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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피쉬 파이 Fish Pie ①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Marco Pierre White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피쉬 파이 Fish Pie ①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Marco Pierre White

단 단 2016. 1. 20. 00:00

 

 

 

 젊은 시절의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어우, 집에서 요리중인 록 가수인 줄 알았어.

지나치게 멋있잖나.

 



가장 좋아하는 영국음식인 피쉬 파이를 소개합니다. 제가 유제품에 조리한 고소한 해산물을 좋아합니다.

치즈 소스에 조리한 ☞ 아놀드 베넷 오믈렛,

파슬리 소스에 조리한 대구,

양념 버터에 재운 ☞ 포티드 쉬림프,

리크 크림 소스와 피쉬케이크를 그간 소개해 드렸죠.


홍차와 마찬가지로 영국인들은 꽉 찬 맛을 위해 피쉬 파이도 각기 다른 생선 세 종류를 '블렌딩' 해서 씁니다:


담백한 흰살 생선 하나 (대개 대구cod)
기름진 생선 하나 (대개 연어)
훈제 생선 하나 (대개 훈제 해덕haddock)


거기에 식감을 위해 탱글탱글 씹히는 새우와 매끌매끌한 삶은 달걀도 넣죠.


오늘은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의 레서피로 피쉬 파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젊은 나이에 미슐랑 스타를 세 개나 받았으나 "이딴 거 필요 없어." 하고는 반납해버린 괴짜입니다. (서양 요리사들 중에는 미슐랑 평가 방침에 반대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고든 램지 선생이었는데, 고든 램지처럼 욕을 하지는 않지만 성격이 훨씬 까칠하고 눈빛도 아주 무섭습니다. 최근 <크노르Knorr>와 손잡고 가정요리를 소개하기 시작했는데, 명랑하고 친절한 제이미 올리버 동영상 보다가 이 양반 동영상 보면 눈빛도 무서운데다 웃지도 않고 칼까지 휘두르며 설명해 모골이 다 송연해져요. 이름도 특이해 이태리, 프랑스, 영국 이름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영국인, 어머니는 이태리 사람.)


가정에서는 육수나 채수를 영업집처럼 장시간 끓여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죠. 그래서 이 양반이 늘 주장하기를 "가정집에서 누가 몇 시간씩 육수를 내고 있어? 집에서는 그냥 시판 제품 사다 쓰라고." 하는 겁니다. 저도 늘 <노르> (영국에서는 'K'를 생략하고 '노르'라고 발음합니다.) 스톡 폿을 사다 씁니다. 통닭을 사서 쓰는 일이 없으니 치킨 스톡 만들 만한 닭뼈가 당최 생기질 않고, 생선을 늘 포fillet로 사다 쓰니 피쉬 스톡 만들 만한 생선 머리나 뼈도 생기지가 않아요. 그러니 인스탄트 스톡 폿 사다 쓸 수밖에요.

 

 

 

 

 

 

 

 


4~6인분을 만들기 위한 레서피입니다. 쟁쟁한 요리사이긴 하나 육수 회사와 손잡고 쉬운 가정식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므로 최대한 전통식에 가깝게 조리를 합니다. 공정은 단순해도 맛은 뭐 훌륭합니다. '파인 다이닝' 판은 따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재료


 버터 20g
밀가루plain flour 20g
간이 충분히 된 생선 육수 400ml [영상에서는 'Knorr Fish Stock Pot' 1개를 뜨거운 물 400ml에 풀어서 씁니다.]
더블 크림 100ml [더블 크림 50ml + 우유 50ml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흰살 생선 100g, 2.5cm 크기로 깍둑 썰기
연어 100g, 2.5cm 크기로 깍둑 썰기
훈제 해덕smoked haddock 100g, 2.5cm 크기로 깍둑 썰기
깐 생새우 100g
베이비 리크baby leek 150g, 송송 썰어 소금물에 데치고 물기를 말릴 것
완숙 삶은 달걀 3개, 4등분 할 것
체다 50g, 굵은 강판에 갈아 놓기
매쉬트 포테이토 1kg [껍질 벗긴 감자 1kg을 삶아 곱게 으깬 뒤 소금, 후추, 더블 크림(혹은 우유), 달걀 노른자 2~3개를 넣고 잘 섞어서 만듭니다. 덮다 보면 1kg가 다 쓰이지 않고 남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많이 남았습니다. 남은 매쉬는 남은 생선살과 합쳐 피쉬케이크로 만들어 드세요.]



만들기

 

1. 생선 육수 400ml를 준비한다. [크노르 피쉬 스톡 폿을 쓰실 분들은 내열 계량컵에 스톡 폿을 넣고 끓는 물 400ml를 부어 잘 푼 뒤 20분 정도 식히면 됩니다. 400ml 물을 한 번에 다 붓지 마시고 소량만 부어 잘 푼 뒤 나머지를 넣으면 작업이 좀 더 수월해집니다.] [시판 육수에 간이 이미 충분히 돼 있어 간을 따로 안 합니다. 자가 제조 육수를 쓰실 분들은 간을 따로 하셔야 합니다.]


