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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프렌치들이 좋아하는 영국 먹거리

단 단 2014. 11. 1. 00:00

고풍스러우면서도 다소 엉뚱하고

뭔가 참신한 영국 식품 포장

"Coveted by Cord Wearers"

"골덴 옷 즐겨 입는 사람들이 껄떡대며 찾는 칩"

 

 


오늘 <가디언>지에서 본 흥미로운 기사 한 꼭지 요약.
☞ British food winning over the French

 

프랑스가 영국의 두 번째로 큰 식품 수출국이라는 사실. 개인뿐 아니라 레스토랑들도 영국 식품들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파리에만 영국의 <막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 식료품점이 10개가 들어섰는데, 이게 장사가 너무 잘 돼 2016년까지 2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프렌치들이 영국 식품들의 예스러우면서도 참신하고 유머러스한 패키지 디자인을 좋아한다고 한다. 안 그래도 내가 전에 영국 크래커 포장 얘기 한참 했잖나.
☞ 영국 수퍼마켓에서 미술품 사기

 

요즘 돈맛을 좀 알게 된 중국인들도 영국 식품들을 그렇게 많이 찾는다는데, 중국에 수출할 때는 또 포장 전면 어딘가에 영국 국기를 떡 박아줘야 잘 팔린다는군.

 

프렌치들이 영국 식품들을 찾게 된 원인은 무얼까? 기사에서는 타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 외에도 두 가지를 더 꼽고 있는데, 그 하나는 바로 영국에 거주하는 프렌치 숫자가 많다는 점이다. 영국에 프렌치들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냐면, '런던은 프랑스의 여섯 번째 큰 도시'라는 말도 다 있을 정도. 이들이 영국 살면서 영국음식과 식품에 눈을 뜨게 되어 자국에까지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수퍼마켓 과자 성분들을 보면 확실히 영국이 나음.) 이건 나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던 건데, 영국에서 활동중인 프렌치 미슐랭 스타 셰프들 - 루Roux 패밀리나 레이몽 블랑Raymond Blanc 같은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이거다. "영국음식은 저평가 되어 있다."


영국 식품들이 프랑스에서 잘 나가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더이상 옛날과 같은 긴긴 점심시간을 갖지 못하도록 프랑스의 직장 문화가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 다들 알다시피 프렌치들은 아침은 시답잖게 먹고 점심은 두 시간씩 띵까띵까 하면서 먹는 사람들, 브릿들은 반대로 아침은 푸짐하게, 점심은 오후에 졸지않고 일에 집중하기 위해 간단히 먹는 사람들인데, 급변하는 사회 경제 탓인지 프랑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프렌치들이 점심시간이 줄자 브릿들처럼 간단히 점심을 먹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 그런데 영국 수퍼마켓들이 또 이 간편식ready meal과 데우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직장인 점심 메뉴들을 기차게 잘 내고 있지 않겠나. 그래서 파리의 막스 & 스펜서나 <프레따몽쥐Pret a Manger> 같은 곳이 대박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데다 빠르면서 가성비 좋다고 좋아한단다. 프랑스 식당들이 서비스가 좀 느리다는데, 두 시간씩 점심 먹던 사람들 서브하던 습관이 남아 몸이 아직 못 쫓아오는 거지.

 

특히 잘 팔리고 있는 식품들을 기사에 몇 가지 꼽아 놨는데 여기 몇 개를 옮겨보자면, 막스 앤 스펜서 레디 밀 중 치킨 티카 마살라. 이게 영국에서 창조된 인도음식인데 (으응?) 인도에 도로 수출까지 한다. 영국 수퍼마켓들이 인도음식 맛을 참 잘 낸다. 나는 인도나 방글라데쉬 요리사가 하는 인도음식점 음식보다 영국 수퍼마켓들이 내는 레디 밀 인도음식이 백 배는 더 맛있더라고. 재료도 훨씬 좋고, 값도 사 먹는 것보다 싸고, 덜 기름지고. 특히 세인즈버리즈, 웨이트로즈, 막스 앤 스펜서 레디 밀들은 맛과 품질이 아주 좋으니 돈 있고 바쁜 사람들은 애용하면 좋다. 영국 수퍼마켓들만 잘 이용해도 "영국에서 맛없는 음식 먹고 꿀꿀하게 지냈떠염. 흑흑." 이따구 리디큘러스한 소리 절대 못하지. 나는 영국 와서 음식 제대로 못 먹었다는 사람은 게으르고 관찰력과 감각이 부족한 사람으로밖에 안 보여. 특히 예술가가 이런 소리 하고 앉았으면 그 사람 작품은 안 봐도 비디오야.

