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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왕 할머니의 즉위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여왕님의 '포스'는 실로 대단해 손자인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기념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상술에 절대 놀아나는 법이 없는 꼿꼿한 단단, '우리가 이런 기념품 따위 살 돈이 어딨간. 밖에 나다닐 차비도 없구만.' 심드렁해하고 있는데, 얼마 전 식품 관련 소식지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를 보게 되었지요. 으응? 또 솔깃 그런데 이번에는 똑같은 차를 무려 세 가지 색 깡통으로 냈어요. 점잖던 트와이닝도 장사 수완이 점점 느는 모양입니다. 깡통 디자인도 다른 홍차 브랜드 것들에 비하면 좀 덜 근엄하고요. 상큼·발랄한 십대·이십대 아가씨들 취향입니다. 저 깡통에 있는 마차가 바로 여왕이 스물 여섯 살에 대관식 할..
동양은 작은 찻잔 하나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사유한다. 막 피어 올린 가녀린 움싹을 유린 당한 차나무에게 진실로 머리를 숙인다. 특히 차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차나무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또한 일일이 한 순 한 순 찻잎을 채집해서 덖고 비비기를 거듭해 차를 만들어 준 제다인의 노고에 감사한다. 이제 이런 귀한 차를 입에 머금고 주변과 자신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찻잔 속의 귀한 차를 마음 속에 떠올리며 너와 나, 자연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귀한 차, 귀한 생각이 담긴 찻잔은 그래서 두 손으로 꼭 안아야 하는 귀한 보석 같은 존재이다. 보석 같은 귀한 존재를 만든 사기장은 더 귀한 존재가 된다. 이것이 찻잔 하나에 ..
▲ 매장의 계단. 권여사님의 구매 대행 부탁을 받고 런던 상경. 한적한 시골 동네에 콕 처박혀 살다 모처럼 런던에 올라온 촌사람 다쓰 부처, 자동차 소음과 넘쳐나는 관광객과 즐비한 숍들과 으리으리한 건물에 어안이 벙벙,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데. 흩어진 정신 겨우 수습하고 백화점에 들러 블로그 친구들을 위해 다구 몇 점 사진 찍어 왔다더라. ▲ 사측의 광고 사진.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다구와 홍차. 내 가진 돈은 없지만 그래두 저 홍차와 과자 한 통은 사서 먹어줬지. 암. 잘했고 말고. 뮤직 박스가 들어 있는 금색 과자통에서 영국 국가 이 음정 박자 무시하고 술 취한 듯 비틀비틀 흘러나와 보통 웃기는 게 아니다. 과자 한 입 먹고, 음악 틀고, 데굴데굴 덱데굴. ▲ 사측의 광고 사진. 마..
크리스마스 찻상 사진 올려봅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 티는 경이로움 님이 보내주신 의 'White Christmas'로 정했습니다. 실은... 집에 크리스마스 티가 이것밖에 없었어요. (꽈당) 경이로움 님께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찻잎에 은박 코팅 별사탕과 구슬이 섞여 있어 깜짝 놀랐었습니다. ㅋ 보내주신 루피시아 가향차들을 마셔보니 이 회사의 취향에 대해 대략 감이 좀 잡힙니다. 일단 맛도 향도 순해서 좋았는데, 회사 측이 선호하는 향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보내주신 차 맛 보느라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연속입니다. 에고, 올해 성탄절엔 만사가 귀찮고나. 샌드위치, 스콘, 갸또, 무스 다 생략. 고급 민스파이나 사다 오븐에 구워보세. 다 찌그러진 망에 솔향 나는 설탕 담아 사라락 ▒ 화이트 크..
자, 왔어요, 왔어, 니모가 왔어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니모가 아녜요~ 일년에 딱 한 번, 다쓰베이더 생일 때만 출몰하는 니모이올시다~ 꽥, 영감! 충분히 감상도 않구 바로 칼질 들어가는 거요? 만드느라 힘들었는데;; 순식간에 스시로 돌변. T_T 영국음식은 피쉬 앤드 칩스밖에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단단이 블로그를 통해 줄기차게 영국음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간 꽤 많이 소개해 드렸죠? 영국에 있을 동안 틈날 때마다 영국음식 소개를 해 드리고 날 잡아 정리도 한번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영국음식 열전 사진에 있는 만두 모양의 파이는 '코니쉬 파스티Cornish pasty'라 불리는 영국 남서부 콘월Cornwall 지역의 특산 파이입니다. 스콘 대신 내 봅니다. 유럽연합에 의해 보호·보전해야 할..
