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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샌드위치 ⑤ 오이 샌드위치, 큐컴버 샌드위치 Cucumber Sandwich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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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샌드위치 ⑤ 오이 샌드위치, 큐컴버 샌드위치 Cucumber Sandwich

단 단 2016. 7. 24. 01:00

 

 

 

 

클래식 중의 클래식, 아프터눈 티 테이블의 꽃과도 같은 오이 샌드위치를 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중요한 샌드위치이므로 반복해서 다룰 가치가 있습니다. 우선 예전에 썼던 글들을 읽고 오세요. 오이 샌드위치의 의미와 쉬운 레서피 몇 가지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 아프터눈 티 테이블의 꽃, 오이 샌드위치
☞ 영국인들은 왜 오이에 환장을 하는가

 

영국인들이 자국의 티 샌드위치 중에서 가장 귀족적이라고 여기는 샌드위치가 이 오이 샌드위치입니다. 티 샌드위치들 중에서도 잘 만들기 까다로운 편에 속하고요. 오늘은 김밥처럼 동그랗게 말아서 만드는 오이 샌드위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품이 좀 듭니다.

 

 

 

 

 

 

 



씨 없이 씨 자리만 있고 고른 녹색에 일정한 굵기로 쪽 곧아 요리에 쓰기 참 좋은 영국식 개량 오이. 서양의 요리사들이 그래서 이 영국식 오이를 좋아합니다. 영국인들은 자기들이 개량해 퍼뜨렸다는 자부심이 있고요. 영국에서는 오이를 비닐에 감싸 출하시키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표면에 상처가 좀 덜 나고, 수분 증발을 염려해 왁스 처리를 할 필요가 없어 껍질째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레서피는 오이의 껍질을 잘 살려서 멋을 내야 하는 레서피입니다.


먼저, 오이를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닦고 양끝을 과감하게 쳐내 막대baton처럼 일정한 굵기가 되도록 해줍니다.

 

 

 

 

 

 

 



만돌린으로 고르게 저밉니다. 씨 자리가 보이기 직전까지만 씁니다. 그러니 오이가 저렇게 커도 쓸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습니다. '럭셔리'죠. 한 겹 깔고 소금 살짝 뿌리고, 또 한 겹 깔고 소금 뿌리고. 이런 식으로 오이를 준비하세요. 마르지 않도록 위에 랩cling film을 덮어 30분간 절입니다.

 

 

 

 

 

 

 



다 절인 뒤 흐르는 물에 소금기를 씻어 내고 한 장 한 장 키친 타월로 물기를 닦아 냅니다. 고기도 없이 오이 '따위'나 넣은 샌드위치가 아녜요. 손이 많이 갑니다. 너무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가서 대량으로 만들어 수퍼마켓이나 매점 같은 데 납품해야 하는 곳에서는 이거 못 합니다.

 

 

 

 

 

 

 



이 샌드위치는 다른 샌드위치들과 달리 식빵 가장자리를 먼저 저며 내고 시작합니다.


실온에 두어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버터를 식빵 양면에 모두 발라줍니다. 무염 버터보다는 소금 1% 정도 되는 저염 버터slightly salted butter가 좋습니다. 저는 집에 있던 식빵을 써서 기공이 다소 컸는데, 버터 발라서 만드는 샌드위치 식빵은 기공이 작고 촘촘할수록 좋습니다. 기공이 크면 버터 바를 때 큰 기공 안으로 버터가 왕창 들어가 박혀 샌드위치가 느끼해지거든요. 칼로리도 높아지고요. 안으로 들어갈 면에는 버터를 바른 뒤 마요네즈를 추가로 더 발라주셔도 좋습니다.

 

돌돌 말아서 쓸 것이므로 두께도 최대한 얇게 썬 것이 좋습니다. 오이가 밖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므로 오이의 녹색과 경쾌한 대비를 이루려면 흰 빵이 좋고요.

