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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브레드 푸딩,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 Bread and Butter Pudding 본문
▲ 오븐에 구운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의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 냉장 간편식ready meal.
겨울이라서 제가 영국의 '컴포트 푸드'들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영국에 살 동안 쌀쌀한 날에는 ☞ 라이스 푸딩, ☞ 스티키 토피 푸딩, 브레드 푸딩, 밀크티와 ☞ 쇼트브레드, 애플 파이 중 하나를 먹으며 추위를 이겨내곤 했습니다. 영국은 한국보다 한참 덜 추운 나라이지만 온돌이 없고 PVC 재질이 아닌 나무로 멋부린 창호들이 많아 창 틈으로 찬 공기가 쓩쓩, 심적으로는 더 춥게 느껴져요.
한국인들이 젯상에 올리고 남은 나물들로 비빔밥 해먹고, 남은 밥으로 각종 볶음밥 만들어 먹듯, 빵이나 감자를 주식으로 삼는 국가들도 남은 것들로 이것저것 재미있는 음식들을 해먹곤 합니다. 남은 재료들로 해먹는 음식치고 맛없는 거 내 못 봤습니다. 남은 빵으로 만드는 단 음식들을 대개 '브레드 푸딩'으로 총칭하는데, 영국식 브레드 푸딩은 몇 가지로 또 나뉩니다.
영국식 브레드 푸딩
① 브레드 푸딩bread pudding
식빵을 갈기갈기 작은 조각으로 찢어 우유, 크림, 달걀, 그밖의 부재료와 버무린 뒤 굽는 푸딩 (식빵이 형태를 잃고 반죽batter처럼 취급됨.)
②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bread and butter pudding
슬라이스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오븐 용기에 차곡차곡 담은 뒤 커스타드를 붓고 건포도를 토핑해 굽는 푸딩 (식빵 형태가 살아 있음.)
③ 윈저의 가난한 기사들Poor Knights of Windsor
크림이나 크림 치즈, 그리고 잼 또는 콤포트를 곁들인 식빵 부침. 식빵을 달걀과 우유 혼합물에 푹 담갔다가 버터 두른 지짐판frying pan에 지짐. 프렌치 토스트와 비슷. 술을 넣는 사람도 많음.
오늘 소개해드릴 것은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입니다.
휴...
먹고 싶어서 또 한숨이...
그런데, 이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해먹을 수 있습니다. 블랙 트리클이나 구하기 어려운 향신료 등을 요구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한국에도 이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을 내는 레스토랑들이 제법 있습니다. (이것도 '스티키 토피 푸딩'처럼 뜨겁게 내는 디저트입니다.)
빵은 먹다 남은 빵 어떤 것이든 가능합니다. 토스트나 샌드위치용 일반 식빵 외에도 먹다 남은 브리오쉬, 크리스마스 때 먹다 남은 파네토네, 부활절 때 먹다 남은 ☞ 홋 크로스 번즈 등 백밀을 기반으로 만든 짜지 않은 빵이면 무엇이든 됩니다. 통밀이 소량 섞인 것도 괜찮고요. 변주의 가능성이 많다는 게 이런 '레프트오버leftover' 처치 음식의 매력이죠. 옛날 영국 요리책들을 보면 한 요리책 안에 브레드 푸딩 만드는 법이 여러 개씩 들어 있고 그렇습니다. 만들기 나름이라는 거지요. 빵은 갓 구운 촉촉한 것보다는 오히려 수분이 많이 날아간 마른 것일수록 좋은데, 마른 빵일수록 커스타드를 더 잘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을 해먹고 싶은데 만일 빵이 너무 '신선'하다면 토스트를 해 줘서 수분을 좀 날려주셔도 됩니다.
위 사진에 있는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에서 식빵 배열을 눈여겨보세요. 빵을 '차곡차곡' 쌓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렇게 하면 튀어나온 모서리는 오븐의 뜨거운 열풍에 말라 바삭하게 구워지고 밑에 깔린 부분은 커스타드custard에 담겨 수플레처럼 보들보들 촉촉해지거든요. 상반된 식감을 만끽하는 거죠. 아래의 접사 사진을 보세요.