2. 오븐을 22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200˚C.


3. 먼저, 화이트 피쉬 소스를 만든다. 불에 소스팬을 올려 버터를 녹인 뒤 밀가루를 넣어 거품기로 부지런히 젓는다. 밀가루가 완전히 풀려 소스처럼 되어야 한다.


4. 3에 피쉬 스톡을 소량 부은 뒤 잘 저어 풀고, 또 소량 부은 뒤 잘 저어 풀고, 이런 식으로 피쉬 스톡을 나누어 넣는다. 밀가루 날내가 나지 않도록 충분히 끓여야 한다.


5. 팔팔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춰 걸죽해질 때까지 얌전히 보글보글 끓인다simmer. 눋지 않도록 계속 저어야 한다.


6. 크림을 넣고 온도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다.


7. 깍둑 썬 생선살들을 모두 넣고 소스팬을 살살 흔들어 소스가 생선살을 완전히 덮도록 한다. 오븐에 넣고 또 익혀야 하니 지금 생선살을 다 익히면 안 되고 3분의 1정도만 살짝 익힌다.


8. 생선살이 조금 익었을 즈음 생새우를 넣고 붉은 색이 겨우 돌기 시작할 정도로만 살짝 익힌다.


9. 오븐 용기에 옮겨 담고 소금물에 데친 리크leek, 4등분한 삶은 달걀, 굵게 간 체다를 얹는다.


10. 매쉬트 포테이토를 고르게 깔고 물에 적신 스패츌라로 표면을 꾹꾹 눌러 생선 비늘 무늬를 낸다. [집에 스패츌라가 없으면 그냥 포크로 긁어도 됩니다. 표면적을 넓혀 줘야 바삭해지니 뭐라도 무늬를 내보세요.]


11. 오븐에 넣고 25~35분 굽는다. 매쉬트 포테이토에 먹음직스러운 색이 나면 된다. 달걀 노른자를 넣었기 때문에 색이 노릇노릇 잘 날 것이다. 끝.

 

 

 

 

 

 

 

 

 


완성.
영상에서는 슥슥 쉽게 하는 것 같아 보이나 매쉬트 포테이토를 얹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스패츌라로 꾹꾹 눌러 생선 비늘 무늬 + 파도 무늬 내는 건 재미있지만 그 이전에 매쉬트 포테이토를 울퉁불퉁 꿀렁꿀렁한 소스 위에 매끈하게 도포하는 게 힘들어요.


저는 감자를 물에 삶지 않고 오븐에 장시간 구워서 썼습니다. '드라이 매쉬트 포테이토'라고 하죠. 수분의 간섭을 받지 않아 감자 맛이 고스란히 살고, 농축돼서 풍미가 짙어지나, 대신 수분이 적어 으깨기가 좀 힘들고 약간 거친 질감이 나옵니다. 그래도 흥건한 소스와 같이 먹으면 아주 잘 어울립니다.


굽다 보면 오븐 용기 밖으로 소스가 끓어 흘러 넘치기도 하는데, 그게 또 오븐 요리의 멋이기도 하니 그릇 지저분해지는 것엔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소스가 넘칠 것을 대비해 오븐에 넣을 때는 용기 밑에 조치를 취해 놓으시고요.

 

 

 

 

 

 

 

 

 

먹는 법 - 

매쉬트 포테이토 뚜껑을 먹을 만큼 조심스럽게 먼저 떼어 내고,

 

 

 

 

 

 

 

 

 

건더기와 소스를 그릇에 옮겨 담습니다. 그릇을 뜨겁게 데워 놓아야 금방 식지 않으니 꼭 데우시길 바랍니다. 생선살을 너무 익혀 고무처럼 질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매쉬트 포테이토가 먹음직스러운 색이 날 때까지 충분히 굽다 보면 안에 든 생선이 질겨질 수 있는데, 초벌 익힐 때 얼만큼 익힐지 판단을 잘 해야 합니다. 요리사들 중에는 그래서 생선 초벌 익히는 단계를 아예 생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고든 램지].

 

피쉬 파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음식이자 제 최고의 '컴포트 푸드'입니다. 여러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으나 훈제 해덕haddock을 구할 수 없어 영국 밖에서는 본고장 맛을 내기가 쉽지 않겠지요. 저도 한국 가면 이 맛을 못 낼 테고요. 흑흑. 훈제 해덕이 빠지면 제맛이 안 납니다.

 

 

 

 

 

 

 


 바다를 생각 나게 하는 참 푸근하고 맛있는 음식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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