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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음식] 훈제 고등어 Smoked Atlantic Mackerel

단 단 2017. 1. 20. 00:00

 

 

 

 우리 집 생선 도감의 대서양 고등어

Scomber scombrus, Atlantic Mackerel.

 

 


훈제 고등어.
영어로는 '스모크트 매커럴'.
이곳 수퍼마켓 냉장 생선 선반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생선 가공품 중 하나로, 고등어는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생선 10위 안에 듭니다. 다쓰 부처한테는 훈제 연어와 함께 훈제 고등어가 가장 맛있는 생선이고요. 피쉬 카운터에 가면 생물도 물론 살 수는 있으나 생물 사다 집에서 조리하는 이는 드물고, 대개는 훈제한 것을 사 먹습니다. 포장 뜯어 먹기만 하면 돼 편합니다. 양념도 다양합니다.


고등어는 잡은 뒤 빠른 속도로 선도가 떨어지는 까탈스러운 생선이므로 내륙에 사는 사람들은 잘 가공된 것을 사 먹는 게 낫다고 하죠. 우리 한국인들도 간고등어를 많이 먹고요. 가공되었다고는 해도 간고등어는 어쨌거나 익히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얼마 전 환경부에서 고등어 구울 때 미세먼지와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해 폐에 좋지 않다는 뉴스 한 번 내보냈다가 고등어 매출이 바닥을 친 적이 있었죠. 아니, 이걸 뉴스에서 떠들어야만 압니까? 저는 소싯적에 (신혼 때를 말함) 기침해 가며 고등어 딱 한 번 구워보고는 즉시 깨달았는데요. '아, 집에서 이거 자주 구워 먹다간 내 명대로 못 살겠구나.'
☞ 집에서 고등어를 굽겠다고?


고등어는 기름이 여간 많은 생선이 아니라서 굽는 도중 불꽃에 미세한 기름 방울이 닿으면 삽시간에 집 전체에 난리가 나죠. 이제는 옛날처럼 부엌이 분리된 집이 많지 않으니까요. 창문 최대한 열고 환풍기 틀어 가며 구워야 한다는데, 미세먼지, 유해물질은 둘째치고, 국민 대부분이 아파트나 빌라에 다닥다닥 붙어 살면서 이토록 연기 나고 향 강한 생선을 집에서 구워 먹는 것은 사실 민폐입니다. 그러니 한국도 이제는 포장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고등어 가공품들이 전문가의 손에서 생산되거나, 여의치 않으면 잘 만든 걸 수입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이제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죠? 그 노르웨이산 고등어나 영국산 고등어나 같은 종인데, 냉동 생선만 수입하지 말고 아예 유럽쪽에서 훈제를 마친 포장 고등어도 같이 들여놓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등어 참 좋아하는데 한국 가서 공동주택 살며 구워 먹을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 고등어는 크고 통통해 한참을 구워야 하잖아요. 지짐판frying pan에 남은 기름 뒤처리까지, 그 번거로움이란.

 

 

 

 

 

 

 



북유럽 국가들은 일찌감치 이런 불편함을 해결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있으면 고생과 민폐를 감수하면서라도 만들어 먹지만 배 부른 선진국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요소가 있으면 '헬쓰 앤 세이프티health & safety' 문제로 그냥 안 하고 맙니다. 그래서 가정 주부의 손에서 전문가의 손으로 넘어간 식품 영역이 많죠. 정성과 손맛 따지기 전에 주부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마냥 아쉬워만 할 수는 없어요. 한국에서는 실내에서도 막 고기 구워 먹고 그러는데, 실내에서 바베큐를 즐기는 건 여기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사진에 있는 고등어는 열훈hot-smoked 제품이라 포장 뜯어 바로 먹을 수 있고, 원하면 접시에 얹어 그릴에 살짝 데워 먹을 수도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어느 수퍼마켓이든 훈제 고등어를 취급합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거의 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남유럽은 적색육 조제를, 북유럽은 생선 훈제를 특기로 삼습니다.



