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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펜랜드 셀러리 ① 셀러리 수프 Fenland Celery Soup 본문
셀러리 좋아하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
서양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물이 이 셀러리이지요. 바깥쪽 튼튼한 줄기는 수프나 스튜, 오븐구이 등에 쓰고, 안쪽의 뽀얗고 여린 줄기는 샐러드에 썰어 넣거나 치즈보드에 올려 생으로 즐기고, 잎은 또 수프나 샐러드에 얹어 멋을 냄과 동시에 맛과 향을 더하게 합니다. 게다가, 뿌리도 먹는다는 사실. 얇게 저며 생으로 먹습니다. 버릴 곳 하나 없는 소중한 채소예요.
어느 나라든 이제는 연중 내내 볼 수 있는 흔한 채소가 되었지만 영국의 캐임브리지셔, 노포크, 서포크, 이 세 개 주county에 걸쳐 있는 펜랜드 지역에서 겨울철에 출하하는 것들은 '펜랜드 셀러리'라고 따로 이름을 붙이고 유럽연합이 특별한 작물로 보호를 합니다. ☞ 요크셔 포스트 루바브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써 온 독특한 재배 방식 때문에 특별 대우를 받습니다. 펜랜드 셀러리 포장에는 그래서 아래의 두 표식이 함께 들어가게 됩니다.
12월 말까지 약 8주 정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이 펜랜드 셀러리를 볼 수 있으니 영국에 계신 분들은 지금부터 셀러리 사실 때 이 펜랜드 셀러리로 사 드시면 좋습니다. 위의 두 표식이 있는지 포장을 잘 보고 고르세요.
펜랜드 셀러리는 일반 셀러리보다 더 희고, 더 달고, 뿌리 쪽은 더 고소하고, 섬세한 맛이 나면서 더 아삭거리고, 질긴 섬유질 끈이 거의 없어 깔끔한 식감이 납니다. 단맛, 짠맛, 쓴맛의 균형도 매우 잘 잡혀 있고요. 셀러리 대를 반으로 '딱' 부러뜨려 주욱 잡아당기면 질긴 섬유질 끈이 드러나죠? 펜랜드 셀러리에는 이 섬유질 끈이 거의 없으므로 제거하는 수고 없이 그냥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영국인들이 셀러리를 먹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지금과 같은 특별한 방식으로 재배를 하기 시작한 것은 빅토리안 시대 때부터입니다. 제철 채소가 많지 않던 겨울철, 특히 크리스마스 때 이 펜랜드 셀러리를 먹는 것이 대유행을 했었는데, 그게 다 잘 발달된 철도망 덕이었다고 하죠. 런던 코벤트 가든 마켓으로 밤새 부지런히 실어 날라 공급을 했고, 사람들은 셀러리 담는 전용 그릇까지 집에 갖춰 놓고 열심히들 먹었던 모양입니다. ☞ Celery Vase
위의 영상에서도 보이지만 간격을 넓게 두고 재배를 하기 때문에 면적당 수확량이 일반 셀러리의 3분의 1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값이 비싸죠. 흙이 새까맣고 참 좋아 보이죠? 이 질 좋은 흙과 사람의 수고가 결합돼 펜랜드 셀러리의 맛을 내주는 거지요. 영상을 보니 서리와 추위에 잘 견디도록 잎만 내놓고 줄기를 모두 흙으로 다독다독 덮어 줍니다. 이 'earthing up' 작업 때문에 손이 많이 가서 값이 더 오릅니다. 이파리만 흙 밖에 나와 바람에 나부끼고 있으니 독특합니다. 이 작업 덕에 크리스마스 때까지 수확이 가능한가 봅니다. 게다가 수확을 할 때도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뽑아 뿌리를 연필 깎은 모양이 되도록 V자로 깎기 때문에 값이 더욱 비싸집니다. 그런데, 값이 일반 셀러리보다 비싸다고는 해도 사진에 있는 저 한 단이 1파운드밖에 안 합니다. 우리돈으로 약 1,750원 정도? 여기서는 셀러리 한 단이 이 정도면 비싼 축에 드나 봅니다. 겨울철이고 고급인데도요. 뿌리를 V자로 깎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일반 셀러리와 외형상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겠고, 또, 뿌리를 잘 씻어 얇게 저며 먹으면 아주 맛있다고 하네요. 미식가들은 그래서 셀러리 줄기뿐 아니라 얇게 저민 뿌리도 치즈보드에 같이 올리곤 합니다. 궁금해서 저도 뿌리를 얇게 저며 생으로 맛을 보았는데, 과연 칭송 받을 만합니다. 셀레리악celeriac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자체에 이미 간과 양념이 다 돼 있는 듯한 완벽한 맛이 나고 식감도 아주 좋아요. 짠맛, 단맛, 고소한 맛, 쓴맛, 우마미, 다 있습니다.
