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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지로 라멘(二郎ラーメン )이란 것을 먹어보았습니다

단 단 2024. 6. 22. 20:10

 

 

 

 

이벤트 많고 활기찬 음식 현장을 하나 꼽으라면

저는 일본 라멘계를 꼽고 싶습니다.

저 봐요, 잡지까지 다 있는 거.

한국에 냉면 잡지, 칼국수 잡지 있다는 말, 내 못 들어봤지 말입니다.

 

 

 

 

 

 

 

 

 

어느 라멘집에서 음식 기다리며 펼쳐봤던 라멘 전문지입니다.

나고야의 라멘집들인가 봅니다.

화보 좋죠. (→ 라멘 애호가)

 

 

 

 

 

 

 

 

 

그런데 이 라멘이 한국에 건너와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더군요.

같은 업종끼리 적당히 경쟁하면서 단합도 하고, 좋아 보입니다. 

 

 

 

 

 

 

 

 

 

사는 곳 근처에 근사한 라멘집이 새로 생겨 제가 작년에 장문의 글을 쓴 적 있습니다.

벌써 개업 1주년을 맞아 이런저런 행사를 했었습니다.

☞ 부탄츄 선릉점 - 집 근처에 제대로 된 라멘집 하나 생겼으면 좋겠네 노래 불렀더니 뙇

 

 

 

 

 

 

 

 

 

심지어 같은 프랜차이즈 안에서도 지점들끼리 일본 망가나 애니에서 숱하게 보던 '푸드 배틀'을 합니다.

말만 대결이지 사실상 손님 끌기 위한 이벤트인데, 어쨌거나 좋아 보입니다.

잠실롯데점이 문 닫고 저희 동네로 오면서 '매운 미소라멘'이 부탄츄 선릉점의 붙박이 라멘이 되었습니다. 

 

 

 

 

 

 

 

 

 

이벤트만 하는 게 아니라 다달이 '이 달의 라멘'도 선보입니다.

주방일이 몹시 고되다고 들었는데 1년 365일 같은 음식만 내고 있으면 정신도 얼마나 피폐해지겠어요.

이런 변화와 자극이 좀 있어 줘야 일할 재미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은 일본 출신 면요리라고 해도 우동집과 소바집들은 조용한데 유독 라멘집들이 시끌시끌 활기 있어 보입니다.

라멘 애호가들은 이벤트 있는 곳들을 잘도 찾아다니고요. 라멘은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음식우표] 일본 라멘에 대해 알아봅시다

 

 

 

 

 

 

 

 

 

얼마 전에는 또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부탄츄에 갔더니 기존 메뉴는 죄 사라지고 키오스크에 못 보던 라멘 하나만 덜렁 있는 겁니다.

 

부탄츄 메뉴 다 어디 갔어? (어리둥절)

 

가만,

말로만 듣던 그 '지로 라멘'을 낸다고?

 

지로 라멘 한 가지만 내는 시간과 요일을 따로 두었어요. 과격한 이벤트지요.

지로 라멘이 뭔가요?

 

 

 

 

 

 

 

 

 

지로 라멘은 양이 하도 많아 먹고 싶어도 평생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면을 150g만 먹을 수 있게도 해놓았습니다. 150g도 저한테는 많지만 아침은 이미 굶었고, 저녁도 굶으면 되니 궁금하던 차에 맛보고 왔습니다.

 

 

 

 

 

 

 

 

 

알고 봤더니 일본의 지로계 라멘 맛집 <유메오카타레, 유메워카타레夢を語れ>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부탄츄 업장을 6월 한달 동안 평일 저녁 시간과 주말 전체에 빌려 '포펍'(→ 영국 발음) 영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주방 인력들이 파견돼 왔습니다. 경쟁 업소에 업장도 다 빌려주고, 라멘 업계가 여간 재밌는 게 아녜요.

 

 

 

 

 

 

 

 

 

 

면 양도, 토핑 양도, 전부 '아주 많이'로 주문해 먹는 위대한 애호가들도 있기는 하나

 

 

 

 

 

 

 

 

 

저는

① 면 150g ② 마늘 있음 ③ 야채 많이 ④ 돼지등기름 기본으로 주문했습니다.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얌전하게 잘 담겨 나온 편이고, 대개는 사진 모음에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모음] 지로 라멘 모습

 

깔끔하고 단정하기로 이름난 일본에 이런 '꼴 사나운' 음식이 있다는 게 놀랍죠. 양도 놀랍습니다.

