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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잼 잘 만들기 Jam Session

단 단 2018. 8. 8. 09:38

 

 

 

잼 만들기 위해 준비중. 2017년.

루바브rhubarb, 블러쉬 오렌지 과육과 껍질.

 

 

영롱하게 반짝이는 잼. 예쁜 병에 담긴 시판 잼 보는 것도 기분 좋은데 내 손으로 만든 잼 보는 건 얼마나 행복할까요? 각국의 유서 깊은 잼 회사들이 내놓는 훌륭한 잼들을 이제는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집 잼'이 주는 기쁨은 따라갈 수가 없죠. 부지런한 초록손이들은 심지어 자기 집 정원에서 수확한 과일로 잼을 만들기도 하는데, 올망졸망 다 다른 모양의 병에 나누어 담은 뒤 뚜껑 닫아 날짜와 이름표 붙이고 바라볼 때의 그 뿌듯함. 구경하는 사람도 다 뿌듯.  

영국 살 때 다쓰 부처도 잼, 콤포트, 처트니, 케첩 등을 제법 만들어 쟁였었습니다. 아이스크림처럼 잼도 집에서 손수 만들면 수퍼마켓에서는 보기 힘든 재미있는 조합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죠. 같은 주재료를 쓰더라도 감각 있고 솜씨 좋은 사람들은 시판 제품들보다 훨씬 맛있게 만들 수 있고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영국인들의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잼에 대해 잘 정리해 놓았길래 추려서 올려봅니다. 좌파들도 새콤달콤 저 보석 같은 잼이 주는 쾌락을 아는 게지요, 케케. 원문도 연결해 놓을 테니 잼 바른 토스트 드시면서 읽어보세요.
The Science and Magic of Jam-making

 

참, 잼 바르기 전에 버터 먼저 바르는 것 잊지 마시고요. 영국에서는 빵에 잼만 단독으로 발라 먹는 일이 극히 드뭅니다. 꼭 버터나 크림을 함께 쓰죠. 맛과 질감이 훨씬 좋아집니다. 조린 과일과 버터, 조린 과일과 크림은 사실 단 제과나 디저트의 기본 조합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미친 조합.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을 얹은 스콘.

 

 

과일에 단맛을 가미해 즐긴 역사는 유구하나 잘게 썬 과일과 설탕 졸인 것에 '잼'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한 것은 고작 18세기 초의 일이라고 합니다. (잼이 18세기에 처음 생겼다는 뜻이 아님.) 영국에서는 과육에 설탕 넣고 조린 것은 '잼', 과일의 즙만 짜서 설탕 넣고 졸여 굳힌 것은 '젤리jelly'라고 구분해 부릅니다. 젤라틴으로 굳혀 만든 아이들 간식인 그 젤리가 아닙니다. '콤포트compote'는 또 다른 개념의 것인데, 저장할 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닌 즉석 조림이라서 설탕이 훨씬 적게 들어가고 과일 형태도 좀 더 살려서 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즈cheese' 혹은 '페이스트paste'는 과일묵을 말합니다. 과일을 꿀이나 설탕과 함께 푹 익힌 뒤 고운 체에 으깨 내려서 굳힙니다. 단묵(요깡羊羹) 비슷한 성상을 띠게 됩니다. 이 형태의 것으로는 모과로 만든 게 가장 흔하고 역사도 오래됐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단일한 질감의 젤리보다 과육이 포함돼 좀 더 다채로운 식감을 내는 잼을 선호하죠. 젤리는 요리에 단맛과 신맛을 더하고 싶을 때도 흔히 쓰이는데, 과육 건더기가 없어 쓰기 편합니다. 영국의 적양배추볶음 소개할 때 레드 커런트 젤리를 같이 소개해드렸습니다. ☞ Braised Red Cabbage

 

 

 

 

 

 

 

영국 튜더 시대(1485-1603)의 단것들. 왼쪽부터

딸기 타트, 모과묵quince cheese/paste당절임 과일

candied fruits, 대추야자 열매와 무화과, 하얀 원뿔은 설탕.