날이 쌀쌀해졌으니 펜랜드 셀러리를 쓰는 첫 번째 레서피로 수프를 올려 드릴까 합니다. 일반 셀러리로 만드셔도 충분히 맛있을 겁니다. 셀러리 수프라는 건 이 글 쓰느라 이번에 처음 만들어봤는데, 어우, 이렇게 맛있는 수프인 줄 몰랐습니다. 4-6인분 정도 나옵니다. <웨이트로즈Waitrose> 수퍼마켓의 이번 달 제철 재료 활용 레서피 보고 만듭니다.
재료
• 무염 버터 50g
• 펜랜드 셀러리 혹은 일반 셀러리 1단 전체 줄기는 얇게 썰고 속잎은 떼어 장식용으로 보관하세요.
• 리크leek 1대, 얇게 썰기
• 양파 1개, 곱게 다지기
• 마늘 2톨, 곱게 다지기
• 소금 1작은술 [1작은술 = 5ml] 저염식 하실 분들은 생략 가능
• 전분질floury 감자 중간 크기 1알, 잘게 깍둑 썰기
영국에 계신 분들은 마리스 파이퍼maris piper나 그와 유사한 품종으로 쓰시면 됩니다.
• 채수 500ml 저는 'Knorr Vegetable Stock Pot'으로 씁니다.
• 뜨거운 물 500ml
• 더블 크림double cream 50ml + 그릇에 담고 뿌릴 것 소량
유지방 48%의 영국 크림. 열을 가해도 분리되지 않아 요리에 많이 씁니다. 미국에 계신 분들은 헤비 크림heavy cream으로 바꿔 쓰셔도 됩니다.
• 스틸튼Stilton 75g
블루 치즈 못 드시는 분들은 생략 가능. 안 넣어도 충분히 맛있으나 넣으면 더 맛있습니다. 한국에서 만일 스틸튼을 구하기 힘들면 이태리 고르곤졸라 대신 프랑스 쌍 따귀르Saint Agur를 쓰세요. 이게 맛이 좀 더 가깝습니다. 스틸튼보다 약간 더 짠 치즈이니 넣는 양을 조절하세요.
만들기
1. 약불에 큰 냄비를 올려 버터를 녹이고 셀러리, 리크, 양파, 마늘, 소금을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약 20분간 찬찬히 볶는다. 갈색 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2. 감자를 넣고 2분 정도 볶다가 채수 500ml와 뜨거운 물 500ml를 붓고 불을 높인다.
3. 팔팔 끓기 시작하면 다시 불을 낮춰 15~18분간, 또는 채소들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보글보글 얌전히 끓인다simmer.
4. 블렌더로 곱게 간다.
5. 더블 크림을 넣고 다시 한 번 갈아 준다. 너무 걸죽한 것 같으면 뜨거운 물이나 우유를 소량 첨가해 농도를 조절해도 된다.
6. 후추를 갈아 넣고 간을 보아 소금이 더 필요할 것 같으면 추가로 더 넣는다.
7. 그릇에 담고 크림을 두른 뒤 잘게 부순 스틸튼과 셀러리 속잎을 얹어 제공한다. 셀러리 잎을 뜨거운 수프에 너무 일찍 올리면 화상 입어 까맣게 변하니 먹기 바로 직전에 올려야 한다. 끝.
셀러리 잎은 버리지 마시고 샐러드나 수프에 '가니쉬'로 꼭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수프에 셀러리 잎을 넣으면 향이 좋아 액센트가 되어 줍니다. 셀러리 잎도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네요.
저는 스틸튼 잘게 부순 것을 보슬보슬 뿌려 먹기도 하는데, 이것도 아주 맛있습니다. 블루 치즈 드실 수 있는 분들은 곁들여 보세요. 안 넣어도 충분히 맛있고요. 다음 레서피로는 셀러리 스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 펜랜드 셀러리 수확 과정
☞ 펜랜드 셀러리 PGI에 관한 규정
☞ 영국음식 열전
☞ 영국 치즈 2 - 스틸튼
▲ 매우 탐나는 골동 셀러리 그릇 antique celery 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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