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아프터눈 티] 오설록 1979 티하우스 본문

차나 한 잔

[아프터눈 티] 오설록 1979 티하우스

단 단 2020. 7. 21. 16:54

 

 

(찻상 차리기와 차음식 만들기에 관심 많으신 분들을 위해

큰 사진으로 올렸으니 클릭해서 크게 띄워 놓고 보세요.)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로비 티룸에 다녀왔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오설록>의 모회사입니다.

 

 

 

 

 

 

 

 

 

조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랍니다. 저는 비대칭이거나 부정형의 산만해 보이는 조명등을 좋아합니다. 이건 창가쪽을 찍은 것이고,

 

 

 

 

 

 

 

 

 

이건 로비쪽 해가 안 드는 곳입니다. 저는 창가 자리에 앉았었습니다.

 

 

 

 

 

 

 

 

 

앉자마자 차림표와 '웰컴 티'를 가져다 줍니다. 녹차인데 '오설록 세작'이냐고 물어 보니 "세작 아닌 다른 녹차"라고만 답합니다. 오설록 세작보다는 맛이 깊고 또렷합니다. 매장에서 즉석에서 한 번 더 볶아 우려 낸다고 합니다.

 

 

 

 

 

 

 

 

 

차 선택을 돕기 위해 찻잎 담은 종지 여덟 개를 가지고 옵니다. 뚜껑에 차 이름이 써 있습니다. 이 날은 기본차 4종, 가향차 4종을 선보였는데, 차음식이 있으니 가향차보다는 기본차가 낫겠습니다. 차 종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기본차

 

청우롱 제주의 따뜻한 햇살로 약발효한 부드러운 향미의 우롱차 (꽃, 과일 향미, 단맛) (햇살발효)

제주화산암차 한라산의 화산암석층이 키워낸 구수한 풍미의 반발효차 (볶은 곡물 향미) (바람발효)

삼다연 제주 삼나무로 100일간 숙성시킨 깊고 부드러운 후발효차 (꿀, 삼나무향) (제주삼나무숙성)

제주숲홍차 제주 숲 차밭의 어린 찻잎으로 만든 순수 홍차 (은은한 과실향, 풀향) (자연발효)

 

 

가향차

 

귤꽃향을 품은 우잣담

금빛마중

느랏느랏가을밤

삼다연 제주영귤

 

가향차는 오설록 티하우스, 마트, 백화점 등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들이니 설명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선물로도 많이들 주고받아 이미 맛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는 오설록의 가향차들을 선물 받으면 냉침해 냉장고에 두고 탄산음료 대용으로 꺼내 마십니다. 차를 찬물에 우리면 찻잎이 자연적으로 갖고 있던 단맛이 더 살면서 향이 있어 맹물 마시는 것보다는 맛이 낫고, 카페인이 덜 우러나 수시로 마실 수 있거든요. 

 

 

 

 

 

 

 

 

 

저희는 '청우롱'과 '제주화산암차'로 선택했습니다. 오설록이 이제는 청차, 홍차, 흑차까지 만드는군요. 이것들도 녹차처럼 관세 올리자고 주장할까봐 염려됩니다. 납득할 만한 값에 맛만 좋으면 국산 청차, 홍차, 흑차도 얼마든지 사 마실 의향이 있습니다. [차 관세 좀 보세요. 미친 나라 같으니. 녹차 513.6%, 홍차 40%, 로스트 커피 8%, 생두 2%. 이렇게 과보호 받고 성장한 게 이런 오설록 같은 국내 차 기업이란 말이죠.] 

 

 

 

 

 

 

 

 

 

차는 이렇게 차려집니다. 차를 판매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드는 회사라서 확실히 차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죠. 1인 다구에 제대로 내줍니다. 이것도 한국 작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가운데 네모난 도자기편은 뭐냐면요, 찻주전자에 뜨거운 물 채울 때 잠시 뚜껑을 올려 놓는 자리입니다. 사소해 보여도 저게 없으면 나무판에 뚜껑 물자국이 남아 미워지잖아요.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잘 썼습니다.

 

 

 

 

 

 

 

 

 

제가 선택한 '제주화산암차'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시음기를 따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차음식이 나왔습니다. 남이 정성껏 차려 준 예쁜 차음식들이라니 행복해라. 

 

가기 전에 누리터에서 먼저 다녀오신 분들의 글을 검색해봤는데요, 제가 누리터에서 본 사진들과는 전혀 다른 차음식들이 나와서 어리둥절했습니다. 요 며칠 새 차음식이 완전히 바뀐 모양입니다. 이전보다 구성이 훨씬 좋아졌어요. 아니 이 사람들, 다쓰 부처 결혼 20주년인 건 어찌 알고.

 

저는 이제 가짓수 많은 한국식 아프터눈 티 상차림에 토 달지 않기로 했습니다. 작은 찬기에 다채롭게 반찬을 담아 내는 것은 좋든 싫든 우리 식문화의 특징이죠. 맛과 식감이 겹치지 않고 매 음식마다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고 봅니다. 차려 내는 쪽에서는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니겠지만요.

잘못된 설계로 맛과 질감이 지나치게 중복된 아프터눈 티의 예 

 

 

 

 

 

 

 

 

 

차림표를 찍어 오기는 했는데 종이에 그림자가 져서 결과물이 영 마뜩찮아요. 일일이 옮겨 적습니다. 맞춤법 틀린 곳을 제가 마음대로 고치고 영국식 철자로 막 바꿨습니다. 클릭하면 좀 더 선명한 글씨로 보실 수 있습니다.

