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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런던 베이글 뮤지엄

단 단 2024. 1. 26. 00:30

 

(가로로 긴landscape 사진들은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작년 가을에 친구 따라 재미있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10대와 20대 딸이 있는 친구라서 최신 유행을 훤히 꿰고 있고 이제는 저보다 더 'tech-savvy'해져서 각종 스마트폰 어플들도 더 잘 다룹니다. 드디어 자녀 있는 이들과 처지가 역전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유행과 기술의 발달에 뒤처지지 않도록 더 부지런해져야겠어요.;;

 

강남구 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베이글 집인데, 창업자가 런던에 체류한 적이 있는지 상호를 재미있게 짓고 가게 안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습니다. 손님이 늘 북적이는 집이지만 친구가 이 집 단골이라서 줄 서지 않고 쉽게 입장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더군요. 친구 덕에 수월히 입장해 구경 잘 하고 베이글을 한보따리 얻어왔습니다.   

 

가게가 좁아 들어가면 바로 쟁반과 집게를 집어들고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동하며 베이글을 담아야 합니다. 고민할 겨를이 없어요. 너무 붐비니 어린 아이들은 동반하지 않는 게 안전하겠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동해보겠습니다. 이러이러한 베이글들이 있었습니다. 담느라고 다 찍지는 못했습니다.

 

 

 

 

 

 

 

 

 

윗단의 베이컨 포테이토 칠리 베이글,

아랫단의 스프링 어니언 프레첼 베이글이 맛있어 보입니다.

(*Spring onion - 한국에는 없는 파 종류라서 대신 부추를 사용. 영국에 있을 때 단단이 애용했던 파였습니다.) 

 

 

 

 

 

 

 

 

 

금세 동이 나지만 직원들이 부지런히 조립해 채워 놓습니다. 놓기가 무섭게 없어지는 데다 사진 찍고 골라 담기 바빠 입도 뻥긋할 틈 없으니 음식에 먼지 내려앉거나 손님들 입에서 비말 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끈적이는 글레이즈가 도포돼 있거나 소가 들어 있는 베이글이 많아 비닐로 개별 포장해 놓으면 상품을 오히려 망칠 듯합니다.  

 

 

 

 

 

 

 

 

 

깨 잔뜩 붙인 베이글에 크림치즈와 꿀. 

튀르키예 빵이 생각나네요. 요거트와 치즈에 꿀 섞어 먹기 좋아하는 그리스 사람들도 떠오르고요.

 

[음식우표] 튀르키예의 국민빵 '시미트'

[사진] Brick Lane Bagel

 

'브릭 래인'은 과거 벽돌 제조 공장이 있었던 런던의 유태인 이민자 촌 이름입니다. 그곳에 값싸고 푸짐하면서 맛있는 베이글 샌드위치 가게가 몇 개 있어서 오마쥬로 이름을 이렇게 붙인 모양입니다. 현재 유태인들은 영국 곳곳에 흩어져 동화되어 살고 있고 2차 대전 후에는 같은 곳을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차지하고 삽니다. 그래서 커리 집들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죠. 17,18세기에는 프랑스 신교도인 '위그노Huguenot'들이 박해를 피해 망명해 살던 곳입니다. 복잡한 사연을 가진 나름 '힙'한 동네로 통합니다.

 

 

 

 

 

 

 

 

 

아이고, 오른쪽과 왼쪽에 있는 것들은 찍지 못했습니다. 좀 더 재빨랐어야 했는데, 손에 쟁반과 집게 들고 스마트폰으로 수직 수평 맞춰 찍느라 여간 땀 나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푸드 블로거는 고달픕니다. 

 

 

 

 

 

 

 

 

 

왼쪽이 제가 방금 지나온 베이글 진열대이고, 현재 제가 서 있는 곳이 계산대 앞, 그리고 사진의 오른쪽이 출구입니다. 베이글뿐 아니라 이런저런 상품들도 같이 팝니다. 런던의 뮤지엄 숍들처럼 꾸며 놨어요. 파는 물건들도 딱 뮤지엄 숍들이 취급할 만한 것들이고요.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비싼 장어덮밥을 사줬더니 글쎄 영감하고 사이 좋게 나눠 먹으라며 장어덮밥에 맞먹는 금액의 베이글을 사줬어요. (꽈당) 자기 생일에 돈을 왜 쓰누. 강남 토박이라 강남 맛집 다 꿰고 있는 쓸모있는 친구입니다.

논현동 <해목>의 나고야식 히츠마부시

 

 

 

 

 

 

 

 

 

퇴장하는 길의 오른쪽에는 넓은 주방이 있습니다.

 

 

 

 

 

 

 

 

 

이야~

 

 

 

 

 

 

 

 

 

육감적인 베이글 같으니.

 

2층에는 취식 공간이 있는데 포장 손님이므로 올라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2층도 잘 꾸며 놓았다고 하네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라는 상호를 듣고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문해력이나 독해력 혹은 상황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 중에는 "베이글의 성지는 뉴욕과 몬트리올인데 거기에 런던을 왜 갖다 붙이냐"며 따지는 이들이 있더군요. '런던 베이글'이 초점이 아니라 베이글을 다루는 '런던 뮤지엄'이라는 뜻이지요. 런던에 소규모의 희한한 뮤지엄이 좀 많습니까. 주인장의 런던 사랑, 뮤지엄 사랑, 베이글 사랑이 담긴 상호인데 감이 안 오나 봅니다. 매장에 한 번이라도 와서 둘러봤으면 이를 눈치 못 챘을 리 없을 텐데 와보지도 않고 트집잡는 거죠. 뉴욕과 몬트리올이 베이글 성지인 걸 누가 모르나요. 남들도 다 아는 지식을 설마 자기만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요. 설사 '런던 베이글'이라고 우기면 또 어떻습니까? 창업자가 '이태리 부대찌개' 같은 엉뚱함을 즐기는 괴짜인가 보다 하면 될 일을. 그리고 유태인 이민자는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지요. 이 집의 베이글을 비판하는 건 자유이지만 상호를 놓고 시비 거는 건 많이 우스워요. 유머 감각과 센스, 융통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빡빡한 사람처럼 보여요.

 

 

 

 

 

 

 

 

 

돌아가신 여왕님 어진까지 곳곳에 내걸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공간입니다. 저 채색 사진처럼 '키치 발랄'한 집이랄까요. 곳곳을 뮤지엄과 뮤지엄 숍처럼 꾸며 놓아서 즐거웠습니다. 

 

베이글 맛은 어땠냐고요?

맛본 지 오래돼 맛이 전부 기억 나지는 않지만, 친구가 강하게 권했던 스프링 어니언 프레첼 베이글과 베이컨 포테이토 칠리 베이글은 '맛폭탄'이라서 맛있게 먹었었습니다. 일반 베이글보다는 약간 부드럽게 씹혔던 것 같은데, 어려서부터 질긴 음식을 즐겨 턱관절 뼈가 일찍 닳은 노인 단단은 치과에서 앞으로 질긴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 신신당부를 들었으므로 이 집 베이글이 딱입니다. 올해 친구 생일 때 친구들과 또 오기로 했습니다. 작은 가게인데 고용 인원이 많아서 놀랐었습니다. 이 많은 분들 계속 월급과 시급 받고 생활해 나갈 수 있게 가게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유태인 이민자 촌이었던 런던 '브릭 래인'의 오래된 베이글 집.

Salt Beef, Dill Pickle and Colmans English Mustard. [3분 6초 소요]

 

 

 

[자매품] 카페 레이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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