오늘 게시물은 차에 곁들일 만한 간식거리가 집에 '똑' 떨어져 낙담해 있는 분들을 위한 겁니다. 이른바 '버추얼 티푸드'라고나 할까요. 그림 보시면서 달콤 쌉싸름한 아프터눈 티 즐기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각 유럽 연합 국가들의 대표 과자를 알고 싶은 분은 아래의 글로 ☞ 유럽 연합 국가들의 대표 과자 아니? 자세히 보니, 권여사님과 다쓰베이더가 좋아하는 마들렌이 빠졌잖습니까! 프랑스 대표 과자로 꼽히기까지 한 우리의 소중한 마들렌이! ■
어느 작가께서 저 이태리 의 '베니션 모제익 티Venetian Mosaic Tea'를 금테 두른 뽀얀 찻잔과 함께 근사하게 세팅해 놓은 걸 보고는 부러움과 호기심이 불일듯 일었었지요. 어디서 비슷한 느낌의 찻잔을 살 수 있을꼬 뒤지다가 뜻밖에도 동네 채리티 숍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찻잔이 아니라 작은 크기의 커피 캔입니다. 원기둥 형태로 곧게 뻗은 커피잔을 '커피 캔can'이라 부른다는 것도 이걸 사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에스프레소 잔으로 쓰라고 나온 제품이지만 찻잔으로 써도 문제될 건 없겠지요. 런던의 유명 차이나 숍 가 독점으로 공급했던 의 커피 캔이라 합니다. 그래서 두 곳의 백 스탬프가 한 찻잔 안에 같이 인쇄돼 있는 모양입니다. 6인조를 7파운드에 샀으니 한 조당 2천원 꼴. 금테 두..
부활주일에는 교회를 가야하므로 이틀 전인 오늘 미리 찻상을 차려 봅니다. 이크,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남들 금식하며 기도한다는 성금요일 아닙니까.;; 오늘 찻상에는 스콘 대신 못생긴 홋 크로스 번hot cross buns이 올라왔습니다. 영국인들의 성 금요일과 부활절 전통 빵입니다. 원래 이 정도로 못생긴 빵은 아닌데 제가 특별히 못생긴 걸로 잘못 집어왔습니다. 다쓰베이더의 차이브와 훈제연어를 올린 호밀빵 품퍼니클(Pumpernickel, 벽돌 모양의 호밀 함량 높은 독일빵), 크림치즈, 차이브, 훈제연어, 달걀피클, 레몬(먹어 보니 빵과 달걀피클이 시어서 필요 없었음), 후추. 끝. 조립식품의 진수입니다. 다쓰베이더가 조립했습니다. 품퍼니클 까나페는 유럽인들의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건데, 푸른 잔디 좋..
영국에서 '쫌' 유명한 이 총각과 모델 뺨치는 패션 감각을 소유한 이 처녀가 오는 4월 29일에 결혼을 하겠다고 해 레고 세상이 다 떠들썩해졌습니다. 이때다 하고 다들 한몫 잡아 보겠다며 온갖 기념품들을 쏟아 내거나 온갖 잔재주를 다 부려 보지만 상술에 절대 놀아나는 법이 없는 꼿꼿한 단단은 1년 363일 쵸콜렛을 사 먹어도 발렌타인 데이 전날과 발렌타인 데이에만은 쵸콜렛을 절대 사지 않는다고 하지요. 그래, 남의 결혼식에 쓸데없이 흥분해서 돈 쓰는 짓 않기로 진작 마음 먹었다지요. 그런데 몇 주 전. 식품 관련 소식지를 보다가 이런 광고를 보게 된 겁니다. 으응? 매우 솔깃 단단은 영국의 대중적인 홍차 브랜드 중에서는 트와이닝을 좋아합니다. 딱히 여기 차가 맛있어서라기보다는 회사가 신제품 개발도 게을리..
