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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 모찌방 ② 서촌 복담 단호박떡 본문

차나 한 잔

단단 모찌방 ② 서촌 복담 단호박떡

단 단 2020. 6. 29. 00:59

 

 

 

 

모찌방에 모찌는 없고 웬 과자 나부랭이만 있냐는 기웃이 님의 지적에 맛있는 모찌 찾아 삼만리.

 

영국에 가 있는 동안 새로 창작한 떡, 전에는 쓰지 않던 재료를 도입해 맛있게 개량한 기존 떡 등 우리 떡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딸기나 바나나 같은, 전에는 떡에 사용하지 않았던 과일들과, 치즈나 크림 같은 유제품, 쵸콜렛, 커피 등 서양 제과에서 많이 쓰는 재료들이 기존 떡의 변주 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을 봅니다. 서양 차음식과 후식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변해 가는 거겠죠. 기름진 차음식을 좋아하는 저는 이런 변화가 반갑습니다. 대만의 펑리쑤 보세요. 자기네 농산물에 버터로 반죽한 밀가루 피를 더하니 맛있잖아요. 

 

서양 재료 안 쓰고 전통 재료를 잘 다듬어 쓰는 뚝심 있는 우리 떡들도 물론 고맙고요. 귀국해 보니 팥소, 팥고물, 빙수에 얹는 팥조림 등 전반적으로 팥 다루는 솜씨가 좋아져 제가 영국 가기 전보다 팥맛이 많이 세련돼졌습니다. 팥 좋아하는 단단에겐 잘된 일이죠. 

팥을 단음식에만 쓴다고? 소세지 스튜에 넣어도 맛있다

 

<마켓 컬리>에서 (또?) 맛있는 찹쌀떡을 발견했으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드라이 아이스와 함께 냉동 상태로 배달되므로 받자마자 냉동실에 보관하셨다가 먹고 싶을 때 하나씩 꺼내 상온에서 해동해 드시면 됩니다. 

 

 

 

 

 

 

 

 

 

종로구 서촌에 있는 단호박 전문 디저트 카페 <복담>의 단호박크림 찹쌀떡입니다. 저는 가 본 적이 없는 집인데, <마켓 컬리>에서 취급하는 걸 보면 이 집의 단호박떡이 명물인가 봅니다. 궁금해서 주문해 보았는데, 오오, 과연. 무슨 날 되면 가족 친지들께 한 상자씩 사서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소 재료도 참신하고, 때깔도 곱고, 맛도 좋고, 식감도 관능적이라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복담> '단호박떡' 성분:  

찹쌀 39% (국산), 단호박 25% (국산, 뉴질랜드산), 전지분유(우유) 14% (국산, 미국산), 생크림 10% (국산), 백설탕 8%, 저감미당 2%, 천일염 1.9%, 에스피. 끝.  

 

저감미당은 왜 쓰는지 알고 있는데 맨 끝에 있는 '에스피'는 뭘까요? 궁금해서 <마켓 컬리> 질문란을 찾아 보니,

 

 

 

 

 

 

 

 

 

그러면 성분표에 "에스피"라는, 업계 사람들이나 알 법한 용어만 달랑 써 넣으면 안 되고 '유화제'라고 병기를 했어야죠. 우리나라 가공식품 성분 표기법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많습니다. 시간 날 때 글을 한번 써 보겠습니다.

 

 

 

 

 

 

 

 

 

보관하기 좋은 낱개 포장 제품으로 아홉 개가 들었습니다. 받자마자 당장 먹을 것 두 개를 남겨 놓고 나머지는 냉동고로 직행시킵니다. 

 

 

 

 

 

 

 

 

 

냉동고에서 꺼낸 직후는 울퉁불퉁 못난이 돌덩이에 불과합니다. 해동될수록 예뻐집니다. 여름이라서 금방 해동됩니다. 

 

 

 

 

 

 

 

 

 

여러 차례 먹어 보니 단단할 때 칼로 미리 반을 갈라 놓는 게 먹기에 좀 더 수월합니다. 통째로 들고 먹으면 피와 소의 균형이 맞게끔 베어물기도 쉽지 않고, 끈적이고 질척여서 기분 좋게 씹기도 힘듭니다. 반을 갈라 놓으면 해동도 금방 되고, 예쁜 속을 들여다보며 먹으니 기분도 좋아져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색이 참 곱죠.

 

 

 

 

 

 

 

 

 

시간이 흐를수록 소에 윤기가 돌면서 크림 상태로 돌아옵니다. 여름이니 아이스크림 먹는다 생각하고 냉기를 조금 남긴 채 먹어도 별미입니다. 단호박에 식물성 크림이 아닌 진짜 유크림을 넣고 전지분유까지 넣어 졸였으니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하도 부드러워 떡 같지가 않고 단호박으로 맛낸 고급스러운 밀크 캬라멜처럼 느껴집니다. 찹쌀 피의 무르기 정도가 <모찌방 9月>의 일본식 모찌들과 비슷합니다. 만듦새도 훌륭하죠. 피 두께가 일정하고 소도 단정한 형태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단팥이나 단맛 나는 소filling 든 이런 둥근 찹쌀떡을 '모찌'라고 부르면 SNS에서 뭇매 맞는다면서요? 궁금한 것이, 우리가 '모찌'라고 불렀던 이런 형태의 찹쌀떡이 우리나라에 원래 있었나요? 그렇다면 우리 이름으로 부르는 게 맞지만 일본에서 전해진 떡이라면 일본 이름으로 불러주는 게 맞지요. 쇼트브레드는 쇼트브레드, 마카롱은 마카롱이듯이요. 전래된 뒤 우리 식으로 격변했다면 우리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 양국의 떡을 보니 큰 차이가 안 나 보이는데다, 일본에서 유행하면 곧 한국이 따라하는 식으로 변화가 전개되는 것 같아 하는 소리입니다. 이 떡의 유래를 아시는 분은 저 좀 계몽시켜주십시오. 정부 기관 누리집에서 문서를 하나 발견하기는 했는데 여기서는 일본떡이 맞다고 합니다만. 이거 보고 또 틀린 정보라며 몰려가서 항의하고 청원 올리려나요.

한국민속대백과사전 - 찹쌀떡

일본 위키 피디아의 한글 번역

 

샛노란 색의 참신하고 맛난 찹쌀떡 먹고 신기해서 여러분께 소개해봅니다. 참, 무쇠 찻주전자 또 샀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결혼 20주년인데 (빰빠라밤~) 코로나로 여행도 못 가고 외식도 못 해 승질 나서 쇼핑이라도 하는 겁니다. 한두 개 더 살 거니 말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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