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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콘이 있는 집 ③ 카페 레이어드 더현대 서울 여의도 (Café Layered) 본문
(가로로 긴landscape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2021년 여의도에 새로 올린 <더현대> 백화점 지하에 스콘과 영미식 케이크를 내는 소문난 맛집이 있어 권여사님과 장보러 식품관에 갈 때마다 열심히 사진을 남겼었습니다. 전면에 스콘 진열해 놓은 것 좀 보세요.
가까이.
다른 각도에서.
진열해 놓은 품이 어딘지 낯익지 않나요?
네에, 얼마 전에 소개해드렸던 ☞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자매 가게입니다. 같은 분이 운영합니다.
과연 인기 맛집. 무서운 속도로 스콘이 없어지네요. 먼지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사진 한 장 찍고 나면 쑥쑥 없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또 부지런히 채워 놓습니다. 여러 날에 걸쳐 찍은 것 중 스콘이 가장 많이 놓여 있는 사진들로 골라 올립니다.
우리 ☞ 스콘 클럽 회원들과 차동무들을 위해 플레인 스콘들부터 살펴봅니다.
플레인 스콘 (1). 4,800원.
영국에서 가장 흔히 보던 스콘 모양입니다.
플레인 스콘 (2). 4,700원.
"브레드" 스콘이랍니다. 빵 반죽 요소를 차용한 모양입니다.
플레인 스콘 (3). 5,200원.
다소 울퉁불퉁하게 구운 클래식 버터 스콘으로, 이것도 영국에서 흔히 보던 모양입니다. 가정집, 혹은 가정집 찻자리를 표방하는 작은 티룸들에서 이런 정겨운 모양의 스콘을 내곤 합니다. 좀 더 바삭합니다. 스콘에 원래 버터가 들어가는데 '버터 스콘'이라고 강조한 것 보니 버터를 많이 써서 만드나 봅니다.
이 집은 각기 다른 유형의 플레인 스콘을 세 종류나 선보이고 있네요. 스콘에 진심인 듯합니다. 이날은 일단 버터 조각 없는 플레인 스콘 두 종류를 사서 집에 왔습니다.
클래식 스콘(왼쪽과 '시그너처 브레드 스콘'(오른쪽).
클래식 스콘은 모양뿐 아니라 질감과 맛도 영국에서 흔히 접하던 것과 같습니다. 반가웠어요.
브레드 스콘은 이스트 풍미가 나면서 짠맛이 약간 더 느껴지도록 해 빵맛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질감은 스콘 질감이면서 살짝 쫀득하고요. 기술 좋네요. 연구 많이 한 모양입니다.
이 집의 '영국+키치+빈티지' 꾸밈을 모방해 저도 영국+키치+빈티지한 티포트를 꺼냈습니다. 2012년에 엘리자베쓰 2세 여왕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해 선보였던 <에마 브리지워터Emma Bridgewater> 1.6 ℓ 대용량 티포트입니다.
이 집의 플레인 스콘들을 매장에 앉아 커피 한 잔 달랑 시켜 놓고 드시는 분은 설마 없겠지요. 스콘은 사진에서처럼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곁들여 먹도록 설계된 음식이라서 음료를 곁들여도 맨입에는 퍽퍽하고 목 메여서 맛있게 먹기가 힘듭니다. 팔 때 직원들이 손님한테 이 점을 숙지시켜야 할 텐데요.
클로티드 크림이 없으면 생크림말고 버터를 곁들이세요. 버터 느낌에 더 가까운 크림입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클로티드 크림은 유지방 55%짜리이고, 영국인들이 일상에서 먹는 건 63.5%짜리라서 실크처럼 부드럽고 더 기름집니다. 그러니 클로티드 크림이 없을 때는 유지방 80% 이상의 버터를 곁들이는 게 차선책으로 적절합니다. 생크림은 높아봤자 유지방 48%이고, 이렇게 높은 생크림double cream도 영국에서나 볼 수 있어요.
멋 좀 내보려고 이날은 별도의 용기에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옮겨 담아봤는데요, 저렇게 담긴 게 스콘 '한 개'를 위한 양입니다. 생각보다 듬뿍 발라들 먹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국 영업집들 스콘에 미리 얹어 놓은 잼이나 버터 양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투덜거리는 겁니다. 찔끔 얹어 먹으면서 퍽퍽하다고들 해요.
클래식인 과일 잼 얹은 스콘들 - (1) 스트로베리잼 스콘.