 

 

서인도제도The West Indies에서 설탕을 대량 생산해 들여오기 전에는 꿀을 써서 과일에 단맛을 더하거나, 소수의 왕족과 귀족만이 어렵게 구한 값비싼 설탕으로 단맛을 가미한 과일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설탕이 얼마나 귀하고 비쌌는지, 당시에는 지금처럼 빵에 잼을 듬뿍 펴바르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고, 그저 멋들어지게 장식한 실버 스푼에 찔끔 떠 담은 것을 만찬 끝에야 겨우 즐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설탕이 흔해진 1880년대에 가서야 영국의 노동자 계급에까지 잼이 퍼질 수 있었는데, 늘 먹던 거칠고 거무튀튀한 통밀빵 위에 어느 날 화사한 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상상해보세요. 영국인들과 유럽인들의 식탁에서 잼이 생필품으로 자리잡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 충분히 할 수 있죠. 전문 회사에 의한 잼 대량생산의 길을 튼 나라는 영국인데, 그게 다 식민지 노동력 착취를 통해 얻은 값싼 설탕 덕이지요. 오늘날 영국 수퍼마켓에 놓인 설탕 포장들에서 '공정무역fair trade' 표식을 보면 격세감을 느낍니다.


 

잼 만들기 기본 지식들

 


1. 과일과 설탕의 기본 비율은 1:1. 예를 들어,

   • 과일 1kg
   • 설탕 1kg

    (고운 입자의 'caster sugar' 말고 'granulated sugar'.)
   • 레몬 즙 and/or 펙틴

    (사용하고자 하는 과일의 펙틴 함량에 달렸음.)  

설탕에 비해 과일 비율이 너무 높으면 저장성이 떨어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보관하는 동안 '버적버적' 결정화가 일어난다crystalise

 

2. 과일의 선택은 그야말로 무궁무진. 

제철 과일이 가장 좋은데, 과숙한 과일보다는 신맛이 많이 남아 있는 약간 덜 익은 상태의 것, 혹은 딱 알맞게 익은 상태의 것이 좀 더 맛있다.  

 


3. 과일간의 조합도 무궁무진.

 

 

4. 잼 전체에서 고작 0.5에서 1%밖에 차지하지 않는 미미한 양의 물질이지만 펙틴pectin을 이해해야 좋은 잼을 만들 수 있다. 잼 만들고 하루 지나 악몽 같은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는데, 적당한 굳기인 젤gel 상태의 잼이 아닌 줄줄 흐르는 딸기 '소스'가 바로 그것. 펙틴의 문제다. 과일 종류에 따라 잼 성상으로 잘 굳게 하는 물질인 펙틴이 충분히 들어있는 과일이 있고 부족한 과일들이 있다. 같은 과일이라도 약간 덜 익은 상태일 때가 잘 익은 상태일 때보다 펙틴 함량이 더 높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과일의 펙틴 함량에 대해서는 영국의 잼병 회사 <킬너Kilner Jar>가 공개한 아래의 표를 참고하세요. ☞ 킬너 잼병 어떻게 생겼는지 다들 아시죠?) 

 

 

위의 표에 대한 단단의 발번역 및 보충 설명:

"과일 속의 산(acid)은 잼을 알맞은 농도로 굳게 하는 물질인 펙틴이 우러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펙틴은 잼의 굳기를 조절할 뿐 아니라 설탕이 결정화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므로 중요하다." (펙틴이 부족한 과일을 펙틴이 풍부한 과일과 혼합해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레몬이나 오렌지 등 펙틴이 풍부하면서 신맛도 더해 줄 수 있는 감귤류가 흔히 쓰입니다. 맨 위 첫 사진의 '루바브 앤드 블러쉬 오렌지 잼' 준비 과정 사진은 좋은 예. 마침 두 과채가 제철도 2월로 같고요. 귀찮으면? 시판 펙틴을 이용해도 되고, 이마저도 귀찮으면 그냥 펙틱 성분이 든 '잼 전용 설탕jam sugar'을 사서 써도 됩니다.)