 

 

 

 

 

 

 



작업대에 랩을 한 장 깔아주세요. 식빵 한 장 말 때마다 매번 새 랩을 써야 하므로 랩을 넉넉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준비 되셨나요?

 

 

 

 

 

 

 



식빵 너비에 맞춰 오이를 먼저 깔아줍니다. 겹치도록 깔아주세요.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으면 말다가 오이 사이가 벌어져 식빵이 드러날 수 있으니 넉넉히 겹치게 해주세요. 아래쪽보다는 위쪽을 가지런히 맞춰주는 게 중요합니다. 녹색 띠가 선명하면서 굵고 예뻐 보이는 쪽이 랩쪽에 닿도록 해주시고요. 겉으로 드러날 부분이거든요.

 

 

 

 

 

 

 



양면에 버터를 바른 식빵을 오이 위에 얹습니다. 말다 보면 빵이 밀리므로 오이가 빵보다 훨씬 길어야 합니다. 사진에 있는 것보다 더 길어도 됩니다.

 

 

 

 

 

 

 



자, 이제, 김밥 말듯 조심조심 말아주세요. 김밥 마는 것보다 훨씬 힘듭니다. 말라 비틀어진 식빵을 쓰면 뻣뻣해서 말기가 더 힘드니 식빵은 갓 구워서 최대한 신선하고 촉촉한 것, 얇게 썬 것을 쓰셔야 합니다. 연습할수록 잘 되니 첫 장을 망쳤다고 속상해하지 마시고요.

 

 

 

 

 

 

 



팽팽하게 감아 형태를 고정시킵니다.

 

 

 

 

 

 

 



이런 식으로 식빵과 오이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반복하시면 됩니다. 다 만드셨으면 썰기 편하도록 냉장고에 딱 10분만 두었다가 꺼내세요.

 

 

 

 

 

 

 



한입에 쏙 들어갈 수 있도록 적당한 길이로 썰어 내시면 됩니다. 이음매 있는 쪽이 아래로 가도록 놓으세요. 접사라서 샌드위치가 커 보이는데, 한입 크기로 작게 썬 겁니다. 길게 썰면 두어 번 나눠 먹어야 해서 불편합니다. 한입 베물 때 오이가 잘 안 끓어져 오이만 딸려 들어올 수 있고요. 한입에 냠, 먹을 수 있도록 작게 썰어 내세요. 랩에 싼 상태에서 썰어야 오이가 풀리지 않고 깔끔하게 잘 썰립니다. 그 말인즉슨, 칼을 날카롭게 잘 갈아 두어야 한다는 거죠. 샌드위치는 기껏 잘 만들어 놓고 무딘 칼로 썰다 망치는 경우가 많아요. 꼭 톱니칼serrated knife 아니어도 날만 잘 벼려져 있으면 잘 썰립니다. 저도 일반 식칼로 썰었습니다.

 

이 샌드위치는 너무 일찍 만들어 냉장고에 오래 넣어 두면 안 됩니다. 식빵이 뻣뻣해지고 버터도 굳어 촛농처럼 씹히거든요. 부드러운 실온 상태여야 빵도 버터도 기분 좋게 씹힙니다. 맛도 더 좋고요. 시간은 많이 걸리는데 즉석에서 만들어 먹지 않으면 안 되니 참 여러모로 귀족적인 샌드위치죠.


이 오이 샌드위치는 런던의 티룸 겸 바bar인 <길버트 스콧Gilbert Scott>에서 내는 것을 흉내 내 본 건데, 하도 번거롭고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려 '어유 어유'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자기들도 힘들고 수지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이렇게 안 냅니다. 색다른 오이 샌드위치를 내고 싶은 분들은 한번 따라해보세요. 이렇게 만들면 재료들이 압축돼 식빵 두 장 사이에 느슨하게 끼운 일반 오이 샌드위치보다 확실히 맛이 더 좋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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