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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차] 오설록 청우롱 [발효 3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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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에서 만든 청차를 맛봅니다. 역시나 세련된 포장에 차의 특성, 출처, 우리는 법을 깔끔하면서도 자세히 명기해 놓았습니다. 백번 칭찬할 만합니다.
바로 앞 글에서 오설록의 대표 상품인 '세작' 녹차를 소개했었는데, 세작 티백은 녹차 찻물색을 따서 연두색 포장을 입혔고, 이건 청차라고 오렌지빛 포장을 입혔습니다. '청차'라는 이름은 찻물색이 아닌 완성된 잎의 색을 따서 붙인 것으로, 찻잎이 은색을 띠는 청색이 난다고 해서 이렇게 부릅니다. 통상 '반발효차'라고 부를 때가 더 많습니다. '오룡차烏龍茶'는 청차의 한 종류이면서 청차 전체를 일컫는 용어로 쓰이기도 해 많은 이들을 헷갈리게 합니다. 완성된 찻잎 모양이 까마귀처럼 까맣고(烏) 용처럼 구불구불하다고 해서(龍) 붙여진 이름으로, 중국어 발음은 '울롱wulong'이 됩니다. 그래서 청차를 영어로 '울롱 티oolong tea'라고 적습니다.
▲ 6대 차류의 제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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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차는 녹차에 가깝게 약발효시킬 수도 있고(green oolong, 산화도 10-45%) 홍차에 가깝게 강발효시킬 수도 있어(black oolong, 산화도 70% 이상) 향미의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6대 차류 중 가장 복잡한 제다 공정을 거치며, 기술과 노동력도 가장 많이 필요로 합니다. 청차에 관해서는 현재 대만의 기술이 가장 앞서 있고, 중국도 기술을 많이 따라잡아 훌륭한 청차들을 많이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다쓰 부처는 6대 차류 중 청차를 가장 좋아합니다. 복권 당첨되면 일단 청차를 종류별로 다 사다가 쟁인 뒤 비싸서 못 사 먹었던 맛있는 음식 사 먹으러 나가렵니다.
청차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① 채엽 採葉 plucking
잎 따기. 녹차용은 차나무 가지 맨 위쪽에 있는 어린 잎을 이른 봄에 딸수록 고급으로 쳐 주나, 청차용으로는 좀 더 성숙한 잎을 써야 하므로 녹차용 잎보다 2-3주 늦게 채엽하고 일아삼엽(一牙三葉)을 땀. 차나무 수종 자체를 아예 청차에 적합한 것으로 씀.
② 위조 萎凋 wilting
시들리기. 찻잎들을 얇게 펼쳐 햇볕에서도 잠깐 말리고, 지름 큰 대나무 채반에 담아 실내에서도 말려 줌.
③ 주청 做青 making green (요청 搖靑 shaking and bruising + 량청 凉靑 cooling)
산화시키기. 찻잎을 대나무 채반에 담고 흔들어 주거나 원통형 기계에 넣고 회전시켜 찻잎들끼리 서로 부딪히게 하면 잎 가장자리에 멍이 들면서 그 부분에 산화가 일어남. 그리고 나서는 산화할 시간을 주기 위해 온습도 조절을 하면서 휴식기를 가짐. 이 두 과정의 강도와 반복 회수를 통해 발효(산화)의 정도를 조절함. 약발효 청차들은 이 과정을 약하게 함.
④ 살청 殺靑 fixing
산화가 알맞게 일어났다고 판단되면 열을 가해 찻잎이 가지고 있는 산화효소의 활동을 억제.
⑤ 유념 揉捻 rolling
손이나 기계로 비벼 찻잎 내의 세포벽을 파괴해 풍부한 방향유를 배어 나오도록 하는 작업. 동시에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 즉, 차의 향미와 외관을 결정하는 과정. 차맛을 내는 데 결정적인 과정으로, 제다 장인의 성에 차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수십 번 반복한다고 함. 청차 중 철관음(鐵觀音)처럼 외형이 동글동글한 잠자리 머리 모양을 한 것들은 찻잎을 천에 싸서 동그란 보따리 모양을 만든 뒤 유념 기계에 넣고 굴려 주기 때문. 이를 포유(包揉 ball rolling)라 함.
⑥ 건조 乾燥 drying
향미와 품질을 고정시키는 작업.
