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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코로네이션 치킨 Coronation Chicken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코로네이션 치킨 Coronation Chicken

단 단 2016. 7. 25. 00:30

 

 

 

으악 맛있쩌.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영국음식을 소개하면서 닭고기 요리는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맛있는 닭고기 요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코로네이션 치킨.
우리말로 옮기면 '대관식 닭고기'.
현 여왕 엘리자베쓰 2세의 1953년 대관식을 기념해 대관식 만찬에서 첫 선을 보였던 요리입니다. 런던의 꼬르동 블루 요리학교 대표였던 로즈메리 흄Rosemary Hume과 컨스탄스 스프라이Constance Spry가 창작한 것으로 기록이 돼 있는데, 어떤 음식의 창작자, 창작 년도, 창작 목적이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는 것은 인류의 기나긴 식문화사를 놓고 볼 때 매우 드문 일이지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 레서피일까요? 그럴리가요. 하늘 아래 새것은 없나니, 모든 레서피는 앞 세대 레서피에 빚지고 있는 법. 코로네이션 치킨은 현 여왕의 할아버지였던 조지 5세의 재위 25주년을 기념해 나온 '쥬벌리 치킨'의 변형입니다. 2002년 현 여왕의 재위 50주년 기념 만찬에서도 쥬벌리 치킨이 또 선을 보였었고요. 군주와 관련된 중요 행사 때마다 닭고기가 등장하는 이유는, 제 생각엔, 다양한 종교를 가진 영연방 국가들을 고려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모두에서 허용하는 고기가 이 닭고기이니까요. 고기 중에서는 값도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하고요. (여왕이 왕위에 오를 당시인 1950년대에는 영국에서도 닭고기가 지금처럼 흔하고 값싸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재료 소개 들어갑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재료인 닭고기.

 

습식으로 익히든, 건식으로 익히든, 상관 없으니 취향껏 하세요. 1953년의 원 레서피에는 채수vegetable stock에 삶아서 쓰라고 돼 있습니다만, 요즘은 선데이 로스트 때 해먹고 남은 로스트 치킨을 많이들 씁니다. 찜통에 찐 것도 괜찮습니다. 어느 부위를 쓸 것이냐도 크게 안 따집니다. 저는 로스트 치킨 가슴살을 사 왔습니다. 다릿살로 만드셔도 됩니다. 수퍼마켓들이 로스트 치킨 온마리를 팔기도 하고 부위별로 따로 담아 팔기도 해 골라서 살 수가 있어요. 한 점 떼어 맛보니 역시 구운 닭고기 특유의 농축된 맛이 있네요. 습식으로 익히면 고기가 촉촉해서 좋고, 로스트를 하면 촉촉한 맛은 좀 떨어지나 대신 맛이 농축돼 고소해서 좋고, 각각 장점이 있습니다.

 

 

 

 

 

 

 



닭고기를 버무릴 소스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하루 정도 미리 만들어 두는 것도 가능합니다. 소스가 새콤달콤 향기로우면서 아주 맛있으니 넉넉하게 만들어 여기저기 활용해 보세요. 닭고기뿐 아니라 삶은 달걀과 함께 먹어도 맛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 달걀 커리 비슷한 맛이 납니다. 영국식 커리 파우더와 살구잼, 신선하고 맛있는 각종 유크림 등이 들어가 소스 풍미가 참 좋습니다.

 

 

 

 

 

 

 


 영국 <바트> 사의 영국식 커리 파우더 '미디엄'.

시판 커리 파우더 중 단단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임.

 

 

 

 

 

 

 


영국 <윌킨 앤드 선스> 사의 살구잼.

그간 먹어 본 시판 살구잼 중 맛도 성분도 최고.

살구 함량 무려 70%.

 

 

 

 

 

 

 


 프랑스 이지니 PDO 크렘 프레쉬.

좌우간 질 좋고 맛있다는 식재료는 영국 수퍼마켓에 다 들어와 있는 듯.

 

 


레서피 나갑니다. 영국의 미슐랑 1-스타 셰프 톰 애이킨스Tom Aikens의 레서피인데 1953년의 ☞ 원 레서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재료와 공정에 손을 약간 보았습니다. 편의를 위해 재료는 넣는 순서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재료

[4인분]

 

 버터 10g

샬롯 25g, 잘게 다질 것

소금·후추


토마토 페이스트 5g [토마토 퓨레보다 더 농축돼 있어 더 뻑뻑함]

영국식 커리 파우더 1/2큰술 [1큰술 = 15ml] ☞ 집에서 조제하기

월계수잎 1장

 

화이트 와인 80ml


살구잼apricot jam 15g [과일 함량 높은 질 좋은 것으로]

닭육수chicken stock 50ml


홍고추 1/2개, 씨 빼고 잘게 다질 것

마요네즈 70g

크림 20ml [싱글 크림, 더블 크림, 어떤 것이든 괜찮으니 취향껏 선택]

크렘 프레쉬crème fraiche 20g

레몬 즙 10ml

 

로스트 치킨 400g, 결대로 찢을 것


베이비 젬 레티스baby gem lettuce 2개, 한잎 한잎 떼어 놓기

스프링 어니언spring onion 2대, 가늘게 송송 썰기

아몬드 편slice 20g, 살짝 구워서 바삭하게 하고 향을 돋울 것

고수잎coriander 약간



만들기


1. 중불의 소스팬에 버터를 녹이고 샬롯, 소금, 후추를 넣어 3분간 볶는다. 구운 색이 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2. 토마토 페이스트, 커리 파우더, 월계수잎을 넣고 3분간 더 볶는다.


