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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젠틀맨스 렐리쉬 Gentleman's Relish, Patum Peperium 안초비 페이스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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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젠틀맨스 렐리쉬 Gentleman's Relish, Patum Peperium 안초비 페이스트

단 단 2017. 1. 21. 00:00

 

 



영국에 계신 분들 중 안초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음 번 장보실 때 이렇게 생긴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으십시오. '젠틀맨스 렐리쉬' 혹은 '파툼 페퍼리움'이라는 근사한 라틴어 이름을 가진 영국의 안초비 페이스트입니다. 전통 장으로, 1828년에 존 오스본John Osborn이라는 사람이 조제해 등록한 제 품이 지금까지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올리브 생산국들은 올리브 오일을 써서 안초비 페이스트를 만들고, 올리브 오일이 안 나는 대신 버터가 펑펑 나는 영국에서는 버터와 이국 향신료를 써서 안초비 페이스트를 만듭니다. 안초비 버터라고도 부릅니다.


북유럽 바다에서는 안초비가 잡히지 않아 전량 수입을 합니다. 남유럽 바다에 없는 연어와 청어herring를 주고 대신 안초비를 가져오는 거지요. 안초비도 고등어처럼 생물로 유통시키기 매우 까다로운 생선이라서 대개는 가공을 한 뒤 이동시킵니다. 초절임과 염장 안초비가 생물 안초비보다 훨씬 많이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아마 납작한 직사각형 깡통이나 작은 유리병에 담긴 염장 제품으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소금에 절여서 들여온 안초비로 일찌감치 장을 만들어 썼습니다. 안초비를 쓰는 영국의 유명한 전통 장 두 가지: ☞ 우스터셔 소스와, 오늘 소개해 드릴 젠틀맨스 렐리쉬.

 

 

 

 

 

 

 

 

 

(주의. 맛이 강하고 짜니 버터 쓰듯 잔뜩 쓰면 안 되고) 

"아주 조금만 써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네네, 알겠습니다.


값도 그리 안 비싼 장인데 한 통 사면 그래서 한참을 씁니다. 

 

 

 

 

 

 

 

 

 

카리스마 넘칩니다. 짙은 색상하며, 반짝반짝 윤나는 질감하며. 향도 참 좋네요. 안초비말고도 이런저런 향 내는 재료들이 섞여 복잡한 향이 납니다. 질감이 잘 느껴지도록 제가 버터 나이프로 표면에 소용돌이를 그렸습니다.

 

젠틀맨스 렐리쉬 성분:
Salted Anchovies (60%), Salted Butter, Rusk (영국식 빵가루), Water, Salt, Spices ( → 영업 비밀. 딜, 마늘, 사라왁 후추 등이 들었다고 함. 맛을 보니 넛멕도 좀 든 것 같음.). 끝.


용도:

"Patum peperium, is distinguished by the sheer quantity of anchovy. To this salty armada we have added dill, garlic and fragrant Sarawak pepper to make a delicious contemporary version of the very British 19th-century treat. It is fabulous on hot buttered toast, melted on a steak, in salad dressings, stirred through mashed potato, scrambled eggs or pasta, in Welsh Rarebit, in casseroles. It is anchovial ambrosia." 버터 바른 토스트, 스테이크 표면, 샐러드 드레싱, 매쉬트 포테이토, 스크램블드 에그, 파스타, 웰쉬 래빗, 스튜나 캐서롤 등에 쓰면 좋다고 합니다. 우마미와 짠맛이 필요한 곳에 쓰면 됩니다.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아무래도 토스트.

좋아하는 식빵을 사서 스극스극 톱질한 뒤 토스터에 구워, 

 

 

 

 

 

 

 

 

 

버터로 희석한 젠틀맨스 렐리쉬를 발라 먹는 거죠. 저는 1:5 정도로 희석해 먹습니다. 취향껏 하세요.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더 희석시키셔도 됩니다. 버터와 함께 써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리기 위해 저렇게 따로 발라 사진 찍었는데, 이 둘을 완전히 섞은 다음 발라 주셔야 합니다.

 

 

 

 

 

 

 

티푸드 요리책에 담긴 'Gentleman's Relish on Toast'

 

 

이렇게요. 젠틀맨스 렐리쉬 바른 토스트는 아프터눈 티타임에 샌드위치 대신 활용하기도 합니다. 원래는 '세이버리savoury' 코스 음식입니다. 격식 갖춘 영국 만찬에는 단 후식을 끝내고 포트port를 마시기 전에 세이버리 코스가 삽입됩니다. 강화 와인fortified wine인 포트를 마시기 전에 짭짤한 한입음식으로 혀를 다시 자극하는 거죠. ☞ 담요 두른 돼지들, ☞ 말 탄 악마들, ☞ 웰쉬 래빗 등도 인기 있는 세이버리 코스 음식입니다.