잼 양이 턱도 없어요. 반 갈라 양쪽에 듬뿍 얹어 먹어야 할 잼을 저렇게 위에만 찔끔 얹어 놓으니 양이 적을 수밖에요. 졸여서 농축을 했어도 맛과 상관없이 양이 적으면 목이 메입니다.
(2) 블루베리잼 스콘. 5,200원.
이것도 마찬가지.
(3) 애플 시나몬 스콘. 5,500원.
이것도. 버터 조각이 있어서 조금 낫기는 한데 버터 양도 너무 적어요.
또 다른 클래식인 건과일 넣은 스콘 - 크랜베리 크림치즈 스콘. 5,800원.
이 집은 건포도나 블랙커런트blackcurrant 대신 크랜베리를 쓰고 크림치즈를 곁들였습니다. 영국인들은 ☞ 크랜베리 박힌 웬즐리데일 치즈를 먹던 습관이 있어 클래식 조합으로 여길 겁니다.
또 다른 클래식인 레몬 아이싱 흩뿌린 스콘. 5,500원.
그 위에는 잠봉 뵈르 스콘(응?). 7,000원.
식사용 짭짤한savoury 스콘은 잠봉 뵈르 외에 왼쪽 위에 보이는 쪽파 스콘도 있는데, 인기라고 하네요. 5,800원. 영국의 스프링 어니언spring onion 스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습니다.
얼그레이 스콘. 5,200원.
스콘이나 케이크에 얼그레이 찻가루를 넣거나 크림 씌운 것을 영국인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냥 얼그레이 홍차랑 먹으면 될 텐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영국에 살 동안은 그래서 케이크나 스콘에 얼그레이 찻잎을 넣어 맛낸 것을 본 적이 없어요. 홍차 문화권이 아닌 한국에서는 얼그레이맛 식품이 흔하죠. 맛과 향에 개성이 생기고 좋기는 합니다.
솔트 캬라멜 스콘. 5,500원.
다크 쵸콜렛 스콘. 5,500원.
프레쩰 스콘. 5,800원.
스콘에 프레쩰 접목할 생각을? 대단하네요. 괴짜입니다.
시나몬 피칸 스콘. 5,300원.
코코넛 스콘. 5,500원.
"우유크림 스콘은 냉장매대에서 받으세요~"
그러니까, 이건 모형이라는 소리죠?
5,500원.
앙버터 스콘. 5,500원.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 맛챠 스콘. 5,500원.
스콘 진열대 뒤에는 영미식 케이크가 진열돼 있습니다.
가까이.
반대쪽에서도 한 장.
더 가까이.
맛챠 치즈케이크와 플레인 치즈케이크. 각각 8,500원.
영국에서는 치즈케이크를 하도 많이 먹어 'cheesecake'라고 아예 한 단어로 붙여 씁니다. 1390년 요리책에도 치즈케이크 레서피가 다 있던데, 옛 시절에는 얇은 타트tart 케이스를 만들어 소를 채워 구웠습니다. 오늘날에는 밑바닥에만 비스킷 도우를 깔고 굽습니다.
블루베리 치즈케이크. 8,500원.
레몬 케이크. 8,300원.
펌킨 크림치즈 케이크. 8,500원.
다크 쵸콜렛 케이크. 8,500원.
캐롯 케이크. 8,000원.
얼그레이 퍼피 케이크. 7,900원.
얼그레이 케이크. 8,300원.
레드벨벳 퍼피 케이크. 7,900원.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서도 느낀 건데, 이 집 주인장 'dog person'임에 틀림없습니다.
변형된 빅토리아 스폰지 케이크. 8,500원.
체리 쵸콜렛 케이크. 8,500원.
여러분, 세련된 프랑스 단것들을 보다가 영미식 티푸드를 보니 못나 보이지요? 그런데 영국에 오래 살다보면요, 이렇게 만든 게 좋아 보이고 더 맛있어 보이고 그럽니다. 손끝 매서운 미슐랑 스타 셰프들도 이렇게 만들어요. ㅋ 매끈하고 완벽하게 크림이 도포된 케이크는 영혼 없는 공장제 대량 생산 케이크 같다고 생각들을 합니다. 귀국해 코스트코에서 직사각형 못난이 파티 케이크 보고 반가워했었습니다. 솜털처럼 가벼운 쉬트에 뽀얀 생크림 잔뜩 바르고 성의 없이 생과일 얹은 한국 제과점 케이크들보다는 진하고 깊은 맛 나는 영미식 케이크가 저는 더 좋아요.
맛flavoured스콘 중 몇 개는 매장에 앉아서 먹어봅니다.
