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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올리브 먹고 산 이야기 Olives

단 단 2016. 8. 29. 00:00

 

 

 

윈저 카슬Windsor Castle 구경 갔다가

길에서 맞닥뜨린 올리브 매대.

앞에서 얼쩡거리다가 한 알 얻어먹음.

 

 

 

 

 

 

 

 런던 버러 마켓Borough Market의 올리브 가게

 



오늘은 올리브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네요.
올리브가 나지도 않는 나라에 살면서 웬 올리브 타령이냐?

영국에서도 발에 채이는 게 올리브입니다. 어느 시장, 어느 장터를 가도 종류별로 늘어놓고 파는 올리브 매대는 꼭 볼 수 있습니다. 산지에서는 자기들이 생산한 것만 먹게 될 확률이 높지만 산지가 아닌 곳에서는 오히려 전세계 것을 눈치 안 보고 거리낌없이 다 갖다가 비교해 가며 즐길 수 있죠. 제가 늘 '비산지의 역설'이라 이름 붙여 설명하곤 합니다. 오늘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올리브 품종을 죽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다는 못 적습니다.

 

 

 

 

 

 

 

 

 <웨이트로즈Waitrose> 수퍼마켓의 병입 올리브 일부




 Alfonso (Chille, Peru) 

 Amfissa (Greece)

 Beldi (Morocco)

 Castelvetrano (Italy) 

Conservolia (Greece) 

 Couchillo (Spain)

 Edremit (Turkey)

 Gaeta (Italy) 

 Giarraffa (Italy)

Halkidiki (Greece)

Kalamata (Greece) 그릭 샐러드에 쓰는 품종

Kalkidis (Greece)

 Leccino (Italy)

 Lucques (France)

 Manzanilla (Spain)

 Nocellara (Italy)

Paterno (Italy)

 Picholine (France) 

 Queen Olives (Spain)

Taggiasca (Italy) = Cailletier (France) 니스와즈 샐러드에 쓰는 품종 

  등등.

 

 

 

 

 

 

 

 

Mixed olives: Nocellara (Italy, green),

Edremit (Turkey, yellow), Kalamata (Greece, purple)



이태리 조제 햄인 ☞ 프로슈토 꼬또 소개할 때 올렸던 사진입니다. 이번에는 햄 대신 올리브를 눈여겨보세요.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올리브를 단일 품종으로 따로따로 내기도 하지만 저렇게 여러 품종의 것을 혼합해서 팔기도 합니다. 생산지, 익은 정도, 양념이 다 달라 다양하게 먹는 즐거움이 있어요. 손님상에 내면 알록달록해서 눈도 즐겁고요. 장기 보관하기 좋은 실온 병입 제품도 있고, 투명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냉장 선반에 놓고 파는 것도 있고, 델리 카운터에 가서 원하는 만큼 무게를 달아 살 수도 있습니다. 마감 떨이도 자주 합니다. 저는 주로 떨이 할 때 사 먹습니다.
염수에 담긴 것들은 꺼내서 물기를 닦은 뒤 올리브 오일에 한 번 굴렸다 내면 쨍한 맛이 누그러져 먹기에 좀 더 낫고 반짝거려 보기에도 예쁩니다.  

 

 

 

 

 

 

 


Manzanilla, Queen, Couchillo (Spain),

Nocellara (Italy), Picholine (France),

Kalamata (Greece), Alfonso (Peru).



이건 아마 냉장고에 있던 올리브들을 모두 꺼내 한데 담아 놓고 찍은 것 같은데, 오래 전 일이라 품종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얼추 세어 보니 일곱 가지쯤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국적의 것들이 막 섞였습니다. 품종별로 크기와 모양, 색만 다른 게 아니라 씨 생김새도 다릅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올리브를 먹을 때는 입안에서 씨 발라가며 머리 속으로 씨 모양을 추측해 보는 것도 꽤 재미있습니다. 끝이 날카로운 것들도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먹을 때는 지도를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스의 칼라마타 올리브입니다. 가지에서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땁니다. 연약해서 그렇답니다. 그래서 비싸죠. 게다가 이 제품은 무려 '싱글 에스테이트'에서 나온 겁니다. 궁금해서 한번 사 봤습니다. 올리브도 맛있었지만 말린 오레가노 넣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일품이었는데, 오일에 오레가노를 넣은 이유는요,