홍차는 고온으로 우리기 때문에 자사호의 보온성이 좋아야 차의 맛과 향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그래서 형태는 열손실이 가장 적은 구형에 가까운 호가 적합하고, 자사 니료 측면에서는 기공층이 많아 투기성과 보온성이 좋은 자니 계통, 본산녹니 계통의 호들이 좋습니다. 라는 ☞ 전문가의 글을 보았습니다. 앗싸 가오리. 단단이 옳았던 거죠. 저 쵸콜렛색 자니 자사호를 얼 그레이 홍차용으로 쓰기로 결정한 것은 지극히 옳은 판단이었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도자기집 딸의 본능이라고나 할까요? 크허허 흐뭇해 죽는구나 오늘은 자사호로 얼 그레이를 우려 보겠습니다. 최근 재미 삼아 중국 공부차 우리듯 홍차를 짧게 짧게 여러 탕 우려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도 있고 꽤 괜찮습니다. 홍차인 여러분들도 집에서 한번 ..
권여사님께서 희한한 물건을 보내 주셨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밖에 다니면서 차를 마실 수 있게끔 대만 사람들이 고안해낸 신개념의 표일배(飄逸杯 차 우리는 데 격식 같은 건 따지지 않는 대인배들이 즐겨 쓰는 편리한 차도구)라고 합니다. 단언컨대 권여사님, 이거 신기해서 한번 사 본 거지, 본격적으로 차생활 좀 해보겠다고 사신 게 절대 아닐 겁니다. 이름이 이라길래 단단은 처음에 무슨 중국의 버라이어티 코미디 쇼 전국 순회 공연단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박당'은 '파트너' 정도로 번역하면 된다 하니 이란 '움직일 때 함께하는 친구travel buddy'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냥 플라스틱 물통이겠거니, 하고 심드렁한 마음으로 한번 꺼내 봅니다. 으응? '메이드 인 타이완'이라서 그런가요..
대홍포(大紅袍)에 이어 오늘은 봉황단총(鳳凰單叢)을 시음해 보았습니다. 이 역시 청차입니다. 봉황산에서 나는 봉황수선 품종의 단독 차수 잎으로만 만들고 다른 찻잎을 일절 섞지 않는다 하여 '봉황+단총'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찻잎이 크지만 날렵하고 비교적 고른데다 단단 눈에는 섹시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검은빛을 띤 진녹색입니다. 산나물 삘도 좀 납니다. 차 애호가 분들 중에는 우린 찻잎을 조물조물 무쳐 밥반찬으로 드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죠. 봉황'산'에서 수확했다 하니 산나물 맞습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트리 모양 접시 - 불량소녀 님 기증] 건잎입니다. 봉황단총은 그 종류만 80가지가 넘는데 향기의 유형으로 볼 때는 밀란향, 지란향, 옥란향, 황지향, 계화향, 도인향..
중국차들은 영국에서도 참 비쌉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중국 여행 가서 차 좀 사 오지 말라고 하도 난리를 쳐대니 다들 단단이 중국차를 싫어하는 줄로 오해하실까 걱정돼 오늘은 중국차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중국차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만,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오하다는 것, 그리고 종류도 많아 아무리 차 좋아하는 사람도 평생 다 맛보지 못 하고 죽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집에 두께 3cm가량 되는 두꺼운 중국차 백과사전이 한 권 있는데요,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차들을 일일이 이름 붙여 줬는지가 신기할 지경입니다. 오늘은 무이암차(武夷岩茶) 중 가장 유명한 대홍포(大紅袍)를 우려 봅니다...
커피의 'ㅋ'자도 모르는 단단에게 얼마 전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다는 이상하게 생긴 고양이의 똥을 사람들이 요즘 더욱 열심히 채집하기 시작했다는데, 그렇게 모은 똥을 죄다 파헤쳐 커피 콩만 골라낸다는군요. 그렇게 골라낸 커피 콩을 들들 볶고 봉지에 담아 고가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단단에게 저 유명한 '루왁 커피'가 생긴 거죠. '코피 루왁'이라고 부릅니다.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은 '시빗 커피'라고 부릅니다. 그림에 있는 긴 꼬리의 인도네시아 고양이를 우리말로는 '사향고양이', 현지어로는 '루왁Luwak', 영어권에서는 '시빗Civet'이라 부르거든요. 이 녀석들이 질 좋은 커피 열매들만 골라 따먹고는 소화시키지 못한 커피 콩들을 배설해 댄다고 하는데, 소화기관을..
