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 어허, 요 녀석 또 시작이로구나. 냉큼 발 내리지 못할꼬! 크리스마스 모듬 비스킷을 사고 즐거운 마음에 한 장. 재료도 좋고 맛도 좋은 과자가 값은 또 왜 이렇게 싼지, 영국에 뚱보가 많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영국 온 이후 내 얼굴도 저 과자처럼 동글동글해지고 있으니. 여기 영국인들, 지금은 눈만 뜨면 아침부터 지구 온난화 때문에 폴라 베어(흰 북극곰) 발 디딜 얼음 사라진다고 수선을 떨지만 옛 시절엔 다음과 같은 대국민 담화문도 있었다. -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 - 여왕께서는 목요일을 곰 괴롭히기 날로 정하시고 이날 연극을 공연하는 것은 "여왕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행해지는 이런 류의 오락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임을 분명히 하셨다. 이번 행사를 위해 사방에서 곰과 개가 징발되었다. ..
그는 "괴로울 땐 뭔가 단 걸 먹어봐" 하며 꿀로 범벅이 된 작은 과자를 내밀었다. 바클라바였다. 벌꿀과 피스타치오가 버무려진 달콤한 터키 페이스트리. 바클라바를 입에 넣고 씹자 걱정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마치 잠시 고통을 잊게 해 주는 마약과 같이. 그날 나는 처음으로 카운터 앞에 앉아서 오랫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의 아버지를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 "그도 타향에서 60년째 살고 있지. 이젠 그곳이 고향이 된 듯해. 그가 실향민이고 그의 아들도 실향민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태어날 때부터 실향민이었어. '지금 현재 이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늘 겉도는. 언제 어느 곳에 있든 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나의 방랑벽은 어쩌면 그에 기인한 듯도 해."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
▲ 어느 영국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성탄 선물들 아아, 제발 과자를 귀여운 동물 모양으로 만들지 말란 말이오. 저렇게 웃고 있기까지 하니 대체 먹으라는 거요, 말라는 거요.
▲ 디스크 형태의 인퓨저 찻잎은 가급적 티포트 안의 넓은 공간에서 제대로 우리는 것이 좋으나 녹차를 우릴 때는 높은 온도에서 우리는 홍차만큼 잎이 물 속에서 활발한 춤을 추지 않는다는 점을 핑계 삼아 가끔은 이렇게 편법으로 우릴 때도 있다. 예닐곱 종류의 차를 모두 루스티로 가지고 있으니 차를 마실 때마다 매번 다구를 갖춰 우리는 수고를 해야만 하는데, 차를 우리는 의식은 즐겁긴 해도 심신이 피곤한 날은 또 귀찮기도 한다. 그럴 때 시간과 수고를 줄여 주는 고마운 인퓨저. 찻물이 잘 드나들 수 있도록 가급적 구멍이 촘촘히 많고 크기도 큼직한 것으로 사 찻잎이 갑갑해하지 않도록 하자. 사진에는 인퓨저가 얌전히 누워있지만 원활한 침출을 위해서는 좀더 깊은 컵에 아래 사진처럼 세워서 넣는 것이 좋다. ■
▲ 런던 소호Soho 차이나 타운 광장에 있는 시계 우리 집 낡은 똑딱이로 저 움직이는 인형들을 잡아내느라 매번 애먹다가 겨우 성공. 시계가 마침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영국인들에게는 참 각별한 시간이다. 다들 9시에 출근해 5시30분에 칼퇴근들을 하면서도 오전 티타임, 점심시간, 오후 티타임을 간단하게마나 꼭꼭 챙긴다. ■
▲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외벽에 그려진 거대한 그라피티 지난 여름에 찍어둔 사진을 겨울이 다 된 지금에야 뒤늦게 발견했다. 외국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영국인들의 차 마시는 습관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페인트공도 때가 되면 일손을 놓고 저렇게 술이나 탄산음료도 아닌 차를 마신다. 저 작품에서처럼 일터에서 캐주얼하게 차를 즐길 때는 대개 받침이 있는 찻잔이 아니라 머그에 담는다. 환경 문제에 민감한 영국인들이라 직장에서도 일회용 종이컵을 쓰지 않고 각자 자기 머그를 갖다 놓는다. 당번을 정해 놓고 동료들에게 돌아가면서 차를 타주는 게 이곳 직장인들의 풍습인데, 회사에서 가장 얄미운 동료 유형 1위는 '동료들에게 차 서빙하는 걸 소홀히 하는 사람'이라고. 차를 타 주려면 서로의 차 취향,..