으으으...
저 촉촉한 속살과 바삭한 모서리.
(까만 점들은 바닐라 씨앗.)
이건 헤스톤 블루멘쏠의 <디너>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입니다. 식빵 표면에 버터를 따로 바르지 않고 아예 브리오쉬처럼 반죽 자체에 버터를 듬뿍 넣어 구웠습니다. 떼어 먹기 편하도록 몽키 브레드처럼 여러 덩어리를 결합해 성형했고요. 역시나 속살은 촉촉, 겉은 바삭.
빵뿐 아니라 과일에도 변주를 줄 수 있습니다. 건포도 대신 베리, 바나나, 당절임 생강, 당절임 레몬 등 좋아하는 과일 어떤 것이든 올릴 수 있고 (단, 물기가 너무 많은 생과일은 금물.) 과일 대신 잼이나 스프레드를 발라도 됩니다. 영국인들이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에 가장 많이 쓰는 스프레드는 마말레이드. 브레드 앤 버터 푸딩의 노오란 색을 해치지 않으면서 맛을 더할 수 있거든요. 감귤류citrus로 상큼한 향을 더하던 옛날 레서피에도 부합하고요. 마말레이드가 닿은 부분이 바삭하게 구워지면 '깨드득+찐득'한 식감이 나서 좀 더 재미있어집니다. 표면에 굵은 입자의 데머라라 슈가demerara sugar를 솔솔 뿌려 주면 깨작깨작, 이것도 경쾌한 식감을 냅니다. 참, 견과류 흩뿌리고 싶은 충동 느끼는 분이 분명 계실 텐데, 기름지고 바삭한 요소가 이미 있기 때문에 견과류는 여기서 사족이 돼 버립니다. 향초herb나 견과를 흩뿌릴 때는 정말 필요한 요소인지 한 번 더 숙고하셔야 합니다. (한국에는 건조 파슬리 남용하는 분이 너무 많아요.)
이건 헤스톤 블루멘쏠의 가정식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
부활절에 먹다 남긴 홋 크로스 번으로 만들어보라는 홍보 영상입니다. 빵 자체에 건포도 같은 건과일과 당절임 감귤류가 이미 들어 있고 향신료가 듬뿍 들어 있어 명절 느낌이 물씬 납니다. 빵을 전처리 토스트 하고, 커스타드에 맛을 입히고, 크럼을 따로 준비해 뿌리고, 화이트 쵸콜렛을 크리스탈로 만들어 같이 뿌리고, 토치torch를 써서 마무리하는 걸 보니 '푸디'용 가정식 영상이네요. ㅋ
저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은 커스타드를 잘 만드는 게 관건이니 영상에서 커스타드 만드는 법을 유심히 보세요. 커스타드도 변주가 가능합니다. 헤스톤은 레몬 껍질, 분홍 후추알, 레몬즙을 써서 맛과 향을 냅니다. 매콤한 레몬 커드lemon curd 느낌이 나겠습니다. 좋아하는 술로 향을 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밀크티를 넣어 홍차향을 가미할 수도 있습니다.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보세요.
2018년 한 해 동안은 바빠서 요리하기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 겨울 음식들을 소개는 해 드려야겠는데 직접 만들어 보고 수정을 거친 레서피를 올려드릴 시간은 없으니 아쉽네요. 시간 날 때 여러 레서피로 만들어보고 좋은 걸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본은 이렇습니다: 먹다 남은 뻣뻣해진 식빵에, 실온에 두어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버터를 바르고, 오븐 용기에 켜켜이 담아, 커스타드를 부은 뒤, 좋아하는 토핑을 뿌려, 오븐에 굽는다. ■
▲ 파인 다이닝풍으로 다듬은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
바닥이 아예 보들보들한 커스타드 푸딩이 되었다.
3단계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 치즈 소스로 만드는 짭짤한 브레드 푸딩 - 웰쉬 래빗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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