권여사님 댁에서 즐기는 마지막 아프터눈 티입니다. 여러분, 집에서 갖는 아프터눈 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몸은 좀 힘들고 귀찮아도 이것저것 만들어 (또는 사다가) 느긋하게 즐기기. 좋아하는 찻잔에 좋아하는 차 우려 단것과 함께 먹기. 이건 고독하게 앉아 진지하게 책 읽는 것 못지 않게 행복한 일이라고 봅니다. 사실 제가 집에서 차리는 찻상은 저 스스로 봐도 보잘것없다는 걸 잘 압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줄기차게 찻상을 소개하는 이유는요, 영국식 찻상 차리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보세요, 홍차의 'ㅎ'자도 모르시던 권여사님도 이렇게 근사하게 한 상 차려 내시잖아요. 커피 한 잔 놓고 맛난 케이크 한 조각 곁들여 즐기는 건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죠. 그런데 ..
그러고 보니, 한국 오기 전날 다쓰베이더에게 구워 주었던 마들렌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네요. 밤낮 얻어먹을 궁리나 하는 단단 같은 불량마눌이 또 있을까마는, 그래도 이 날은 왠지 다쓰베이더가 좋아하는 마들렌을 구워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행기를 많이 타보지 못 한 촌스러운 단단은 여행 전에 항상 내가 타는 비행기가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는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진지해지곤 하죠. 안 하던 물건 정리도 다 하고 말이죠. ㅋ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죽은 다음 뒤죽박죽 쌓여 있는 제 유품 정리하느라 지저분한 집 샅샅이 뒤지며 욕을 바가지로 할 유족들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마구 엄습해 옵니다. 오븐 속에서 한껏 부풀고 있는 마들렌을 보자 모든 근심이 후루룩. 다쓰베이더가 마들렌을 좋..
며칠 전 단단은 권여사님의 다구를 정리해 드리다가 놀라 자빠졌습니다. 터키인들이 2단 포트에 우려 낸 홍차나 애플 티를 마실 때 쓴다는 '차이 바르닥çay bardağı'이 그릇장에서 튀어나왔던 겁니다. "아니? 터키 찻잔은 또 어디서 난 겝니까?" 조카(단단의 외사촌) 내외가 터키 여행을 갔다가 다구 좋아하는 이모 생각이 나 품질 좋은 차이 바르닥으로 골라 사 왔다고 하네요. 과립형 인스탄트 애플 티도 함께 사 왔다는데 그건 벌써 없어진 지 오래고, 한국에서는 터키쉬 애플 티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간 그릇장 구석에 고이 모셔 두었다고 합니다. 단단은 하나밖에 갖고 있지 않은 차이 바르닥을 권여사님이 무려 여섯 개나 갖고 계셨던 겁니다. 오늘은 집에 있는 유자차로 터키쉬 애플 티 흉내를 내면서 즐겨 보기..
도자 타일로 외벽을 꾸민 건물이 있다 하여 도자기집 딸 단단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친구들을 꼬드겨 구경을 갔었습니다. 명동입니다. 오, 미술관 벽화인 줄 알았지 뭡니까. 한국도 이제 작품 같은 멋진 건물들이 제법 많아진 것 같아요. 공연장 내부를 도자 타일 작품으로 꾸민 일원동의 에서 음악은 안 듣고 타일을 둘러보며 혼자 몹시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미술 작품 보는 눈은 없지만 나름 취향이란 건 있어 정교한 부분들이 모여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작품들을 특히 좋아합니다. 딱 저런 걸 말하는 거지요. 작가는 노가다로 죽어나는 작품들 말예요. ^^; 비가 와서 날이 좀 흐렸습니다만 도자타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마음이 금방 화사해집니다. 저 타일 사이로 빛이 반짝반짝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단단이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닌데 권여사님께서 눈만 뜨면 지극 정성을 다해 찻상을 차려주십니다. 밖에 볼일 보러 나갔다 돌아오기만 하면 찻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시집 간 딸과 이렇게 단 둘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다신 없을 테니 소중한 순간이라 여기시는 것이겠지요. 장농 속에 잠자고 있던 예쁜 식탁보도 꺼내 열심히 다림질까지 하셨습니다. 캬~ 간단 버전이라 해도 갖출 건 다 갖추셨군요. 샌드위치, 스콘, 단것들에 꽃까지! 3단 트레이가 작아 차음식들이 막 비져나옵니다. ㅋㅋ 3단 트레이의 구성은 다들 너무도 잘 아실 테니 오늘은 차음식 설명을 자세히 달지 않을게요. 전체 샷. 훈제연어와 참치 샌드위치. 크랜베리 스콘. 하트 모양의 팔미에와 마카롱. 윗단에는 요런 간질간질 간드러지는 것들..