소금간만 된 기본 훈제 고등어

 

영국에 계신 분들께는 소금간만 된 기본 훈제 고등어로 <세인즈버리즈>의 고급 제품군Taste the Difference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고급 제품이래야 봤자 여기 사람들 체감 물가로는 2,3천원밖에 안 합니다. 포장 디자인은 주기적으로 바뀌니 상품명을 기억해 두시는 게 좋겠네요. 여러 수퍼마켓에서 여러 제품들을 사 먹어보았는데 이 제품이 살이 가장 연하면서 촉촉하고 잡맛 없이 가장 고소합니다. 한 팩에 고등어 한 마리가 4등분돼 들어 있는데, 원래는 검푸른 껍질 붙은 등살 두 개, 하얀 껍질 붙은 부드럽고 기름진 뱃살 두 개가 들어 있어야 하나, 가끔 맛있는 뱃살이 더 들어 있는 경우가 있으니 잘 살펴보고 고르세요. 껍질은 벗겨 내고 먹는 겁니다. 껍질 안쪽에 붙어 있는 기름기 잔뜩 머금은 살은 버리기 전에 알뜰하게 긁어 드시고요. 고등어를 자주 드시는 분들은 오메가-3 오일 캡슐 따로 안 사 드셔도 됩니다. 대서양 고등어가 한국 고등어보다 크기는 작아도 기름이 더 많은지 더 고소합니다.



훈제 고등어 맛있게 먹기

 

훈제 고등어는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요? 제가 영국식으로 맛있게 먹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열훈한 고등어라 포장 뜯어 바로 쓰셔도 되고, 데워서 드셔도 됩니다. 포장에 지시가 꼼꼼하게 써 있으니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대개는 그릴에 넣어 잠깐 데우라고 하는데, 중국식 대나무 찜기에 찐 것도 괜찮았습니다. 좀 더 촉촉합니다.

 

 

 

 

 

 

 


영국식 해물파전



spring onions 한 단을 사셔서 줄무늬 철판에 불자국 나게 구운 뒤 요크셔 푸딩, 허니 머스타드 소스와 함께 드세요. 요크셔 푸딩과 허니 머스타드 소스 둘 다 시판 제품을 사다 쓰셔도 됩니다. 성분 좋고 맛있는 제품들 많습니다. 오븐에 뜨겁게 데운 바삭바삭한 요크셔 푸딩에 훈향 물씬 나는 고등어 살과 불맛 나는 파. 그리고 달콤쌉싸름한 허니 머스타드 소스. 이렇게 먹으면 한국 해물파전 비슷한 맛이 납니다. (이게 좀 더 맛있습니다.) 눈물 나게 맛있어요.

 

 

 

 

 

 

 


훈제 고등어 쟈킷 포테이토



허니 머스타드 소스에 감자와 로켓(rocket, 루꼴라, 아루굴라)을 버무려 훈제 고등어와 함께 드셔보세요. 별미입니다. 이건 구운 감자인 포슬포슬한floury 쟈킷 포테이토 위에 올려본 것이고,

 

 

 

 

 

 

 


훈제 고등어 알감자 샐러드

 


이건 쫀득쫀득한 샐러드용 점질waxy 알감자에 곁들인 겁니다. 감자와 로켓잎을 허니 머스타드 소스에 버무린 뒤 훈제 고등어 살을 올려 드시면 됩니다. 특히, 저지 로얄Jersey Royals 감자가 제철일 때는 꼭 해 드세요. 삶거나 찐 감자를 쓰므로 샐러드가 차지 않고 따뜻해 겨울철에 먹기에도 좋습니다. 이 샐러드가 아마 제가 영국 와서 가장 많이 해먹은 음식이 아닌가 싶어요. 알감자를 삶거나 쪄서 밀폐용기에 담아 놓았다가 학교 가기 전에 전자 레인지에 2분 데운 뒤 나머지 재료들
투하. 돈 많이 안 들면서도 질 좋고, 맛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이 3분도 안 돼 뚝딱 완성됩니다.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훈제 고등어 파테



토스트와 함께 즐기는 방법도 소개해봅니다. 간식으로도, 전식starter으로도 훌륭합니다. 술안주로도 좋겠고요. 영국에서는 펍이나 바에서 흔히 냅니다.



