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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허니 로스트 햄 Honey Roast Ham, Honey Glazed Ham 본문
▲ 돼지 뒷다릿살을 건염dry-salting하거나 수염brining
한 뒤 뼈에서 떼어 둥글게 만 개먼 조인트gammon joint.
영국에서는 삼겹살 부위보다 돼지 뒷다리와 엉덩살 부분인 햄을 더 쳐줍니다. 여기서는 햄을 구울 때 채수vegetable stock에 먼저 익힌 뒤 표면에 꿀이나 당밀black treacle, 마말레이드, 메이플 시럽 등을 발라 오븐에 구워 단맛과 광을 내줍니다. 영국의 수퍼마켓 조제고기 및 '콜드 컷' 선반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이 'honey roast ham'이고, 시판 샌드위치들이나 티룸의 샌드위치들에도 허니 로스트 햄을 많이 씁니다. 기분 좋은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밤맛이 나서 아주 맛있어요. 집집마다, 요리사들마다, 햄을 익히는 채수와 표면에 발라 주는 글레이즈 레서피가 조금씩 다릅니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익히기 전 상태의 조제cured 생햄은 '개먼gammon'이라 부르고, 익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햄'이라고 부릅니다. 아래에 조리법 영상 세 가지를 걸어 드립니다.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조리 시연 영상입니다.
자기네 개먼 조인트 사다가 집에서 해먹으라는 거죠.
이건 고든 램지 방식이고요,
이건 헤스톤 블루멘쏠 방식.
재료
[8~10인분]
• 훈제하지 않은 개먼unsmoked gammon joint 2kg
• 사과 주스 600g
• 시나몬 스틱 1개
• 정향 2톨
• 팔각 1개
• 마늘 한 통bulb, 껍질 까서 손바닥이나 칼등으로 살짝 눌러 으깨 놓기
• 오렌지 껍질 저민 것 40g, 흰 섬유질 부분이 많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
• 메이플 시럽 220g
• 오렌지 주스 300g
• 시나몬 스틱 1개
• 디종 머스타드 150g
• 잉글리쉬 머스타드 파우더 1/4작은술 [1작은술=5ml]
만들기
1. 오븐을 120˚C로 예열한다. 팬fan 오븐은 100˚C.
2. 개먼 여기저기에 칼을 쿡쿡 찔러 칼집을 깊게 내준다.
3. 오븐과 직불에서 둘 다 쓸 수 있는 로스팅 팬이나 주물 냄비에 개먼을 담고 물 2~3리터, 혹은, 개먼이 잠길 정도로 찬물을 붓는다.
4. 사과 주스, 시나몬 스틱, 정향, 팔각, 마늘, 오렌지 껍질을 넣고 포일foil로 덮개를 만들어 씌운 뒤 직불에 올려 부르르 끓는 상태가 되게 한다.
5. 끓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려 오븐에 넣고 4시간 30분 동안 천천히 익힌다.
6. 오븐에서 꺼내 30분간 식힌다.
7. 그동안 개먼에 발라줄 글레이즈를 만든다. 냄비에 메이플 시럽을 붓고 140˚C로 온도를 올린다. 대략 10~15분 정도 걸릴 것이다.
8. 불에서 내려 2분간 식힌 뒤 (매우 뜨거우므로 주의!) 오렌지 주스와 시나몬 스틱을 넣는다. 메이플 시럽이 뜨거워 거품이 일고 난리를 치면서 끓을 것이다. 오렌지 주스는 한꺼번에 붓지 말고 조금씩 붓도록 한다.
9. 다시 불에 올려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춰 보글보글 얌전히 끓는 상태simmer로 시럽이 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둔다.
10. 반으로 졸았으면 시나몬 스틱을 빼고 디종 머스타드와 잉글리쉬 머스타드 파우더를 넣고 핸드 블렌더로 잘 섞는다.
11. 오븐 온도를 200˚C로 올린다. 익힌 개먼을 로스팅 팬에서 꺼내 칼로 껍질을 도려내 제거하고 표면의 지방에 다이아몬드 형으로 칼집을 낸다. (각 다이아몬드 안에 정향을 하나씩 박아 장식 효과를 주어도 좋다.)
12. 망wire rack 밑에 받침대를 대고 개먼을 올린 뒤 메이플 시럽 혼합물을 골고루 발라 준다.
13. 오븐에 넣어 10분간 익힌다.