 

직원분들이 훈련이 잘 돼 있어서 차와 차음식 소개서부터 먹는 순서까지 설명을 잘 해줍니다. 위의 차림표에 있는 순서대로 먹으면 좋다고 조언을 합니다.

 

 

 

 

 

 

 

 

 

식빵과 흡사한 질감으로 만든 기정떡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야기 안 해주면 식빵인 줄 알고 먹는 사람 많겠습니다. 그 말인즉슨, 지금처럼 식빵 대용으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겠다는 거지요. 생각 잘했습니다. 샌드위치를 가장 먼저 먹고, 그 윗단의 것들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대로 먹습니다. 다들 보기 좋고 맛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이 짭짤한savoury 차음식들이 좀 더 강한 맛을 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맛내기에 조심스럽다는 인상이 들었달까요. 한입거리 작은 크기에 가짓수도 양도 적으니 맛이 좀 더 강렬해도 되겠습니다.

 

이 '코로나 시국'에 아보카도 딥과 쌀전병을 작은 그릇 하나에 담아 내 동석자와 나누어 먹도록 한 것은 얼른 시정을 해야겠습니다. 맨손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음식인데 너 한 번, 나 한 번, 순서를 기다렸다 먹으면서 남이 먼저 쥐었던 종지를 나도 쥐어야 하니 가족이나 연인 사이가 아닐 때는 꺼림칙하겠습니다. 쌀전병이 하도 얇고 바삭해 끈끈한 아보카도 딥을 퍼 올리기에는 힘이 달립니다. 자꾸 부서지고 금방 눅눅해집니다. 제대로 먹으려면 그릇을 손에 단단히 쥐어야 하고 결국에는 숟가락으로 퍼 먹어야 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이것도 1인 1그릇으로 내주면 좋겠습니다.   

 

색색의 다진 토마토 타트tart는 보기에는 보석처럼 예쁜데 맛 존재감이 없습니다. 

 

아기 스콘처럼 생긴 것은 스콘이 아니라 슈choux인데 속에 깻잎 페스토를 채웠습니다. 슈 페이스트리가 깻잎 페스토와 만나니 재미있게도 깻잎 넣어 부친 부침개 맛이 납니다. 페스토를 보통은 바질을 써서 만들고 로켓(루꼴라, 아루굴라)도 많이들 쓰잖아요? 한국에서는 이런 비싼 이국 향초herb 대신 값싸고 흔한 깻잎을 써서 만들어도 괜찮겠습니다. 차 마시러 왔다가 요리 아이디어 하나 얻어 갑니다.

 

 

 

 

 

 

 

 

 

단것들 차례입니다. 오설록 제품군 중 '메모리 인 제주' 가향차 4종을 모티브로 삼은 차음식들입니다. 이 중에서 저는 화이트 쵸콜렛 동백꽃을 얹은 열대과일 무스 타트tart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빠알간 동백꽃 쵸콜렛이 보기와는 달리 강한 신맛을 내서 제 입맛에 잘 맞았는데, 집에서 아프터눈 티 테이블 차릴 때 쓰게 저것만 좀 따로 팔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쓰베이더는 그 옆에 있는 귤 모양의 차가운 봉봉을 가장 맛있어했습니다. 안에 크림과 함께 상큼한 귤 다진 것이 한가득 들었습니다.

 

 

 

 

 

 

 

 

 

바닥에 조로록 깔린 팔각형 합 속의 차음식들은 깜찍하게도 우리 전통 과자 형상을 한 양과자들입니다. '써프라이즈!'인 거죠. 보는 것과 맛이 완전히 달라 재미있었습니다. 개성약과처럼 보이는데 진한 맛의 캬라멜 비스킷, 겉모습은 영락없는 인절미인데 씹어보니 콩고물 묻힌 마쉬멜로, 이런 식입니다. 반전의 매력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가서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식혜 그라니타granita로 개운하게 마무리.

 

 

 

 

 

 

 

 

 

참, 3단 트레이 맨 아랫단에 '웰컴 기프트'인 포춘쿠키가 있었잖아요.

 

 

 

 

 

 

 

 

 

맛차 분말로 맛을 냈는데 별기대 안 하고 먹었다가 의외로 맛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다쓰베이더는 꽝, 저는 '제주화산암차' 피라미드 티백 3개에 당첨됐습니다. 오늘 마신 차와 같은 차입니다. 바로 위에 찻물이 보이죠. 청차입니다.

 

 

 

 

 

 

 

 

 

경품으로 받은 찻잎입니다. (쉿! 눈치를 보니, 2인이 예약하면 최소한 두 명 중 한 명은 꼭 당첨되도록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갔다 오신 분 계시면 제 말이 맞는지 귀띔해주세요.)

 

 

총평

찻잎의 품질이 좋은 데다 제대로 격식 갖춰 근사한 다구에 냅니다. 차음식은 다채롭지만 너무 배부르지 않게 양을 잘 맞췄고, '제주'라는 테마를 입히고 재미있는 요소까지 더했습니다. 우리 식문화 요소를 세련되게 잘 활용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솜씨 좋은 티룸으로, 지나치게 서양식이거나 일본식이지 않아 외국인 손님을 모시고 가기에도 좋겠습니다. 인테리어 좋고, 직원분들도 친절하면서 훈련이 잘 돼 있으니 제가 여러분께 추천 못 할 이유가 없겠습니다. 예약 필수, 2인 55,000원, 이용 시간 2시간, 주차는 3시간 무료입니다. 잘 즐기다 왔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