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음식] 블랙 푸딩 Black Pudding

 

 

 

 

▲ '저탄고지족lchf dieter'들을 위한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2인분.

동그랗고 까만 것이 바로 블랙 푸딩.

 

 

 

 

 

 

 

 

▲ 수퍼마켓에서 사 온 말굽 모양의 잉글랜드 버리Bury 블랙 푸딩.

전통 형태다.

 

 

 

 

 

▲ 이 말굽 모양의 블랙 푸딩은 첫 사진에 있는 것처럼

동전 모양으로 납작납작 썰지 않고 이렇게 말굽 모양을 살려

반으로 갈라 잉글리쉬 머스타드를 발라 먹는다.

 

 

 

 

 

 

▲ 아예 두께 1cm 정도로 썰어서 파는 지름 큰 것들도 있다.

칼질 필요없이 바로 요리에 쓸 수 있어 편하다.

(사진을 누르면 큰 사진이 뜨니 포장에 쓰인 성분과

영양정보, 광고 문구들을 찬찬히 읽어 보세요.)

 

 

 

 

 

 

▲ 포장에서 꺼낸 블랙 푸딩. 하얗게 박힌 것들은 귀리, 보리, 돼지 지방, 양파, 돼지 껍질.

잉글리쉬들은 저렇게 흰 부재료가 살라미처럼 크게 숭숭 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고,

스콧들은 곱게 갈아서 적갈색으로 비교적 균일한 색을 띠는 것을 좋아한다.

돼지 지방이 많이 박혀 있을수록 고급이고 맛있는데

단단이 집어 온 것은 하필 저지방 '3% fat' 제품.

 

 

 

 

 

 

 

 

▲ 스코틀랜드 스토르노웨이 블랙 푸딩.

유럽연합에 의해 보전해야 할 지역 특산물로 지정.

 

 

 

 

 

 

▲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먹을 수 있으나 다쓰 부처는 기름에

바삭하게 부쳐 먹는 것을 선호. 기름을 머금어 열량이 다소 높아진다.

(→ '이왕먹는거열량따지지말고맛있게먹자주의자'임.)

 

 

 

 

 

 

▲ 기름에 부친 블랙 푸딩은 새콤달콤 질 좋은

☞ 브라운 소스에 찍어 먹으면 잘 어울린다.
잉글랜드 북쪽에서는 잉글리쉬 머스타드를 곁들인다.

☞ 피칼릴리를 곁들여 먹는 사람도 많다.

 

 

 

 

 

 

▲ 스페인의 또르띠야tortilla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의 결합.

블랙 푸딩이 보인다.

 

브라운 소스를 소개해 드렸으니 오늘은 '블러드 소세지' 이야기를 해볼게요. 동물의 피를 넣은 소세지라는 뜻이지요. 영국에서는 이를 '블랙 푸딩'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에서도 '부댕 누아boudin noir'라는, 비슷한 용어를 씁니다. 스페인에는 '모르씨야morcilla'가 있지요. 독일에도 고장마다 다양한 '블루트부어스트blutwurst'가 있습니다. 유럽 다른 나라들에도 블러드 소세지가 있는데, 아마 전세계적으로 이같은 형태의 음식이 없는 나라를 찾는 게 더 빠를지 모르겠습니다. 유럽 쪽에서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야>에 나온 기록을 놓고 유럽 블랙 푸딩의 기원을 논하곤 합니다. 

피는 생각만큼 맛과 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향초herb, 향신료spice, 부재료를 통해 맛을 냅니다. 영국의 블랙 푸딩은 향초와 향신료 외에 귀리oat, 보리 같은 곡물을 넣는 것이 특징이고, 유럽 대륙 쪽에서는 사과, 건포도, 자두 같은 과일, 우유, 크림 같은 유제품, 술, 달걀, 빵가루, 쌀, 견과류 등을 넣기도 합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가정마다, 제조자마다 맛내기 비법이 다릅니다. 프랑스에서도 곡물이 들어간 블러드 소세지는 특별히 "boudin noir a l'Anglais(영국식 블러드 소세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영국의 블랙 푸딩에는 귀리나 보리, 혹은 이 둘 다를 넣고, 프랑스의 부댕 누아에는 빵가루를, 스페인의 모르씨야에는 쌀을 넣는다."라는 정보를 <고기Meat> 책에서 읽은 적 있습니다. 프랑스 블랙 푸딩에는 달걀과 유제품이 별도로 들어가 파운드 케이크처럼 씹히는 영국 블랙 푸딩보다 오히려 '푸딩'이라는 이름에 잘 어울립니다. 스페인의 모르씨야는 쌀이 들어 있어 썰어 놓으면 꼭 우리나라 찹쌀순대처럼 보입니다. 

 

 

 

 

 

 

 

▲ 영국음식 백과사전 <The Taste of Britain>의 '블랙 푸딩' 항목.

(사진을 누르면 큰 사진이 뜨니 읽어 보세요.)

 

 

영국에서는 중세 때 블러드 소세지에 대한 기록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블랙 푸딩"이라는 용어로 기록이 정착된 것은 16세기입니다. 영국 전역에서 블랙 푸딩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오늘날에는 스코틀랜드의 스토르노웨이Stornoway와 잉글랜드 북서부의 랭커셔 주county가 유명 산지로 꼽힙니다. 랭커셔의 스트레트포드Stretford와 버리Bury가 특히 유명합니다. 버리는 최소 1820년 대부터 블랙 푸딩 산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버리 마켓의 톰슨씨 가족은 1865년부터 같은 레서피로 블랙 푸딩을 만들어 오고 있어 지역 명물로 통합니다. 제가 수퍼마켓에서 사 온 (현대식) (저지방) 버리 블랙 푸딩의 성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The Bury Black Pudding Company>의 블랙 푸딩 성분:
Water, wheat flour, oatmeal, pearl barley, dried pork blood, pork fat, onion, pork rind, salt, mixed herbs, wheat starch, white peppers, yeast extract, ammonium hydrogen carbonate (raising agent). 끝.