얼마 전 단단은 가필드 님, 옛 오르간 선생님과 함께 셋이서 아프터눈 티를 즐겼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말이죠. ㅋ 이번에도 가필드 님이 사 주셨습니다. 벼룩도 갖고 있다는 낯짝을 단단은 갖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필드 님께서 누리터를 뒤져 찾아 내신 티룸인데 티룸 양쪽으로는 기라성 같은 커피 하우스들이 있었습니다. 커피 하우스에는 항상 사람이 버글버글합니다. 가만 보니 공부를 커피 하우스 와서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단은 소싯적에 하염없이 뺑뺑 도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시험 공부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 흠잡을 생각이 없습니다. 커피가 국민음료가 된 한국에서는 (솜씨가 있든 없든) 티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합니다. 자매 두 분이서 운영하는 티룸인데 한 분은 영국에서..
계속해서 둘째 오라버니 내외의 수집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차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에게는 화로 위 주전자가 맨 먼저 눈에 띕니다. 중국 골동품인데 근사하죠. 단단은 곰팡내 나는 누런 헌책과 녹슨 고철과 오래 돼 반질거리는 목공예품의 느낌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이 주전자가 아주 모던하게 느껴지는데, 주전자의 둥근 실루엣과 그 안에 담긴 T자 모양의 가는 접합선(주물선)의 조화가 절묘합니다. 뚜껑 도망갈까 봐 손잡이에 사슬로 묶어 놓은 것 좀 보세요. ㅋ 옛 사람들에게도 주전자 뚜껑 도망가 버리는 게 아주 골칫거리였나 봅니다. 화로에 뚫새김을 해놓아 장식성을 높였습니다. 아아, 멋집니다만, 몰래 집어 가고 싶어도 무거워 못 들고 갈 것 같습니다. 작품 교류전 때문에 인도에 갔다가 사 온 말들이라고 합니..
오늘은 시골 사는 둘째 오라버니 댁에서 아프터눈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이 블로그의 존재를 얼마 전에야 알았다는 둘째 오라버니 내외. 게시물을 주욱 훑어 보면서 상차림을 재빨리 익혀 집에 갖고 있는 골동품과 손수 만든 그릇들을 이용해 찻상을 뚝딱 차려냈습니다. 여러분, 시골 사람 무시하면 안 됩니다. 우리 둘째 오라버니 내외는 둘 다 도예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단단의 눈에는 이 댁에 있는 물건들이 죄 심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벽에 걸린 나비 그림은 친한 친구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미술하는 분들은 이렇게 작품도 서로 교환하고, 참 부럽네요. 그나저나, 3단 트레이와 티라이트 홀더가 어째 좀 특이해 보입니다. 가까이서 보도록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촛대 아닙니까! 시골에서 아프터눈 티타임용 3단 트레이..
역시나 단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권여사님. 옷이나 가방보다 신발이 더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콜콜 주무시는 사이, 부츠가 하도 예뻐 몰래 한 장 찍어 봅니다. 단단 온다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여태 치우지 않고 놓아 두셨다는데, 트리 밑 상자에 단단을 위한 선물을 넣어 놓으신 줄 알고 급 흥분했다가 빈 상자라는 말에 김이 샜습니다. 아놔, 마뜨료쉬카도 아니고, 빈 상자를 크기 별로 왜 이렇게 많이 두신 겁니까. 단단이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사서 보내 드린 트리 장식품 중 일부입니다. (전년도 제품을 봄 떨이 행사 때 사뒀다가 이번 시즌 제품인 척 부쳐드린 겁니다. 쉿!) 자식이 넷이나 되니 선물 받은 트리 장식품도 제각각입니다. 레진resin치고는 나쁘지 않죠? 오, 쿠션까지? 포인세티아, 홀리, 미..