게다가 매우 짜고 매우 기름져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야채 고명으로는 숙주와 양배추 데친 것이 8:2 비율로 들어가고 생마늘 다진 것도 들어가는데,

저 마늘이 우리 한국인들한테는 코웃음칠 양이지만 일본인들한테는 보통 과격한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대경실색하는 일본의 요리학교 아가들.

- <식극의 소마> 보다가 잽싸게 화면 갈무리 -

한국인의 마늘 사랑

 

 

여러모로 과격한 음식이라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는데,

호불호 심하게 갈리는 음식은 으레 '컬트'가 되기 마련이라 지로 라멘 애호가들은 먼 거리를 마다않고 찾아다니곤 합니다. 

 

 

 

 

 

 

 

 

 

큽, '천지 뒤집기'에 실패해 보드랍고 연약한 간장조림 차슈가 조각조각 부서졌습니다.

두께 1cm 정도 되는 두툼한 차슈를 넣었어요. 1만원에 푸짐하게 잘도 냈습니다.

 

 

 

 

 

 

 

 

 

면 좀 보세요. 

굵은 중화면을 보면 소화 문제로 긴장하게 되나 이 면은 먹고 나서 별문제 없었습니다. 150g만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우동면처럼 매끄럽고 탄력 있는 게 아니라 힘이 있으면서 뚝 끊어지는 식감인데, 이에 살짝 들러붙었다가 떨어지는 느낌과 표면 감촉이 우동면과는 또 다르게 좋습니다.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잘 안 되니 가급적 먹지 말라는 말

 

 

 

 

 

 

 



네, 최선을 다해 먹고 있습니다. (헉헉)

 

 

 

 

 

 

 

 

 

국물 빼고 다 먹었습니다.

국물도 맛은 좋았으나 지나치게 짜서 먹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설탕으로 국민 건강 해친다며 탕후루 사업자가 국감장에 불려가 야단 맞은 적이 다 있다면서요?

일본 라멘 사업자와 한국의 불닭볶음면 생산 기업도 똑같이 당해야 형평에 맞겠습니다.

탕후루 시식기

불닭볶음면 시식기 (으득+)

 

일본 라멘은 한국에서 장사하려면 염도를 대폭 낮춰야 합니다.

라멘집들 염도를 그냥 두었다가는 한국인들 청력 다 잃고 신장과 혈관 다 망가지겠어요.

라멘을 좋아하기는 하나 염도 문제로 자주 못 먹습니다.

'기름'진 '탄수화물'까지는 눈 질끈 감고 감내할 수 있어도 높은 염도는 감당하기가 버거워요.

짜게 먹고 나면 몸이 당장 아프거든요.

 

지로계 라멘 맛은 어땠냐면요,

쇼유 돈코츠 계열에 매우 기름져서 제 입맛에는 아주 잘 맞았습니다. (→ 기름진 면요리 좋아함)

돼지고기와 비계의 기름진 맛에 간장 짠맛이 있어 마치 짜장면 먹고 난 것 같은 뒷맛이 나고 영국의 블루 치즈인 스틸튼stilton 맛도 납니다. 맛있어서 두 번 사 먹어봤어요.

 

참고로, 지로 라멘 '가정식' 레서피에서 발췌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업집은 좀 더 복잡할 것 같으니 참고만 하세요.

 

돼지 다리뼈, 돼지 등뼈, 돼지 앞다릿살이나 등심, 통마늘, 돼지비계, 진간장, 맛술, 강력분, 간수, 양배추, 생강, 파, 숙주.

 

단정치 못한 음식이라며 우리 권여사님이 세상 질색하는 음식이 이 돈코츠계 라멘인데

(돼지고기를 열등한 고기라고 생각하심. 소고기로 국물 낸 베트남 쌀국수는 잘 드심.)

 

친구분들과 얼마 전에 간 일본 여행에서 가이드가 인기 맛집이라며 돈코츠 라멘집에 데려갔다고 투덜투덜.

일본 여행 다녀오실 때마다 가이드들이 자꾸 라멘집에 데려간다며 못마땅해하십니다.

 

 

 

 

 

 

 



라멘 나오기를 기다리며 찍었던 사진.

이 사람들이 다 <유메오카타레>의 지로계 라멘 먹으러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겁니다.

이런 오타쿠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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