마커스 웨어링의 훈제 고등어 파테

[4인분]

[사진은 2인분만 담은 것]

 


재료

 

 크림 치즈 50g

크렘 프레쉬crème fraîche 25g [구하기 힘들면 사워 크림으로 대체 가능]

마요네즈 25g

레몬 반 개 분량의 즙 [사워 크림을 쓸 경우에는 레몬 즙을 조금 줄여야]

레몬 반 개 분량의 껍질zest, 강판에 간 것

타바스코 페퍼 소스Tabasco pepper sauce 10방울

소금 1/2작은술 [1작은술 = 5ml]

후추, 즉석에서 간 것, 양은 취향껏

훈제 고등어 살 250g

 

 

만들기

 

1. 크림 치즈, 크렘 프레쉬, 마요네즈를 넣고 잘 섞는다.


2. 레몬 즙과 껍질 간 것을 넣고 잘 섞는다.


3. 타바스코 소스,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는다.


4. 훈제 고등어 살을 적당한 크기로 찢어 넣고 버무린다.


5. 토스트와 함께 낸다. 끝.

 

 

 

 

 

 

 


기름지고 부드러운 훈제 고등어 살.

등살보다 뱃살 쪽이 더 부드럽고 고소하다.

 


요점은, 훈제 고등어를 사셔서 사진과 같이 껍질 벗겨 적당한 크기로 찢은 뒤 원하는 곳 어디든지 넣어 드시면 된다는 겁니다. 감자, 빵, 파스타 등 탄수화물에는 다 잘 어울리고, 샐러드에 얹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허니 머스타드 소스, 호스래디쉬 마요네즈 소스, 시저 샐러드 소스 등이 특히 잘 어울립니다.

 



양념 훈제 고등어


훈제 고등어에 이런저런 양념을 해서 내기도 합니다. 다음과 같은 제품들이 있습니다.

 

 

 

 

 

 

 


후추 숭숭

 


후추 박힌 카리스마 넘치는 것들도 있고,

 

 

 

 

 

 

 


고추 양념 훈제 고등어

 


그리 맵지 않은 고추 양념도 있는데,

 

 

 

 

 

 

 

 


북아프리카 고추장 양념 훈제 고등어

 

 

고추 양념도 서양식 단고추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고추장인 하리싸harissa를 써 이국의 맛을 내기도 합니다. 이 제품은 향신료 맛이 강하게 나므로 이국 향신료 잘 못 드시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으렵니다. 단단은 변태라서 자알 먹습니다. 크으, 매력적인 겨드랑이 땀 냄새. (→ 큐민 향을 말함.) 고등어가 워낙 맛이 강한 생선이라서 이런 강한 양념을 해도 자기 맛을 끄떡없이 잘 드러냅니다. 양념은 이렇게 했습니다.


Salt, Harissa Glaze (Dried Glucose Syrup, Sugar, Salt, Garlic Powder, Maize Starch, Cumin, Chilli, Coriander, Caraway, Dried Red Pepper, Orange Juice Powder, Lemon Juice Powder, Orange Peel, Citric Acid, Flavouring, Mint, Paprika, Lemon Oil). 끝.

 

 

 

 

 

 

 


간장 양념 훈제 고등어

 


간장 양념한 것도 물론 있지요. 동북아인들한테는 반가운 제품이죠. 꿀, 간장, 겨자씨로 양념해 익숙한 맛이 납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양념 성분은 이렇습니다.


Salt, Honey (2%), Rapeseed Oil, Water, Mustard Seeds, White Wine Vinegar, Colour Plain Caramel, Sugar, Soya Beans, Wheat, Cinnamon, Allspice. 끝.

 

 

 

 

 

 

 



간장 양념 제품은 특히 쌀밥에 자반 얹어 먹던 한국인들에게 잘 맞을 겁니다. 저는 찰기 없이 꼬들꼬들 견과류처럼 고소한 바스마티 현미에 얹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궁합이 잘 맞거든요. 메밀면이나 소면에 얹어 먹어도 좋고요.


하여간, 유학생 여러분들께서는 영국에 계실 동안 다양한 훈제 생선을 드셔보시기를 바랍니다. 고등어는 맛도 좋은데 값도 싸니 참 고마운 생선입니다.

 

 

 

 

 

 

 


고등어 좋아하는 단단,

고양이도 매커럴 태비mackerel tabby를 젤루 예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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