 수도원에서 울리는 조스캥의 찬송가motet도 함께 소개했었습니다. ['주님만이 홀로 기적을 행하시며Tu solus qui facis mirabilia'(1503)]

 

오늘은 경건한 종교 성악곡이 아닌 유행가chanson를 올려봅니다. 실력이 뛰어난 작곡가라서 교회 전례를 위한 음악도, 유행가도, 다 잘 썼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우울한 성향이 있는지, 저는 사랑의 설렘, 환희를 표현한 노래보다는 아픔, 이별의 슬픔을 담은 노래를 선호하고 더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 1400년대의 이별 노래는 재작년에 소개했었고, 오늘은 1500년 즈음의 이별 노래를, 다음 번에는 1600년경의 노래를 소개하겠습니다. 셋 다 제가 좋아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슬픈 노래들입니다.

 

애절한 가사와 선율도 좋지만 이 곡은 작곡 기법 면에서도 탁월합니다. 특히 성부간 다채로운 결합 양상texture이 눈여겨볼 만한데, 혼자 먼저 나오기도 하고, 앞서 나온 성부의 선율을 모방하면서 따라 들어오기도 하며, 두 성부씩 짝 지어 노래하거나, 네 성부가 동시에 부르는 등 2분도 채 안 되는 짧은 곡에서 직조에 공을 아주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다국적 연주자들의 그룹인 〈프로페티 델라 퀸타Profeti della Quinta〉의 연주로 걸어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들은 이 곡의 연주들 중에서는 이 연주가 가장 뛰어난 것 같은데, 다른 연주 추천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합창단이나 중창단에서 노래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가수들이 각 선율의 마무리phrasing를 얼마나 정성 들여 하는지도 보십시오. 선율이 반복될 때마다 테너 주자가 구사하는 즉흥 장식음들도 훌륭합니다. 악보에는 표시돼 있지 않은 음들입니다.    

 

 

 

 

 

 

 

 

 

Josquin des Prez - Chanson: Mille regretz 

조스캥 데 프레 - 샹송 '천번의 후회'

 

Mille regretz de vous abandonner
Et d'eslonger vostre fache amoureuse,
Jay si grand dueil et paine douloureuse,
Quon me verra brief mes jours definer.

In Modern French:
Mille regrets de vous abandonner
et de m'éloigner de votre visage amoureux.
J’ai si grand deuil et peine douloureuse
qu’on verra vite mes jours prendre fin.

English Translation:
A thousand regrets at deserting you
and leaving behind your loving face,
I feel so much sadness and such painful distress,
that it seems to me my days will soon dwindle away.

 

천번이고 후회하네 

사랑스런 그대의 얼굴을 뒤로 하고 떠나온 것을 

이 크나큰 슬픔과 고통으로

내 삶은 곧 여위어 가리

 

 

 

 

현대식으로 기보한 악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음악학자들의 해석에 따라 악보마다 음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위 연주 영상에서 나는 음 그대로 다쓰베이더가 새로 그렸습니다. 장식음은 알아서 붙여 불러야 합니다. 장식음 없이 악보대로만 불러도 됩니다. 

 

 

josquin_mille_regretz_dd.pdf
8.53MB

 

 

 

[객석] 서거 500주년 맞은 조스캥 데프레, 바흐에 앞선 역사, 베일을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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