 

 

 

 

 

 

 

영국 <테이트 & 라일> 사의 잼 전용 설탕.

설탕 98.6%, 나머지는 펙틴과 구연산.

 

 

 

 

 

 


펙틴 함량이 높은 과일들을 위한 100% 설탕.

마말레이드용으로 쓰면 좋다. 입자가 굵어 천천히 녹으므로

쉬이 타지 않고, 젓는 수고도 약간 줄여준다고.

 

 

시판 펙틴은 감귤류 과일 껍질의 안쪽 하얀 섬유질이나 사과에서 추출해 만든다. 프랑스 화학자Henri Braconnot가 1825년에 최초로 과일 속 펙틴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으며 '굳다', '덩어리지다'라는 그리스어 '펙티코스pektikos'에서 그 이름을 땄다. 셀룰로스나 전분처럼 다당류로 분류되며, 생과일 상태일 때는 대개 껍질이나 중심부에 많이 존재하면서 세포벽을 받치는 시멘트 역할을 하고, 잼 상태가 됐을 때는 그물을 형성해 단 즙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시판 펙틴이 없던 옛 시절의 현명한 조상들은 시행착오를 거쳐 펙틴 함량이 낮은 과일에 펙틴 함량이 높은 과일을 섞어 원하는 굳기를 얻어냈다. '우리 집 정원에서 난 것들로.' 좌우명을 가진 어떤 영국인들은 블랙베리(펙틴 부족)에 쿠킹 애플(펙틴 풍부)을 혼합해 잼을 만들기도 한다. (둘 다 영국의 길거리나 숲, 공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5. 잼을 끓일 냄비의 깊이는 과일 담은 높이의 두 배는 되어야 한다. 즉, 내용물이 냄비 깊이의 반이 넘지 않아야 한다.

 

 

6. 설탕 없이 먼저 과일만 담은 뒤 약불에 올려 형태를 잃지 않도록 부드러워질 때까지만 익힌다. 과일 속 펙틴 성분은 끓여야만 배출되므로 반드시 끓여야 한다. 이 단계에서 설탕은 아직 넣지 않아야 하는데, 설탕을 미리 넣으면 삼투압에 의해 과일에서 초기에 물이 많이 빠져 나와 과육이 단단해지고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게 된다. 익히는 동안 물기가 부족해지면 물을 조금 추가해도 된다.

 

 

7. 잼은 어떻게 해서 굳는 걸까?

다당류인 펙틴의 긴 사슬들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이 서로를 연결시켜 입체적인 구조물을 만듦으로써 잼이 굳는다. 그런데 이 가지들은 이 일을 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첫째, 가지들이 자기들끼리 붙는 것보다는 물 분자와 붙는 것을 더 좋아해 연결을 방해하려 들고, 둘째, 가지들이 약간의 음전하를 띠고 있어 서로를 밀어내려는 성질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설탕을 넣어 물 분자가 가지들 대신 설탕과 결합하게 해 펙틴 사슬들을 자유롭게 활동하게 놓아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과일 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산acid, 또는, 추가로 투입한 산으로 음전하 양을 감소시켜 펙틴 가지들을 연결시키면 된다. 산을 외부 투입해야 할 경우 레몬 즙이 흔히 쓰인다. 산이 과해도 펙틴이 손상을 입으므로 레몬 즙을 넣을 때는 양 조절을 잘 해야 한다. 

 

 

8. 적정 레몬 즙 양에 대한 대략의 지침:

 

펙틴 함량이 적은 과일: 1kg당 레몬 한 개의 즙 (30~40ml)

 중간 정도의 펙틴 함량 과일: 레몬 반 개의 즙 

펙틴 함량이 높은 과일: 레몬 즙 필요치 않음.

  (위의 펙틴 표를 보면 알겠지만) 펙틴 함량이 높은 과일들은 대개 산도도 같이 높다. 