⑦ 정제 精製 refining
건조된 찻잎을 펼쳐 놓고 누렇게 뜬 잎(황편)과 줄기, 기타 이물질 제거. 그래서 무이암차(武夷岩茶)나 중국 철관음의 우리고 난 잎(엽저)을 보면 줄기 없이 잎만 있음.
⑧ 홍배 烘焙 roasting
구수한 "볶은 곡물 향기"를 내기 위해 은은한 열에 굽는 과정. 재로 덮은 숯불에 대나무 용기를 얹고 찻잎을 담아 홍배하는 것은 특별히 '탄배(炭焙)'라 부르며 값을 더 쳐 줌. 곡물 향기 대신 싱그러운 꽃향과 과일향을 살려야 하는 청차들은 이 과정을 약하게 하거나 생략하고, 무이암차 계열 청차들은 이 과정을 공들여 함.
백문이 불여일견, 영상을 보세요. 중국, 대만에서뿐 아니라 태국에서도 청차를 생산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소개해 드릴 오설록의 '청우롱'은 30% 정도로 약발효시켜 녹차에 가깝게 만든 청차인 거지요.
건잎 향을 맡아 보니 제가 집에서 늘 마시는 계화향 나는 중국 청차 안계황금계(安溪黃金桂)와 비슷합니다. 안계철관음(安溪鐵觀音)과 같은 지역에서 나는 명차입니다. 그런데 오설록 청우롱에서는 황금계에서는 나지 않는 잡내가 많이 나네요. 음식을 '크린백'에 싸서 냉동고에 넣어 두었다가 까먹고 장기간 방치해 두면 크린백에 냉동고 특유의 찌든내가 흠뻑 배게 되는데, 찻잎에서 그 냄새가 납니다. 꽈당
생산자가 추천하는 방식대로 우려 봅니다.
1탕: 티백 하나 1.8g, 150ml, 우리 집 정수기 물, 2분
2탕: 1분 30초 (첫 탕보다 30초 줄여서)
3탕: 2분 30초 (첫 탕보다 30초 늘려서)
4탕: 실온의 물에 냉침
앞서 언급했던 '냉동고 크린백향'이 너무 강해 오설록 측이 제시하는 바닐라향은 온데간데없고 꽃향도 기를 못 폅니다. <오설록 1979 티하우스>에서 아프터눈 티로 이 청우롱을 주문해 마셨을 때도 같은 문제를 느꼈는데 찻잎을 사 와 집에서 우려도 마찬가지 문제를 보입니다. 민트향 같은 이 냉동고 크린백향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찻잎에 들러붙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데, 상당히 거슬립니다.
2탕에서는 다행히도 이 향이 많이 사라집니다. 문제는, 첫 탕에 맛을 모두 내주어 2탕부터는 계화향만 희미하게 남고 맛이 급격히 싱거워진다는 겁니다. 이것도 내포성이 좋지 않아요. 150ml 찔끔 마신 첫 탕이라도 훌륭했으면 덜 아쉬웠을 텐데 첫 탕도 시덥잖은데다 2탕부터는 맹물 마시는 것 같으니 돈이 아깝습니다. 집에 상시 두고 마시는 중국 안계황금계에 비해 '바디감'과 잔향 모두 한참 약합니다. 그런데 값은 더 비싸단 말이죠.
같은 차를 유리 다구로도 우려 보고 잡내를 줄여 보겠다고 황금계 우리던 자사호 '부들이'로도 우려 보았는데, 자사호로 우리면 확실히 잡내가 줄어들기는 하나 꽃향과 같은 좋은 향기들도 같이 줄어 듭니다. 황금계는 향미가 워낙 강해 자사호에 우려도 끄떡 없었는데요.
물 양에 비해 찻잎 양이 적은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청차의 제차 기술이 아직은 대만이나 중국에 한참 못 미쳐 그렇겠거니 합니다. 근본적으로는 기후 차이와 차나무 품종 차이에서 오는 찻잎의 맛과 향기 성분 차이 탓이겠고요. 한국 차나무는 잎이 작잖아요. 그러니까, 제차 기술도 달리는데 품종도 썩 맞지 않은 차나무의 잎을 가지고 잘 나가는 유명 청차 흉내를 내니 이런 차가 나오는 것 아닌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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