 

 

 

 

 

 

 



그릭 샐러드에 올리브와 오일을 함께 쓰라는 의미에서입니다. 그릭 샐러드에는 칼라마타 올리브뿐 아니라 그리스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그리스산 말린 오레가노도 함께 넣어야 하거든요. 따로따로 구해서 넣는 수고를 아껴 주는 거죠. 그릭 샐러드 자주 해 드시는 분들은 이런 제품을 사면 편합니다. 칼라마타 올리브를 쓰는 그리스 음식 중 외국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이 그릭 샐러드 아닐까 싶네요.

 

 

 

 

 

 

 



니스와즈 샐러드에는 알 작고 까만 프랑스 니스산 꺄이티에cailetier 올리브를 써야 제맛이나 전날 그릭 샐러드 해먹고 남은 칼라마타가 있어 그걸로 그냥 썼었습니다. 꺄이티에 올리브는 사실 생산량도 극히 적어 산지 아닌 곳에서는 보기도 힘들다고 하죠. 그래서 '니스와즈 올리브'보다는 '니스와즈 스타일 올리브'가 훨씬 많이 유통되고요. 조제curing 방법에는 차이가 좀 있겠지만 꺄이티에 올리브를 구하기 힘들 때는 이태리의 타쟈스카taggiasca 올리브를 대신 쓰셔도 됩니다. 같은 품종이거든요.

 

 

 

 

 

 

 



타쟈스카입니다. 프랑스 니스와 인접한 이태리 북서부 리구리아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사진이 좀 크게 찍혔는데 실제로는 성인 남성의 엄지 손톱만 합니다. 제가 본 올리브 품종 중에서 알이 가장 작습니다. 스페인의 쿠치요couchillo보다도 작은 것 같아요. 잘 익었는데도 과육이 제법 단단하면서 탄력이 있고 짜지 않으면서 오묘한 고소한 맛이 있어 매력적이긴 하나, 씨가 너무 커서 먹을 게 거의 없다는 것이 흠입니다. 스무 알 넘게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고 우물우물 씨 발라 내느라 턱만 아파 먹는 보람이 없어요. 그간 먹어 본 올리브 중 가장 쓰다는 단점도 있고요. 약방의 조제 가루 감기약 같은 쓴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풍미가 많이 달라도 그리스의 칼라마타를 꺄이티에와 타쟈스카 대용으로 많이들 쓰는 모양입니다.

 

 

 

 

 

 

 



프랑스의 타퍼나드tapenade도 원래는 꺄이티에로 만듭니다만, 위에 열거한 단점들 때문에 시판 제품들에는 칼라마타를 많이 씁니다. 크리습브레드crispbread뿐 아니라 피짜 테두리도 이거 찍어 먹으면 맛있습니다.


타퍼나드 재료:
Kalamata olives (92%), extra virgin olive oil (3%), red wine vinegar, anchovy, chilli. 끝.

 

 

 

 

 

 

 

 

 

이건 프랑스 남단 니스Nice의 길거리 음식인 피쌀라디에르pissaladière의 고명을 응용한 쟈킷 포테이토입니다. 퍼플 올리브를 잘게 다져 올리브 오일에 튀기거나 낮은 온도의 오븐에 장시간 구우면 바삭한 고명이 됩니다. 음식에 손쉽게 악센트를 줄 수 있죠. ☞ 집에서 쟈킷 포테이토 간지나게 해먹기

 

 

 

 

 

 

 

 

 

 

 



이건 모짜렐라와 함께 먹었을 때입니다.

