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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샌드위치 ⑦ 훈제연어 샌드위치 Smoked Salmon Sandwich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샌드위치 ⑦ 훈제연어 샌드위치 Smoked Salmon Sandwich

단 단 2016. 7. 26. 00:00

 

 

 

 

 

훈제연어 샌드위치 이야기 하려고 오랜만에 베이글을 한 봉지 사 왔습니다. 어느 미국인이 "영국인들에게 뉴욕 베이글의 참맛을 보여 주겠노라." 단단히 결심하고 영국에 건너와 열심히 베이글을 만들고 있는데, 영국 소비자들 반응이 좋아요. 성분도 괜찮고 맛도 좋은데다 값도 쌉니다. 큼직한 베이글 한 개가 30펜스, 우리돈으로 약 450원, 여기 사람들 체감 물가로는 약 300원, 할인행사할 때 샀더니 약 200원. 베이글이 갖춰야 할 미덕인 치밀, 쫄깃, 고소, 가운데 구멍 뽕, 다 갖췄습니다.

 

New York Bakery Co.의 Plain Bagels 성분:
wheat flour, water, sugar, yeast, salt, rapeseed oil, calcium propionate (preservative), malted barley flour, ascorbic acid (flour treatment agent), maize grits. 끝.

 

 

 

 

 

 

 



베이글 샌드위치를 만들려면 크림 치즈도 있어야지요. 평소에는 영국 크림 치즈를 쓰는데 미국음식에는 왠지 미국 크림 치즈를 써야 할 것 같아 <필라델피아>로 사 왔습니다. (그런데 유럽용은 아일랜드에서 만듭니다.) 더 부드럽게 잘 발리도록 질감을 개선했다네요.

 

 

 

 

 

 

 



미국식 베이글 샌드위치 뚝딱 완성. 훈제연어는 스코틀랜드산을 썼습니다. 뉴욕에서도 스코틀랜드 훈제연어를 많이들 수입해 먹습니다. 뉴욕의 훈제 생선·베이글 맛집이라는 ☞ Russ & Daughters 것을 흉내 내 보았는데, 구성 요소는 단순하지만 맛있어 보이죠. 재료들이 하나같이 맛있는 것들인데 완성품이 맛없을 리가 없지요. 과연 맛있습니다. 맛있는데,

 

목숨 걸고 먹는 베이글
슬프게도 저는 이 맛있는 걸 잘 못 먹습니다. 먹더라도 정말 조심해서 먹어야하죠. 베이글 같은 물기 적은 치밀한 탄수화물을 먹으면 식도가 잘 막히거든요. 올해만 해도 벌써 다섯 번이나 죽다 살았습니다. 그중 한 번은 응급실을 다 갔고요. 음식을 굉장히 오래 씹고 천천히 먹는 사람인데도 그렇습니다. 베이글을 먹냐 안 먹냐가 저한테는 취향과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베이글 먹고 급체했다는 사람 의외로 많으니 여러분도 드실 때 조심하세요. 저는 단단한 식빵 껍질도 그래서 안 먹고, 피짜 가장자리도 잘 안먹습니다. 부드러운 가운데 부분만 쏙 골라먹고 있으니 유치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친하지 않은 사람하고는 밥 같이 먹기도 꺼려집니다.

 

동유럽 유태인 이민자들이 전해 준 고마운 것 두 가지 - 베이글과 훈제 생선
베이글과 생선 훈제 기술, 두 가지 모두 동유럽 유태인 이민자들이 전해 준 것이지요. 제가 늘 궁금해했던 게 뭐냐면요, 유태인 이민자는 미국에만 많은 게 아니라 영국에도 많은데, 영국에서는 왜 베이글이 미국에서만큼 인기를 끌지 못 했는가 하는 겁니다. 베이글을 팔기는 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미국인들만큼 좋아하지를 않아요.

 

 

 

 

 

 


그러다가 작년에 ☞ 잉글리쉬 머핀 소개 글을 쓰면서 섬광같은 깨달음을 얻었지요. '아, 잉글리쉬 머핀이라는 강력한 빵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영국에서는 베이글이 인기를 끌지 못했구나.'

 

전능한 잉글리쉬 머핀
식사용 빵으로 가장 완벽한 빵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잉글리쉬 머핀을 꼽겠습니다. 버터와 잼 발라 간식처럼 먹든, 맥머핀 만들어 아침으로 먹든, 에그스 베네딕트 만들어 근사한 브런치로 먹든, 제육볶음이나 불고기 얹어 한국식 버거로 먹든, 어떤 것을 곁들여도 잘 어울리는 것이 이 잉글리쉬 머핀이거든요. 이것도 밀도가 제법 높기는 하나 베이글만큼 단단하고 치밀하지는 않아 저 같은 사람한테는 참 고마운 빵입니다. 적당히 쫀득하면서 촉촉해 씹고 소화시키는 것이 베이글만큼 부담스럽지가 않죠. 고소한 맛에 기분 좋은 산미까지 있어서 맛도 좀 더 낫고요.