 

 

 

 

 소중한 레몬



9. 설탕 넣고 끓이기.
설탕을 넣은 뒤에는 냄비의 가장자리에 거품을 올리기 시작할 때까지 건들지
말고 진득하게 기다려야 한다.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드시던 잼 향기가 떠오를 것이다. 약불에서 설탕이 완전히 녹기를 기다렸다가 센불로 올려 최대한 빨리 끓어오르게 하라. 젓지 말고 그냥 지켜보라. 섣불리 저었다간 과육이 뭉개지거나 설탕의 결정화가 일어날 수 있다. 잼 표면이 단정치 못한 거품으로 뒤덮일 수 있는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되며, 정 못 참겠으면 소량의 버터(약 20g)를 넣어 표면장력을 깨부수면 된다. 완성된 잼이 식는 동안 숟가락으로 걷어 내도 된다. 


끓이는 시간, 즉, 펙틴 그물망을 형성하는 데는 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며, 이
는 과일 종류와 냄비의 재질에 따라 달라진다. 잼을 만들 때는 입구가 넓은 냄비를 쓰는 것이 수분을 빨리 날려 우리의 귀중한 펙틴 분자들 간격을 더 촘촘하게 만드는 데 유리하다. ☞ 잼 냄비의 일반적인 형태  

 

 

10. 병입할 시간을 알아채는 방법.

펙틴 그물망이 언제 완성이 되어 언제 병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설탕 성분들이 펙틴 가지들을 연결시키기 시작하는 온도는 104-105˚C로 알려져 있으나, 이 온도는 산도, 펙틴 함량, 그 외의 요소들에 따라 좌우되므로 그리 믿을 만한 잣대가 되지 못 한다. 필자(화학자)가 선호하는 병입 타이밍 신호는 이것이다. 일단 냄비를 불에서 잠시 내린다. 잼을 소량 덜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차가운 접시 위에 떨어뜨린 뒤 다시 냉장고에 넣어 식힌다. 그런 뒤 꺼내어 손가락 끝으로 잼을 밀어 보라. 잼 표면이 주름지면서 밀리면 펙틴 그물망이 안정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면 된다. 펙틴 그물망이 형성될 만큼 충분히 끓이지 않으면 잼이 굳지 않고 흐른다. 지나치게 오래 끓이면 또 과일의 신선한 맛과 향이 사라지고 굳은 꿀 같은 식감이 되니 주의한다.

 

 

 


 이렇게 주름지면서 밀려야.



11. 병입하기.
병입 전 약 10분간 잼을 식히자. 과육이 위로 붕 떠오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
다. 그런데 또 마냥 식게 방치하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 포자가 들러붙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잼을 식힐 동안 병을 살균하면 딱 좋은데, 1kg의 과일로 잼을 만들면 대여섯 개 정도의 빈 병이 필요하다. 필자가 선호하는 살균 방법은 병과 뚜껑을 세제 푼 뜨거운 물에 씻어 세제가 남지 않도록 깨끗이 헹군 뒤 160˚C 오븐에서 말리는 것이다. (잼 병입할 때 쓸 금속 깔때기도 같이 살균하세요. 오븐용 금속 트레이 하나에 병, 뚜껑, 깔때기를 조로록 늘어놓아 한꺼번에 오븐에 넣으면 편합니다.)

 

병입된 잼은 설탕과 산acid 덕에 수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하다. 대개의 잼은 60% 가량의 높은 당 성분과 높은 산도 덕에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한다. 그러나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번식하는 녀석들이 있으므로 병과 뚜껑을 살균하는 것은 중요하다. 잼 병입할 때 나는 저 기분 좋은 '철벅철벅' 소리. 병목 끝을 1cm 미만으로 남기고 가득 채우는 것이 좋다. 

 

 

 

 

왼쪽: 식히지 않고 바로 담은 잼. 위쪽에 과육이 몰려 있다.

오른쪽: 10분 정도 식힌 뒤 담은 잼. 과육이 골고루 퍼져 있다.