▲ 레몬을 띄운 의 실론. 레몬 소비가 많은 영국에서는 요리에 쓰거나 홍차에 띄울 목적으로 껍질째 쓸 수 있는 'unwaxed' 레몬을 따로 판다. 레몬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홍차에 레몬을 띄우면 신기하게도 수색이 잠깐 밝아졌다가 탁해지는데, 잘 보고 있다가 탁해지기 전 얼른 건져 내야 떫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레몬은 최대한 얇게 썰어 넣었다 빼는 정도로만 향을 내도록 한다. 이 사진을 찍느라 레몬을 한참 담가 두었으니 오늘의 홍차는 시금털털. ■
▲ 의 크리스마스 티와 자파Jaffa 케이크 '크리스마스 티'라는 건 크리스마스 즈음 사서 이듬해 봄이 되기 전까지 마시는 걸까, 출시되자마자 사서 크리스마스 즈음에 끝내야 하는 걸까. 저 보기만 해도 따뜻한 스웨터 질감의 머그는 동네 수퍼마켓에서 올해 크리스마스 용으로 한정 출시한 제품. 영국에서는 10월말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벌써부터 술렁술렁하다. 온 국민이 크리스마스 기다리는 낙 하나로 사는 것 같다. ■
▲ 세미나실 한쪽에 마련된 간이 티테이블. 크림빛 식탁보도 다 깔았다. 영국인들의 차茶 사랑에 관해서라면 오늘 있었던 세미나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될 것 같다. 아침 9시에 시작되는 세미나를 위해 10분 정도 일찍 도착 - 시작하기 전 룸 한 켠에 조촐하게 마련돼 있는 뜨거운 차와 비스킷으로 몸을 녹인다. 세미나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나면 강사는 지친 목을 쉬게 하고 참석자들은 서먹함을 깨트릴 겸 차와 비스킷을 먹으며 또 티 브레이크를 가진다. 수줍음 많은 영국인들은 제삼자가 서로를 소개해 주기 전까지는 여간해선 자발적으로 통성명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훈훈한 차의 기운을 빌어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영국의 날씨는 매우 변화무쌍하므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는 실제로 날씨 이야기를 많이 한..
야외 행사에도 저렇게 홍차를 파는 간이 매대가 꼭 있게 마련이다. 테틀리 사 모델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저 파아란 옷차림의 영국 아주머니. - 햄튼 코트 플라워 쇼에서 -
▲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 출품된 어느 정원 디자이너의 작품 . 지하 공간을 위한 작품으로, 음지 식물로만 꾸몄다. '찻잔 안에 이는 사나운 비바람'이라는 뜻의 'Tempest in a teacup'은 사소한 일로 야단법석을 떨 때 영국인들이 비꼬듯 쓰는 재미있는 표현. 저 홍찻잔처럼 생긴 워터 보울 안에 정말로 물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밖에 차와 관련된 재미있는 영어 표현을 들자면 That's another cup of tea 그건 완전 별개의 이야기다 That's not my cup of tea 내 취향이 아니다 A bull in a china shop 도자기 그릇 가게 안의 황소. 흥분해서 마구 날뛰는 사람을 묘사할 때. 어떨지 상상이 된다. I could murder a cuppa 차 마시고..
▲ 크리스마스 티포원Tea for one과 간식접시를 장만하고 기쁨에 겨워 기념 촬영 혼자서 차 마실 일이 없어 티포원을 쓸 일은 많지 않다만, 도자기 숍이나 티숍에서 티포원을 볼 때마다 앙증맞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 요리조리 살피고 만져보게 된다. 크리스마스용 티포원만 좀 모아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사실 티포원은 입구가 너무 작아 티포트 씻기가 힘들다는 것 외에도 공간이 좁아 찻잎 우리기에 그닥 효율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어쩌다 혼자 차를 마실 때는 대개 티백이나 큼직한 인퓨저, 또는 카페티에Cafetiere처럼 생긴 적은 용량의 티 프레스를 쓰게 되는 일이 더 많다. 그러나 사람이 여럿 있을 때, 가끔은 작고 예쁜 일인용 도자기 티포트에 각자 취향대로 차를 골라 우려 마시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
▲ 티백으로 만든 작품. Long live the Queen! 오늘은 홍차 티백 맛있게 우리는 법을 소개해드리려구요. (→ 요리 선생 말투로 하기로 함.) 직업에 귀천 없고 홍차에 귀천 없어요. 싸구려 티백이라도 자기가 맛있다고 느끼면 그만이니, 수퍼마켓에서 사은품으로 머그 하나 얹어 준다길래 얼떨결에 대용량 티백 집어온 분 계시다면 그거 맛있게 한번 우려보자구요. 제대로 우린 티백은 산차loose-leaf tea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맛있어요. 산차 맛있게 우리는 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실천하기 힘드니 일단 티백으로 홍차의 세계에 입문해보아요. 1. 아무 컵이나 상관 없지만 찻잔 안쪽이 흰색인 것이 좋아요. 우러난 홍차의 색깔을 보는 건 홍차의 향을 맡는 것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 보통 홍찻잔은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