14. 10분이 지나면 꺼내서 메이플 시럽 혼합물을 다시 한 번 발라 준 뒤 10분 더 굽는다.
15. 10분간 휴지 시켰다가 남은 소스를 곁들여 통째로 상에 낸다. 끝.
크리스마스 때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칼집 낸 곳에 특별히 정향clove을 하나씩 박아 장식을 해 줍니다. '환대hospitality'의 상징인 파인애플처럼 보이게 하는 거죠. 정향이 방부 효과도 낸다 하고요. 오렌지에 박은 것도 많이들 보셨죠? 크리스마스 때만 햄이나 오렌지에 정향을 박고 평소에는 생략합니다. 먹을 때는 정향을 빼고 먹습니다. 향만 은은하게 배이게 됩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못 먹는 향신료 중 하나가 아마 이 정향일 텐데, 저는 영국 와서 정향에 단단히 맛들였습니다. 정향 든 인도식 밀크티나 유럽의 크리스마스 음료도 자알 마십니다.
집에서 굽기 귀찮은 사람, 1인 가구, 저희 집처럼 식구 수 적은 집들을 위해 수퍼마켓들이 허니 로스트 햄을 팔기도 합니다. 다쓰 부처는 이 영국식 허니 로스트 햄을 좋아해서 자주 사 먹습니다. 자투릿살 모아다 압착해 만든 저렴한 공장제 햄이 아니라 뼈에 붙어 있던 통고기를 저며서 팝니다.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 델리 카운터에서 두툼하게 썰어서 샀습니다. 당연한 소리가 되겠지만, 이런 'whole on the bone', 'boned and rolled ham'은 'formed ham'이나 'reformed ham'보다 비쌉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먹으면서 한숨이 다 납니다. 이 맛있는 걸 한국 가면 못 먹겠구나 싶어 슬퍼지고요. 달고, 즙 많고, 은은한 훈향에, 불맛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칠맛에, 고소한 밤맛에, '돼지 잡냄새' 하나도 안 나고 세련됨의 극치. 특히, 저 바깥에 있는 지방층에서 나는 향이 섬세하면서 참 식욕 돋웁니다. 예술이에요. 그간 먹어 본 익힌 햄들 중에서는 최고입니다. 이태리의 저 ☞ 프로슈토 꼬또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비숙성 햄인데 장기 숙성 햄보다 몇 배는 더 맛있으니 이태리 사람들 헛고생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냥 잘 만들 수 있는 맛있는 프로슈토 크루도(생햄)와 프로슈토 스펙(훈제햄)이나 만들지. 영국에는 그래서 장기 숙성시키는 짠 저장 고기들이 덜 발달한 게 아닌가 싶고요. 쇠고기든 돼지고기든 양고기든, 남유럽보다는 고기 얻기 쉬운 환경인데다, 바로 로스트 해서 먹는 고기들이 이렇게 맛있으니 고생해 가며 고기를 저장할 필요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수퍼마켓 냉장 선반에는 샌드위치용으로 얇게 저민 허니 로스트 햄도 있는데, 미리 썰어서 담아 놓은 이런 제품들은 대개 'formed ham'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위 영상에 있는 것 같은 제대로 된 로스트 햄을 맛보시려면 델리 카운터로 가셔야 합니다. 이 영국식 로스트 햄은 두툼하게 썰어서 단독으로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카운터에 가셔서 3~4mm 정도로 썰어 달라고 하세요. 잘린 단면이 공기에 노출돼 있어 맨 첫 장은 색이 좀 어둡게 변해 있고 말라 있을 수 있는데, 시식할 수 있는지 물어 보시고 맨 앞 장은 먹어 없앤 뒤 사세요. 오래 보관하실 생각말고 사 오자마자 바로 드시고요.
사진 올리고 글 써 놓고 보니 또 먹고 싶어집니다. 내일 또 사 오렵니다. 한국 가면 직접 조제하고 구워 먹어야겠지요. 햄 묶는 끈이나 잔뜩 사 갖고 가야겠습니다. ■
▲ 2mm 정도 두께로 썬 'medium cut' 허니 로스트 햄[formed].
☞ 컴벌랜드 소스나 ☞ 브레드 소스를 곁들이기도 한다.
사진은 브레드 소스.
▲ 두툼하게 썬 허니 로스트 햄
[whole on the bone, boned and rolled]
- 체다 앤드 햄 토스티toastie.
▲ 허니 로스트 햄[formed]을 써서 만든
체다 앤드 햄 샌드위치.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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