권여사님 댁에서 갖는 티타임 두 번째 시간입니다. 첫 번째 것은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너무 바빠 게시물 작성할 시간이 도대체가 안 납니다. 오늘은 우리 블로그 친구분들 걱정하실까봐 겨우겨우 짬을 내서 올려봅니다. 권여사님의 수많은 다구 중 단단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포트넘 & 메이슨의 티포원Tea for one에 차를 우려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흰 바탕에 심플하게 금색 테두리만 두르니 꼭 웨딩 티 테이블용 티포트 같습니다. 권여사님 방 창가에 마련된 티룸 공간입니다. 한강과 공원이 내려다보여 분위기가 호텔 티룸 같습니다. 단단이 갖고 있는 다구들과 접시들에 비하면 확실히 권여사님의 것들이 좀더 럭셔리한 데가 있지 않습니까? 저 은제 3단 트레이 좀 보세요. 몰래 ..
영국 TV를 보다 보면 우리 한국의 홍차 애호가분들도 잘 알고 계시는 유명 브랜드의 홍차 광고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오늘은 그간 보았던 것들 중 생각나는 것 몇 가지를 올려볼게요. 홍차 회사 누리집을 방문하면 최근 광고들을 보실 수 있고요, YouTube 같은 곳에도 별도로 올라와 있으니 검색어를 찍으면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단단은 한국에 있을 때 광고란 으레 당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유명 연예인들이나 해당 분야 권위자들을 써서 많은 출연료를 지불하고 만드는 건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식의 돈만 잔뜩 쓴 창의력 떨어지는 광고는 아주 드물고요, 대개 유머러스하거나(영국식 블랙유머가 많음)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기발한 것들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창의력이 중요하다지만 이런 ..
오늘은 '스뎅차'를 우려 보겠습니다. 스뎅차가 뭐요? 찻잎 안 넣고 스테인레스 스틸 차 거름망만 우려 보겠다 이 말씀입니다. 아니,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려 하오? 답은 조금 있다 드리기로 하고 일단 우려 봅니다. 찻잔 예열까지 꼼꼼히 다 하고 펄펄 끓는 물 부어 여느 때와 같이 3분을 우려 봅니다. 수색이 제법 나왔지요? 칫솔로 아무리 꼼꼼하게 문질러도 차때가 어딘가에는 달라붙어 있었다는 소리죠. 그런데, 이 차때에 의한 차 맛의 저하를 논하자는게 오늘의 목표는 아니고요, 오늘은 그야말로 스뎅 맛을 느껴 보고자 하는 겁니다. 잘 못 느끼고 있다가 최근 홍차를 연하게 우려 마시니 스뎅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테인레스 스틸 거름망이 들어있는 이런 류의 찻주전자는 바쁠 때 참 편리하고 고맙지요. ..
계속해서 각국의 크리스마스 단것들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독일의 슈톨렌Stollen 차례입니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 채셨겠지요. 독일인들 다시 봐야겠습니다. 너무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 슈톨렌 드셔 보셨던 분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원래 이렇게 맛있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고급 수퍼마켓에서 사 와서 그런 걸까요? 슈톨렌의 재료와 공정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십시오. 유럽의 크리스마스 빵과자들이 으레 그렇듯 재료는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반죽에 건과일, 또는 설탕이나 시럽에 투명해질 때까지 절인 꾸덕꾸덕한 과일 절임candied fruits을 넣고 이런저런 향신료를 첨가합니다. 아몬드 페이스트인 마지판marzipan이 반죽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맛과 향은 여느 크리스마..
당분간 빵·과자 이야기를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크리스마스 식품 땡처리 하는 걸 잔뜩 사다 쟁였거든요. ㅋ 제가 이용하는 수퍼마켓은 영국에서도 중상류층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급 수퍼마켓입니다. 빵과자들도 하나 같이 다 맛난 것들만 갖다 놓습니다. 빠듯한 유학 생활에 웬 사치냐 하실 분 계실 텐데요, 차도 없고 교통비도 비싸 걸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수퍼마켓을 이용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럭셔리 식품들을 즐기게 된 겁니다. 제값 다 주고 살 형편은 안 돼 반드시 할인 시간에만 갑니다. 명절 식품들은 이렇게 명절 지난 다음 가면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단단은 먹고 마시는 걸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믿고 실천하는 소위 '푸디 패밀리' 출신이기 때문에 식품과 식재료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비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