3. 화이트 와인을 넣고 거의 다 증발할 때까지 졸인다.


4. 살구잼과 닭육수를 넣고 걸죽한 시럽 점도가 될 때까지 졸인 뒤 불에서 내려 식힌다.


5. 4에 홍고추, 마요네즈, 더블 크림, 크렘 프레쉬, 레몬 즙, 소금·후추를 넣고 잘 섞는다. [여기까지 만든 소스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으니 넉넉히 만들어 여러 곳에 활용해 보세요.]


6. 5에 닭고기를 넣어 버무린 뒤 맛이 배도록 밀폐용기에 담아 2시간 정도 둔다. [드실 때는 실온 상태로 회복시킨 뒤 드세요. 너무 차가우면 소스와 닭고기가 굳어 풍미도, 식감도, 떨어집니다.][여기까지 만든 것을 샌드위치 소로도 많이 활용을 합니다. '코로네이션 치킨 샌드위치'라 부릅니다.]


7. 접시에 채 썬 젬 레티스를 깔고 5를 얹은 뒤 고수, 송송 썬 스프링 어니언, 구운 아몬드 편을 흩뿌려 낸다. 끝.

 

 

 

 

 

 

 



자아, 접시에 담습니다.

식구 수가 적으니 2인분만 담아 보겠습니다.

젬 레티스gem lettuce를 조로록 둘러 주세요.

'사진빨'을 위해 몇 장 안 깔았는데

실제로 먹을 때는 사진에 있는 것보다 더 필요합니다.

 

 

 

 

 

 

 



닭고기는 결대로 짧게 찢어 줍니다.


칼로 크기를 맞춰 깍둑 썰면 완성된 요리가 더 예뻐 보이기는 하나,


고기는 결 반대 방향으로 칼로 끊어 써야 덜 질기다는 통념과 달리 닭 가슴살은 손으로 결 따라 짧게 찢은 것이 양념도 더 잘 머금고, 육즙도 더 잘 느껴지고, 덜 퍽퍽하고 폭신해 식감도 더 좋고 맛도 더 좋습니다. 조리 경험과 재료에 대한 감각은 부족한데 책상 앞에 앉아 책 읽고 머리로만 음식글 쓰는 활자 중독자들이 '고기는 무조건 결과 반대 방향으로 썰어 써야 한다'는 주문을 앵무새처럼 읊더군요.

 

 

 

 

 

 

 



닭고기를 소스에 버무려 얹고,
송송 썬 스프링 어니언, 고수잎, 구운 아몬드 편을 넉넉히 흩뿌리면 완성.


위에 뿌린 고명들은 어느 것 하나라도 생략하면 안 됩니다.

각각의 고명들이 맛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히 커요.

고수잎도 꼭 들어가야 하고요.

고소한 아몬드 편과 고수와 파,

이 세 가지 고명이 합쳐지면 놀랍게도 라면 부순 것에 분말 '스프' 뿌려 먹을 때와 흡사한 맛이 납니다. ㅋ 

얼마나 맛있는데요.

 

 

 

 

 

 

 



영국 살면서 왜 그간 이 코로네이션 치킨 만들어 먹을 생각을 못 했을까, 땅을 치며 후회중.
수퍼마켓, 샌드위치 전문점, 티룸에서도 이 코로네이션 치킨 넣은 샌드위치를 꼭 팔 정도로 유명한 음식인데요.

 

 

 

 

 

 

 



어떻게 먹느냐?
닭고기와 고명을 젬 레티스 안에 듬뿍 얹어 우리 한국인들 쌈 먹듯 드시면 됩니다. 젬 레티스와 구운 아몬드 편이 경쾌하게 씹힙니다. 소스가 좀 넉넉해야 맛있습니다. 고명들도 넉넉히 얹어서 드세요.

 

 

 

 

 

 

 



고로, 이렇게 코로네이션 치킨과 젬 레티스 잎을 분리해서 일인분씩 담아 내면 먹는 사람이 좀 더 편하겠지요.

 

 

 

 

 

 

 



'젬 레티스를 온잎으로 올리지 않고 채 썰어 닭고기와 함께 소스에 버무린 것을 포크로 찍어 먹으면 맛도 더 좋고 먹기도 훨씬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1인분을 그렇게 따로 담아서 먹어 봤는데요, 젬 레티스를 숟가락 삼아 먹는 위의 '쌈 방식'이 훨씬 맛있고, 먹기도 오히려 더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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