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음식우표] 호주 2009 - 안작 비스킷 Anzac Biscuits 본문

음식우표

[음식우표] 호주 2009 - 안작 비스킷 Anzac Biscuits

단 단 2011. 4. 25. 23:54

 

 

전체 153×104mm, 우표 한 장 38×26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우표 확대.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아니아니, 글꼴이 그게 아니다.

무슨 중세 독일 과자도 아니고. 이건 '안작'이란 말이다.

 

 

 

 

 

 

 

 거러췌. 스텐실로 된 밀리터리 글꼴.

 




기웃이: "안작"이 뭐요?

 

단단: ANZAC은 Austrai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두문자어acronym요.

 

 

기웃이: 자,잠깐. 또 차 한 잔 우려놓고 밀리터리 얘기를 하려 하오? 다쓰베이더 마누라 아니랄까봐.


단단: 어허, 오늘이 바로 안작 데이 아니오. 안작 데이에 안작 얘기를 하겠다는데 말이 많소.

 

 

기웃이: 오늘이 안작 데이요? 안작 데이란 것은 처음 들어 보오. 자, 어서 썰을 풀어 보시오.


단단: 안작 데이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현충일이오. 4월25일 현충일. 영국의 현충일은 1차대전이 끝난 날인 11월11일. 'Remembrance Day'라 부르오. 안작 데이는 호주 뉴질랜드 연합군이 1차대전 중 터키의 갈리폴리에 상륙한 날인 4월 25일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국가 기념일로, 현대에 와서는 꼭 이때 죽은 군인들뿐 아니라 다른 전투 전사자를 포함해 전체를 기리게 되었다 하오. 갈리폴리 전투에서 다들 독일편이었던 터키를 얕잡아봤다가 아주 혼쭐이 났었소. 호주군 8709명, 뉴질랜드군 2721명, 무려 만 명이 넘는 ANZAC 병사들과 엄청난 숫자의 영국군, 프랑스군, 심지어 인도군까지 터키 전장의 이슬로 스러졌던 악명 높은 전투였소.

 

 

기웃이: 그럼, 저 안작 비스킷이란 것은 보나마나 그날을 기리기 위해 호주 뉴질랜드 사람들이 구워 먹는 것이겠지.


단단: 맞소. 실은, 과자 좋아하는 단단, 안작 데이보다 안작 비스킷을 먼저 알게 되었다 하오. 수퍼마켓 선반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있는 단단은 영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과자 선반에서 이 이상한 이름의 과자를 보고는 호기심이 불 같이 일었다 하오. 포장은 약간 촌스럽지만 무언가를 기념하는 듯 애국삘이 좀 나지 않소?

 

 

 

 

 

 

 



호주법에 의하면, 이 ANZAC이란 이름은 정부 허가 없이 함부로 쓸 수 없지만 ANZAC Biscuits이란 이름은 다음의 두 가지 조건만 지키면 누구든지 쓸 수 있고 누구든지 만들어 팔 수 있다 하오.


첫째, 오리지날 레서피를 엄수할 것.

둘째, 미국식으로 '쿠키'라 부르면 안 되고 반드시 '비스킷'이라 부를 것.


그러니까 '앤잭 쿠키'라 하면 호주 정부한테 혼나는 거고 반드시 '안작 비스킷'이라 불러야 한다는 거요.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소? 영국에서도 절대 과자를 '쿠키'라 하지 않는다고, 꼭 '비스킷'이라 불러야 한다고. 그래도 가운데 쫀득쫀득, 지름 엄청나게 큰 저 미국식 쿠키는 영국인들도 '쿠키'라 불러 주긴 하오. 그 외의 것은 반드시 '비스킷'. 참, 그 'ANZAC'이란 것도 미국인들은 '앤잭'이라 발음하지만 영국인들은 '안작'이라 발음하오. 뉴질랜드와 호주 사람들은 어케 발음하는지 잘 모르겄소. 아마도 영국식에 가깝지 않겠소? 뉴질랜드와 호주에 살고 있는 분들은 이 글 보시면 그곳 발음을 답글로 좀 달아 주시길 바라오.