 

짤막한 광고 문구:

"Pig's blood with oatmeal, pork fat, onions and plenty of spices and seasonings, giving it a strong and robust flavour."

 

19세기 말과 20세 초의 문헌들을 보면 영국 안에서도 지역별로 선호하는 향신료와 향초가 달라 스트레트포드 쪽은 마조람, 타임, ☞ 페니로얄, 민트를 사용하고, 버리는 여기에 셀러리 씨앗을 추가, 스태포드셔에서는 체셔와 같이 피멘토와 고수coriander를 넣고 여기에 ☞ 캐러웨이를 추가, 요크셔 쪽은 타임, 마조람, 세이버리, 레몬 타임을 넣는다고 합니다. 현재는 그러나 지역별로 뚜렷했던 차이가 교통의 발달과 쉬운 왕래, 그리고 전문 생산자에 의해 브랜드화하면서 많이 희미해졌습니다. 

돼지피를 액상으로 쓰지 않고 분말로 쓰는 이유는 위생 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블랙 푸딩에 생피를 쓰고 싶을 때는 돼지피 대신 소피를 쓰며, 분말 돼지피와 소의 생피를 섞어서 쓰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요즘 돼지를 너무 살이 찌지 않도록 육종을 하기 때문에(살코기형 돼지 선호) 블랙 푸딩에 사용되는 돼지 지방도 부위가 바뀌었습니다. 돼지 콩팥 둘레의 엽상지방leaf fat을 쓰다가 요즘은 등지방back fat을 씁니다. 

 

영국의 전형적인 블랙 푸딩은 다음과 같이 만듭니다. 

 

재료 

• 보리 (겉겨만 제거한 것groats 혹은 속겨까지 제거한 것pearl barley) 2.8kg 

• 돼지 지방 (콩팥 둘레의 엽상지방 혹은 등지방) 2kg 

• 보릿가루 혹은 고운 귀릿가루oatmeal 1.5kg

• 양파 750g

• 밀전분farina 혹은 영국식 빵가루rusk 750g

• 피 90ℓ 

• 소금 300g

• 후추 100g

• 케이싱은 콜라겐이나 합성 케이싱보다 완성된 겉모습이 좀 더 우아해 보이는 소 내장을 선호. (과거 컴브리아 지역에서는 케이싱 없이 베이킹 트레이에 펼쳐서 조리.) 

 

대략 이것들이 기본 재료가 되고, 고장별, 가정별, 혹은 제조자별로 맛내기 향초와 향신료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버리에서는 여기에 마조람 900g, 타임 600g, 페니로얄 450g, 으깬 셀러리 씨앗 500g을 넣어 맛을 냅니다.

 

만들기

1. 보리를 주머니에 담아 끓인다.

2. 뜨거울 때 소금, 향초, 향신료, 보릿가루나 귀릿가루를 뺀 나머지 가루류, 양파를 섞는다.

3. 깍둑 썬 돼지 지방을 넣는다.

4. 피를 섞는다.

5. 보릿가루 혹은 귀릿가루를 넣어 반죽을 되게 만든다.

6. 케이싱에 넣고 묶는다.
7. 끓기 직전의 뜨거운 물에 25분간 데친다.

8. 식힌다. 

9. 판매 준비 완료.

 

 

이미 한 번 익혀서 출하시키지만 구매한 소비자들은 대개 가정에서 취향에 맞게 재조리를 합니다. 영국식 아침 식사에 가장 많이 쓰이는데, 영국 북부에서는 아침 식사 때 외에도 하루 중 어느 때나 먹는다고 합니다. 요즘은 햄버거 패티에 섞는 사람도 있고, ☞ 스코치 에그 만들 때 소세지 고기에 섞기도 합니다. 랭커셔 쪽에서는 길거리 음식으로도 먹지만 영국 전역의 파인 다이닝 쪽에서도 활용을 많이 합니다.  

 

 

 

 

 

 

 

▲ 켄트 블랙 푸딩Kent black pudding 조리 예.
☞ 영국의 소세지 및 조제고기 전문점 <Franconian>

 

 

 

 

 

 

 

▲ 스코치 에그 만들 때 양념 소세지 고기 대신 쓰기도.

 

 

 

 

 

 

 

 

▲ 반 가른 블랙 푸딩 스코치 에그.

더블린에서 활동중인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작품.
☞ Jennifer Oppermann

 

 

 

 

▲ 영국에는 심지어 블랙 푸딩 맛 감자칩crisps도 다 있다.
감자칩 포장이 뭐 이리 고급스러워?

 

 

아래의 영상은 전통 말굽 모양을 한 버리 블랙 푸딩의 뜻밖의 용도를 보여 줍니다. 이름하야 '블랙 푸딩 던져 요크셔 푸딩 떨어뜨리기 세계 챔피언십'.

 

 

 

 

 

켁켁켁.

영국인들 진짜 잘 노는 것 같아요.

막 치즈도 언덕에서 굴리고 쫓아가고 엎어지고.

(☞ 앗, 내 발이 왜 이러지?)

근대 스포츠 종목의 상당수가 영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죠.

 

요크셔와 랭커셔는 서로 이웃해 있는데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 기원을 요크가와 랭카스터가의 쌈박질인 '장미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랭커셔 사람들이 랭커셔 블랙 푸딩을 던져 요크셔 푸딩을 땅에 떨어뜨리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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