 

그리고, 프레따몽쥐의 영국 샌드위치들.

 

스콘, 크럼핏crumpets, 레몬 커드lemon curd도 잘 팔린다. 레몬 커드는 우리 집에도 늘 있다. 영국 오면 영국 특산 레몬 커드 두어 병은 꼭 사갖고 가라고. 이게 아주 명물이다.

 

티렐스Tyrrells의 프리미엄 잉글리쉬 크리습스도 인기. 감자칩뿐 아니라 각종 뿌리 채소칩도 잘 팔린다고 한다. 티렐스 칩은 나도 여기서 잘 사 먹는데, 영국 프리미엄 감자칩들 먹고 나면 한국 감자칩은 종잇장 같아서 못 먹는다.

 

예전에 본 기사에서는 영국 디저트 중 과일 조린 것 위에 보슬보슬 소보루 비스무리한 거 얹은 과일 크럼블들도 잘 팔린다고 했다. 새콤달콤고소한 것이 식후 디저트로 그만. 티타임에 먹어도 훌륭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건 뭐니뭐니해도 영국 치즈들. 작년엔 수출이 20% 늘었는데 올해는 반 년 동안 무려 50%나 성장했다고 한다. 22,118톤의 영국 치즈가 프랑스로 수출됐는데, 돈으로는 71,000,000 파운드. 파리의 식당들이 영국 치즈들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내가 그랬잖나. 영국 치즈 내공이 보통 아니라고. 프렌치들이 생각보다 치즈 보는 안목들이 없어서 그간 미국식 대량생산 형광 주황색 고무 질감의 짝퉁 체다를 영국 체다로 알고 먹고들 있다가 진짜 영국 체다 맛을 보고는 뿅 갔다는군. 영국 체다는 전통 체다와 모던 체다, 둘로 나뉘는데, 나는 둘 다 맛있더라고. 단맛이 좀 더 나는 모던 체다가 쬐끔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영국 여행 오면 세인즈버리즈나 웨이트로즈나 막스 앤 스펜서 수퍼마켓을 특히 자세히 둘러보라고. 푸디들이 꼭 사갖고 돌아가야 할 것들을 단단이 한번 추천해 보자면,

 

 

 

 

 

 

 



Lea & Perrins Worcestershire Sauce
오리지날을 한번 써 보라고. 한국의 속성 짝퉁 제품들과 얼마나 다른지. 액체라서 무거우니 150ml짜리 가장 작은 병 하나만 사도 된다. 부엌에 이 병 놓여 있으면 뭔가 근사하다.

사 왔어요. 근데 이거 어따 쓰는 건가욤?

 

 

 

 

 

 

 

 



Lemon Curd
티타임이 한결 샬랄라 해질 테니 이것도 한 병 꼭 사 갖고 가라고. 집에서 만들어도 되지만 한 번쯤은 제대로 된 걸 맛 봐야 집에서도 제대로 맛을 내지. 여러 브랜드 제품이 진열돼 있을 텐데, 하여간 값이 너무 싼 것만 아니면 다들 품질은 괜찮다.

 

 

 

 

 

 

 



English Provender Co Hot Horseradish Sauce
시간 없고 입맛 없을 때 마요네즈와 반반 섞어 깡통 생선 으깨 넣고 버무려 보라고. 그런 뒤 토스트 위에 올려 잡솨 봐. 기가 막히지. 훈제연어 소스 만들 때, 쇠고기용 크림 만들 때 필수로 들어가는 식재료라 연어와 쇠고기 좋아하는 사람 집에는 꼭 있어야 한다. 생 호스래디쉬를 사서 북북 갈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 한 뿌리 사서 며칠 안에 당장 다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니 그냥 병제품으로 집에 몇 개 쟁이고 있으면 편하다.

 

 

 

 

 

 

 



Colman's Mustard Powder
영국음식에 두루 쓰이는 거라 꼭 있어야 한다. 요즘 수퍼푸드로 급부상한 강황과 함께 한국음식 여기저기에 섞어 뿌리면 좋으니 한 통 사 갖고 가라고. 이건 액체가 아닌 파우더라서 가벼우니 부담 없겠지. 고춧가루로 매운 맛 내는 게 지겨워진 한국의 푸디들에게 강추.