 


[삼천포] 영국인들은 미국인이 미국 영어를 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같은 외국인이 영국에서 미국식 영어를 하면 싫어하는 눈치가 역력. 때문에 단단과 다쓰베이더는 한국의 중고등학교 영어선생들이 열심히 주입시켰던 미국식 표현, 미국식 발음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소. 다 늙어서 습관을 고치려니 얼마나 힘들겠소? 그러니 '애프터눈 티'를 '아프터눈 티'라 애써 발음하는 걸 너무 밥맛으로 여기면 안 된다는 거요. 영국문화원 다닐 때 축구를 '싸커soccer'라 했다가 점잖은 영국인 선생한테 불같이 혼난 적 있소. 축구는 '싸커'가 아니라 '풋볼football'이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소?

 

참, 근데, 미국엔 Castle도 없고 Palace도 없는데 왜 다들 "캐슬", "팰리스"라 발음하는 거요? Lotte Castle은 로테 카슬이고 Tea Palace는 티 팔레스라 해야 하오. 영국인들은 외국인이 자기네 나라 악센트로 영국 영어를 하는 건 또 흥미롭게 여기며 봐주오. 프렌치들의 영어는 혀 빠진 듯 들리오. 중국인들은 미국인들처럼 목을 꽉 누르며 앵앵거리는 답답한 소리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지만 성조 때문에 약간 음악적으로 들리고, 인도인들의 억양은 너무너무 재미 있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 소재가 되기도 하오.

 

그런데, 영국 발음이라고 다 우아하진 않소. 단단은 런던 살 때 길거리에서 런던 사투리 알아듣기 힘들어 아주 혼났소. '코크니'라고 하는 것 말이오. 게다가, 요즘 길거리 젊은이들의 말투는 아주 가관이오. 말을 하는 건지 딸꾹질을 하는 건지, 원. 북쪽 사투리는 투박하기 짝이 없고.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는 원래가 딴 나라였으니 발음이 다른 게 맞는 거고.


우리가 보통 '우아'하다고 알고 있는 발음은 영국 남부쪽 발음이오. 그리고 예전에는 BBC 발음이란 게 따로 있었소. 왕실과 귀족 발음이 또 따로 있고. 스코틀랜드 귀족은 스코틀랜드 사투리를 쓰지 않고 귀족 발음을 쓰오.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 주는 이야기꾼처럼 똑부러지는 아티큘레이션과 흥미진진한 제스처 써 가며 말하는 괴짜 대학 교수들도 많이 봤소. [삼천포]

 

 

 

 

 

 

 


 Something is brewing.

<다만 프레르>의 다질링. 불량소녀 님 기증.

 



기웃이: 자, 그럼 호주 정부가 제시하는 그 '오리지날 레서피'라는 것을 좀 알려 주시오.

단단: 호주 정부는 재료만 주고 정확한 재료의 양을 제시하지 않았으니 숫자는 단단이 알아서 주리다. 각자 실험해보고 자기 입맛에 맞는 재료의 양을 정하는 것도 좋을 듯하오. 골든 시럽 구하기 힘들면 꿀이나 물엿을 써도 무방하오. 단단은 블로그 산만해질까봐 요리 '과정샷' 넣지 않는 걸로 악명이 높소. 그림 하나 없는 옛날 요리책 본다 생각하고 과정을 하나하나 머리 속에 그려 가며 읽도록 하시오. 본디 예술가는 '과정'으로 말하지 않고 결과물인 '작품'으로 말하는 법. 

 

재료

 

 85g porridge oats

85g desiccated coconut

85g caster sugar

100g plain flour

 

100g butter, plus extra butter for greasing

1 Tbsp golden syrup

2 Tbsp boiled water

1 tsp bicarbonate of soda

 

 

만들기

 

오트, 코코넛, 설탕, 밀가루를 합친다.

버터 녹인 것에 골든 시럽을 넣고 뜨거운 물에 푼 소다도 같이 넣는다.

가루들과 액체를 합친다.

동그랑땡 모양으로 빚어 180˚C 오븐에서 8-10분간 굽는다. 끝.

 


이것보다 쉬운 게 또 있겠소. 맛은 마카롱보다 열 배는 맛있고 시판 안작 비스킷보다도 훨씬 맛있소.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없는 이념을 위해 덧없이 스러져간 젊은이들을 기리며 오늘 티타임은 이만 총총.

 

 

 

 

 

 

 

 

 

 

시판 안작 비스킷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