 

 

 

 

 

 

 

 

 

만드는 법은 아주 쉽습니다. 메추라기 알을 사다가,

 

 

 

 

 

 

 

 

 

노른자가 흐르도록 잠깐 동안만 삶아,

 

 

 

 

 

 

 

 

 

작게 썬 토스트 위에 버터로 희석시킨 젠틀맨스 렐리쉬바르고 반 가른 메추라기 알과 파슬리를 얹어 주면 끝.

쉽죠?

 

 

 

 

 

 

 

 

 

한입에 쏙.

작은데 거참 강렬한 맛이 납니다. 

아우, 맛있쩌.

 

 

 

 

 

 

 

 

스코치 우드콕Scotch woodcock

 

 

젠틀맨스 렐리쉬를 써서 이번에는 아침 식사를 만들어 봅니다. '스코치 우드콕'이라는, 빅토리안 시대부터 즐겨 오던 인기 세이버리 코스 음식입니다. 하원House of Commons과 옥스브리지 대학 클럽에서 자주 내던 거라서 간단한 음식이지만 다소 '엘리트'스러운 느낌이 있다네요. 원래는 티 샌드위치처럼 빵 껍질 부분을 말끔하게 잘라내야 합니다. 달걀이 들어간다고 요즘은 주로 아침 식사로 많이들 해먹습니다. 영국인들은 달걀이 보이면 자동적으로 아침 식사로 인식을 합니다. 그래서 날달걀 넣은 한국의 쌍화차를 보여 주면 잠시 뜨악해하다가 "아하, 아침에 마시는 차인가 보죠?" 합니다.  

 

이것도 만들기 참 쉽습니다. 토스트 위에 버터로 희석한 젠틀맨스 렐리쉬를 얇게 펴 바르세요. 안초비 포fillet 서너 개를 얹고 이번에는 삶은 알 대신 스크램블드 에그를 얹습니다. 향초는 차이브chives를 쓰면 맛있습니다. 안초비 포를 별도로 올려 준다는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 포 하나를 달걀 위에 얹어서 사진 찍었는데, 달걀 위가 아니라 토스트 위에 바로 올려야 먹기가 편합니다. 3~4포를 일정 간격으로 얹으세요. 웰쉬 래빗에 토끼고기가 일절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스코치 우드콕에도 우드콕 고기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젠틀맨스 렐리쉬 집에서 만들기


영국식 안초비 페이스트를 집에서 흉내 내 만들어 봅시다. 시판 젠틀맨스 렐리쉬보다는 덜 짜면서 색이 좀 연하게 나올 겁니다. 많이 짜지 않아 장기 보관은 어렵고 필요할 때마다 즉석에서 만들어 써야 합니다.

 

깡통이나 병에 든 염장 안초비 8포fillets, 키친 타월로 기름을 닦아 낼 것.

• 우유 60ml

• 무염 버터 60g, 실온에 두어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것으로. 

• 카이옌 페퍼cayenne pepper 한 꼬집pinch

• 넛멕nutmeg 즉석에서 간 것 한 꼬집

• 코리안더 씨앗 빻은 것ground coriander seeds 한 꼬집

• 후추 즉석에서 간 것 한 꼬집

• 레몬 1/4개 분량의 즙


1. 안초비 포를 우유에 10분 정도 담가 소금기를 조금 빼낸다. 


2. 우유에서 건져 나머지 재료들과 함께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부드러운 크림 성상이 될 때까지 간다. 보관하지 말고 바로 사용하는 게 좋다. 끝. 

 

 

영국 여행 와서 사 가기


영국에 여행 오실 분들 중 안초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글 기억하셨다가 수퍼마켓이나 백화점 식품관에 들러 젠틀맨스 렐리쉬 한 통을 꼭 사 가시길 바랍니다. 백화점에서 사면 그놈의 '품격' 때문에 묵직한 도자기 통에 담긴 걸 사야 합니다. 무겁죠. 가능하면 수퍼마켓에서 가벼운 플라스틱 통에 든 걸로 사세요. 내용물은 동일합니다.

 

 

'젠틀맨스 렐리쉬'라는 이름에 대하여


참,
이름이 왜 '젠틀맨스 렐리쉬'인가.

원래 이름은 발음하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도 힘든 라틴어 느낌의 말장난 '파툼 페퍼리움Patum peperium'이었는데 상류층 신사들이 먹는 걸 본 서민들이 식료품점에 와서 "어... 그거 뭐죠... 젠틀맨들이 먹는 렐리쉬... 그거 하나 주세요." 해서 젠틀맨스 렐리쉬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   

 

 

 

 

 

 

 

 

'토스트 위의 안초비anchovies on toast'.  1901년 영국

중간계급middle class 가정의 아침상을 재현한 화면 일부.

 

 

 

달걀 찜기 장만기

☞ 스크램블드 에그 세 가지 - 영국식, 미국식, 프랑스식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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