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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대구 Cod ① 코드 인 파슬리 소스 Cod in Parsley Sauce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대구 Cod ① 코드 인 파슬리 소스 Cod in Parsley Sauce

단 단 2016. 6. 28. 00:00

 

 

 

 우리 집 생선 도감에 있는 코드.
인간에게 잡힐 것을 예상 못 했는지

죽어서도 저렇게 놀란 눈을 하고 있다.

미안해, 고마워, 맛있게 잘 먹을게.

 



고기보다는 해산물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면역력이 약해 해산물을 날것으로는 못 먹고 익힌 것만 먹어요. (생굴과 회 못 먹는 촌스러운 인간임.) 익힌 것도 매운탕, 짬뽕, 조림, 오징어볶음, 낙지볶음 같이 과한 양념한 것들은 잘 안 먹고 최소한의 양념을 하거나 기름, 유제품 등을 써서 고소하게 조리한 것들을 좋아합니다. 즉, 재료는 비슷하지만 중화풍 칠리 새우보다는 스페인의 ☞감바스 알 아히요를 더 좋아한다는 거지요. 피쉬 앤드 칩스도 그래서 좋아합니다. 훈제 생선도 좋아합니다. 그간 소개해 드렸던 영국의 해산물 요리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 아놀드 베넷 오믈렛
☞ 컬런 스킹크
☞ 리크 소스를 곁들인 코드와 감자
☞ 피쉬 파이
☞ 피쉬케이크 1
☞ 피쉬케이크 2
☞ 피쉬케이크 3
☞ 영국 훈제연어에 대하여
☞ 요크셔 푸딩과 훈제연어
잉글리쉬 머핀과 훈제연어
☞ 훈제연어 샌드위치
☞ 훈제연어와 리크 베이크
☞ 훈제연어와 게살 샐러드
☞ 훈제 청어
☞ 포티드 쉬림프
☞ 프론 콕테일
☞ 드레스트 크랩



위의 해산물 요리들은 다쓰 부처가 정말 좋아하는 영국음식들입니다. 오늘은 이 목록에 맛있는 생선 요리를 하나 더 보태려고 합니다. 영국의 '국민 생선'인 코드를 써서 만드는 초간단 전통 음식인데, 제가 참 좋아해서 이것 때문에 창가에 늘 파슬리 화분을 키우고 있습니다.

 

 

 

 

 

 

 



코드는 섬세한 단맛이 나면서 살이 뽀얘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생선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그래서 코드는 뽀얀 색을 살려 조리하는 것을 좋아하죠. 우리말로는 대서양 대구라고 번역하는데, 대구라고 번역할 수 있는 영국의 국민 생선으로는 코드 외에 해덕haddock이란 것도 있습니다. 맛에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거의 비슷하고 값도 엎치락뒤치락 비슷해 서로를 대용 생선으로 쓰는 일이 흔합니다. 이 두 생선이 바로 피쉬 앤드 칩스에 가장 많이 쓰는 생선입니다. 이 몸값 비싼 녀석들을 피쉬 앤드 칩스에 씁니다.

 

영국에서 유통되는 코드의 대부분은 저 북쪽의 아이슬란드에서 잡은 것들입니다. 영국에서도 잡히기는 하나 어획량이 적어요. 과거에는 많이 잡혔다고 하는데 바닷물 온도가 상승해 자꾸만 북쪽으로 올라가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는 대구 사정이 어떤가요?


영국 수퍼마켓에서는 'line-caught'도 흔히 볼 수 있어 저는 늘 이 낚싯줄로 잡은 코드를 삽니다. 코드에 관해서는 사실 글을 서너 개 쓸 수 있을 정도로 할 말이 많으나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선 중 하나가 이 코드. 영국의 어부들 중에는 아마 브렉시티어가 많았을 겁니다.) 오늘은 레서피 소개만 해 드리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마크 쿨란스키의 <대구>를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요리에는 보글보글한 곱슬 파슬리curly-leaf parsley 대신 납작잎 파슬리flat-leaf parsley를 씁니다. 여기서는 납작잎 파슬리가 더 흔해 '파슬리'라고 하면 그냥 이를 가리킬 때가 더 많습니다. 직접 씨 뿌려 키운 파슬리입니다. 사진 볼 때마다 뿌듯해요. 으흐흐.


고든 램지의 선생이었던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의 가정식 레서피로 소개해 드립니다. 미슐랑 3-스타 셰프였습니다.

 

 

 

 

 

 

 

 

 


파슬리 소스 대구


재료

[4인분]


 무염버터 25g

밀가루 25g

우유semi-skimmed milk 500ml


생선 육수 

[저는 늘 젤gel 성상의 농축된 ☞ Knorr Fish Stock Pot를 씁니다. 이걸 쓰면 소금이 이미 들어 있어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나 집에서 직접 육수를 내서 쓸 분들은 농축시켜 물기를 최대한 줄이고 간을 따로 하셔야 합니다.]

 

더블 크림double cream이나 싱글 크림single cream 50ml

[더블 크림은 유지방 48%의 진한 영국 크림을 말합니다. 요리에 많이 씁니다. 지방 섭취를 조심해야 하는 분들은 유지방 18%의 싱글 크림을 쓰셔도 됩니다. 크림을 아예 생략하고 우유만으로 맛내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취향껏 하세요.]