모짜렐라를 먹는 열 가지 방법

품종 상관없이 이태리산 퍼플 올리브 아무거나 쓰시면 됩니다. 갸이따gaeta 품종도 좋고요. 올리브를 반 가른 게 깔끔하지가 않고 어째 좀 너덜너덜한데, 접시에 담기 바로 직전에 손으로 씨를 빼내서 그렇습니다. 저게 올리브를 제대로 먹는 방법이랍니다. 다른 부재료로 속을 채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기계로 미리 구멍 뚫어서 파는 올리브는 속맛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가 없어 권하지를 않더라고요. 가능하면 씨가 보존돼 있는 것으로 사라고 조언들을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이태리 음식점이라고 이태리어로 식당 이름까지 근사하게 지어 놓고는 이런 올리브를 쓰는 집도 다 봤습니다. 꽈당 새파랄 때 따 놓고는 잘 익은 것처럼 보이려고 억지로 까맣게 만든, 치즈로 치면 숙성 과정을 일체 생략하고 이런저런 첨가물 넣어 급조한 가공치즈인 셈이지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이태리 음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 중 하나인 올리브를 이런 것으로 쓰는 집은 나머지는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밤낮 '1+1' 행사 전단 뿌려 대는 동네 영세한 피짜 집에서 쓰는 건 봐주자고요. 그런 곳은 "우리 집은 이태리 음식점이야." 폼 잡지 않으니까요. 그린 올리브도 한국에서는 흔하디흔한 스페인산 만자니야manzanilla를 낼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이태리 음식점에서는 이태리 올리브를 먹고 싶어요. 이태리 음식점에서 치즈를 보시면 '생산지가 어디냐' 꼭 물으시고, 올리브를 보시면 '품종은 뭐냐' 꼭 물어 보세요. 손님들이 식재료의 품종과 출처에 대해 자꾸 물어야 외식업계가 발전을 합니다.

 

 

 

 

 

 

 

 

 

 

 



다쓰 부처가 요즘 가장 즐겨 먹는 품종인 노첼라라Nocellara입니다. 시칠리아산 알 녹색 올리브인데, 영국에 계신 유학생 여러분들은 영국 땅을 뜨기 전에 이 품종 올리브를 꼭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수퍼마켓마다, 브랜드마다, 조제법과 양념이 조금씩 차이가 나니 기회 되는 대로 여러 곳의 것을 골고루 맛보세요. 매우 고소하면서 희미한 바닐라 풍미를 내는 우아한 맛의 그린 올리브인데, 잘 익은 퍼플 올리브만큼 풍미가 강하지 않고 섬세해 샐러드나 요리에 넣으면 존재감이 없으니 술안주처럼 그냥 드세요. ('샐러드에는 잘 익은 퍼플 올리브'. 이렇게 기억해 두시면 편합니다.)

 

 

 

 

 

 

 



한국에 제이미 올리버 식품이 이것저것 들어가 있죠? 이렇게 생긴 노첼라라 올리브도 혹시 들어가 있나요? 염수brine에 담긴 병제품이니 발견하시면 한 번 맛보시길 바랍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다량 생산 품종인 스페인 만자니야 올리브와는 맛이 다릅니다.

 

 

 

 

 

 

 

 

 

명절 선물 코너에서도 꼭 볼 수 있는 올리브.

 

참, 속 채운 올리브를 보니 생각 났는데,

 

 

한국에서 먹던 잘 익은 김치가 몹시 그리운 유학생들 많죠. 공부하느라 직접 담글 엄두는 안 나고요. 그런 분들은 수퍼마켓 델리 카운터에 가셔서 안초비 채워 삭힌 그린 올리브를 사세요. 차게 냉장해서 드시면 한국 김치, 그것도 아주 '쿰쿰'하게 잘 익은 무김치 맛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올리브 속 당분이 발효 과정에서 젖산lactic acid으로 변하고 안초비가 젓갈 역할을 해 우리 김치와 비슷한 맛을 냅니다. 어떤 때는 톡 쏘는 탄산 느낌도 다 납니다. 치즈들 중에는 고추장에 볶은 진미 오징어채 맛 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한식만 고집하지 마시고 낯선 곳에 왔으면 낯선 음식도 부지런히 사 드셔 보세요. 우리 음식과 비슷한 맛 나는 음식 만나면 세상은 참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겁니다.

 

 

 

 

 

 

 

 

잘 익은 이태리산 퍼플 올리브를 쓴

☞ 브레자올라 '꽃' 샐러드

 




☞ 몇 가지 올리브 품종 사진-사진이 하도 커서 눈이 다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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