쪽파 크림치즈 스콘은 집에 싸갖고 가셔서 서양식 수프랑 같이 드세요. 커피, 밀크티와는 맛이 어울리지 않고 크림치즈 양도 하도 적어 퍽퍽해 맨입에 먹기 힘듭니다. <해태> '야채크래커' 맛이 나면서 맛은 아주 좋습니다.
크랜베리 크림치즈 스콘도 뻑뻑해서 먹기 힘듭니다. 집에서 시험 삼아 스콘에 크림치즈를 곁들여 먹어본 적 있는데, 크림치즈 자체의 맛은 좋으나 스콘도 퍽퍽한 데다 크림치즈도 뻑뻑하니 생각만큼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목이 메어요. (버터는 잘 어울립니다.) 영국인들이 왜 스콘에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곁들이는지 이해가 갈 겁니다.
쵸콜렛 스콘도 퍽퍽해서 힘겹게 먹었습니다. 끼얹은 쵸콜렛 소스도, 곁들이 음료도, 양이 훨씬 많아야 목 메이지 않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스콘 먹을 때 1인당 500ml 티포트를 하나씩 끌어안고 먹는 겁니다.
이 집은 스콘은 제대로 잘 구워서 내는데 곁들인 소스들 양이 너무 적은 게 문제입니다. 음료도 티포트에 담아 양을 훨씬 더 많이 내야 합니다. 커피나 밀크티 한 잔 갖고는 어림도 없어요. 스콘과 영국식 케이크가 전문인 집이 차림표에 어째 티포트에 담아 내는 차가 없을까요?
스콘 자체는 제대로 잘 만들었으니 이 집 플레인 스콘을 놓고 잘 즐기는 법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플레인 스콘 맛있게 먹는 법
1. 스콘을 양손으로 잡고 터진 곳으로 반 갈라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2. 잼을 먼저 얹든[콘월식] 클로티드 크림을 먼저 얹든[데본식] '듬뿍' 얹어
3. 1인당 500ml 정도 되는 넉넉한 양의 홍차와 함께 즐긴다. (사진의 티포트는 1.6ℓ.)
4. 이렇게 먹는 것을 영국에서는 '크림 티cream tea'라고 부른다.
저는 반 가른 스콘 한 쪽에 저 정도 양의 잼과 크림을 얹어 먹습니다. 영국인들도 그렇고요. 저렇게 얹은 뒤 버거처럼 뚜껑을 덮어 먹는 게 아니라 한 쪽씩 차근차근 먹습니다. 그러니 스콘이 퍽퍽해도 문제없습니다. (저 영롱하면서 쫀득한 딸기잼은 영국 <윌킨 앤드 선스Wilkin & Sons> 사의 과일 함량 55%짜리 제품.)
<카페 레이어드>의 맛flavoured스콘들을 매장에 앉아 맛보고 느낀 점
1. 어후, 목 메여, 살류.
2. 얼마 전에 소개한 또 다른 스콘 집 ☞ <브라이언스 커피>가 이 집을 모방한 거였군. "우리 스콘은 퍽퍽하지 않아요."라는 광고 문구는 다분히 이 집을 의식해 내놓은 것이렷다. <카페 레이어드> 것이 제대로 잘 구운 스콘임에도 소스 양이 부족해 퍽퍽하니 개선한다고 낸 게 그런 쓴 맛 나는 기름진 돌덩이 스콘이었던 것.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는 간다만 스콘이라 불러주기에는 무리. '브레드 스콘'처럼 아예 '비스킷 스콘'이라고 이름 붙여 팔면 고개 끄덕일 수 있을 듯.
3. 이 집은 맛스콘들의 미리 끼얹은 소스 양을 대폭 늘리고, 잼과 클로티드 크림 혹은 버터를 따로 판매해 소비자가 양껏 곁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잼은 프랑스 <본 마망Bonne Maman> 소포장 딸기잼을 진열해 놓고 있음. 버터나 클로티드 크림도 같이 놓아야 함.)
4. 포장해 가는 플레인 스콘들을 제외하고는 스콘 크기를 <브라이언스 커피> 스콘처럼 줄여야 한다. 맛집이라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라면 이렇게 종류가 많은 집에서 최소 3종은 맛보고 싶을 텐데, 스콘 크기가 커서 불가능. 밥 굶고 갔는데도 크고 퍽퍽해 한 개도 겨우 먹었다. 두 입만 먹어도 물린다. 값을 조금 낮추고 작게 만드는 것이 손님한테도 좋고 많이 팔 수 있어 업소한테도 좋을 것이다.
5. 단것들 늘어놓은 품이 훌륭해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가게를 여는 것은 예술작품 내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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