 

대구cod, 껍질 벗긴 살토막fillet 혹은 loin

[1인당 약 120g 정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시면 됩니다. 60g 정도 되는 작은 토막을 두 개 쓰셔도 좋고 큼직한 토막 하나를 쓰셔도 됩니다. 다쓰베이더는 150g짜리 두툼한 가운뎃살loin을 썼습니다. 레스토랑들이 대개 이 정도 크기의 생선을 씁니다.]

 

유럽 납작잎 파슬리 곱게 다진 것 4~5큰술 [1큰술 = 15ml]

 

 

 

 

 

 

 


이렇게 생긴 것을 '소테 팬'이라고 부른다.

2인분 만들기에 적합한 지름 20cm, 높이 6cm짜리.
무게는 무려 1kg가 넘는다는 사실. 손목 살류.



만들기


1. 약불에 소테 팬saute pan을 올리고 버터를 녹인다. 밀가루를 넣고 거품기balloon whisk로 부지런히 저어가며 밀가루 날내가 남지 않도록 약 3분간 볶는다. 어느 순간 액체로 변할 것이다. 눋거나 태우지 않도록 조심한다.

 

2. 우유를 한 번에 조금씩 부어 뭉친 곳이 없도록 철저하게 풀어 가며 합친다. 여러 차례에 나눠 소량씩 붓도록 한다.

 

3. 우유를 다 붓고 나면 불을 높여 부르르 끓을 때까지 둔다(boil). [여기까지 만든 것을 영어로는 '화이트 소스', 불어로는 '베샤멜'이라고 부릅니다.] 끓기 시작하면 생선 육수를 넣고 잘 섞는다. 불을 다시 낮춰 이번에는 크림을 넣고 잘 섞는다. 이때부터는 소스가 끓으면 안 된다. 거품기로 계속 저어 바닥이 눋지 않도록 한다.

 

4. 생선을 넣는다. 살이 부서질 수 있으니 뒤집지는 말고 소스에 잠기도록 팬을 가끔 흔들어 준다. 생선살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딱 한번만 뒤집어 양면을 고루 익힌다.

 

5. 파슬리 잘게 다진 것을 넣고 잘 섞은 뒤 접시에 담고 취향껏 매쉬트 포테이토와 완두콩 등을 곁들여 낸다. 끝.

 


단단의 몇 가지 조언


파슬리를 다지기 전에 먼저 칼을 잘 갈아 주세요. 그래야 짓이겨지지 않고 보송보송 잘게 잘 다져집니다. 파슬리 입자가 너무 크면 완성된 요리가 예쁘게 보이지 않습니다. ☞ 메짤루나를 쓰셔도 됩니다. 살림 늘리기 싫어서 다쓰베이더는 그냥 집에 있는 식칼을 잘 갈아서 씁니다.


생선을 너무 익히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눌렀을 때 생선살이 결대로 경쾌하게 '톡' 떨어지려고 하면 다 익은 겁니다. 덜 익으면 살이 한올한올 실처럼 보이고 물기가 많으면서 질깃하게 씹힙니다. 간단한 요리이긴 하나 흰 소스에 덮여 있어 생선이 알맞게 익었나 확인하는 게 좀 어렵습니다.


완성된 파슬리 소스는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의 작품처럼 새하얗지가 않고 다소 크림색을 띱니다. 골백번 만들어 봤지만 사진과 같은 흰색은 안 나옵니다.


소스가 저렇게 묽게 나오지 않습니다. 너무 되다 싶으면 우유를 추가로 더 넣어 농도를 조절하셔도 됩니다.


완성 단계에 가까워지면 간을 보세요. 저 시판 크노르 피쉬 스톡 폿이 소금간이 센 농축 제품이라서 생선과 소스에 간을 따로 하지 않는데, 만일 집에서 만든 육수를 쓰실 경우에는 잊지 말고 간을 하셔야 합니다. 생선에 간을 따로 안 하므로 소스가 좀 짭짤해야 합니다. 그릇에 담기 직전에도 간을 점검하세요.


서빙할 그릇은 반드시 뜨겁게 데워 놓으세요. 그릇을 데우지 않으면 소스가 금방 식어 풀처럼 굳습니다.

 

 

 

 

 

 

 

 


완성.
다쓰베이더가 15분도 안 돼 만들었습니다. 정말 금방 만들죠? 맛은 뭐 끝내줍니다. 인기 있는 전통 음식이라 수퍼마켓들도 간편식ready meal으로 많이들 내고 있는데, 시판 제품들은 제 입맛엔 다 시답잖고 집에서 이 레서피로 직접 만들어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재료 준비 시간까지 합쳐 넉넉하게 20분이면 만들 수 있으니 유제품 잘 드시고 생선 좋아하시는 분들은 집에서 만들어 보세요. 납작잎 파슬리도 향초 중에서는 키우기 쉬운 편에 속해 늘 풍성한 수확이 가능합니다. 양식에 많이 쓰이니 양식 자주 해 드시는 분들은 창가에 파슬리 화분을 키우시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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