 

 

12. 뚜껑 닫기 전.
영국인들은 병입을 마치고 뚜껑을 닫기 전 왁스 먹인 종이 디스크를 잼 표면
에 붙이기도 하는데, 이는 잼 표면에 응축된 수분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왁스 종이를 대지 않을 경우 잼 표면에 들러붙은 수분이 잼 속 설탕 성분을 분리시켜 군데군데 설탕이 부족한 부분을 만들어 내고 여기서 곰팡이가 자라게 된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잼을 마냥 두지 말고 부지런히 드시라. 


 

 

 

정석대로 만든 사과잼. 단단의 둘째 새언니 작품. 2011년.

 

 

 

 

 

 

 

정석의 정반대로 만들어본 사과잼. 다쓰베이더 작품. 2018년.

 

 

몇 달 전에 맛 더럽게 없는 사과가 한 상자 들어왔습니다. 다쓰 부처 둘 다 사과를 몹시 좋아하는 사람들인데도 사과가 하도 맛이 없으니 서로 '쟤가 먹겠지' 미루다가 결국 쪼글쪼글 늙어버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 되었습니다. 고심 끝에 몇 개는 비빔국수 양념장 만드는 데 갈아서 넣고, 나머지는 신맛이 턱없이 부족해 무려 레몬 세 개의 즙을 넣고 잼으로 만들었습니다. 무슨 짓을 해도 지금보다는 맛있겠지 싶어 실험이나 해보자 하고 정성껏 번역해 올려드린 저 잼 만들기 정석 방법을 피해 만들어보았습니다. 즉,  

 

• 동량의 과일과 설탕 → 과일:설탕 = 7:3 

약간 덜 익은 사과 → 늙어서 쪼글쪼글 마른 사과   

과일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펙틴 함량에 맞는 적정량의 레몬 즙 넣기   
  → 신맛 하나 없는 무 매력 사과이므로 레몬 즙 최대한 많이 넣기. 잼 농도는 지금 내 관심사가 아냐.

 설탕은 과일을 익히고 나서 → 처음부터 과일과 함께   

 약불에 → 센불에

초반부터 센불에 올리니, 크으, 사과를 버무렸던 설탕이 먼저 눌어 캬라멜화가 진행됩니다. 늙어서 말라 있던 과육이었는데 처음부터 설탕에 버무려 익히니 삼투압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소량의 과즙마저 빠져나가 과육은 꼬들꼬들해집니다. 캬라멜에 조려진 사과, 즉, 따흐트 따땅tarte tatin 풍미가 나면서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인 데다, 맛의 강도는 제과점에서 볼 수 있는 사과 페이스트리 속 페이스트의 열 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이걸 바삭하게 구운 백밀빵 토스트 위에, 실온에 두어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버터를 듬뿍 바르고 얹어 먹었더니,

으어어, 

더럽게 맛있쩌.  >_<

이제 애플 페이스트리 사러 제과점이나 백화점 갈 일 없겠네.

진짜 버터를 듬뿍 발랐으니 유지油脂도 이게 더 낫고.

 

결론은, 

오늘 단단이 번역해 올린 저 '과학적인 잼 만들기' 글 따위 참고할 필요 없이 감각 있는 사람은 그냥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는 거. (잼이 좀 꾸덕해지면 어떻고 흐르면 또 어떤가. 인사고과나 입시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맛없는 사과를 만나면 쪼글쪼글 늙게 내버려 둔 뒤 이렇게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맛없는 사과가 들어와도 이젠 두렵지 않아요.   

 

영국인들이 아침에 즐기는 잼인 감귤류 마말레이드는 음식우표를 통해 별도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리 집 잼 이야기

☞ 영화 <덩케르크>, 잼 듬뿍 바른 토스트

☞ 전쟁, 홍차, 예술, 잼

☞ 구즈베리 콤포트

☞ 크랜베리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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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고추잼

☞ 토마토 칠리 잼

☞ 양파잼

☞ 마늘잼

 

 

 

 

 

 

 


2월의 루바브 앤드 블러쉬 오렌지 잼.

다쓰베이더가  영국에서 만든 마지막 잼.

세 병 만들어 두 병은 지도교수님 댁에 부쳐 드리고 귀국했다.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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