 

 

 

 

 

 

 



저는 훈제연어를 크림 치즈 바른 베이글에 끼워 먹는 것보다 잉글리쉬 머핀에 시저 샐러드 소스 발라 스크램블드 에그와 함께 먹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다쓰베이더는 이렇게 먹는 것을 좋아하고요. 어쨌거나 부부가 둘 다 훈제연어는 베이글보다 머핀 위에 얹어 먹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훈제연어 티 샌드위치
오늘은 훈제연어 샌드위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훈제연어 산지인데 이를 활용한 샌드위치가 없을 리가 없지요. 어느 티룸이든 거의 반드시 내는 것이 이 훈제연어 샌드위치로, 비싼 재료이기는 하나 샌드위치 중에서는 만들기가 가장 쉽습니다. 색도 예쁘고요.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는 베이글 샌드위치, 우아하고 싶을 때는 티 샌드위치
훈제연어를 미국식으로 베이글에 끼워 먹으면 입을 크게 벌려야 하고 씹을 때 귀 밑 근육도 불뚝불뚝 드러내야 하죠. 스트레스 만땅 받은 날, 꼴 보기 싫은 사람 마구 '씹고' 싶은 날에는 미국식 베이글 샌드위치로 만들어 씹어 드시고, 기분 좋은 날에는 촉촉한 호밀빵 사이에 끼워 작고 우아한 영국식 티 샌드위치로 즐겨 보세요.

 

 

 

 

 

 

 



훈제 생선에는 호밀빵
훈제연어 샌드위치에는 대개 밀가루에 호밀rye가루를 섞어 구운 빵을 씁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예로부터 훈제 생선을 호밀빵과 함께 먹던 관습이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귀리oatmeal빵도 괜찮습니다.


'윤활유 겸 접착제'로는 크림 치즈, 크렘 프레쉬, 마요네즈, 버터 중 취향껏 골라 쓰거나 섞어서 쓰시면 되고, 서양인의 와사비 격인 호스래디쉬horseradish를 소량 첨가해 단맛과 알싸한 맛을 더하셔도 됩니다. 시저 샐러드 소스도 의외로 잘 어울리고 맛있습니다. 향초나 잎채소 없이 깔끔하게 만듭니다.

 

 

 

 

 

 

 



훈제하지 않은 연어를 쓰기도 한다
훈제연어 대신 생연어를 쓰는 티룸에서는 연어를 채수나 생선육수에 살짝 익혀poach 다른 재료와 함께 버무려 쓰기도 합니다. 위 사진은 ☞ 클래리지스 호텔 아프터눈 티룸의 샌드위치 모둠이었는데, 익힌 연어 든 샌드위치가 보이죠?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시판 훈제연어를 그냥 쓰는 샌드위치에 비하면 정성이 더 들어가는데다, 잘 만들면 훈제연어 샌드위치보다 더 맛있기도 합니다. 이 연어 샌드위치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Poached Scottish salmon, dill mayonnaise, lemon and rock samphire on malt bread."

 

질 좋은 훈제연어여야 한다
다쓰 부처는 훈제연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샌드위치로는 잘 안 만들어 먹습니다. 위에서 밝혔듯 훈제연어는 샌드위치 형태보다는 달걀과 함께 잉글리쉬 머핀 위에 올려 먹는 것이 훨씬 맛있는데다, 샌드위치로 만들 경우 재료가 단출해 연어의 맛과 품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최고급 훈제연어를 쓰지 않는 이상 연어의 비린내가 두드러질 때가 많죠. 잔칫상이나 술상에 올릴 때처럼 케이퍼나 생양파 같은 짜릿한 부재료로 훈제연어의 모자란 품질을 가릴 수가 없으므로 영국식 티 샌드위치를 만들 때는 질이 정말 좋은 훈제연어를 쓰셔야 합니다. 질 좋은 것을 구할 수 없을 때는 그냥 포기하고 다른 샌드위치로 올리시는 것이 낫습니다. 훈제연어는 맛이 강한 식품이라서 혀 위에 잔상을 오래 남기죠. 잘 못 만든 맛없는 걸 쓰면 다른 음식 음미하는 것까지 방해를 합니다. 일급 호텔 티룸에서 먹어도 저는 성에 안 찰때가 있어요. 그러니 입수한 훈제연어 품질에 자신이 있을 때만 훈제연어 샌드위치를 만드세요. 산지인 영국에서도 잘 만든 훈제연어는 값이 비쌉니다.

 

 

☞ 영국 훈제연어의 세계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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