 

 

 

 

 

 

 



Bart Curry Powder (medium)
바트는 영국의 미슐랑 스타 셰프들이 애용하는 영국의 향신료 회사. 여기 향신료들 품질이 정말 끝내준다. 프렌치들보다 브릿들이 향신료를 훨씬 많이 쓰고 잘 다룬다. 그게 다 인도 덕이라고 한국인들은 헛소리를 하는데, 원래 저 옛날 십자군 원정 때부터 중동 영향을 받아 향신료 쓰던 습관이 남아 그런 거다. 프랑스 전통 음식보다 영국 전통 음식에 향신료가 훨씬 다채롭게 많이 쓰였다는 사실은 옛날 문헌 몇 개만 뒤져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학자들은 16세기 영국 튜더 시대 음식이 지금 인도음식만큼 스파이시 했을 거라는 이야기들을 하기도 한다. 하여간 바트 향신료 코너에 가서 이것저것 필요한 걸 사면 될 텐데, 특히 불후의 명작 영국식 커리 파우더 한 병은 잊지 말고 꼭 챙겨야 한다. 일본이나 한국의 카레 가루는 쨉도 안 된다. 영국식 커리 파우더는 그야말로 향신료. 간이 다 된 요리에 향을 내주는 용도로 쓰는 거다. 한국식 일본식 소금·조미료·전분 잔뜩 든 짠 카레 가루가 아니다. 간은 각자 자기 입맛과 건강 상태에 맞게 알아서 하라고.

 

 

 

 

 

 

 



Tracklements Chilli Jam
그 효용을 말로 다 할 수 없는 영국 고추잼. 놀랍지 않나, 고추 많이 먹는 우리 한국인들도 고추로 잼 만들어 먹을 생각은 못하고 있는데. 치즈나 치즈 토스트, 크래커 등, 세상의 모든 느끼한 것과 함께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어. 아래는 치즈 토스트 위에 듬뿍 바른 바람직한 예.

 

 

 

 

 

 

 

 

 

어후, 지나치게 맛있어.
암만 생각해도 신기하다, 영국인들이 고추로 잼을 다 만들어 먹고 있었다는 게.

 

 

 

 

 

 

 



Waitrose Duchy Originals Shortbread Fingers
버터 과자란 이런 것이다. 버터 과자의 진수.

 

 

 

 

 

 

 



Waitrose Duchy Originals Stem Ginger Shortbread [맨 오른쪽]
생강 과자란 이런 것이다. 생강 과자의 진수.

 

 

 

 

 

 

 

 

 

Divine Chocolates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많이 싸니 쵸콜렛광들은 종류별로 이것저것 챙겨 가면 좋을 듯. 세상에는 비싼 고급 쵸콜렛이 많지. 허나, 비싼 쵸콜렛이라고 다 맛있는 건 아니더라고. 이 디바인 쵸콜렛들은 가성비가 참으로 우수한데, 원료도, 맛도, 취지도, 값도, 포장 디자인도, 뭐 하나 빠지지 않는다. 가나 쵸콜렛 맛이 이런 거구나 깨달았다니까. 종류별로 하나씩 다 맛보라고.

 

 

 

 

 

 

 



Pukka Three Ginger Teabags
생강 세 종류와 감초가 든 무카페인 차. 생강은 우리가 아는 보통 생강, 갈란갈, 강황, 이렇게 세 가지를 썼다. 요즘 수퍼푸드로 각광 받는 강황도 생강의 일종이란 사실. 이 차는 거의 약 수준이다. 몸 으슬으슬하고 감기 기운 있을 때면 꼭 이거 한 잔 우려서 진한 영국 생강 과자와 먹는다. 오뚜기처럼 일어서게 된다. 한국에서는 설탕 절임해 만든 홈메이드 생강차를 많이들 마시던데, 몸에 좋은 생강 먹자고 그 많은 설탕을 먹기는 좀 그렇지 않나. 이건 설탕이 하나도 안 들었는데도 감초 때문에 달달하고 맛이 괜찮다.

 

 

 

 

 

 

 



웨이트로즈에서 아기 엉덩이 크림 살 사람은 사고. 한국 판매가의 반밖에 안 되니. 잠깐, 이건 먹는 거 아니다. 원료는 죄 먹는 걸로 돼 있지만 먹으면 안 돼! 얼굴에 바르는 거야. (으응? 엉덩이 크림을?)

 


이것도 생각나는 대로 틈틈이 추가를 할 테니 영국 여행 올 계획 있는 푸디들은 종종 들러보라고.



추가 및 더 읽을 거리
☞ 푸디들을 위한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산지별 코코 빈 쵸콜렛 바
☞ 디바인 쵸콜렛 바
☞ 막스 앤 스펜서 수퍼마켓에서 사면 좋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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